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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재회
작성일 : 18-01-13 09:43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9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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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경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원준과 상민은 PS 뭐라는 곳에 대하여 조사를 했다. 그런데 촛불에 의해 나라가 변화되기 이전의 정부 기관을 모두 다 뒤져 봤지만 PS 뭐라는 기관은 없었다. 특히 상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추론해보면 자신들이 도둑질을 했던 그 사람을 빨갱이로 만들면서 그 기관이 나타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빨갱이라는 말과 관련이 있어야 했다.

 

 10여 년이 지난 일이지만 당시의 뉴스나 자료를 검색한 결과 특이한 사실 몇 개가 나왔다. 촛불에 의해 나라가 바뀌고 나서 나온 사실인데. 그 당시에 정부를 비판하던 세력에 대하여 댓글을 달던 댓글 부대 일과 그 사람의 이야기와 비슷한 빨갱이라는 이유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페널티를 주거나 사찰을 했던 정황이 있었다.

 

 상민이 자료를 보며

 "이런 일을 한 곳이 두 군 덴데. 하나는 정보기관이고, 하나는 군대 기관이야."

 

 원준도 자료를 보며

 "대통령이나 권력자들의 자의적 생각에 따라 국가기관이 국민을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선택을 했어. 자기 국민을 적으로 만들어 놓고 자신의 생각에 맞게 조종하려고 했어."

 

 "하지만 여기는 PS 뭐라는 곳이 없어."

 

 "내가 보고 있는 자료에도 그런 이름의 기관은 없어."

 

 "감찰관을 찾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그 직책은 모든 회사에 다 있잖아. 특히 정부 기관이라면 더 많을 건데 그걸 다 어떻게 찾아.

  거기다 20년 전부터 10여 년 전까지의 기록을 다 찾아 봐야 하는데."

 

 "PS 뭐라는 기관을 찾고 그 안에 있는 감찰관을 찾으려고 하니 막혀서 그러지.

 ...

  휴우... 없는 기관 같아."

 

 "너희 고향 사람들은 분명히 그렇게 알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런 이름을 말하던데. 그렇다면 확실한 거 아냐?"

 

 "확실하기는 확실하지. 우리 모두가 그렇게 알았으니까.

  도둑질한 남의 글로 대학 가는 것을 우리가 걱정하면 학교 선생님부터 부모님까지 항상 하시는 말씀은 하나 같았어."

 

 "뭐라고 하셨는데?"

 

 "PS 뭐라는 곳이 눈 감아 주고 있으니까 그런 글로 마음대로 대학 가도 괜찮다고.

  우리 동네 사람들이 그 빨갱이 감시하는 대가로 그가 쓴 글로 대학 가는 걸 눈 감아 준다고.

  빨갱이 감시하는 대가니까 괜찮다고.

 ...

  시간이 지나 빨갱이라는 말이 없어지고는 우리 동네 사람들이 그 사람 일상을 감시하는 대가로 괜찮다고 했어.

  우리가 그가 쓴 글을 도둑질하여 대학에 갈 수 있게 나라가 인정을 했다고.

  미래를 보는 놈을 감시하는 대가로 그런 일을 해도 괜찮다고.

 ...

  항상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한 이름이 PS 뭐라는 곳에서 우릴 지켜줄 거라고 했어."

 

 "그건 알지. 그래서 태솔씨에게 빨갱이는 그 사람이 아니라 A 마을 사람들 전부라고 했다가 그녀를 울렸잖아."

 

 "당시에 엄청 말이 많았어. 남의 글로 대학을 가는 입시비리였으니까.

 특히 촛불에 의해 나라가 바뀌기 전까지는 그 모든 일이 마치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하여 당연시 여기고 적법한 일처럼 생각했어.

  그런데 촛불에 의해 세상이 바꾸기 난 뒤에 그 모든 일이 앞선 정부의 적폐였잖아. 그 일의 모태가 된 일도 어느 여자 대학의 입시비리였고. 누구가 농 삼아 하는 말에 의하면 그 입시비리의 여자도 그 사람의 시를 이용했을 거라는 말도 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그 모든 적폐 사실을 감춘 것이 PS 뭐라는 곳이다. 그 말이야."

