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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악연적
작성일 : 18-01-15 09:45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1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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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사망. 아내 사망. 아들 사망.

 

 진화의 속도는 인간에게는 참으로 긴 시간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수백만 년 때로는 수천만 년의 긴 시간에 걸쳐 인간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환경과 생활에 맞게 진화를 했다. 그래서 진화란 긴 시간을 의미하는 더딤의 미학이 만들어낸 변화였다.

 

 그런데 찬이 이번 주는 오후 근무라 월요일 오후 1시에 회사에 도착하였을 때 그가 본 진화는 너무나 빠른 것이었다. 처음 크로우가 나타났을 때만 하여도 PSWC에 속한 감시 대상자 중에서 고위험군의 자살 시도 경험자들이 죽음의 대상이었다. 그랬던 일이 찬이 처음으로 크로우를 발견한 뒤로는 진화하여 불특정 다수를 자살로 유도하는 사람을 죽이는 휴고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진화가 나타났다.

 

 찬이 감시하는 대상자 중 한 중년의 남성이 집에서 죽었는데, 그 집에는 부인과 아들이 함께 죽어 있었다. 모두가 크로우와 접촉을 했고 그 영향으로 자살을 하였다. 기존의 방식에서 완전히 새롭게 변모한 것이다. 위험군을 넘어섰고 개인으로 한정되었던 대상 선택에서도 넘어섰다. 이제는 집단화로 진화되어 가고 있었다.

 

 "이게 가능해. 이게 어떻게 가능해. 가족 전체가 최면에 걸리거나 집단 패닉이 아닌 이상 동시에 같은 생각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

 

 "나타난 현상으로는 그게 가능한 것으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다른 곳에서도 나타났어?"

 

 "예, 회식을 하던 친구들 다섯 명이 동시에 자살을 기도한 곳도 있습니다."

 

 "제기랄 더는 기다리면 안 되겠군.

  큐브, 지금까지 찾아낸 크로우 어디에 모아놓았는지 한 번 찾아봐."

 

 "그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는 큐브의 말에 놀란 찬이 모니터를 똑바로 봤다.

 "뭐야? 왜 이렇게 빨라."

 

 "지난주에 김동주 님이 알려주려고 왔다 찬 님이 외출 중이라 저에게 알려주고 갔습니다."

 

 "김동주 씨가! 여하튼 사람을 구하겠다는 열정 하나만큼은 대단한 분이야.

  그래, 거기가 어디야?"

 

 "바로 옆 시청입니다."

 

 그 말에 찬이 벌떡 일어나며

 "마틴, 민희의 월에게 연락해."

 

 그리고는 바로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큐브가 그 모습을 보고

 "어딜 가십니까?"

 

 "시청에. 내 여자친구 불러서 가보려고. 걱정 마. 이제부터 사람들 구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그는 곧장 시청으로 향하며 민희와 통화를 했다.

 

 

 어제 오후의 일이다. 찬과 민희가 어느 집 앞에 서있었다. 그들이 있는 곳의 집은 이제는 누구도 살지 않은 집처럼 빈집의 모습이 완연할 만큼 손을 타지 않은 모습이다. 두 사람은 남지태의 집을 나와 바로 여기로 왔다.

 

 민희가 앞쪽 집을 보며

 "여기는 왜 왔어?"

 

 찬이 앞쪽 집을 가리키며

 "여기가 올해 첫 사망자가 났던 집이지.

  내 담당자로는 첫 희생자."

 

 민희가 놀라며

 "어머. 언제야?"

 

 "지난 2월에. 그때는 그냥 사고이거니 했어. 아니면 치료가 덜 된 사람이거나.

  그런데 지금 와 조사하니 그게 자살을 유도하는 나쁜 휴고의 짓이었어."

 

 민희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건물을 보며 말하는 찬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괜찮아. 너무 자책하지 마. 사람 구하는 일이 다 잘 될 수는 없잖아."

 

 "그래도 조금만 일찍 알았으면 이 사람 뒤에 나타날 사고들은 막을 수 있었는데. 그걸 못 알아챘어."

