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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모기
작가 : 박아스
작품등록일 : 2016.9.4

잡힐듯 말듯.

모기.

 
4
작성일 : 16-09-08 16:41     조회 : 497     추천 : 1     분량 : 8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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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20.

 

 

 일주일은 살인범을 잡는 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그 살인범이 연쇄살인범이라면 일주일은 창환과 영일 두 형사로서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서장에게 찍힌 마당에 팀 내에서의 평판은 바닥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이대로 광역수사대에게 사건이 넘어간다면 창환과 영일은 높은 확률로, 아니. 백 퍼센트의 확률로 들러리 노릇이나 할 게 분명했다.

 게다가 전 날엔 단순한 정의심과 분노였다면 오늘의 창환은 직장생활과 오기로 가득 차 있었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오늘은 우산도 한 개 가지고 나온 그는 화창한 날씨 아래에서 긴 우산을 들고 CCTV가 있는 이곳저곳을 헤집고 있었다.

 원룸촌 인근엔 많은 CCTV가 있었다.

 사건 현장이었던 건물에 붙어있는 CCTV는 사실상 오래전에 고장 난 것을 고칠 돈이 없어 그저 붙여놓은 것이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지천에 널린 것이 건물이었고 건물들에는 CCTV가 하나씩 붙어 있었다.

 창환과 영일이 노리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범인이 분명히 이 거리에 들어왔다면 어딘가 한 번쯤은 반드시 화면에 찍혀있어야 정상이었다.

 이미 아침부터 CCTV만 수십 번을 돌려본 둘은 내리쬐는 태양빛 아래에서 거의 반 탈진 수준으로 건물 하나하나씩 옮겨가며 수사협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결국 마지막 건물을 돌고 나서야 둘은 완전히 탈진해버려 그늘진 건물 계단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차가운 대리석 계단에 몸을 뉘이고 나서야 창환은 "하." 하고 입 안 한가득 참아내고 있던 더운 한숨을 내쉬곤 욕을 내뱉었다.

 

 "씨발."

 

 아침부터 점심이 될 때까지 뛰어다녔으나 얻은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굳이 하나 꼽으라면 어제는 비에 젖은 옷이었지만 오늘은 땀에 젖은 옷이었다.

 도대체 범인은 이 넓은 원룸촌 거리에서 이렇게 많은 CCTV를 피해 이한솔을 방으로 옮겨놨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도대체 제대로 찍힌 곳이 한 곳도 없어!"

 

 창환이 투정 부리듯 말하자 벽에 기대어 있던 영일도 꽤 심각해졌는지 "그러게 말이에요." 하고 짧게 대꾸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범인이 스파이더 맨이라고 되는 양 건물을 타고 다니지 않았다면 못해도 CCTV에 찍혀야 했다.

 괜스레 답답함과 분함에 못 이겨 창환이 주먹으로 대리석 바닥을 쿵쿵 내리찍었다.

 영일이 그걸 보고 창환에게 말했다.

 

 "하지 마요. 이런 것도 잘못 걸리면 또 팀장님 난리 나요. 여기서 괜히 이러지 말고 아이스크림이나 시원한 거 하나 먹고 정신 차리죠. 저기 앞에 어제 갔던 슈퍼 있거든요? 금방이에요. 자, 가요."

 

 영일이 창환을 떠밀듯 일으키며 말을 이었다.

 

 "어제 거는 글렀으니까 날짜를 좀 예전으로 잡고 다시 해봐요. 어차피 지금 여기서 안 하면 또 서에 가서 돌려봐야 하잖아요. 그냥 여기서 다 보고 끝내요."

 

 영일의 말은 단순히 창환을 일으키기 위해서 하는 말이었다.

 어차피 여기서 다 봐도 서에서 또 봐야 한다. 영일이 이걸 모를 리 없었다.

 

 "후... 그래. 네 말대로 그냥 아이스크림이나 먹자. 으... 더워."

 

 

 21.

 

 

 슈퍼 앞에 도착한 둘을 반긴 건 파리 떼만 날리는 과일을 지키고 앉아있는 주인 할머니였다.

 

 "선배. 아이스크림 말고 또 뭐 다른 거 드실래요? 음료수나 뭐 그런 거요."

 

 "아, 글쎄...? 뭐 시원한 거면 다..."

 

 "수박 묵어! 달고 시원햐!"