 

 "그래. 그래서 우리 동네 사람들은 모두가 PS 뭐라는 곳을 알아.

  적폐 청산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상황에서도 도둑질한 것으로 대학을 보내고 있었고, 입시비리를 은폐하고 있었으니까."

 

 "그야말로 너희 동네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당시에 신 같은 존재들이었네. 온갖 불법을 적법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

 거기다 지금은 모든 국민들을 죽음의 공포에 휘몰리게 만들고 있는 괴물 같은 존재들.

 ...

  그들도 알았을 거 아냐. 죽음의 경고를. 너희들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일어나게 된다는 저주의 경고를. 다 알고도 그런 짓을 했잖아. 맞지."

 

 "맞아."

 

 "참 나. 그게 무슨 정부 기구야.

  그들은 왜 거기 있었던 거야?

  그들의 목적이 뭐야?

 ...

  나라를 지키는 거.

  그건 아니잖아. 국민을 죽이게 할 거라는 저주받은 인간들을 보호하고 있었느니.

 ...

  그럼 정부를 지키는 거.

  정부가 국민인데, 정부가 입시비리를 조장하고 감춘다고. 그건 더더욱 아니지."

 

 상민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 지금 PS 뭐라는 곳 찾고 있지. 비판하고 있는 거 아니거든."

 

 "괜히 찔리고 껄끄럽냐?"

 

 "그럼 안 껄끄럽냐. 우리가 한 짓이고, 우리 동네 사람들의 악한 마음이 만들어낸 일인데.

  거기에... 정부 기관이 개입된 일이었는데.

 ...

  그리고... 그걸로 우리가 죽어가게 생겼는데."

 

 "너희뿐만이 아니라 선량한 시민들까지."

 

 "알아. 알고 있다고. 우리 때문인 거."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도와주었던 그 기관을 왜? 너희 동네 사람들은 지금은 자신들을 죽이는 곳이라 생각하지."

 

 "그건..."

 

 "그건 뭐?"

 

 "그건... 그들이 국민을 자기들 마음대로 통제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야.

  그들이 가진 권력이라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보통 국민을 자기들 마음대로 죽이거나 나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그곳에서 보았으니까.

  그 현장에서 생생하게 자기들 눈으로 그걸 다 봤으니까.

 ...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그 피해자가 자신들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거지.

  그들이라면 국민들의 동의가 없이도, 나라의 판단이나 정부의 판단이 없이도, 보통 국민을 죽일 수 있다 생각하는 거지."

 

 "그게 왜 자기들 죽음이야?"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존재들이니까. 과거의 잘못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과거와 재회하는 것이 두려우니까 자기들이 잘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국민을 너무 쉽게 죽이는 일.

  그래서 자기들을 죽인다고."

 

 과거와의 재회가 추억이 아니라 악몽인 세대다. 과거의 불법적 방법과 입시비리로 만들어진 미래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 추억은 악몽이고 지워야 할 망각이었다. 그런데 그 지워야 할 기억을 그들 스스로가 지우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지워진다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과거에 했던 일을 은폐하기 위해.

 

 원준은 개인적으로도 PS 뭐라는 기관을 조사했다. 그런 과정에서 그가 뿌려놓은 거미줄에 이상 신호를 전달하는 줄이 하나 있었다. 어릴 적 회상에 의해 떠오른 생각에 의해 기억된 이름이었다. 그게 이상해 그 줄을 따라 찾아들어 갔더니 거기에 자기 아버지 이름이 있었다.

 

 감찰관 유민태.

 

 중고등 시절 분명하게 기억하는 하나는 아버지를 감찰관이라 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아버지는 그가 의심하는 정보기관에서 감찰관을 하고 계셨다. PS 뭐라는 곳은 아니지만 그 당시에 흔한 말로 빨갱이를 잡는 일을 하는 기관에서 감찰관을 하시던 분 중에 한 사람이 그의 아버지였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아버지가... 그 감찰관은... 아닐 거야. 아니야. 분명 아니야."