 

 민희가 여전히 찬을 토닥이며

 "누가 그걸 예상이라도 했겠어. 이제는 가족 같고, 형제 같고, 이웃 같았던, 휴고가 그 일을 하게 될 줄.

 ...

  대체 어떤 휴고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누가 그런 일을 휴고에게 시킨 걸까?"

 

 그 말에 찬이 그제야 옆에 있는 민희를 봤다.

 "어떤 휴고인지 누구의 소행인지만 알면 쉽게 해결될 텐데. 문제는 그걸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거야."

 

 민희는 여전히 찬을 보고 있다가 그가 자기를 보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마치 엄마가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괜찮아라고 말할 때의 표정 같았다.

 

 "폭발한 휴고를 조사했을 거 아냐. 그걸 조사하면 바로 알 수 있을 건데. 왜 아직도 모르지?"

 

 찬이 그 말에 내심 기뻤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집에서 말했잖아. 우리 기술로는 못 찾았다고.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 말에 민희가 고개를 돌려 빈집이 된 앞쪽을 봤다. 잠시 멍하니 앞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찬을 보았다.

 

 "그 휴고들 보여줄 수 있어?"

 

 찬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뜸 대답했다.

 "그럼 보여줄 수 있지. 안 되면 내가 무조건 되게 만들게. 한 번 볼래?"

 

 그의 너무나 빠른 반응에 민희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망설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의 속내를 알았다는 표정 같기도 했다. 대답을 듣자 전자 임을 알 수 있었다.

 

 "사실 나도 호기심이 있었거든.

  보고 싶어.

  꼭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찬이 어제의 일을 회상하고 있을 때 차 한 대가 그의 앞에 도착하여 정지하였다. 그리고 열린 문으로 민희가 나왔다. 이곳은 시청 앞이다.

 

 찬이 차에서 내리는 민희에게 달려가 차에서 꺼내고 있는 검은 가방을 들어주었다.

 "어서 와. 가방 이리 줘."

 

 가방이 제법 무거웠던 모양이다. 들면서 조금은 의외라는 듯이 주춤하였다.

 

 민희가 찬의 옆에 서며

 "여기 있는 거야."

 

 "응, 여기 안쪽에 있데."

 

 찬이 가리킨 곳은 시청이다. 둥근 투명 터널 구조의 건물이 길게 이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시청 건물은 앞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독특한 투명 터널 구조로 되어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둘은 시청 안쪽으로 들어갔다.

 

 걸으면서 찬이 물었다.

 "넌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어?"

 

 "어제 이야기에서 오 박사님 이름이 나왔잖아."

 

 "그랬지."

 

 "사실은 그분과 내가 에이아이 아시모프 법칙의 알고리즘을 만들었어."

 

 "와아. 정말이야. 그때면 겨우 여섯, 아니면 일곱 살 때인데."

 

 놀라는 찬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내 기억이 틀리지 않고 며칠 전에 내가 검사한 휴고들이 모든 휴고의 하드 장치와 동일하다면.

  모든 휴고는 아직도 그때 우리가 만들어 놓은 알고리즘 체계 속에서 움직여."

 

 "그런데 아시모프 법칙이 뭐야?"

 

 "인간으로 비교하면 뇌에서 어떤 행동을 할 때 최종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행동을 선택하게 하는 곳. 그 판단이 결정되는 부분."

 

 그 말에 찬이 놀라 고개를 돌려 민희를 보며

 "그럼 휴고가 지금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면 그 아시모프 법칙에 의해 중단되어야 했던 일이네."

 

 "그래. 그래야 정상이었어.

 ...

  특히 인간의 생사와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에이아이 아시모프 법칙을 반드시 통과해야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야."

 

 "그럼 그 단계에서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이네."

 

 "그렇지."

 

 그때 두 사람의 눈앞에 시청과는 조금은 색다른 모습의 건물이 나타났다. 굉장히 넓은 큰 건물인데 위로는 단층이고 옆으로가 넓었다. 공장이나 창고 같은 건물이었다. 그런 건물이 두 개가 있었다.