 

 주인 할머니가 창환의 말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영일은 그새 슈퍼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창환은 냉동고를 열어 아이스크림을 고르기 시작했다.

 

 "눈으로만 보지 뭘 주물럭대고 앉았어! 얼른 문 닫어!"

 

 "아. 죄송합니다."

 

 성격이 꽤나 드세 보이는 주인 할머니는 창환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니면 아무한테나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건지 신경질적이었다.

 창환은 한참을 냉동고 안을 바라봤지만 딱히 먹고 싶은 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을 아주 오래전에 먹었던 것처럼 느껴진 그는 괜스레 옆에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던 주인 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그거 수박 얼마예요?"

 

 "학샹이면 만 오천 원! 학샹 아니면 이 만원!"

 

 이 만원이라는 말에 그는 문득 집에서 요즘 수박 값이 금 값이라면서 툴툴대던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확실히 금 값처럼 느껴질 정도로 비싼 가격이었다.

 

 "요즈음에 수박 안 팔려서 죽겄어. 그냥! 작년만 해도 저어기 어디야 공사판 아저씨들이 점심만 되면 서로 먹겠다고 아주 난리여서 올해도 좀 들여놨더니 염병, 다 가부렀네."

 

 욕까지 섞어가면서 근황까지 말해주는 주인 할머니에 창환은 뭔가 정감이 가면서도 웃겼다.

 그러고 보니 수박은 먹어 본 지 정말로 오래이긴 했다.

 집에 사들고 퇴근한 적은 있었지만 굳이 집에서 먹은 적은 없던 그는 괜스레 수박이 먹고 싶어 지갑을 꺼내 들며 과일 좌판으로 걸어가 이 만원을 주인 할머니에게 건네며 실해 보이는 수박 한 통을 집어 들며 "이거 하나 살게요." 하자 주인 할머니는 오천 원을 그에게 건넸다.

 

 "자, "

 

 거스름돈으로 보이는 돈에 창환이 손사래를 치며 "저 학생 아니에요. 애가 둘이에요, 둘." 하고 대답하자 할머니가 말했다.

 

 "나 손 빠진다, 야! 얼른 받어!"

 

 "아, 예."

 

 주인 할머니의 강경한 태도에 창환은 무안해하며 오천 원을 받아 주머니에 대충 구겨 넣었다.

 

 "겨우 세 통 팔았네! 염병 헐! 젊은것덜이 저... 저 하드에만 미쳐가지고... 내 다시는 수박 안 들일거여..."

 

 마침 영일이 음료수와 우유 그리고 빵 몇 개를 집어 들고 나오며 말했다.

 

 "할머니 이거 얼마예요?"

 

 

 22.

 

 

 대책 없이 산 수박은 먹을 자리가 없었다.

 차에서 먹기에는 너무 컸고 그렇다고 걸어 다니면서 먹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계곡에 놀러 온 것도 아닌데, 누가 걸어 다니면서 수박을 먹겠는가?

 결국 창환과 영일은 주인 할머니에게 허락을 맡고 슈퍼 한편에 있는 평상 위에 앉아 수박을 먹기로 했다.

 조금 신경질적이지만 그래도 친절한 주인 할머니는 직접 수박을 썰어주고 참외까지 얹어 몇 개 더 썰어준 후 덥다며 창환과 영일이 권하는 수박을 마다하고 슈퍼 안으로 쌩하니 들어가 버렸다.

 

 "선배, 이거 왜 산거예요?"

 

 "그냥. 수박 먹은 지 오래돼서... 좋잖냐 그래도. 수박도 먹고."

 

 "참나, 이거 지금 다 못 먹어요... 아이스크림이나 대충 먹고 빨리 여기나 한 번 더 돌 자니깐요?"

 

 "아. 몰라 지금은 그냥 수박이나 좀 먹자. 근데, 맛있지 않아?"

 

 창환이 금세 수박 한 조각을 다 해치우고 다른 조각을 더 집어 들었다.

 그에게 핀잔을 주던 영일도 맛이 없던 것은 아닌지 "맛은 있죠." 하곤 수박을 베어 물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속 안에서 뭔가 답답한 것이 커져가고 있던 차에 달고 시원한 수박은 창환과 영일에게 큰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물론 평화가 범인을 잡아주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창환과 영일이 썰려있던 수박 반 통을 거의 다 해치울 무렵, 다시 주인 할머니가 손에 파리채를 들고 나타나며 말했다.

