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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은혈록
작가 : 실라인
작품등록일 : 2017.12.14

비일상적인 일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래. 내 일상은 그 누구도 부수지 못 한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었다.

어느 날. 평번하던 소년의 인생이 뒤바뀌어 버렸다.
세계의 그림자. 그 속에서 새로운 이레귤러가 된 소년은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46. 선택(4)
작성일 : 18-01-12 16:42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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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하하하핫!”

 일련의 사태를 멀리 떨어진 나무 위에 앉아서 지켜보던 뇌쇄적인 붉은 머리의 미녀. 주세희는 산이 떠나갈 듯이 배를 잡고 웃어젖혔다.

 글썽이는 눈물을 화장이 지워지지 않도록 살짝 건드려 닦은 주세희는 진심으로 통쾌했는지 환한 미소를 입에 걸었다.

 ‘드디어 손에 넣었어. 이제 그 분이 날 바라봐주실 거야.’

 과거, 주세희는 특별하되 특별하지 않은 인간이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도심을 방황하던 주세희는 훗날 성지라고 알게 되는 곳에 떨어진 적이 있었다. 목숨이 위협당하는 극한의 공포 속에서 실금까지 한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지금 그녀가 신앙에 가깝게 숭배하고 있는 백윤현이었다.

 백윤현에게 구원을 받은 이후, 주세희는 그의 시선에 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여자의 가장 기본적인 전술인 미인계부터 시작해, 끝내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붉은 은장도, 로트의 실험까지 받았다. 그러나 백윤현은 그녀를 돌아봐주지 않았다. 무심한 눈으로 바라봐 주기만 해도 좋을 텐데,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가 가진 로트는 획기적인 은장도였다.

 다른 사람의 의지를 조종하는 능력. 그녀의 로트가 가진 힘이다. 언뜻 들어봐도 좋아 보이는 능력이고, 실제로 은장의 등급도 높다. 잘만 활용한다면 협회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백윤현은 언제나 저 갑옷의 남자. 송하진만을 입에 올렸다. 평생을 헌신한 자신 대신 한 번밖에 보지 않은 소년을 말이다.

 그래서 주세희는 생각했다. 백윤현이 자신을 보지 않고 송하진만 쳐다본다면, 저 소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된다고.

 주세희는 백윤현이 자신을 똑바로 직시하는 망상을 하며 송하진의 뒤를 캐냈다.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주세희에게는 간단한 일이었다.

 조사 결과 송하진이 얼마 뒤 수학여행을 간다는 것을 확인한 주세희는 그때가 최대의 기회라고 여겼다. 본부에서도 비밀로 하고 있는 존재인 만큼 제주 지부에 사정을 설명하고 예의 주시를 부탁하긴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스케쥴표를 입수한 주세희는 이미 제주도에 도착해 공항에서 그를 기다렸다.

 찬스는 금방 찾아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해결되지 않았다.

 주세희는 갑옷의 남자. 송하진에게 질투에 담긴 시선과 함께 로트의 힘을 뿌려봤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손을 뻗어 봐도 끊임없이 유입되는 파도에 밀려나가는 기분만 들었다.

 오히려 경계심만 높여줬을 뿐 어떠한 소득도 없었기에 주세희는 작전을 바꾸기로 했다.

 정신을 휘두르고 그 틈을 노리기로.

 로트의 능력은 피시전자의 은장도의 등급이 낮을수록, 그리고 정신이 위태로울수록 영향을 발휘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주세희는 평소 쓰지도 않던 머리를 굴리고, 어깨너머로 구경해온 작전회의를 참고삼아 플랜을 짰다.

 로트의 능력은 비단 인간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본능이라 칭해질 정도의 사고능력만 있다면 어떤 생물체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착안한 주세희는 언젠가 실험용으로 받은 은혈귀를 써먹기로 했다.

 주세희는 송하진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모종의 루트를 통해 제주도로 들여온 은혈귀를 보냈다.

 그 후 은혈귀에게 기초적인 환영 결계를 최대한 왜곡해서 펼치라고 명령한 뒤 그 결계에 로트의 힘을 보탰지만, 계획은 초장부터 틀어졌다.

 능력이 결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작용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명령이 잘못 하달된 건지 로트에 의해 의지가 잠식된 아이들은 ‘영향 받을 당시 주위에 있었던 사람들만’ 공격했다. 목표였던 송하진은 휘말리기는커녕 멀찍이서 관망하고 있었고 말이다.

 혹시 몰라 로트를 해방해봤지만 역시나 통하지 않았기에 주세희는 작전을 바꿨다.

 제주 지부의 순례자가 전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은혈귀의 행적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키고, 은장도를 받아간 레이드 컴퍼니에 정보를 뿌렸다.

 컴퍼니는 예상을 깨지 않고 욕심 많은 돼지마냥 은혈귀를 차지하기 위해 기어 나왔다. 아무리 잔챙이라지만 인간을 상대하는 만큼 틈을 보일 거라고 주세희는 확신했다.

 그런데 자신이 손을 보태려는 그 순간 예기치 못 한 변수가 튀어나왔다.

 D급 은장도를 들고 있다는 정보가 무색하게, 한소윤이 최소 A급은 되어 보이는 은장도를 꺼낸 것이다. 송하진이 나설 필요도 없이 순식간에 컴퍼니를 정리하는 것을 보며 주세희는 절망에 빠졌다.

