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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은혈록
작가 : 실라인
작품등록일 : 2017.12.14

비일상적인 일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래. 내 일상은 그 누구도 부수지 못 한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었다.

어느 날. 평번하던 소년의 인생이 뒤바뀌어 버렸다.
세계의 그림자. 그 속에서 새로운 이레귤러가 된 소년은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47. 적의 품 안에서(1)
작성일 : 18-01-15 21:40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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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악몽을 꿨다.

 온 몸이 늪에 잠겨 아무것도 하지 못 한 채 소중한 가족, 친구, 동료 등 모두가 죽는 걸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악몽을.

 정말 최악인 점은, 이미 현실에서 그 꿈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는 점이다.

 부정하고 싶어도 벗어낼 수 없는 장막이 도망치지 못 하게 온 몸을 뒤덮으며 끊임없이 속삭였다.

 귀를 막고 싶어도 장막으로 둘러싸인 손으로 막아봤자 소리만 더 커질 뿐이다.

 차라리 깨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악몽은 악몽이라고 부정하면 되니까. 초대받지 못 하면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흡혈귀의 전승처럼 내 자신이 받아드리지만 않으면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 하니까.

 눈을 떠버린 나는 아무리 부정하고 밀어내도 종이에 스며드는 물처럼 흡수 되는 진실 앞에 무력하게 젖어 들어갈 뿐이었다.

 “일어났어?”

 눈을 절로 뜨게 하는 기계음에 딱딱한 의자에 앉아있던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어두운 공간속 희미한 빛줄기를 등지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타오르는 불꽃처럼 붉은 머리카락에 진한 눈 화장. 조금 비웃는 것 같은 입가를 가진 그 여성은 내게 대답을 강요하는 듯이 다시 한 번 물었다.

 “정신이 들었지?”

 심사가 복잡했던 나는 그 질문에 차마 입을 떼지 못 하고 고개만 대충 끄덕이고 주위를 살폈다.

 내가 있는 곳은 경찰서의 심문실을 크게 넓힌 것 같은 어두운 방이었다. 중앙에는 내가묶여있는 의자와 적당한 침대만이 존재했고, 내 앞에는 벽의 2/3 정도를 차지하는 유리창이 있었다.

 내게 말을 건 여성은 유리창 밖에서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스피커를 통해 다시 말을 전달했다.

 “불편해도 참아. 몇 시간만 기다리면 되니까.”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나는 쓴 맛이 감도는 입을 억지로 열었다.

 “협회원···. 이십니까?”

 인용이가 절벽으로 떨어진 이후···. 의 일이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이렇게 살아있는 걸 보면 아마 협회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처음엔 모노폴라이즈라 생각했지만, 고태성이 벌인 일인 만큼 눈앞의 여성도 협회원일 지도 모른다. 이런 독방에 나를 가둔 걸 보아 좋은 의도는 가진 거 같지는 않지만.

 “아닌데?”

 “···그럼 컴퍼니?”

 “거기도 아니야. 아. 관련이 아주 없지는 않으려나?”

 ‘하···.’

 나는 최악의 상황에 탄식이 나왔다. 저 둘을 빼면 남는 건 그곳밖에 없으니까.

 “모노폴라이즈라고?”

 “어머. 정답이야. 모노폴라이즈의 주세희라고 해.”

 그 여자. 주세희는 정답을 맞힌 기념으로 선물까지 줄 기세였지만 나는 호응해줄 기력이 없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고태성은 협회의 적과 협력하면서까지 나를 죽이려 했다는 거니까. 물론 난 이렇게 멀쩡하고, 정작···.

 내 심장이 덜컹거렸다. 맥박이 급격하게 뛰고 머리에 피가 몰렸다.

 방금 전까지 나는 실낱같은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만약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게 협회라면, 그리고 절벽에서 떨어진 인용이가 먼저 떨어진 사람들을 쿠션삼아 기적적으로 목숨을 유지했다면 지금 살아있을 지도 모른다며 말이다.

 그런데 이 여자가 협회원이 아니라면···

 “···인용이는 어떻게 됐지?”

 내 질문에 주세희는 잠시 다른 곳을 바라보고 고민하다가 알았다는 듯 말했다.

 “인용이? 아. 네 친구? 글쎄? 절벽으로 달려가게 했으니까 아마 죽지 않았을까?”

 지나가던 개미의 행방을 설명하는 것처럼 무덤덤한 그 모습에 나는 억지로 화를 삼키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조종 했다고?”

 “내 은장도의 힘이야. 멋지지?”

 “···그러니까. 인용이를 죽인 게, 그쪽이라고?”

 “응. 맞아.”

 쾅!

 “어머. 놀라라.”

 빈말이 아니라 정말 깜작 놀랐는지 유리창에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선 주세희는 입가를 가리고 두 눈을 크게 뜨며 어느 샌가 갑옷을 입고 있는 나를 바라봤다.

 속박을 풀고 유리창에 주먹을 내리꽂은 나는 깨지지 않는 유리벽 너머를 바라보며 레이크를 뽑았다.

 “그만 둬라.”

 최대출력으로 다운 레이를 방사할 생각이었던 나를 만류한 건 유리벽 밖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온 어떤 남성이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은 구릿빛 피부에 반삭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입고 있는 구식 군복과 어울리는 선글라스를 고쳐 끼며 내게 말했다.

 “그 안은 원래 ‘내 전용’ 트레이닝 룸이었던 장소를 개조한 곳이다. 네놈처럼 어설픈 놈이 부술 만한 공간이 아니야. 괜히 힘 낭비해서 후에 있을 실험에 지장을 주지 말았으면 하는군.”

 “닥쳐.”