 

 "이것들이 걸신이 들렸나, 더위를 처먹었나, 그새 고걸 다 처먹어 부렀네."

 

 주인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심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휴! 요놈에 모기 새끼덜은 올해부터 왜 이렇게 극성이여, 극성은!"

 

 "요즘 모기가 많긴 많죠?"

 

 "말도 마! 오늘만 백 마리는 넘게 죽여부렀어."

 

 과장 섞인 말이긴 했지만 창환과 영일은 충분히 믿을 수 있었다.

 수박이 아직 반 통이나 남아있긴 했지만 수박은 이제 충분하다는 생각에 창환이 말했다.

 

 "할머니 혹시 여기서 이상한 사람 못 보셨어요?"

 

 "무슨 또 꽹과리에 대그빡 박는 소리여..."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까 걱정이 된 영일이 경찰 신분증을 꺼내 들며 주인 할머니에게 보여준 후 말했다.

 

 "저희가 저기 XX경찰서에서 나왔거든요? 저희 경찰이에요. 경찰, 그래서 그런데 뭣 좀 여쭈어 봐도 될까요?"

 

 "지미럴... 경찰 놈에 새끼덜이 뭐 그렇게 덜 떨어지게 생겼어? 뭔디?"

 

 "저어기~ 저 건물 보이시죠?"

 

 "으디?"

 

 "저어기! 저어기 저 빨간색 벽돌 건물이요."

 

 "으디 말하는겨?"

 

 "저어기요! 저어기! 저기!"

 

 "이거시 으른한테 소리나 지르고... 경찰이 맞는거여!? 경찰은 애미 애비도 읎냐, 이눔아!"

 

 이런 식으로 가면 끝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창환이 나섰다.

 

 "혹시 이 주변에서 이상한 사람이 배회하는 거 못 보셨나요? 커다란 가방을 메거나 뭐, 그런 사람이요."

 

 "가방? 가방이야 다 메지. 여거가 죄다 학샹들 사는 집인디 그럼 가방 말고 뭘 메?"

 

 "그냥 등에 메는 가방 말고 큰 가방이요. 엄청 큰 가방. 여행 다닐 때 쓰는 그런 가방이요."

 

 "몰러! 그깟 놈 알게 뭐여? 근래에 나가 본 최고 이상한 놈은 말더듬이 새끼여."

 

 "말더듬이요?"

 

 "아! 그려, 일주일 전에 미친놈에 새끼가 수박 두 통 달라고 뭔 병신마냥 덜덜덜 떨길래 불쌍한 놈이구나 해서 줬더니 저기 저 차 보이지? 저 앞에서 수박은 뽀개버리고 그냥 수박 묶여있던 줄만 들고 가는거여. 내가 그래서 뒤에다 대고 야 이 미친놈아! 하고 욕을 막 했더랬지. 그런데, 기냥 가버리대? 그놈이 가방은 들고 있었는데 다른 학샹들이 들고 다니는 거랑 똑같았어."

 

 줄 이야기가 나오자 영일이 평상 위에 있던 노란 노끈을 집어 들며 외쳤다.

 

 "선배! 이거! 그..."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 말 더듬이는 이곳에서 수박을 묶고 있던 노끈으로 피해자인 이한솔을 묶은 게 분명했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창환이 소리치듯 말했다.

 

 "할머니! 그때가 언제예요? 정확한 날짜 좀 알 수 있을까요? 저희가 꼭 필요하거든요."

 

 "이것들이 기차 통을 삶아 잡쉈나, 나 귀 안 멀었어! 기다려봐! 여 카메라 있응께 다 찍혀있을거여."

 

 창환과 영일이 일제히 슈퍼 문 윗편에 달린 CCTV를 쳐다보았다.

 

 

 23.