 

 그때부터 PS 뭐라는 곳에 대한 조사가 부담스러워졌다. 자기가 조사하는 내용이 자기 아버지를 향하고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였고, 어떤 내용이 새롭게 나왔을 때 가장 먼저 관심을 둔 것은 자기 아버지 이름이 거기 있나 살피는 것이었다. 그러게 해서 차츰 PS 뭐라는 곳에 대한 조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상민도 같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PS 뭐라는 이름을 가진 기관은 없었다. 특히 국민을 사찰하고 빨갱이를 잡는 기관으로서의 이름은 더욱더 없었다. 그도 그 일에서 흥미를 잃고 있던 때였다. 원준의 입장에서는 부담에 훨씬 줄어들 수 있었다. 이상하게 예감은 자꾸만 감찰관이라는 이름이 자기 아버지 쪽으로 향하고 있어 몸이 먼저 도망을 치려고 하던 조사였다.

 

 그런던 어느 날. 그들이 조사하고 있던 일로 과거와 재회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사고를 일으켰다. 그 재회란 죽음의 재회인 저주받은 사람들의 과거가 만든 현재의 일이었다. 이미 필연적으로 그와 같은 사고가 벌써 일어났어야 했던 일이지만 뒤늦게 그제서야 일어났다. 과거를 알게 된 세대가 과거와 재회를 하게 되었는데, 그 방법이 잔인했다.

 

 

 어두운 밤 어느 아파트 집에 보시락 거리는 소리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전날 조기 축구회에 나가 오랜만에 운동을 한 남편은 잠에 골아 떨어져 그 소리를 듣지 못 했다. 옆에서 자고 있던 부인은 잠귀가 밝아 그 소리를 들었다. 잠결에 들리는 소리에 긴가민가해서 바로 눈을 뜨지 못 했다.

 

 조금 지나자 그 소리가 더 가까이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깜깜한 밤에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는 소름이 끼치게 하고 온몸을 마비시키는 것처럼 두려웠다. 소리가 점점 커지자 부인은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눈을 떴다. 그때 그의 눈에 시커먼 뭔가가 눈앞에 나타났다. 다음 순간 자기 바로 옆에 누워있는 남편 쪽에서 퍽퍽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부인이 놀라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그녀의 눈앞으로 주먹인지 방망이 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날아와 그녀의 얼굴을 때렸는다. 맞는 순간 번개가 번쩍하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통증을 느끼기도 전에 기억이 사라졌다. 그게 마지막 기억의 전부였다.

 

 한참이 흘렀다. 아니 한참이 흐른 것처럼 암흑의 어두운 시간이 지나갔다. 부부가 잠자고 있던 방에 갑자기 불이 들어왔다. 방안에는 복면을 한 괴한 3명이 있었다. 그들이 쓰고 있는 복면은 스키용 마스크였다. 모두가 복면을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지만 침대 양쪽에 서있는 괴한은 제법 건장한 것이 남자들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에 비해 방문 앞에 서서 전등 스위치를 켠 괴한은 왜소하고 덩치가 작은 것이 여자로 보인다.

 

 그들이 서성거리고 있는 안방의 침대에는 제법 나이가 많은 중년의 부부가 누워있었다. 남편은 방금 뭔가에 맞아 코와 입언저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부인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잠자는 듯이 머리가 엉망이 되어 있었다.

 

 남편이 누워 있는 쪽에 있던 복면 괴한이 말했다.

 "내가 입에 테이프를 붙일 테니까. 넌 부인 입에 테이프 붙여. 그리고 넌 건넛방이 어떻게 됐는지 보고 와."

