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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사의 후예들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2
천사의 후예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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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여자친구의 행방을 쫒던 주인공은 그녀가 천사였던 것을 알게 된다. 그녀를 찾기 위해 '천사의 후예들'이란 비밀단체에 들어간 주인공은 천사가 되기 위한 험난한 훈련을 받은 후 천사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 가운데 실종된 여자친구와 관련된 단서를 접하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여자친구를 찾기 위해 애를 쓴다.

 
4. 대천사 - 1
작성일 : 16-09-08 16:40     조회 : 645     추천 : 0     분량 : 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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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대천사

 

  천사의 업무는 정말 많았다. 그래서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업무의 내용도 거의 다 어려웠다. 종류도 굉장히 다양했고 관여된 사람들의 직업이나 연령을 미리 예측할 수도 없었다.

 

 어떨 때는 어린이들을 위한 일을 하다가, 어떨 때는 할머니를 위한 일을 해야 했고, 새벽에 해야 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오후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적은 거의 없었고 적어도 두세 가지 업무를 같이했다. 그래서 육체는 늘 피곤하고 힘들었다.

 

 오늘 같은 경우도 새벽에 일어나 연해주에 있는 동포들의 합법적 입국을 위한 탄원서를 썼고 지하철에서 여성의 몸을 더듬는 남성을 잡아 타이른 후 주택가의 상습 절도범을 잡기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정오를 훨씬 넘은 후에야 시야에 들어온 절도범을 어렵게 잡은 후 새로운 직업의 필요성에 대해 한 시간이 넘게 설득했다. 그리고 그를 보내면서 그간 빼앗은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늦은 점심을 먹다가 만난 가출청소년들의 밥값을 내주고 그들의 숙소까지 따라가 빨래와 청소를 한 다음, 가출하게 된 동기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를 들은 후 같이 울었다. 한 참을 그렇게 운 다음 그들에게서 담배와 술을 빼앗았다. 그리고 그들이 불러주는 집주소와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을 받아 적었다. 내일은 그 주소를 찾아가서 부모들에게 그들의 장점과 밝은 미래에 대한 소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나는 이렇게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도 하나를 찾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거의 밖에서 생활하는 동민천사에게 수시로 전화해 하나와 관련된 소식을 물었고, 조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바쁘시더라도 하나의 위치를 알아봐 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고, 퇴근할 땐 항상 하나의 집에 들러 그녀가 있는지 확인 한 후 특이한 우편물이 있으면 뜯어봤다.

 

  하나에게 온 우편물 중에는 잘못된 재판 때문에 옥에 갇힌 사람들을 도와 달라는 부탁이 굉장히 많았다. 나는 하나가 법에 관련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부탁의 편지가 많았는지 궁금했지만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그 편지들 중에 몇 개가 나와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변호한 피고가 무죄를 선고받아 졸지에 무고죄의 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었고, 내가 의뢰인의 알리바이를 조작해서 부득이하게 용의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렇다면 하나는 자신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를 만났을 수도 있다. 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이 하나가 해결해야 하는 업무들이었으니까. 나는 그 편지들을 읽다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혹시, 하나가 나를 사랑한 것은 나의 인격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는지 의심이 들었다.

 

 의심이 가능한 것은 하나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이 나를 사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마에 손가락을 올려놓으며 하나를 처음 만났던 때를 생각했다.

 

  술이 머리끝까지 채워진 어느 날 밤이었다. 나는 대리운전기사에게 지갑과 차를 뺏긴 후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특이한 향기가 코로 들어왔다. 내 코는 그 향기에 자극받아 벌렁거리기 시작했고 순간순간 넓어진 콧구멍에서 붉은 피가 쏟아졌다.

 

 그 피가 기사에게 맞아서 생긴 것인지, 좋은 향기에 과도하게 반응한 혈관이 터져서 생겼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손등으로 피를 닦고 손가락으로 코를 막은 다음 향기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 시선의 끝에 하나가 있었다. 세상은 어두웠지만 그녀는 밝고 선명했다.

 

 나는 비틀거리는 몸을 그녀 쪽으로 이동했다. 그녀는 낯선 남자의 접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그녀가 들고 있는 못생긴 그릇에 코를 갖다 댔다. 그릇 속에서 피어오르는 향기가 산소들이 하는 것처럼 내 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폭행으로 얼얼한 몸의 여기저기가 이완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곧 정신, 육체, 영혼이 편안해졌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나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길을 가다가 모르는 여자의 품에 스스럼없이 안기는 내 모습은 제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 누군가에게라도 안겨야 했었다. 만약, 하나가 아니었다면 창녀를 불러다가 그렇게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외로웠다. 누군가가 필요했다. 사랑을 갈망했다.

 

 나에 대해 오래 참아주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조건 없이 누군가를 만나서 바람이 부는 곳을 걷고 싶었다. 돈이 없어도 말을 걸어주는 사람의 손을 잡고 싶었다. 내 영혼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의 품에서 잠시라도 눈을 감고 싶었다. 그 사람이 토닥여주는 박자에 맞춰 잠이 들고 싶었다.