 

 

 CCTV에 다 찍혀있을 거라며 자신만만하게 슈퍼 안으로 들어온 후. 창환과 영일은 조작법을 모르는 주인 할머니 덕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웬만한 CCTV는 다 조작 가능한 창환과 영일이었지만 주인 할머니는 자기 집 물건은 자기 거라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우리 사위가 설치해준거여. 요 회사에서 일해서 아주 빠삭... 어, 박서방. 나여. 미선이년은 뭐하는가? 어. 고놈에 기지배가 으디 하늘 같은 남편 두고... 자네도 고생이구만, 내 이따 한마디 해줌세. 그것보다 자네가 전에 설치한 그 시시티브이인가 뭔가 하는 거 고거는 어떻게 보는 건가? 아, 그냥 보는 거 말고 옛날 거 보려면 뭘 눌러야 하는가? 아니~ 저어기 거 어디야? 경찰서에서 이상한 놈들이 와서 자꾸 사람 귀찮게 굴어가지고 이것만 보면 간다는구만... 어, 그럼 파란 버튼이 어디에 있디야? 아따메... 겁나게 많구먼."

 

 "할머니. 여기..."

 

 답답한 영일이 조심스레 훈수를 두자 주인 할머니는 쓰읍하며 귀찮은 벌레 쫓듯 손을 내저었다.

 

 "어어. 찾았으. 이거를 누르면 된다 이거여? 겁나게 귀찮구먼~ 눌렀는디 뭔 화면에서 새끼를 자꾸 까냐. 아, 여기서 고르면 된다 이거여? 으응. 그려. 전에 보니까 연희는 좀 멕여야 쓰겠더구먼, 길케 빼짝 말라 부러 가지고 으디에 써먹겄어. 그려 그려, 연희한테 꼭 말해줘야. 할미가 을굴 까멕는다고. 응, 그려~"

 

 주인 할머니가 전화를 끊자 뒤에서 지켜보던 창환과 영일은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 사람들처럼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아따... 아직 젊은것덜이 한숨은 아주 뒤질 놈들마냥 푹푹 쉬는구만, 여서 찾으면 된다고 하니까... 뭘 눌러야 된디야?"

 

 "저기 저 화살표 버튼을요, 저희가 그만 할 때까지 눌러주세요."

 

 영일이 또다시 훈수를 두자 주인 할머니 역시 또 버럭 하며 "어디 시켜먹을 사람이 없어서 할미를 시켜먹어! 기다려봐야." 하며 버튼을 눌렀다.

 

 사위되는 사람이 보안업체에서 일해서인지 카메라의 화질은 여태껏 원룸촌을 돌면서 봤던 것들 중에서는 단연 최고였다.

 지나가는 사람들 얼굴도 얼추 볼 수 있을 정도의 화질이었다.

 모니터 속 화면이 계속 넘어가던 순간 주인 할머니가 외쳤다.

 

 "요, 요... 요 있네. 이 말 더듬이 새끼."

 

 모니터 속 할머니가 가리킨 사람은 가벼운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있는 남성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얀색 모자를 눌러쓴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찾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며 창환이 주인 할머니에게 확인 차 말했다.

 

 "할머니. 분명 남자였죠?"

 

 "아따, 나 아직 눈 안 멀었어. 나가 머슴아랑 기지배도 구별 못할까 봐서? 이 머슴아가 맞아야~ 몸 덜덜 떨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놈이었어."

 

 "그런 게 아니고요. 수사라는 게, 기본적으로 늘 이렇게 확인을 하는 거라..."

 

 이번엔 영일이 나섰다.

 

 "할머니. 그럼 이 사람이 혹시 어디로 갔는지는 못 보셨나요?"

 

 "그걸 나가 어떻게 봐? 지 다리 달렸는데 지 알아서 걸어갔겄지. 근디 이놈아가 뭔 짓을 했는디 이렇게 찾아야?"

 

 창환과 영일은 주인 할머니의 질문에 한동안 서로 눈치를 봤다. 하지만 이미 뉴스에도 보도된 일을 굳이 숨길 필요도 없었고 비공개 수사 방침이 내려온 것도 아니었으니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창환이 대답했다.

 

 "이번에 여기 원룸촌에서 여학생이 한 명 죽었거든요. 그 여학생이랑 관련된 사람입니다. 뉴스 못 보셨어요?"

 

 "뉴스? 뭐여 그... 모기 많다고 뭐 그러더만, 뉴스같은거야 우리 집 영감쟁이가 하루 종일 티브이에 대그빡 박고 보는 게 뉴스인데 뭐가 이쁘다고 봐? 고 놈에 영감쟁이 콱 뒤져부렀음 좋겄어."

 

 

 24.

