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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무지개의 소리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10.31

눈을 감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경쾌한 붉은 소리부터 무거운 보랏빛 소리까지.
필사적으로 전하려는 그 마음 가득한 무지개의 소리가.
네가 알려준 그 소리가.

 
8
작성일 : 18-01-13 21:49     조회 : 312     추천 : 0     분량 : 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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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신이시여!! 어째서 돈까스는 1인당 하나뿐이란 말입니까!”

 

  정환이 절규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튀긴지 시간이 꽤 지나 눅눅한 돈까스를 입으로 밀어 넣었다. 역시 맛이 없었다. 맛없는 돈까스를 우물거리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눅눅한 돈까스를 못 먹어서 저렇게 애달아한다니. 물론 그 기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이 최악의 학교 급식 안에서 먹을 만한 건 돈까스가 다니까.

 

  “저기, 또 너 쳐다본다.”

 

  정환의 말에 빠르게 고개를 돌리니 또 그 스토커 자식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도대체 뭘 어쨌다고? 평생에 단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는 상대가 자신을 쫓아다니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다시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분명 나는 저 녀석을 본 적이 없는 데, 어째서인지 낯이 익었다. 같은 동네에 사는 건가? 지나가다 한 번 본 사람인가?

  아닐거다. 지나가다 어쩌다 한 번 본 사람이 나를 저렇게 열정적으로 쫓아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근데 너 진짜 둔하기는 하구나.”

 

  “뭐가?”

 

  “쫓아다닌지 꽤 되는 것처럼 보이던데. 다른 애들한테 물어보니까 꽤 유명하더라고. 학년도 낮은 녀석이 자꾸 우리 학년이 쓰는 층에 찾아오니까.”

 

  그다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던 것은 확실하다. 나는 줄곧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있었으니까. 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 스케치북에 매일 화풀이를 하고 최근엔 나기, 그 녀석의 등장으로 더욱 속이 시끄러워졌으니까.

 

  “네 여자친구... 가 아니라고 했던가? 어쨌든 그 여자애랑 같이 있을 때는 더 무서운 눈으로 노려본다던데? 진짜 쫓아가서 완전 죽일 정도로.”

 

  치정싸움 아니냐며 정환이 물었지만 난 꿀밤으로 응답했다. 나기, 그 녀석이랑 만나기 전부터 나를 쫓아다녔다면 나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이다.

 

  “오늘도 가냐?”

 

  “어디를?”

 

  “벽화.”

 

  “아니.”

 

  짤막하게 답했다. 오늘은 벽화를 그리는 날이 아니다. 지루한 미술학원에 틀어박히는 날이지. 점심을 먹으면 그림도구와 가방을 챙겨 학원으로 직행해야 했다. 그 사실을 떠올리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 가기 싫다.

 

  “먹고 바로 가? 아니지? 방학이겠다. 학원 좀 늦게 가도 상관없잖아?”

 

  옆에서 묵묵하게 밥을 먹던 건우가 밥을 다 먹었는지 턱을 괴고 물어왔다. 바로 학원에 가지 않아도 상관없었지만 그렇다고 학교에 남아 특별히 할 일도 없던 나는 눈을 껌뻑였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무언가 일이 있어서 나를 남으라고 하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학교에 조금 더 머물면 혹시라도 녀석이 늦게라도 나타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 큰 뜻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책상 서랍에 넣어둔 노트와 감상문을 빨리 주고 홀가분해지고 싶을 뿐. 물론 그 다음 소설을 들고 나타나서 이거 읽어! 라며 또 다른 과제를 내줄지도 모르지만.

 

  “야, 한여름?”

 

  “늦게 가도 상관은 없는 데... 무슨 일 있어?”

 

  “아니, 요새 너 우리랑 많이 못 놀았잖아. 같이 놀자고.”

 

  칙칙한 사내들이 모여서 뭐하고 놀자는 건지...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여자애들처럼 수다를 떠는 것도 아니고. 내 표정을 읽은 것인지 건우가 식판을 들고 일어나며 말했다.

 

  “간만에 그거 하자. 쌤들한테 걸리면 혼날지도 모르지만.”

 

  “날 죽여라.”

 

  ‘쌤들한테 혼날만한 놀이’라는 단순한 소리에 무슨 놀이를 하는 것인지 순식간에 깨달은 난 인상을 팍 찌푸렸다. 이놈들이 간만에 나랑 논다고 나를 아주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밥 먹고 애들 모이기로 했어. 꼭 껴!”

 

  “인원수 부족해서 나 끼우는 거지?”

 

  “어떻게 알았냐? 너랑 놀기 죽도록 싫은데 어이쿠! 인원이 없네? 너 없으면 인원수 안 맞아. 그냥 와서 박아.”

 

  참 말도 곱게 한다.

  저 말투로 보아하니 내가 밑에 박히는 역할이라는 건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내가 가위바위보도 엄청 못하고 체력도 거지같지만.

  정환이는 내 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이놈들이 하자고 조르는 놀이는 우리나라의 전통놀이이자 사람이 죽어나가는 극악의 놀이, 말뚝박이가 되시겠다. 날아서 위에 올라타는 사람들이야 즐겁겠지만 밑에 깔려서 버텨야 하는 불쌍한 사람들은 죽을 것 같은.