 

 부인 옆에서 주먹을 얼굴에 날렸던 괴한은 대답은 하질 않고 테이프를 부인 입에 붙이기 시작했다. 그때 문 앞에 있던 여자 괴한이 뒤돌아섰는데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복면을 쓰고 있어도 등에 긴 머리가 밖으로 나와 있었다. 또 다른 범죄 현장이 있었던 모양이다. 여자가 건넛방으로 갔다.

 

 여자 괴한은 부부 방을 나와 거실을 지나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다른 방은 이미 불이 켜져 있고 그 안에는 같은 복면을 한 2명의 괴한이 남학생의 입을 막고 있었다. 한 명은 남학생의 입을 테이프로 가리고 있고 다른 한 명은 학생의 손을 줄로 감고 있었다. 학생은 고등학생으로 보이고 부부와는 달리 의식이 있는 온전한 상태였다. 손이 묶어지는 사이에도 발버둥을 치고 있어 입에 테이핑을 하는 괴한이 주먹으로 학생의 얼굴을 때렸다.

 

 "가만 안 있어. 까불면 죽어. 조용히 있어."

 

 여자 괴한이 문 앞에서 물었다.

 "다 됐어?"

 

 얼굴에 테이프를 붙인 괴한이 이제는 학생의 다리로 와서 발목을 묶으며 말했다.

 "응, 다 됐어. 그쪽은 어때?"

 

 여자 괴한이 여전히 문지방 앞에 서서 손으로 등 뒤를 가리키며

 "저기는 한 대 때려 기절 시켜 놓고 시작하는 중이야."

 

 그녀의 말에 학생이 더 심하게 발버둥을 쳤다. 아마도 부모님이 다쳤다는 말에 흥분한 모양이다. 그러자 손과 발을 묶고 있던 두 괴한이 학생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이 새끼가 가만 안 있어."

 

 "어어. 이게 죽고 싶어서. 가만있어."

 

 한참을 집단 폭행을 당하고 나서야 학생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기절을 한 것인지 아니면 고분 고분 해진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조용해지자 두 명은 다시 손발을 줄로 감기 시작했다. 손을 묶던 괴한이 다 했다는 듯이 묶여진 손을 검사하고는 일어나 여자 괴한 옆으로 왔다.

 

 "그럼 내가 가서 도와줘야겠다. 너고 같이 가자. 여긴 다 됐으니. 야, 잘 지키고 있어."

 

 발을 묶던 괴한이 알았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두 명이 거실을 지나가고 있었다. 남자 괴한이 옆에 있는 여자 괴한에게 물었다.

 "김 선생 예전 그대로지."

 

 여자 괴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 하나도 안 변했더라."

 

 남자 괴한이 거실을 빙 둘러보고는

 "개새끼.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는 잘 살았다 그거지."

 

 여자 괴한이 남자 괴한을 보며

 "그런데 나 너무 무서워."

 

 남자 괴한이 옆에 있는 여자 괴한의 어깨를 감싸 주며

 "그럼 바꿔. 애나 지키고 있어. 우리가 해결할 테니."

 

 여자 괴한이 남자 어깨에 안겨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긴 혼자 있어야 하잖아. 싫어."

 

 여자 괴한은 조금은 애교가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마치 여자가 연인에게 겁을 먹었다는 식으로 말해 보호 본능을 발동시키며 사랑을 확인하듯이 여자 괴한의 행동이나 말투가 딱 그러했다. 두 사람의 행동이나 서로 나누는 대화로 봐서는 연인으로 보인다.

 

 남자 괴한이 안방 앞에 다다르자 뭔가를 숨기려는 듯이 급하게 여자 어깨를 감싸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리고는 방에 들어가기 전에 옆에 있는 여자를 세우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애들에게 겁난다는 거 티 내지 마. 정 겁나면 여기 있던지."

 

 여자가 안 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남자가 재차 작은 소리로

 "그럼 조용히 있어. 알았지. 근방 끝날 거야."

 

 여자 괴한이 알았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끝낸 두 명이 안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방에서는 그제는 두 명의 괴한이 남편과 부인의 손을 묶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남자 괴한이 그 모습을 보고는 말했다.

