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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가출 공주님을 경호하라!
작가 : 머리식히기
작품등록일 : 2017.11.24

(황녀님, 먼치킨, 로판, 나쁜 남주 등)


"그래, 그럼 고향이 어디세요?"

"...이름 없는 숲 속."

"흐음. 그럼 그 숲 속에는 샛길이 많았겠군요. 시발에 새끼..."

"뭐라고? 시발새끼?"

...대충 이러고 서로 치고박는 미친 마법사 경호원(저승사자)과 철없는 공주(가출 공주님)님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두운 극장에서 공주님과
작성일 : 18-01-13 00:26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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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변태! 변태! 그렇게 제 가슴이 좋았어요?!”

 

 “아, 아니 그게 무슨…”

 

 한편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은 가출 공주님이 상기된 얼굴로 저승사자를 비난하고 있었다. 저승사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자기가 팔짱 끼고 끌고 가놓고는 왜 난데없이 이런단 말인가. 도대체가 이해할 수가 없는 대목이었다. 세이라는 씩씩거리며 저승사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할 말씀이 있으면 해보세요! 이 변태에 저질 같으니라고!”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 엿먹일 수 있지?’

 

 저승사자는 세이라의 잔소리 폭격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든 이 여자를 골탕 먹이고 싶었다.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 여자.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가 곧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가출 공주님을 바라보았다. 세이라는 바뀐 저승사자의 분위기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섰다.

 

 “왜 그래, 우리 이쁜이? 오빠한테 화났어?”

 

 “오, 오빠?!”

 

 당황한 세이라가 이제는 징그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발자국 더 물러섰다. 그러나 승기를 잡은 저승사자는 그런 세이라에게 오히려 한 발자국 더 내딛은 뒤 그녀를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

 

 “꺅?!”

 

 “으응? 왜? 이 부끄럼쟁이!”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라고 세이라가 눈짓으로 말했지만 저승사자는 능청스럽게 다른 곳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세이라는 이 몹쓸 남자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꼬집기 위해 손을 가져갔지만 저승사자는 그런 그녀의 손을 잡고 자연스럽게 걸어갔다.

 

 “이, 이거 놓으세요!”

 

 “그래. 그리고 집에 갈래?”

 

 저승사자의 말을 들은 세이라 공주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커플들의 싸움을 힐끔힐끔 지켜보고 있었다. 세이라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곧 그녀는 다시 볼을 부풀렸다. 지금 상황은 저승사자가 유리했다. 여기서 싸워봤자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으으으…”

 

 “왜, 이쁜이? 왜 그렇게 토라졌을까?”

 

 두고 봐요. 세이라는 그렇게 말한 뒤 거짓 웃음을 방긋 지었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살벌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사태를 넘긴 뒤에 저승사자는 아마 엄청난 잔소리 폭풍을 들어야할 지도 몰랐다. 빌어먹을. 세이라의 분위기에 저승사자는 무엇인가 잘못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여보. 우리 일단 극장으로 들어가요. 들어가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하하하. 나는 들어가기 싫은데.”

 

 저승사자는 내빼려고 했지만 가출 공주님께서는 그런 그의 손을 강제로 끌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셨다. 아, 안 돼!

 

 “안 되기는 뭐가 안 돼! 들어가서 둘이 오붓한 대화를 나눠보자고요? 아마 긴 대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선처 좀…”

 

 “나를 놀린 대가에요! 따라와!”

 

 “안 돼!”

 

 결국 저승사자는 강제로 극장 안으로 끌려들어갔고 힐끔힐끔 그들을 지켜보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철부지 남편의 안녕을 기원했다. 그러나 전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던 진실의 날개, 제 2 군단장의 직속 부하들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 모르겠네. 아닌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 일단 어쨌든 보고는 드려야겠지? 감시하고 있으라고. 군단장님께 보고 드리고 올 테니까.”