 로트의 힘을 송하진에게 모조리 쏟아도 모자란데 그 이상을 투자해야 될 지도 모르는 은장도 소유자가 등장하다니. 저 정도의 실력자가 옆에 붙어 있다면 송하진을 빼올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회는 위기 뒤에 찾아온다고 하던가.

 늦어지리라 생각했던 협회의 순례자가 등장해 송하진과 전투를 개시한 것이다. 그 속에서 주세희는 고태성이 가진 감정의 변화를 눈치 챘다.

 주세희는 아무도 모르게 자괴감부터 시작해 공포, 고뇌, 역겨움, 분노까지 이어지는 고태성의 그 복잡한 감정의 끈을 중 하나를 잡아 증폭시켰다.

 위험한 일이었지만 들킬 걱정은 하지 않았다. 대놓고 조종하는 것이 아닌 그저 조금 등을 떠밀어 줄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다 로트가 가진 인식방해와 개발부가 만든 은신 전용 법보 운영(雲影) 등으로 이중 삼중의 은폐막을 펼쳐 놓았다. 조사팀이나 색적 전용 은장도를 가진 순례자가 오지 않는 이상 주세희는 자신을 찾아낼 수는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다행히 시국은 주세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려나갔다. 고태성은 끝없이 진노했고, 송하진에게 앙심을 품었다.

 그 이후로는 승승장구였다. 고태성에게 친근하게 접근한 주세희는 다음날 송하진에게서 한소윤을 떼여놓을 것을 요청했다.

 하루가 지나고 한소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주세희는 바로 공작에 돌입했다. 송하진이 산 중턱까지 들어감과 동시에 주위을 장악하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조종했다.

 고태성을 앞으로 내세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 미리 언질해둔 대로 신호가 올 때마다 사람을 추락시켰다.

 ‘멍청한 남자.’

 주세희는 속으로 고태성을 비웃었다.

 아무리 자신이 등을 밀었다 해도 고태성의 논리회로는 극히 비정상적이었다.

 송하진에게는 광활한 가능성이 있다. 백윤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고태성은 그런 남자를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죽이려 하고 있다.

 심지어 싸워서 정화한다는 것도 아니고 인질극을 통해서 죽이겠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실행하니, 그저 코웃음만 나왔다. 골머리를 썩이며 다양한 플랜을 구상했던 어제의 자신이 바보 같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애초에 인질극이 통한다는 것부터가 이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증거다. 하물며 다른 사람을 위해 죽을 각오까지 한다면 그건 이미 사회성이 존재하는 '사람'이라 봐도 될 정도다.

 물론 주세희는 알고 있다. 고태성은 이미 상대가 은혈귀인지 사람인지의 문제 따위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걸.

 그는 그저 자신에게 모욕감을 준 대상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신념을 꺾고 도망치게 했던 원흉을 제거함으로서 자신의 당위성을 재구축하려 한다.

 ‘그래서 더 멍청하지. 고맙게도 말이야. 후훗.’

 친구로 보이는 아이를 절벽으로 뛰게 만든 주세희는 무너저가는 송하진을 보며 고대하던 시간이 왔다고 깨달았다.

 정신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고 은장도는 본인의 의지로 억제하고 있는 송하진을 향해 주세희는 로트가 가진 모든 힘을 집중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송하진의 의지는 제압했지만 무의식적으로 펼쳐진 은장도의 장막 덕에 완벽하게 정신을 조종할 수는 없지다. 그래도 주세희는 만족했다.

 “죽여버려.”

 주세희가 입술을 움직여 험악한 말을 읊자 송하진이 그에 반응하듯 온 몸에 갑옷을 둘렀다. 태양빛에 번뜩이는 은색의 갑옷이 등장하고 주변의 인간들이 차례차례 쓰러지자 고태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냐! 약속과 다르….”

 고태성은 말을 끝맺지도 못 한 채 돌진해오는 송하진을 피해서 꼴사납게 도망치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기어서라도 도망치려 했지만 이내 발목이 잘리고 고통에 찬 비명만 내질렀다.

 “아하하하하!”

 한 편의 꽁트 같은 장면을 폭소를 터트리면서까지 재밌게 지켜보던 주세희는 끝내 레이크의 칼날이 분신을 전부 토막 내고 혼자 남은 고태성을 겨누는 것까지 지켜봤다.

 “살려줘! 살려달라고!”

 “그럴 수는 없어.”

 닿지 않을 말을 중얼거리며 주세희는 턱을 괴며 말을 이어갔다.

 “살려주면 낱낱이 보고 할 거잖아? 곤란하거든. 이대로 죽어서 시간을 끌어줬으면 좋겠어.”

 고태성은 자신의 행적을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고 이 산에 은밀히 잠입했다. 당연한 일이다. 협회에 들켰다간 무슨 방해가 들어올지 모르니까.

 그 말인 즉, 재밍이 풀려도 고태성이 이곳에서 의문사 했다는 걸 협회는 알아차릴 수 없다는 뜻이다.

 행방을 쫒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 할 때쯤이면 자신은 송하진을 데리고 아지트에 돌아가 있을 게 분명하다.

 “크허억. 흐억….”

 주세희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레이크로 심장을 꿰뚫린 고태성은 단말마의 숨소리를 내밷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식어가는 피와 함께 생명의 불꽃을 꺼트렸다.

 “좋아. 그럼 가볼까?”

 승자의 미소를 띠운 주세희는 나무에서 뛰어내려와 송하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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