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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작가 : 지나다가
작품등록일 : 2017.10.30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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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을 앞둔 네트레시아를 방문하게된 현실의 주인공. 그의 귀환은 이 이상한 세계의 앞날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과연 주인공은 이 이상한 세상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38. 유서
작성일 : 18-01-12 08:29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4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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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미트리는 불과 두어 달 전에만 해도 멀쩡하던 베르나르의 사망 소식을 듣고는 한동안 침묵에 젖어들었다. 실버포트에서 부고를 전하러 온 젊은 수도사에게 어찌된 일인지를 물었지만 그는 대답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 그저 장례식에 꼭 참석토록 해달라는 유언이 계셨을 따름입니다.

 

 베르나르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무언가 연유가 있음을 직감한 드미트리는 그날로 바로 실버포트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왕성의 근위대가 그들을 쫓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수도사의 전언에 따르면 타살로 보이지는 않았다.

 

 드미트리는 근 십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실버포트의 석실에서 싸늘하게 식은 베르나르의 시신을 확인하고서야 그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베르나르는 얼굴이 야윌 대로 야위어서 얼굴의 골격이 드러나 보이는 시신의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수도사들이 베르나르의 시신을 깨끗하게 씻긴 후 검은색 수의를 입혀놓았지만 앙상하게 마른 그의 체구는 옷으로도 감출 수는 없었다.

 

 드미트리는 이제는 은빛그림자회에서 가장 연장자가 된 서기관 다에몽에게 물었다.

 

 - 어떻게 된 일인가?

 

 다에몽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 거의 일주일 동안 피이끼를 씹어 드신 것 같더이다.

 

 - 피이끼를?

 

 피이끼는 약물을 제조하는데 쓰이는 유용한 약초였다. 깊은 숲속의 습한 바위에만 붉게 올라오는데, 사람들은 숲속의 저주받은 존재가 흘리는 피가 바위에 스며들어 거기서 피어오르는 것이라고 믿었다. 피이끼는 독성이 있는 약초를 독으로 중화시키는 용도로 자주 쓰였다. 그래서 다른 약초들과 섞어서 복용하지 않고 단독으로 쓰게 된다면 아주 강력한 독초로서 작용했을 것이었다.

 

 - 네. 처음에는 밤낮으로 포도주만을 드셔서 거의 항상 취해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부터 피이끼를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설마 그것을 드시려고 가져오라고 하셨는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 자살이라는 것인가.

 

 피이끼를 생으로 씹어 먹었다면 그 고통이 대단했을 것이다. 왜 베르나르는 그 고통을 감내하며 자살한 것일까 드미트리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자살이 목적이었다면 더 쉽고 고통스럽지 않은 방법을 베르나르가 모를 리는 없을 것이었다.

 

 - 서기관께서 남기신 게 있습니다.

 

 - 무언가.

 

 다에몽은 품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어 드미트리에게 주었다.

 

 - 저희는 서기관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다만, 빈실의 창틀 밖에서 이것을 찾았습니다. 아마 다 쓰신 이후에 이것을 창문으로 던지신 것 같습니다.

 

 두루마리의 겉장에는 ‘실버포트에서 아스트리드의 드미트리에게 전할 것’라고 간결한 필체로 적혀져 있었고 밀랍으로 봉인되어 있었다.

 

 - 저희는 감히 열어보지 못하였습니다. 굳이 여기서 전하라고 되어 있어 선배님을 모시고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드미트리는 봉인을 뜯고 두루마리를 펼쳤다. 다에몽은 드미트리가 두루마리를 펼치는 것을 보고 알아서 자리를 피했다.

 

 “친애하는 드미트리

 

 영혼과 육체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예전에 나는 알지 못했네. 하지만 나는 사악한 영혼에 육체가 좀먹어가는 것을 직접 느껴가며, 육체에 깃든 영혼이 얼마만큼 중요한 것인지를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으니 지금에 와서야 나의 인생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이었는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네.

 

 발더그린의 집에서 악마의 암서를 읽어 내 영혼은 그 악마에게 점점 잠식당하고 있고 이젠 나의 몸도 내가 어찌할 수 없다네. 이를 어떻게든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믿은 나의 철없던 생각을 이제야 탓해야 무얼 하겠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지금의 이 모습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것을 난 분명히 알았음이 틀림없다고 생각되네. 그것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 나의 오만이요, 뒷일을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저지르고 보는 나의 방심으로 인함인 것을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제야 목구멍이 찢기고 뱃속이 타들어가는 고통만이 그 악마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다행이네. 피이끼의 고통은 조만간 나의 목숨을 가져가겠지만 그나마 이렇게 자네에게 글을 남길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며 아라나신이 나에게 주신 마지막 축복이라고 생각된다네. 이 글을 통해서 내가 악마에게 영혼이 팔려가면서도 알게 된 사실을 전하네. 이 사실은 적게는 그 동안 내가 찾아 헤매던 방문자의 목적에 대한 것이고 넓게는 우리 네트레시아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네. 자네는 어떻게든 이것을 중요한 사람들에게 알려 방비토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네. 은빛그림자회의 유능한 서기관들이 모두 저세상 사람이 되어 이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자네뿐이라네.