 "줄 줘. 내가 발 묶을 테니."

 

 양쪽에서 손을 묶고 있던 두 명이 동시에 옆에 둔 줄을 침대 끝으로 던졌다. 의도치 않게 여자 괴한 앞으로도 줄이 떨어졌다. 여자 괴한이 난처하다는 행동을 하며 줄을 줍고 있는 남자친구를 봤다. 그녀의 모습은 얼떨결에 자기 발아래에 줄이 떨어지자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남편 발 앞에 있는 남자 괴한이 괜찮다는 식으로 손을 가볍게 흔들어 진정시키고는 그냥 묶으라는 식으로 손을 움직여 묶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아닌 척 조금은 과장된 소리로

 "그렇게 서있지 말고 너도 그 줄 주워서 부인 다리 묶어. 시간 없다."

 

 남자 괴한의 행동을 멍하니 보고 있던 여자 괴한이 남자 괴한의 말에 그제야

 "어? 어어! 알았어."

 

 두 명이 침대 끝에서 남편과 부인의 다리를 묶기 시작했다. 남자 괴한이 먼저 끝나자 여자 괴한에게 다가와서 묶는 걸 도와주었다.

 

 잠시 후.

 

 침대에 기절해 있던 부부가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는 흔들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그들의 귀에 사람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겁먹은 듯한 목소리

 "야, 야. 지금 깨어나려나 봐. 어서 마스크 써."

 

 다른 남자의 호기로운 목소리

 "됐어. 쓸 필요 없어."

 

 여자의 겁먹은 듯한 목소리

 "그러다 얼굴 알아보면 어쩌려고."

 

 또 다른 남자 목소리

 "그래, 됐어. 얼굴 알아보면 어때. 어차피 알 텐데."

 

 또 다른 남자 목소리

 "그렇게 하자. 그냥 보여주자. 우리 고통을 알게 하는 게 목적이잖아."

 

 정신이 어느 정도 돌아오고 있던 남편은 서로 다른 여러 명의 소리에 한두 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몇 명이야. 한두 명이 아니잖아.'

 남편은 그 생각을 하고는 다시 귀를 기울였다. 대체 이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졌다.

 

 처음 걱정하는 말투로 이야기를 했던 남자 목소리

 "그래도 될까?"

 

 여자는 여전히 겁먹은 목소리로

 "너라도 얘들 좀 말려 봐."

 

 처음 남자가 재차 물었다.

 "야, 정말 괜찮겠어?"

 

 두 번째 말했던 남자가 여전히 호기롭게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조금은 언성을 높여서

 "괜찮아. 여기까지 와서 겁은. 걱정 마."

 

 서로 주고받는 말을 들어보니 자기가 눈을 뜨면 아는 얼굴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남편은 더 이상 숨길 것 없다는 듯이 살며시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옆에 부인도 같은 처지로 묶여 있는데 정신을 잃은 상태인지 어떻게 된 상태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그 모습에 그는 범인들을 볼 생각은 잊고 부인부터 걱정을 했다. 겁이 난 남편이 몸을 심하게 움직여 부인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려 했다. 그 바람에 옆에 있던 부인도 눈을 떴다.

 

 부인이 살아있음을 확인하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제 남은 것은 자기들을 이렇게 만든 자들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선을 돌려 앞을 봤다. 침대 앞 부인의 화장대 위에 술판이 벌어져 있었다. 남편이 아끼던 양주가 두 병이나 있었고 햄 같은 안주가 있었다. 그 주변으로 5명의 젊은 남녀가 있었다. 둘은 침대 끝에 걸터앉아 등을 보이고 있고, 다른 한 명은 부인의 화장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머지 두 명은 서있었는데 남자가 방 안쪽 여자가 문쪽에 서있었다. 그들은 막 깨어나기 시작하는 부부에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술을 먹으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제야 남편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부인을 보았다. 그때는 부인도 남편을 보고 있었다. 부인의 얼굴은 눈 주위가 그새 벌겋게 부어 있는 게 보였다. 부인도 남편을 봤는데 남편의 코에서는 코피 자국이 있고 입언저리는 여전히 피가 나고 있었다. 남편이 괜찮냐는 듯이 부인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자 부인이 무섭다는 듯이 몸을 꼬물꼬물 움직여 남편 옆에 파고들었다. 남편이 부인을 진정시키기 위해 테이프로 막아진 입으로 무슨 소리를 했다. 입이 막혀있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부인에게 알 수 없는 말을 하고는 남편이 고개를 돌려 앞을 봤다. 방금 전에 슬쩍 보기는 했지만 얼굴을 제대로 본 세 명은 왠지 안면이 아주 눈에 익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아는 사람이었다.