 

 찬이 생소하다는 듯이

 "어? 여기 이런 건물이 있었네."

 

 "공공 휴고 창고야. 저기 뒤에 있는 건물은 고장 난 휴고 수리하거나 새롭게 제조하는 곳. 우리 가정용 휴고도 여기서 교체하고 보급해."

 

 "아! 어떻게 그걸 다 알아."

 

 "우리 휴고가 고장 나거나 더 필요하면 이곳에 요청해서 지급받아.

  이 창고 안에 필요한 곳에 보내어지를 기다리는 휴고들 굉장히 많거든."

 

 두 사람이 건물 앞에 도착하자 건물 A.I가 물었다.

 "누구십니까?"

 

 "나는 피에스더블유씨 소속의 유찬이고, 옆에 사람은 에이아이 전문가 오민희 님. 우리는 좀 전에 출입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는데."

 

 찬은 민희를 기다리며 회사 A조 관리자에게 연락하여 크로우를 모아놓은 곳에 들어갈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민희를 A.I 전문가라고 알리며 그녀라면 뭐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설득을 하여 출입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았다.

 

 문이 열리며

 "예, 확인 끝났습니다."

 

 문이 열리고 나서 둘은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다. 그 모습은 자기들 앞에 펼쳐진 어떤 형태에 놀라 당황한 모습이었다.

 

 넓은 창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어디에도 온전한 휴고가 서있는 곳은 없었다. 그와는 달리 바닥에는 파괴된 휴고들이 마치 진열해 놓은 듯이 무더기 무더기 놓여 있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검게 탄 흔적과 함께 온전한 모습이 아니라 파괴된 모습들이다.

 

 두 사람이 놀란 첫 번째 이유는 그 넓은 곳에 있었을 휴고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건 두 가지를 예측할 수 있다. 하나는 크로우 경고로 인해 그들을 잡기 위해 밖에 내놓았다는 가정과 다른 하나는 파괴된 크로우를 대신해 재 보급되었다는 가정이다.

 

 두 번째 이유는 지금 자신들의 눈으로 보고 있는 바닥의 파괴된 휴고들이다. 어떤 휴고는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것을 형태를 맞추기 위해 각 부위에 붙여 놓은 것도 보인다. 다른 어떤 휴고는 아예 머리나 팔다리 중 몇 개가 없는 것도 보였다. 완전히 박살이나 작은 부품들로 분해된 모습으로 형태만 겨우 맞추어 놓은 것도 있다.

 

 모든 휴고가 온전한 모습으로 서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 여기서 놀란 이유는 그 무더기 수가 무려 50여 개나 되었다. 그 사이 사람이나 휴고에 의해 발견되어 잡힌 크로우가 50여 대나 되었다는 사실에 그들은 놀랐다. 그 수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나 많았어?"

 

 놀라는 찬의 옆에서 민희가 중얼거렸다.

 "이럴 수는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을 수가 있지...

  그럼 우리가 만든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잖아. 그런데 왜 이제 나타나는 거지."

 

 그 말에 놀라고 있던 찬이

 "컴퓨터 바이러스 같은 그런 거 아닐까?"

 

 "에이아이는 바이러스 존재할 수 없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장치라 우리 몸의 백혈구처럼 스스로의 백신을 만들어내거나 접속 불가에 의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그런 장치도 있어?"

 

 "아시모프 법칙 삼 단계. 에이아이는 상위 단계에 저촉되지 않으면 스스로의 몸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럼 앞선 두 단계는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다. 뭐 그런 내용이야."

 

 민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뜸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놓여있는 파괴된 크로우들을 구경하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찬도 바닥에 가방을 내려놓고는 민희에게 달려갔다. 달려가는 그가 힘들었는지 가방을 들었던 팔을 휘젓고 있었다.

 

 잠시 뒤, 그제는 민희와 찬이 바닥에 앉아 뭔가를 하고 있다.

