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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가출 공주님을 경호하라!
작가 : 머리식히기
작품등록일 : 2017.11.24

(황녀님, 먼치킨, 로판, 나쁜 남주 등)


"그래, 그럼 고향이 어디세요?"

"...이름 없는 숲 속."

"흐음. 그럼 그 숲 속에는 샛길이 많았겠군요. 시발에 새끼..."

"뭐라고? 시발새끼?"

...대충 이러고 서로 치고박는 미친 마법사 경호원(저승사자)과 철없는 공주(가출 공주님)님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납치(2)
작성일 : 18-01-15 00:33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6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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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음…”

 

 저승사자가 자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본인 역시 어제의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었던 세이라 공주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감겨있던 눈을 살며시 떠보았다. 잠에서 막 깬 공주는 당연히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 뭐지?’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가 그녀를 업어가고 있었다. 정말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세이라 공주는 푹 잔 것이었다. 잠시 멍하니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로브의 후드를 뒤집어 써 누구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헉!’ 하고 놀라며 정체를 모르는 남자의 등을 사정없이 때리려다가… 남자의 체취를 맡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승사자, 특유의 약간 타는 듯 한 냄새가 남자에게서 나고 있었다.

 

 ‘근데 그새 나 잠들었구나.’

 

 세이라는 다시 저승사자의 등에 얼굴을 기대었다. 사실 깨어났다고 말하며 내려도 상관이 없겠지만… 솔직히 업혀있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고개를 살짝 휙휙 저었다. 그건 그렇고… 이 몹쓸 남자가 감히 잠들어있는 사이에 내 몸에 손을 대다니! 무례해! 그러나 생각은 이렇게 하면서도 그녀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입가에는 살며시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 남자의 등… 그냥 볼 때는 몰랐는데 업혀있으니까 꽤 넓구나. 단단하고…’

 

 세이라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물론 이 남자가 판게아 대륙에서도 압도적인 힘을 가진 마법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그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그녀의 눈으로 몇 번이나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가끔 어떻게 이 몸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 지 싶었다. 그러나 막상 저승사자에게 업혀있으니… 조금은 실감이 가는 것 같았다.

 

 “읏챠.”

 

 “!!!”

 

 그때 난데없이 저승사자가 한 번 세이라 공주를 튕겨 올렸고 그의 몹쓸 손이 가출 공주의 엉덩이와 허벅지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었다. 세이라는 그 순간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부끄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제야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온 것이다.

 

 ‘으으으. 나 무겁지는 않을까? 그리고 땀도 많이 흘렸는데… 으으으.’

 

 정말 부끄러워 미칠 지경인 세이라 공주였다. 그러나 그래도 저승사자에게 이제 일어났으니 내려달라고는 죽어도 말하지 않는 그녀였다. 부끄럽지만 그게 싫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세이라는 저승사자의 등에 얼굴을 기대 그를 느끼다가 다시 화들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가슴이 저승사자의 등에 닿는 것은 당연했던 것이다. 물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녀는 그래도 사일런스 제국의 제 1 황녀였다. 부끄러움이 폭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 어떻게 해야 하지? 그, 그건 그렇고 이 남자 일부러 나를 업은 거 아니야? 생각해보니까 깨웠으면 되었던 거잖아? 왜 업은 거지? 서, 설마 나를 이상한 곳으로 끌고 가려고?!’

 

 가출 공주님의 머릿속에서 세이라x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아침에 저질렀던 한 편의 영화 같은 망상이 다시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한편 저승사자는 그녀가 그러거나 말거나 어디에서 쉴 곳을 찾고 있었다. 세이라 공주는 생각보다 굉장히 가벼워서 놀랐지만… 그래도 이 더운 날에 계속해서 업고 다니는 것은 아무리 그라고 할지라도 힘들었다. 솔직히 무게보다 더위 때문에 저승사자는 미칠 지경이었다. 그나마 위안은 세이라 공주의 부드러움을 등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 정도였지만 계속 없고 다니다보니 그 위안이 익숙해져 더 이상 위안이 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저승사자는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리고야 말았다.

 

 “팔 아파 죽겠네…”

 

 “우우우!”

 

 그 순간 황홀한 망상을 하고 있던 가출 공주님의 세상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저승사자는 물론 그녀를 놀린 생각으로 한 말도 아니고 사실 무겁다고 한 말도 아니었지만 저 말은 세이라가 무거워서 팔이 아프다고 들릴 여지는 분명히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저승사자는 세이라의 달콤한 분위기가 깨진 것도 모르고 머리 위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살짝 돌린 뒤 말했다.