 

 그때 화장대 의자에 앉아 있던 괴한이 남편을 보고는 말했다.

 "안녕하세요. 김 선생. 저 아시죠. 병호인데."

 

 병호의 말에 그제야 모두가 침대 앞쪽을 봤다. 침대 끝에 걸터앉았던 두 명도 벌떡 일어나 화장대 앞을 가리고 서서 앞을 봤다. 그로 인해 마치 화장대 앞은 사진을 찍는 구도처럼 5명의 괴한들이 일렬로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남편은 단번에 그들이 누구 인지 알 것 같았다. 약 10여 년 전에 자기가 학원에서 가르쳤던 학생들이다.

 

 '병호, 정윤, 형섭, 대윤이. 그리고 소정이까지.'

 

 속으로 이름들을 외쳤던 남편은 이들이 왜 이런 짓을 하지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따져 봐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남편은 뭔가를 말하려는 듯이 음음 거리며 말을 하려고 했다.

 

 정윤이 남편 쪽으로 걸어왔다.

 "저희들이 왜 여기 왔는지 아세요."

 

 남편이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정윤이 마치 아주 안타깝다는 듯이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모르시면 안 되는데. 아셔야 하는데. 그래야 정말 되는데."

 

 병호도 정윤이 뒤로 다가오며 갑자기 칼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허공을 휘저으며 위협적으로 말했다.

 "사람들을 그렇게 고통스럽게 하셔놓고는 모르시면 안 되죠."

 

 형섭이 그제는 부인 쪽으로 걸어가며 비꼬듯이 말했다.

 "선생님 때문인데. 당신 때문에 고통을 받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닌데. 모르시면 어쩝니까. 당연히 아셔야 합니다."

 

 대윤이 형섭의 뒤로 따라가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셨으면 좋은데. 그랬으면 이렇게 찾아올 필요가 없었는데. 살아가시는 걸 보니까 너무, 너무 태평이라. 모르시는 것 같아 우리가 알려주려고 왔습니다. 잘 들어보세요. 당신이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여자 소정은 여전히 겁이 났던지 남자들처럼 부부에게 접근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구경만 했다.

 

 다가오는 4명의 모습에 침대 위에 포박 당한 채 누워있던 두 부부는 두려움에 온몸을 떨었다. 부인이 그야말로 미칠 것같이 몸을 움직이며 발버둥 쳤다. 그에 비해 남편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는 표시를 했다. 그러면서도 포박에서 풀려나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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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재회 2018 / 1 / 25 279 0 10177   
47 재회 2018 / 1 / 23 298 0 11482   
46 악연적 2018 / 1 / 21 278 0 10719   
45 악연적 2018 / 1 / 19 281 0 11650   
44 악연적 2018 / 1 / 17 286 0 11062   
43 악연적 2018 / 1 / 15 270 0 11402   
42 재회 2018 / 1 / 13 284 0 9514   
41 재회 2018 / 1 / 11 260 0 9406   
40 재회 2018 / 1 / 9 281 0 9764   
39 필연적 2018 / 1 / 7 276 0 11938   
38 필연적 2018 / 1 / 5 277 0 11738   
37 필연적 2018 / 1 / 3 296 0 9641   
36 제3장, 필연적 2017 / 12 / 30 254 0 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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