 

 민희는 검은 가방에 들어있는 장비들을 꺼내 휴고의 왼쪽 가슴 부위를 분해하고 있었다. 찬은 옆에서 그녀가 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는 중인데 신기하다는 듯이 열심히 보고 있다. 민희가 겉 커버를 분해하면 그걸 찬이 받아들어 옆에 가지런히 놓아두는 일을 했다. 둘의 작업은 마치 수술방의 의사와 간호사처럼 민희는 분해를 하고 찬은 받아주거나 도와주는 일을 착착 진행하였다.

 

 민희가 휴고의 하드 장치에 손에 들고 있던 제법 큰 탭을 연결하여 모니터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찬이 대뜸 민희가 들고 있는 탭을 빼앗듯이 잡아 자기가 잡고서 민희가 볼 수 있게 들어주었다.

 

 민희가 웃으며

 "안 그래도 되는데. 바닥에 내려두고 보면 돼."

 

 찬이 여전히 들고서

 "아냐. 이렇게 봐. 이게 편하잖아."

 

 그 말에 민희가 빙그레 웃었다.

 "어디 보자. 넌 왜 나쁜 짓을 했니. 대체 누가 널 나쁜 괴물로 만든 거야?"

 

 민희가 탭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움직여 화면을 이동시키거나 터치를 하여 버튼을 누르며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 민희의 대화하듯이 말하는 모습에 찬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렇게 기계와 대화를 하면 더 잘 알려 줘?"

 

 "그럼! 속삭여. 내가 아파요. 나쁜 사람이 날 아프게 해요."

 

 찬이 웃으며

 "장난을 치더라도 잘 봐. 이번에 기필코 찾아야 해."

 

 민희가 탭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찬을 보며

 "걱정 마. 내가 꼭 찾아낼 거야. 반드시.

  가만... 어? 이상하네. 그게 없네."

 

 민희의 말에 찬이 일순간 웃음기가 사라지고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없어?"

 

 "에이아이 아시모프 법칙 알고리즘. 최종 단계에 그 알고리즘이 있어야 어떤 명령이던 실행이 되도록 되어 있는데.

  여긴... 여긴 그게 없어. 어디에도 에이아이 아시모프 법칙 알고리즘이 안 보여."

 

 찬이 잘 모르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그게 없으면 어떻게 되는데?"

 

 민희는 찬의 질문에 그는 보질 않고 연신 모니터만 보며 대답했다.

 "들어오기 전에 말했잖아. 그게 없으면 사람의 양심이나 죄책감이 없는 것처럼 된다고."

 

 그제야 알아챈 찬이

 "그러니까 나쁜 짓을 하거나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게 된다. 그 말이네."

 

 "응,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는 절대 휴고를 만들어낼 수 없어. 금지된 방식이야.

  무조건 에이아이 아시모프 법칙 알고리즘이 있어야 해.

  어? 왜 이렇지."

 

 민희 답답한지 그제는 조금은 거칠고 바쁘게 연신 손가락으로 화면을 이리저리 밀어서 확인을 했다. 그 모습을 보다가 찬은 걱정스럽다는 듯이 주변의 다른 크로우들을 봤다.

 

 

 큰 모니터 영상에 창고 안에 있는 찬과 민희가 보인다. 두 사람은 그제는 처음 조사를 했던 크로우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른 크로우를 조사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소리도 선명하게 들렸다.

 

 열심히 뭔가를 찾는 민희를 보며 찬이 여전히 탭을 들고서 물었다.

 "그러니까 열여덟 살까지 집에서 공부할 때는 에이아이의 두뇌나 로봇의 하드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거네."

 

 민희가 눈으로는 탭의 모니터를 보며 입으로는 대답을 했다.

 "응."

 

 "그런데 왜 지금은 재 건축 일해?"

 

 민희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그건 나도 모르겠어. 일 년 휴식년제로 열아홉 살 때 놀고 나서 취업을 신청했더니 그렇게 나오던데."

 

 "오류 아냐."

 

 "몇 번을 재신청해도 같은 대답이었어."

 

 찬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이상하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공부한 일을 하던데.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던지.

  그만 둘 생각은 안 해봤어?"

 

 "했지. 몇 번이나 했는데...