  그림을 그려야할 손을 다칠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 항상 거절하던 놀이인데 저 녀석들의 웃음을 보아하니 이번에는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늘 안 놀아주고 그냥 학원으로 가면 내일이 고달파질 것이 뻔히 보였다.

 

  “한 번만이야. 한 번만.”

 

  딱 한번만 게임을 하겠다 이야기한 입은 어느 입일까?

  점심을 먹고 나서 건물 뒤편에 모여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나는 내 입을 저주했다. 내일이 고달파지든 말든 그냥 갔었어야 했다. 뭐가 되었든 간에 그냥 학원으로 직행했어야 했다.

  놈들이랑 오랜만에 놀 수 있다는 기대감과 녀석이 늦게나마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한 몇 분 전의 나를 향해 욕을 날려주고 싶었다.

 

  “윽!”

 

  짧게 신음을 흘리며 이마에 송골송골하게 맺힌 땀방울을 떨구며 나는 인내했다. 도대체 왜 이런 고생을 놀이라는 이름으로 사서하고 있는 것인지 내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과거에 이런 놀이를 만들어내신 선조님들.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이거 사실은 누구 하나 괴롭히려고 만들어낸 놀이죠? 그런 거죠? 대놓고 괴롭히는 중이라고 하기 그러니까 놀이라고 거짓말한 거죠?

  이를 악 물었다. 건우 녀석이 내 위로 착지하는 그 순간, 척추에 금이 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나쁜 자식! 일부러 더 세게 나한테 떨어진 것이 분명했다. 잠시 후에 들리는 가위바위보 소리와 환호소리.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욕이 입에서 방언처럼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것을 꾸역꾸역 참았다. 우리 팀이 또 진거다.

 

  “나 안 해!”

 

  결국 자빠졌다. 안 하겠다며 드러누웠다. 건우가 키득거리며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사내놈이 그것도 못 버티냐?”

 

  “이 태양빛 아래에서 내가 도대체 왜 이걸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허리를 쫙 피니 우득하고 뼛소리가 신명나게 관절 마디마디에서 비명을 토해내었다. 이러다가 진짜 골병들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쳐서 헉헉거리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고개를 돌리자 주차된 선생님들의 차량 뒤쪽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남자스토커가 눈에 띄었다.

 

  “저 놈은 여기까지 쫓아와서 쳐다보네.”

 

  “손!”

 

  “뭐?”

 

  나는 눈을 껌벅였다. 여태까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녀석이 버럭 ‘손!’하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사고회로가 순간 마비되었다. 손? 손이 어쨌다고?

 

  “너...”

 

  자리에서 일어나 녀석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녀석은 또다시 빠르게 도망갔다. 뭐지? 뭐라는 거지? 손? 손이 어쨌는데? 흙이 묻은 손을 탁탁 털어냈다. 무슨 소리를 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손 내밀으라고 한 거 아냐?”

 

  건우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건우는 조신하게 앞발을 내미는 귀여운 강아지의 흉내를 내며 놀려대었다. 나는 살의를 가득 담아 건우의 다리를 향해 힘차게 발길질을 했다.

  그렇게 한 번 차고 나니 가슴이 후련해졌다. 이 더운 땡볕 아래에서 말뚝박이를 시킨 것도 모자라 개 취급까지 하다니. 혼자 후련함에 빠져있는 그 때, 오른 손에서 쓰라림이 느껴졌다. 따끔따끔 거리는 느낌에 내려다보니 피가 번져 나오고 있었다. 손목을 다치지 않아 그림을 그리는 것은 괜찮겠지만 꽤나 불편해 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인상을 찌푸렸다.

 

  “다쳤냐?”

 

  한심하다는 듯 말하는 건우의 정강이를 한 번 더 차려하는 데 알람이 울렸다. 이제 정말 학원에 갈 시간이었다. 이렇게 몸을 쓰며 노는 것은 꽤나 오랜만이라 더 놀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역시 하다가 죽을 것만 같은 말뚝박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가방을 둘러맸다.

 

  “나 이제 간다.”

 

  더 이상 잡지 말라는 말을 남기며 손을 휘휘 젓자 같이 말뚝박이를 하던 친구들의 얼굴에서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물론 나와 함께 더 놀을 수 없게 되어 속상하다는 뜻이 아닌 요즘 여자랑 단 둘이 놀고 있는 나를 더욱 괴롭히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저 속에서 놀고 있었다니 내가 정신이 나갔지.

  그렇게 무리에서 나와 운동장을 걸어가는 데 계속해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스토커가 눈에 띄었다. 뒤통수가 따끔한 시선을 느꼈다. 여기서 한 번 더 한눈을 판다면 정말 학원 선생님께 혼나고 부모님께 혼나는 콤보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저 묘하게 기분 나쁜 스토커를 얼른 물리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숨어서 보고 있던 스토커가 몸을 움찔거렸다. 여자도 아니고 같은 남자한테 이렇게나 뜨거운 시선을 받는 것은 정말 몸서리처지는 일이라 나는 성큼성큼 녀석을 향해 걸어갔다.

 

  “왜 사람을 기분나쁘게 숨어서 쳐다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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