 

 “어? 깼어?”

 

 “네, 깼네요. 무거워서 미안하네요! 그러니까 내려주세요!”

 

 후드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그녀의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세이라가 토라졌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저승사자는 이 여자가 또 왜 이러나 싶었지만 일단 그녀가 원하는 대로 조심스럽게 세이라를 내려주었다. 그녀를 내려주자마자 팔의 피로가 어느 정도 가시는 것 같았다. 저승사자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대충 훔친 뒤 세이라 공주를 바라보았다.

 

 “왜, 왜? 왜 그렇게 또 토라졌는데.”

 

 “아니거든요! 안 토라졌거든요!”

 

 “아, 아니…”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세이라의 표정을 보면 누나 왜 화가 났냐고 물어볼 무시무시한 표정이었다. 아니, 무시무시하다기보다는 귀엽다고 해야 하나?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휙 돌리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분명히 귀여웠다. 물론 당사자는 그런 줄 모르고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저승사자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아낸 뒤 물었다.

 

 “얼굴만 봐도 나 삐졌다고 말해주고 있는데 뭐가 아니야. 내가 또 뭐 잘못했냐?”

 

 “그런 거 아니거든요. 자고 있는데 몰래 납치하려고 해서 화가 난 거거든요!”

 

 “기가 막혀서. 그럼 그곳에 주구장창 있게? 너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냐?”

 

 “네.”

 

 그녀의 단호하고 담백한 말에 저승사자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뭐, 이런 미친 여자가 다 있단 말인가. 물론 저승사자가 그녀를 업고 나온 것은 연극이 끝나기 전이었지만 그녀의 조금 전 상태를 볼 때 연극이 끝나고도 한참 뒤에 깨어났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기껏 공주 생각해서 그런 난잡한 곳에서 빠져나와준 것인데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그러나 여기서 함부로 싸워서 주위의 이목을 끄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 정도는 저승사자는 인지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10초 정도 센 뒤에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안하다. 그러니까 화해하자. 응?”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부터 문제에요. 정말로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거예요? 그런 거예요?”

 

 그녀의 말에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 저승사자였다. 아니, 조금 전에 토라지지 않았다면서, 이 여자야! …라고 저승사자는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애써 그 말을 목구멍 너머로 꾹꾹 눌러 넣은 저승사자는 이번에는 한숨을 몇 번 내쉬었다. 그래, 참자. 참아. 이 망할 여자가 이러는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냥 이번에도 또 미쳤구나하고 생각하지, 뭐.

 

 …아니, 못 참아! 내가 그런 것 다 참고 그랬으면 이런 악명은 가지고 있지 않았을 거다! 저승사자는 이제 대놓고 세이라를 노려보았고 그녀도 질 새라 저승사자를 노려보았다. 만약 두 사람에게 꼬리가 있다면 두 사람 모두 꼬리가 빠짝 세워져 바르르 떨리고 있을 것이다. 저승사자와 가출 공주님은 마치 아기 고양이와 강아지처럼 서로를 으르렁거리며 바라보다가 누가 먼저라고 할 새도 없이 ‘흥!’ 하고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아니,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던데 왜 싸워?”

 

 “싸워라! 싸워라!”

 

 그러나 얼굴을 가리기는 했지만 두 사람의 존재감은 후드 로브 따위로 감추기에는 무리가 있었는지 그새 사람들이 모여들어 저승사자와 가출 공주님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특히 세이라 공주는 걷는 것만 봐도 ‘나 고귀한 사람임’ 이라고 광고하는 꼴일 정도로 기품이 넘쳐났기에 더욱 그러했고 저승사자는 그렇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를 위압감에 존재감이 넘쳐났다. 그런 두 사람인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승사자가 가출 공주님을 업고 돌아다녔기에 존재감은 배가 되었고 또한 그렇기에 두 사람을 부부 혹은 연인이라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의 그런 모습에 저승사자와 가출 공주님은 다시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뒤 말했다.

 

 “…휴전하자.”

 

 “그, 그래요. 일단은 휴전하죠.”

 

 결국 두 사람은 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승사자는 다시 가출 공주님의 손을 잡고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황도 전보국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차피 저승사자는 조만간 벌일 작전을 위해 두 곳에 전보를 보내야만 했다. 저승사자는 평상시에 기본적으로 집과 황궁만을 돌아다니는 사람. 이곳은 집과 황궁 두 곳에서 모두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즉 이번에 처리하지 않으면 귀찮게 또 이곳에 와야만 했던 것이다. 저승사자는 세이라 공주를 돌아보았다.