 “그렇게 흥분할 만한 일은 아닐 텐데? 네가 말한 인용이란 녀석을 조사해 봤다. 학년 석차 223명 중 154등. 특기 없음. 성격 무난 혹은 소심. 성적 향상의 노력 없음. 키는 크지만 신체 능력 중하위 수준. 그대로 커봤자 사회에 도움도 안 될 쓰레···”

 “닥치라고!”

 내 고함과 함께 레이크가 남자를 향해 쏘아졌으나 남자는 위협적인 은색 빛줄기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우리 두 사이에 끼어있는 유리창이 내 레이크를 전부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수많은 은색 입자가 주위에 흩날리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최대출력의 다운 레이가 고작해야 몇 센티 투께도 되어 보이지 않는 유리창에 막히자 충격을 먹었다.

 그 어떤 것도 직격하기만 하면 전부 소멸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다운 레이가 이렇게 무력하다니.

 “굳이 확인을 하다니 머리가 안 좋은 녀석이로군. 그런 쓰레기를 친구랍시고 데리고 다니는 놈답게 말이야.”

 “이 새끼가···.”

 나는 울화를 삭히지 못 하고 이를 갑옷이 파일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며 레이크를 남자를 향해 겨눴다. 그런데 그 순간 유리창 밖에 있던 거대한 모니터에 불이 들어왔다.

 -음. 아아. 연결 됐어?

 -통신 연결 상태 양호합니다.

 -좋아. 수고했어.

 화면을 통해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온 몸을 칠흑빛으로 가득 물들인 남자는 의자를 뒤로 젖혀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야.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야.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선물을 받아버렸네?

 “백윤현.”

 증오에 찬 내 중얼거림에도 백윤현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자신의 사정만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서 바로 만나고 싶은데, 내가 요즘 너무 바빠서 말이야. 지금도 일거리에 치이는 중이고. 거기에 도착 할 때까지 몇 시간은 더 걸린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오랜만에 만나는 연인에게 전화를 거는 것처럼 말하는 백윤현에게서 나는 고개를 돌리고 입을 굳게 닫았다. 어차피 대화로 해결 될 만한 인간도 아니기에 무시하기로 한 것이다.

 -너무 쌀쌀맞은 걸? 우리가 조금 더 친해져도 손해 볼 일은 없을 텐데 말이야. 뭐 어쩔 수 없지. 승택아 거기 있지?

 “예. 하명하시지요.”

 -감시 잘 하고. 내가 도착할 때까지 잘 부탁해.

 장난스럽게 말하는 백윤현이지만 승택이라 불린 남자는 평생 앉고 가야 할 사명이라도 얻은 듯 가슴에 손을 얹고 무릎을 꿇으며 명령에 복종했다.

 -짧아서 미안한데, 진짜 바쁘거든. 그럼 이만. 다들 나중에 보자고.

 “백윤현님!”

 급작스럽게 주세희가 앞으로 나서며 활기찬 목소리로 통신을 종료하려는 백윤현에게 소리쳤다.

 카메라에 잘 잡히는 장소까지 걸어간 주세희는 상기된 얼굴로, 조금 울먹거리며 백윤현을 향해 무언가를 호소하려는 듯 붉은 입술을 뗐다.

 “저. 저는···!”

 삑-

 그러나 백윤현은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듯 냉정하게 통신을 종료했다. 검은 화면만이 남게 된 벽걸이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던 주세희는 이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흥. 결함품이 백윤현님의 관심을 받으려고 주제도 모르고 설치니 그런 꼴이 되는 거다.”

 “···결함품?”

 올려다보는 주세희를 향해 남자는 경멸과 한심함이 담긴 조소를 날리며 말했다.

 “네가 가진 은장도의 등급이 높다고 해서, 너 자신이 중요 인물이라도 된 줄 알았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만 나오는군. 착각하지 마라. 확실히 그 은장도. 로트의 능력은 대단하지만 네 녀석은 그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 해. 적합자가 없어서 그저 장식장처럼 올려놨을 뿐이다.”

 “뭐?”

 말도 안 되는 말을 들렀다는 듯 주세희는 눈가를 찌푸렸다. 그 눈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로트 안에 잠재된 능력의 절반도 쓰지 못 하는 주제에, 그 능력을 발현하기 위해 수명까지 지불해야 된다지? 조만간 망가질 장식장에게 백윤현님이 정을 붙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

 “···그만 해.”

 뭔가 찔리는 게 있는지 주세희는 흠칫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남자에게 호소했지만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

 “설사 장식장이 기적을 일으켰다 해도, 그걸로 끝일뿐이다. 변하지 않을 장식장에 감사해야 할 이유가 있나? 아니, 오히려 빠르게 망가질 일만 남았으니 더 필요가 없어질 뿐이다.”

 “권승택!!”

 “그렇게 소리 질러봤자 네 년이 실패작이란 건 변하지 않아.”

 남자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정신이 나간 듯 멍하니 있는 주세희를 내버려두고 선글라스보다 두터운 눈썹을 꿈틀거리며 내게 경고했다.

 “너도 마찬가지다. 백윤현님의 작은 관심을 받았다고 기고만장하지 마라. 쥐새끼. 쓸모없이 죽은 네 친구 꼴이 되기 싫으면 말이지.”

 “너도 마찬가지다. 백윤현님의 작은 관심을 받았다고 기고만장하지 마라. 쥐새끼. 쓸모없이 죽은 네 친구 꼴이 되기 싫으면 말이지.”

 “···반드시 다 죽여 버리겠어.”

 내 결의에도 그저 코웃음만 치며 방을 나가는 남자의 등을 노려보며, 나는 유리창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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