 

 사람들의 인파에서 숨어 가만히 저승사자와 가출 공주님을 지켜보던 두 사람은 곧 다시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그래도 저승사자가 조금만 방심을 하지 않았더라면… 바로 발각되었을 것이 분명했지만 지금의 저승사자는 다른 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기에… 일은 점점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성인 둘이요.”

 

 “예, 손님. 커플이신가요?”

 

 한편 그 잠깐 사이에 세이라의 잔소리 폭격으로 얼굴이 퀭해진 저승사자였지만 로브의 후드를 깊게 눌러 썼기에 그의 이상상태를 알고 있는 사람은 세이라 공주밖에 없었다. 참고로 그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고 있는 세이라는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사들의 말이 딱 맞았다. 세이라 공주와 결혼할 상대는 평생을 잡혀 살 것이 분명했다. 그 증거로 그 저승사자마저 저렇게 지쳐버렸으니 말 다한 것이리라. 저승사자는 한숨을 내쉰 뒤 돈을 지불했고 세이라와 함께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극장 안은 무대를 제외하고 어두컴컴했고 그들은 조심스럽게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

 

 그러던 와중 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세이라 공주가 넘어질 뻔했고 저승사자는 얼른 그녀의 허리를 잡아 그녀가 넘어지는 것을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다.

 

 “고, 고맙습니다.”

 

 “아, 그, 그래…”

 

 세이라가 고맙다고 살짝 고개를 숙였고 저승사자는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워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시뻘게진 그의 얼굴을 세이라가 고스란히 봤을 것이 분명했다. 세이라의 허리는 날씬하고 또 부드러웠다.

 

 ‘내, 내가 무슨 생각을! 저 여자는 미쳤다고!’

 

 저승사자는 고개를 휙휙 저은 뒤 세이라가 넘어지지 않도록 그녀의 손을 꼬옥 잡고 천천히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매표원이 지정한 자리는 다른 자리보다 유난히 어두컴컴했고 다른 의자들과 달리 의자 하나에 두 사람이 앉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저승사자와 가출 공주님은 어둠 속에서 잠시 서로를 응시했다. 그들의 심장은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저 망할 매표원이! 무, 무슨 짓을?!’

 

 커플이라고 했을 때 고개를 저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의심을 받을 우려가 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게 무슨… 세이라는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저승사자를 바라보다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인 뒤 먼저 자리에 앉았다. 그 뒤 저승사자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아, 앉아요. 뭐하는 거예요.”

 

 “지, 진심이십니까, 공주님?”

 

 “쉬잇! 경칭은 생략하라고 했죠. 빨리 앉아요. 다른 사람들 불편해하잖아요.”

 

 세이라의 말을 들은 저승사자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연극이 시작되기 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몇몇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눈총을 보내고 있었다. 저승사자는 저것들을 확 그냥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이라 공주가 있었기에 참아낸 뒤 조심스럽게 그녀의 옆에 앉았다.

 

 “펴, 편하게 앉으세요. 보는 제가 다 불편하네.”

 

 “어… 어.”

 

 세이라의 말에 저승사자는 더욱 그녀의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했다. 세이라 특유의 상큼한 사과향이 저승사자의 코를 간질였다. 괜히 긴장된 저승사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왜 이렇게 평소에는 들리지 않는 침 삼키는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리는 지… 그러나 정작 세이라 공주는 더는 신경 쓰지 않는 듯 정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시작한다.”

 

 짝짝짝짝짝짝!

 

 그때 무대 위로 연극인들이 나와 고개 숙여 관객들에게 인사했고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이라 공주도 조금 전의 긴장은 잊고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 계셨다. 저승사자는 자기가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박수를 치며 연극이 시작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으으으. 괜히 긴장되네.’