 

 “…”

 

 일단 휴전을 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삐진 듯 볼을 부풀리고 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정말 뭐야, 이 미친 여자. 화가 났으면 왜 화가 났는지 알려주고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과하면 일은 수월하게 끝난다. 그런데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냐로 공격하니… 이 여자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여자들 대부분이 이렇게 대응하는 것인지 저승사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전자라면 이 여자가 미친 것이고 후자라면 여자 전체가 미친 것이라고 저승사자는 생각했다. 합리적이지 않게 뭐하는 거란 말인가, 도대체. 스피카는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랬나? 솔직히 확신할 수 없는 저승사자였다.

 

 “나 잠깐 전보 좀 보내고 싶은데… 조금 오래 걸릴 거라서 말이야.”

 

 “…하! 갔다 오세요. 언제부터 그렇게 배려심이 깊었다고.”

 

 “…너 진짜!”

 

 다시 한 판 붙으려던 저승사자와 가출 공주님이었다. 그러나 곧 저승사자는 옅은 한숨을 내쉰 뒤 전보국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진짜 아무리 미친 여자라고는 하지만 저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러나 또 싸웠다가는 밑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무시하기로 결정한 저승사자였다. 그렇게 저승사자는 가출 공주님으로부터 멀어졌다.

 

 “…”

 

 한편 그런 그의 뒷모습을 가출 공주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도대체 뭐란 말인가, 저 남자. 아니 데이트 나와서 자기 볼 일 있다고 여자를 내팽개치는 남자 있으면 한 번 나와 보라고 해라! 볼 일이 설령 있다고 할지라도 지금은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게다가 가출 공주님은 황녀였다. 신분을 따지고 들고 싶지는 않지만 어느 미친 사람이 황녀를, 그것도 세계 최강대국인 사일런스 제국의 제 1 황녀를 내팽개치고 자기 볼일이 우선이라고 휙 가버린단 말인가. 정말로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몹쓸 남자였다.

 

 “…왜 다시 싸우게 된 거지…”

 

 세이라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저 남자에게 무겁다는 말을 듣자(물론 저승사자가 그럴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수치스러웠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웃어넘길 수 있었을 텐데 왜… 가출 공주님은 풀리지 않는 의문에 답답할 따름이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저승사자에게는 자신의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그에게는 농담이라도 저런 말을 듣는 것이 거북했다. 차라리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서로를 없는 취급하는 것이 더 나았을까?

 

 ‘어? 왜 가슴이 욱신거렸지, 방금?’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의 가슴이 욱신거렸다. 그것은 싫었다. 물론 저 남자를 용서한 것은 아니다. 아니, 싫어한다고. 하지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묘한 매력이 분명히 있었다. 아니, 솔직히 까놓고 말해 입만 다물고 있으면 굉장히 좋은 남자임에는 분명하다.

 

 외모는 일단 그녀가 여태까지 봐왔던 모든 남자들보다 잘 생겼다. 물론 그녀가 많은 남자를 본 적이 없고 또 볼 수 없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고귀하다는 남자들과 그 중 잘생긴 남자들도 많이 봐왔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과 마찬가지인 온실 안의 화초였다. 그러나 저승사자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혹독한 기후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온 잡초였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그의 몸을 봤을 때 그녀는 그제야 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몸이라고 표현하기 힘든 수많은 흉터들. 처음에는 징그러웠다. 그러나 그것이 이 남자의 인생처럼 느껴지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너무나도 불쌍했다. 왜 저 남자가 저렇게 삐딱해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상처 하나하나가 얼마나 아팠을까? 그리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런 상태에서 오히려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거싱 비정상이 아닐까? 빛나는 세계에서는 어둠을 볼 수 없지만 어두운 세계에서는 빛이 어떤지 볼 수 있다. 얼마나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꼈을까?

 

 ‘…흥! 트, 특별히 이번에는 용서해줘야지. 다음에는 어림도 없어요.’

 

 그녀는 결국 몹쓸 저승사자를 용서하기로 마음먹고는 저승사자가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러나 그때… 세이라는 자신의 등을 뾰족한 무언가가 찌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쉬잇! 조용히 따라오시면 다치게 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가출 공주님.”

 

 “!!!”

 

 그녀는 다급히 고개를 뒤로 돌리려고 했지만 남자가 등에 겨누고 있는 단검에 더 힘을 주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 제가 누군지 아세요?”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조용히 따라오시면 다치시지 않을 거라고요, 가출 공주님. 따라오시죠. 안심하시길. 일단은 다치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녀는 분노에 불끈 쥔 두 손을 바르르 떨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시키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저승사자 씨…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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