 ...

  사실 그때 내 심리도 조금은 불안했던 시기라 뭐라도 하지 않으면 나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 결국은 무작정하게 됐어."

 

 "아! 그렇게 됐구나.

  잘 했다. 그냥 집에 있는 것보다 잘한 일이기는 하다."

 

 민희가 한숨을 쉬며

 "지금 생각하면 좀 후회는 되지. 이걸 계속 연구하고 있거나 그와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있었으면. 지금의 사태를 조금이라도 일찍 막을 수 있지는 않았겠나 하고."

 

 찬이 빙그레 웃으며 민희를 봤다.

 

 민희가 자기를 보며 웃는 찬을 보며

 "왜 웃어? 얼굴이 이상해?"

 

 찬이 여전히 웃으며

 "아니. 그냥. 운명의 장난이 그때는 필요하지 않고 지금은 필요했기 때문에 시간을 준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느라."

 

 "그건 무슨 말이야. 시간을 주다니?"

 

 "나에게. 나에게 널 만날 수 있는 시간."

 

 민희가 그제야 뜻을 알고는

 "아! 인연을 맺어줄 시간.

  피. 끼워 맞추기는 잘 해요."

 

 두 사람이 창고 안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은 PSWC 3구역의 A조 관리자와 B조 관리자였다. 두 사람은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A조 관리자가

 "찾을 수 있을까요?"

 

 B조 관리자가

 "저 여자라면 충분히 찾을 거야."

 

 "아는 사람입니까?"

 

 "응, 잘 알지."

 

 "그런데 왜 저런 사람이 자기 전공 일을 하지 않고 재 건축 일을 했을 까요?"

 

 "그 당시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어.

  우리가 그렇게 결정되도록 만들 수 밖에 없었어."

 

 B조 관리자의 대답을 들어보면 민희의 직업 선택에 그가 관여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었던 겁니까?"

 

 "반드시 보호해야 할 사람이었어. 우리 입장에서는.

  혼돈 시기에는 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받쳤던 사람이기도 해.

  저 사람만을 위한 가드 부대가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그 대원들 중에 한 명이 조희태잖아."

 

 "아! 그랬군요. 대단히 중요한 사람이군요.

 ...

  그래서 숨겼던 겁니까?

  자기 일 못하게 하고."

 

 그 말에 B조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우 보관소의 풍경이 조금 변했다. 두 명이 처음 이곳에 올 때의 모습과 완연히 달라진 모습은 거의 모든 휴고들 가슴이 분해되어 있다는 것이다. 민희는 또 다른 휴고의 가슴을 분해하여 탭을 연결하고 있었다. 찬은 그런 민희의 탭을 여전히 들고서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찬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고

 "어때? 이번에도 같아."

 

 민희가 탭을 보며

 "응 같아. 모두가 하나같이 없어."

 

 "그럼 뭐야?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이렇게 만들어졌다는 거야. 언제 만들어진 건데?"

 

 그 말에 민희가 그제야 뭔가를 알았다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찬을 봤다.

 

 그 눈길에 찬이 놀라

 "왜? 내가 잘못 말했어?"

 

 민희가 손을 탭 너머로 넘겨 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니, 잘했어. 그걸 미처 생각 못했는데. 네가 찾았어."

 그리고는 바쁘게 탭 화면을 손가락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잠시 뒤, 모니터만 보고 있던 민희가 고개를 들어 찬을 봤다. 그녀의 얼굴이 기뻐하는 표정이다.

 "2034년 식인데. 2034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2034년이면... 우리 7살 때니까..."

 

 "우리가 에이아이 아시모프 법칙 알고리즘을 완성한 해야. 그렇다면 혹시..."

 

 "왜? 그 이전에 만든 휴고라고."

 

 민희가 찬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휴고 가슴에 끼워놓았던 선들을 뽑더니 찬이 들고 있는 탭을 낚아채서 들고는 다른 휴고에게로 달려갔다.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찬은 그저 선 채 그 모습을 보기만 했다. 다른 곳에 도착한 민희는 탭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바로 선들을 연결하여 검사를 했다. 그러더니 뭔가를 찾았는지 고개를 들어 찬을 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거다. 이거.