 

 그동안 경쟁하지 않으면 밥을 먹을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계산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 속에서, 싸우지 않으면 손해 볼 수밖에 없는 세상 속에서 내 영혼은 독침을 맞은 누군가의 급소같이 되어버렸다. 해독제가 없으면 독이 퍼지는 속도에 비례한 시간만큼만 살 수 있는 불쌍한 영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하나를 만나서 살 수 있었다. 그녀가 들고 있던 못생긴 그릇 안의 액체가 나를 해독시킨 것일까? 그건 모르겠다.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 때 하나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도 나는 하나 때문에 죽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의 품속에서 느꼈던 사랑은 여기저기 상처 난 내 영혼을 만졌고 죽어가던 세포들에게 새 힘을 주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하나가 내 옆에 누워 있었다. 우리는 옷을 벗고 있지 않았고 손도 잡고 있지 않았다. 당황한 나를 안심시켜 주던 하나의 웃음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웃음은 맑은 물과 같아서 하나의 마음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게 했다. 내가 알게 된 그녀는 사랑이 가득하다는 것과 정직한 인생 속에 용서를 꽃피우고 있다는 것과 쉽게 화를 내지 않는 고요한 마음에 순결한 영혼이 결합되어 욕심과 미움이 차마 그녀의 속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웃음 하나만으로 그런 것을 알 수 있냐고 묻는다면 자세한 대답을 할 필요 없이 그녀가 웃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 된다. 그녀의 웃음을 보는 누구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숙취를 빨리 제거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준 후 집을 나갔고 나는 하나를 쫓아가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그리고 그럴듯한 만남의 이유를 만들기 위해 며칠 간 심하게 고민했었다.

 

  나는 하나의 집에서 편지를 가지고 '천사의 후예들'로 돌아왔다. 천사들은 서로의 하루를 격려했고 조한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두호가 천사들을 모이게 한 다음 오늘 저녁에 먹을 음식을 결정하자고 했다.

 

 평상시 같으면 순번을 정해 밥을 해서 먹지만 오늘은 무슨 일인지 배달음식을 먹자고 했다. 나는 그동안 매콤한 것을 먹지 못했기에 '불닭'을 시켜 먹자고 했는데 다른 천사들은 기겁하며 싫어했다.

 

 우리는 메뉴에 대한 격론을 끝내고 피자 한 개의 가격으로 통닭까지 가져다주는 야식을 주문하기로 했다. 음식은 빨리 왔고 나는 밥상에 배달 온 피자와 치킨을 먹기 좋게 펼쳤다. 둘러앉은 천사들은 아무 말도 없이 먹는 것에 열중했고 음식은 금세 없어졌다. 마지막 남은 닭다리를 내가 집었을 때 조한이 들어왔다.

 

 천사들은 조한이 먹을 음식이 없다는 것을 알고 민망해하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입에 들어갔던 닭을 빼내 접시에 올려놨고 조한은 그것을 집어 들고 맛있게 먹었다.

 

 "천사님들 잠깐만 모이죠."

  조한이 입에 있는 닭을 잇몸과 볼의 안쪽에 모은 후 말했다.

 "여러분들을 축복합니다. 오늘 하루도 여러분이 하신 일들 때문에 사랑과 용서가 세상 속에서 존재하게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을 통하여 옳은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미움과 다툼이 조금 사라졌고 화해와 섬김이 조금 많아졌습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여러분은 정말로 대단한 천사들입니다. 저보다 낫습니다."

 

  천사들은 고개를 숙이며 겸손한 자세를 취했고 나도 그들과 같은 자세를 만들었다. 조한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과 시선을 맞추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우리는 자세를 풀고 자유롭게 대화했다.

 

 동준천사가 사랑에 빠졌다는 얘기는 우리의 흥미를 끌었다. 그가 사랑에 빠진 여자는 못생겼지만 마음이 착하고 가난한 부모를 위해 일찍부터 직업을 가졌고 동생들을 위해 자신을 위하지 않는 천사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학선천사는 동준천사를 걱정했다. 천사라는 직업이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것이 아닌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여자를 만나면 서로 고생한다는 것이 걱정의 이유였다.

 

 다른 천사들도 비슷한 걱정을 내놓았고 동준천사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나는 동준천사를 위로하고 싶어서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꺼냈다.

 

 "무슨 걱정이에요. 하늘에 나는 새들을 보세요. 그들은 먹고 살기 위해 힘들게 일하지도 않고 보험이나 적금을 들지도 않아요. 그런데도 그들은 그들이 날고 싶은 곳으로 날아가고 원하는 곳에 집을 짓고 잘 살잖아요. 또 들에 핀 꽃들을 보세요. 그들의 자산은 하나도 없어요.

 

 카드도 없고 통장도 없어요. 하지만 그들은 꽃을 피우고 향기를 내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잖아요. 새도 꽃도 아무런 걱정 없이 잘 살아가는데 천사가 걱정하고 염려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동준천사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나는 그 얼굴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천사들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조한은 박수를 쳐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이야기를 더 나누다 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우성천사는 감기가 들어 며칠 째 고생하고 있다. 내가 병원에 같이 가자고 했지만 그는 주사 맞는 것이 무서워 꽁무니를 빼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할 수 없이 나와 동준천사만 출근했다.

 

 나는 며칠 전부터 하고 있는 가출청소년의 부모님 집 방문을 해야 했고 동준천사는 마약을 끊기 힘들어 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박하사탕과 껌을 가져다주어야 했다. 우리는 거리로 나오자마자 헤어졌다.

 

 처음엔 꼭 우성천사, 동준천사와 같이 다니라고 했던 조한도 이제부터 혼자 해야 하는 임무가 있을 때는 같이 다닐 필요가 없다고 했다. 나는 쪽지에 적힌 주소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고 기사님에게 나의 목적지가 행선지에 들어있는지 물어봤다. 기사님은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고 나는 비어있는 의자에 앉았다.

 

  버스는 꽉 막힌 도로에 갇혀서 움직이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경적이 울렸고 시간에 쫓기는 손님들은 높은 소리로 불만을 표시했다. 나도 스케줄이 빠듯했지만 교통체증에 동요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은 것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잠이 왔다. 나는 내려야 하는 정거장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졸린 것을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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