 

 그러나 그것은 저승사자의 착각이었다. 세이라 공주는 정면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정면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어두컴컴하고 저승사자와 딱 달라붙어 있는 공간에서 고개를 돌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것은 아침에 세이라x와 한 망상도 한몫했다. 어디서 본 것은 많아가지고 여기서 덮쳐지면 어쩌나 생각이 든 것이었다.

 

 저승사자 특유의 약간 타는 냄새… 그러나 싫지만은 않은 냄새 때문에 그녀는 미칠 지경이었다.

 

 ‘나, 나한테도 냄새나는 거 아니야? 이, 이 인간이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체취를 모르기에 세이라는 미칠 지경이었다. 이렇게 가까이 붙어 앉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사실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었기에 당연했다. 그러는 사이 연극은 시작되었고 세이라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연극을 관람했다. 그러나 비싼 돈 내고 들어왔지만 연극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저승사자와 가출 공주님처럼 커플 자리로 앉은 곳 곳곳에서 남녀의 뜨거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으으으…”

 

 “…”

 

 세이라의 얼굴이 홍당무로 변했다. 여, 역시 책에서 본 것이 맞았다. 온 몸이 경직된 세이라는 애써 의식하지 않는 척하며 연극을 관람했다. 그때… 이 몹쓸 남자의 몹쓸 손이 그녀의 허벅지에 올라갔다.

 

 “!!!”

 

 “…”

 

 “저, 저승사자?”

 

 그러나 시크릿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허벅지에 올라간 손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얹어져 있었다. 세이라는 그 손을 치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만약 치우려고 잡았다가 오히려 그 손을 잡혀서 덮쳐진다면… 아으으…

 

 “소, 손 치워주세요. 저, 저는… 아,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세이라가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하소연하듯이 말했지만 그의 못된 손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나, 나는 황녀인데… 아, 안 되는데. 이런 곳에서는 안 되는데… 아! 이런 곳이 아니라 결혼하지 않았으면 절대 안 돼! 결혼해도 한 달은 안 된다고! 으으으!’

 

 경직된 그녀의 몸이 두려움과 …기대로 덜덜 떨렸다. 아, 아니야!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그녀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소리쳤지만 그녀의 감정은 속일 수 없었다. 세이라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저승사자의 손을 치우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꺅?!”

 

 난데없이 그녀의 어깨에 무거운 무엇인가가 얹어졌고 깜짝 놀란 세이라가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큰 소리가 아니라 사람들은 듣지 못한 듯 했다. 아니, 물론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세이라는 덜덜 떨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렸다. 그곳에는…

 

 “…”

 

 “하! 참나.”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이 몹쓸 남자야! 지금 자는 거야?! 내가 옆에 있는 데 자는 거냐고! 하, 참나! 기가 막혀서! 그는 저승사자를 흔들어 깨우려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얼마나 피곤하면 이럴까… 이 남자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것은 그녀도 넌지시는 알고 있었다.

 

 ‘내 옆이 편한가…’

 

 여기까지 생각하니 오히려 살짝 기뻐진 세이라였다. 다른 사람 곁에서는 못 자도 자신의 옆에서는 잘 수 있다. 이것은 신뢰가 쌓였다는 것을 의미했다. 세이라는 저승사자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잡은 뒤 자신의 허벅지에 올렸다. 다른 곳도 다른 이유로 몇몇 사람들이 누워있으니 크게 문제되지는 않으리라. 그녀는 저승사자가 깰까 걱정했지만 그는 그녀는 적잖이 신뢰하는지 깨지 않고 쿨쿨 잘만 자고 있었다.

 

 “…후훗. 자는 모습이 귀엽네. 꼭 아기같아.”

 

 늘 고개를 숙이고 자서 자는 얼굴 전체는 보지 못했던 그녀가 저승사자의 아기 같이 잘 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때 저승사자의 눈이 살짝 떠져서 그녀는 당황했지만 그의 눈은 다시 감겼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세이라가 말했다.

 

 “제 곁에서 편하게 자요. 언젠가 당신의 마음에도 평온만이 감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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