  이 휴고들 그때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로봇들이었어.

  휴머노이드 로봇."

 

 소리치는 민희의 말에 찬이 그녀에게 다가가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휴머노이드!

  그건 예전에 없어졌는데."

 

 민희는 다시 탭을 보며

 "몸 안에 소형 에이아이를 장착한 로봇.

  기억나지. 우리를 키워주었던 휴머노이드.

  그것과 같은 형태의 로봇이야."

 

 찬이 그제는 민희 옆에 다가서서

 "에이아이가 장착된 로봇!

  그건 혼돈 시기 중반에 다 없애고. 마지막에는 솔저 로봇인 풋맨 같은 것들만 남았을 건데."

 

 "아냐. 오 박사님 돌아가시고 나는 혼자 살았는데. 그때 나와 같이 살았던 로봇도 이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었어..."

 민희가 빠른 말로 생각을 뱉어내다가 뭔가 떠올랐는지 말을 중단하더니 잠시 생각하고는

 "아! 아니다. 그때 휴머노이드는 에이아이 아시모프 법칙이 있었다.

  그렇다면... 너 말처럼 풋맨인가?"

 

 "맞아. 다른 건 지금 같은 방식으로...

  아! 지금 방식이지!

  지금 휴고들의 얼굴 형태나 몸 형태가 풋맨에서 왔어.

  그래! 그거다. 사람 형상의 휴머노이드 없애며 풋맨 모습을 이용했잖아.

  그럼 이게 그 풋맨일 수 있겠네."

 

 찬이 민희 앞에 와서는 앉지도 않고 멍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그가 놀란 것은 특별한 어느 종류의 휴고가 사고를 일으켰는데 그게 솔저 로봇인 풋맨이라는 사실이었다.

 

 앉지 않고 서있는 찬을 민희가 고개를 들어 보며

 "바로 그거야. 이제 찾았다.

  이 휴고 예전에 보안 담당 부서에서 일하던 풋맨 휴고야."

 

 "풋맨 휴고는 전쟁용 로봇이라 사람을 죽여야 해서 에이아이 아시모프 법칙을 넣지 않았겠지!"

 

 "그래서 우리가 만든 알고리즘이 없었구나!"

 

 찬이 그제야 민희 옆에 앉아 탭의 모니터를 보며

 "어디 소속이야? 군이야 아니면 다른 기관이야?"

 

 민희가 모니터 화면을 손가락으로 이동하더니 뭔가를 찾고는 말하다가 놀란 듯이 고개를 들어 찬을 봤다.

 

 "피. 에스. 더블유. 씨.

  그렇게 적혀 있는데.

  피에스더블유씨 특별 보안팀.

  어? 거기면... 너, 여기 들어올 때 네가 했던 회사 이름이잖아."

 

 그 말에 찬의 얼굴이 굳어졌다. 민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기 회사의 이름이었다. 찬은 생각했다.

 

 '우리 회사 특별 보안팀?

  그런 부서가 있었나?

  예전에 있던 부선가?

  지금은 우리 같은 감시자와 관리자가 전부인데. 관리자 밑에 있는 P-휴고까지가 다야.

  휴고라고 해봐야 사무실 관리나 아니면... 레온이나 로이처럼 대원들을 도와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하는 게 전부야.

  그럼 대체 특별 보안팀은 또 뭐야?

  이건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야.

  왜 이런 게 있어야 했지. 그것도 솔저 로봇처럼 인간을 살상하거나 다치게 할 수 있게 특별한 알고리즘을 제거해야 하는 로봇을.'

 

 찬이 생각하는 사이 민희가 연신 PSWC가 어떤 곳이냐고 물어봤지만 그는 대답을 못 했다. 안 한 것이 아니라 생각에 빠져 못한 것이다. 그렇게 한참 생각의 함정에 빠져 있다가 어느 정도 벗어날 때쯤이다.