 

 

 슈퍼에서 CCTV 하드까지 협조라는 구실과 수사방해도 죄가 될 수 있다고 간신히 얻어온 창환과 영일은 찜통 같은 차에 앉아 찬기운 다 빠져버려 뜨거워진 탄산음료를 들이켜고 있었다.

 이미 팀장인 혁수와 전화통화도 끝난 상황. 이제 CCTV에 찍힌 날짜에 이 옷차림을 하고 있는 남자의 동선을 추적해야 했다.

 물론 그전에 혁수가 먼저 창환과 영일에게 할 일을 줬다. 바로 첫 번째 피해자 주변인도 하는 김에 조사하라는 것이었다.

 조사는 어렵지 않았지만 방금 전에 일어난 사건도 모르쇠 혹은 귀찮다는 식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며칠 씩 지나버린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힘든 일. 창환이 머리를 긁적이며 다 마신 캔을 창 밖으로 내 던지자 빵을 우물거리던 영일이 어눌한 발음으로 말했다.

 

 "그래도 저희 진전이 있긴 있네요. 전 진짜로 모기나 잡을 줄 알았는데, 다른 사건이랑 똑같네요 뭐."

 

 창환은 왠지 찝찝했다.

 말 더듬이? 피해자 이한솔의 수첩에는 범인이 말을 더듬었다는 언급이 전혀 없었다. 물론 주인 할머니가 다른 사람이랑 헷갈렸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만약 범인이 정말로 몸까지 떨며 말을 더듬었다면 일기에 별에 별 내용을 적은 이한솔이 그걸 지나쳤을 리 없었다.

 

 "야, 가는 길에 은행 좀 들르자."

 

 "네? 은행이요?"

 

 "가보자. 확인할 게 있어서 그래."

 

 

 25.

 

 

 "야, 한 번만. 진짜, 친구가 이렇게 부탁하잖아~"

 

 은행 뒤편. 창환이 주임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은행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소리가 꽤 컸지만 지나가는 행인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영일만이 골목 앞에 뻘쭘히 서 있을 뿐이었다.

 

 "아. 태원아 진짜. 부탁이다. 응?"

 

 "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너 전에도 절대 안 걸린다며! 나 그거 때문에 세 달 동안 월급도 못 받고 일한 거 몰라?! 나 네 말만 믿었다가 와이프랑 아예 갈라설 뻔했단 말이야!"

 

 "야,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지금 우리가 사정이 좀 그래서 그래. 비공개 수사라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해야 한단 말이야."

 

 창환이 태원의 팔을 붙잡고 애원하듯 말했으나 태원은 손을 뿌리치며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아니, 야! 영장 가져오라고 영장! 그럼 씨발. 막말로 못 떼줄 것도 다 떼주는데, 왜! 넌 늘 영장도 없이 생억지를 부려!"

 

 태원의 태도로 협상이 결렬될 위기에 처하자 창환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럼 거래하자. 거래, 딜!"

 

 "뭔 딜. 쥐뿔도 없으면서 무슨 딜이야~ 나 점심도 못 먹었어! 빨리 가!"

 

 "너 전에 우리 아빠 골프채 부럽다고 했지? 너 골프 하면 환장하잖아."

 

 "골프...? 됐어, 나 요즘에 골프 안 친다. 뭐 접대하느라 몇 번 친 거지. 내가 뭔 돈이 있어서 골프야?"

 

 골프 이야기가 나오자 태원이 조금 흔들렸다. 은행에 입사 이후 무슨 골프를 그렇게 많이 치러 다니는지 술자리에서 골프채 자랑에 자기가 얼마나 치는지 늘 자랑을 하던 태원이었다.

 

 "우리 집에 고이 모셔둔 거 하나 있는데, 그걸로 퉁 칠래? 솔직히 이게 네가 손해 보는 거냐? 종이 한 장 뽑아주고 네가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그 세트 가지는 거잖아. 어때?"

 

 "느 아버지가 아시면? 그땐 어쩌려고?"

 

 "야, 그런 것도 생각 안 하고 막 뱉었겠냐? 우리 아빠 그거 절대 안 친다니까? 허리 아프다고 지금 창고에 반년은 박혀있을 거야. 너 그거 뽑아다 주면 내가 바로 갖다 준다."

 

 "...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태원도 구미가 당기는 눈치였는지 주저하자 창환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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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 16-09-08 21:43
 
오 흥미진진합니다. 계속 일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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