 

 민희는 그새 다른 곳에 가서 다른 휴고를 조사하고 있었다.

 "유민태.

  담당자가 유민태야.

  유민태."

 

 찬은 민희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할아버지."

 

 그 소리를 민희가 들었나 보다.

 "뭐라고 했어? 지금 뭐라고 했지."

 

 그제야 당황한 찬이 벌떡 다급히 민희에게 걸어갔다.

 "아냐, 아무 소리도 안 했어.

  누구라고? 누구라고 했지?"

 

 "유민태. 여기 명령권자가 유민태라고 되어 있어."

 

 찬이 민희 옆에 와서 탭을 보며

 "그게 어디 있어."

 

 "여기 에이아이 아시모프 법칙 알고리즘 자리에 최종 명령권자로 유민태라는 사람이 올려져 있어.

  이 사람의 명령이 떨어지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다치게 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야."

 

 찬은 다시 아무 말도 못 했다. 그 이름의 장본인이 누구인지 그는 너무 잘 알았다. 유민태는 찬의 할아버지다. 그리고 그분은 PSWC를 제일 처음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초대 PSWC 국장 유민태.

 

 자기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지금 민희에게 말할 수는 없다. 어차피 지금까지 PSWC 존재 자체를 숨기고 있던 터라 유민태라는 이름이 오르내려도 별달리 할 말도 없었다.

 

 민희가 여전히 탭을 보며 설명했다.

 "예전에 이 사람의 명령만 있으면 솔저 로봇이 되도록 된 풋맨 휴머노이드야. 그걸 여기 보면... 그러니까... 그래, 여기."

 

 뒤에 이어진 민희의 말에 따르면 2045년에 개조를 했단다. 휴머노이드에서 지금의 휴고로. A.I 장치를 제거했고 그 과정에 프로그램을 새롭게 덧입혀서 솔저 명령 알고리즘을 없앤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A.I 아시모프 알고리즘과 풋맨 알고리즘이 두 개 동시에 있다가 누군가의 명령에 의해 일순간에 과거의 풋맨 알고리즘이 복원되어 지금의 형태가 된 것이다.

 

 민희가 마지막에 유민태라는 명령권자 이름을 지목하며

 "유민태, 이 사람, 그를 찾으면 명령한 사람을 알 수 있을 거야. 아니면 이 사람일 수도 있고."

 

 찬이 그제는 담담히 말했다.

 "만약에 그 사람을 찾을 수 없거나 아니면 혼돈 시기에..."

 

 찬이 뒷말을 이어가지 못 했다. 아마도 죽었다면 이란 가정을 붙이고 싶었던 모양인데. 엄연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알고 있는 할아버지를 죽었다고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젠 강제로 작동을 중지시킬 방법을 생각해봐야지.

  어느 분류의 휴고인지 알았으니 그에 따른 대응을 강구하면 가능할 수도 있을 거야."

 

 찬이 그제야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그럼 그것부터 알아보자.

  요즘 같은 시기에 누군가를 찾기는 어려워. 워낙에 혼돈 시기... 그때가 그렇고 그랬잖아. 알지."

 

 민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 그럼 이 프로그램들을 카피해서 집에 가지고 가야겠다. 여기서 조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그렇게 하자. 나도 어디를 가야 하는데 깜빡 잊고 있었다. 자, 정리하고 집에 가자."

 찬이 갑자기 서둘렀다.

 

 민희가 서두르는 찬에게

 "잠깐만 열어 놓은 것들은 다시 다 덮어야지."

 

 찬이 민희를 말리며

 "아냐, 아냐. 그럴 필요 없어. 어차피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조만간에 분쇄되어 고철이 될 물건들이야. 네가 해결책만 찾으면 바로 재활용 기계에 들어갈 것들이야. 그냥 가면 돼."

 

 찬은 돕겠다는 듯이 민희 옆에 와서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갑자기 뭐 마려운 사람 같은 모양새였다. 뒤가 급해 서두르듯이 그녀를 독촉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당황한 듯이 그녀가 멍하니 보았다. 왠지 그가 너무 서두르는 것이 이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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