 

 이 이야기의 가장 처음은 지혜의 신 케드모건에서부터 시작한다네. 케드모건은 타락해서 아르도르산 지하에 영원히 갇혔는데 거기서 그는 자신의 피부를 벗겨내어 세권의 책을 지었다네. 그 세권의 책은 어둠과 공포에 물들어 있는 케드모건의 고통과 그 지옥 같은 감옥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그의 염원 그 자체이네. 그 세권의 책은 언제부터인가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그 중의 한권은 가르시아를 멸망시킨 아주로프가 가지고 있고 또 다른 한권은 아스트리드 왕실의 발더그린이 가지고 있다네. 그 자들은 그 책의 힘으로 흑마법을 행하고 가르시아와 네트레시아를 멸망시켜 온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려고 하고 있으며, 이것은 케드모건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첫 단추에 다름없다네. 그리고 그 책의 주인은 라크무스라고 하는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고 있는데 이 라크무스와 케드모건은 다름 아닌 같은 존재이네.

 

 그리고 그들은 케드모건이 신이 되기 전의 인간이었을 적에 속해 있던 가문의 혈통을 이어온 여인을 찾고 있다네. 아마도 그 여인을 찾는다면 그 여인이 다시 케드모건을 잉태하도록 하여 케드모건을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것으로 생각된다네. 그리고 불행히도 아이린이 케드모건의 혈통이었다고 의심된다네. 발더그린은 아마도 아이린이 케드모건의 씨를 잉태하도록 하는데 까지는 성공한 것으로 보였지만 라데온 수도회의 생존자들의 도움으로 결국 아이린은 그 악마를 출산하기 전에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네.

 

 지금 아이린이 반 국왕의 겁탈 때문에 임신했다고 하는 것은 현 국왕의 교체를 원하는 많은 귀족들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 뿐 그것이 사실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네. 오히려 발더그린이 프린 공작이나 에르윈 백작이 그렇게 믿도록 사실을 조작했을 수도 있을 것이네. 왜냐하면 프린 공작과 국왕의 반목으로 내란이 일어나는 것이 네트레시아까지도 넘보려고 하는 발더그린의 목적에 더욱 부합하기 때문이라네.

 

 아이린은 라데온 수도회의 도움으로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결국에는 자신의 목숨을 끊어 라크무스가 다시 이 세상으로 현신하는 것을 막아냈네. 그리고 그녀는 가니메데스를 통하여 방문자를 이 세상으로 소환하였는데 아마도 그 방문자의 임무는 라크무스의 주구인 아주로프와 발더그린을 없애고 세상에 나와 있는 그 세권의 책을 모두 봉인하여 라크무스가 절대로 이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된다네.

 

 나의 친구 드미트리.

 

 나는 실버포트의 어둠속에서 처음에는 포도주에 취해 근근이 정신을 이어가며 내가 아는 사실과 고서에 적혀 있는 사항들 그리고 실버포트의 다른 서기관들의 지식을 토대로 모든 사실을 정리할 수 있었네. 하지만 이 진실로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진실로 믿을 테니 말이지. 에르윈 백작은 라크무스나 케드모건 따위 보다는 반 국왕을 폐위시키는 것을 더욱 원할 것이고, 반 국왕을 처리하는 것이 아이린의 복수를 갚는 길이라는 프린 공작의 생각을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이네.

 

 반 국왕이 폐위되는 것이 네트레시아에 도움이 되는지 되지 않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반 국왕을 폐위시키려고 내전이 벌어지는 것은 절대 막아야 할 것이네. 아주로프는 항상 네트레시아를 넘보고 있으며 아마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이 해결된다면 바로 플로나의 북벽으로 돌격할 것이 분명하네.

 

 자네는 나의 영혼을 바쳐서 알아낸 이러한 사실을 방문자와 프린 공작에게 꼭 전하여 그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 주시게. 그리고 은빛그림자회는 없어지기 직전의 상황이네. 그림자회의 앞날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이젠 실버포트에 없다네. 어렵겠지만 은빛그림자회가 안정될 때 까지 만이라도 실버포트를 지켜주기를 간곡히 부탁하네.

 

 악마에게 귀속된 나의 영혼이 별 탈 없이 저세상으로 갈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만약 저세상으로 가게 된다면 거기서 자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겠네. 제발 내가 편안하게 영면에 들 수 있도록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시게.

 

 당신의 벗, 베르나르“

 

 드미트리는 베르나르의 유서를 다 읽은 후 눈을 꼭 감았다.

 

 … 이놈이 죽을 때까지 나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가는 구나.

 

 두루마리를 손에 든 드미트리가 석실 밖으로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에몽이 드미트리에게 다가왔다.

 

 - 내일 아침에 공동묘지에 모실까 합니다만.

 

 드미트리는 순간 다에몽을 쏘아보았다.

 

 … 이놈이 왜 이것을 나에게 묻는 거지?

 

 드미트리가 자신을 빤히 쏘아보자 다에몽이 몸 둘 바 몰라 했다.

 

 - 별 뜻은 없사옵고 그냥 의견을 여쭙고자 하여…….

 

 - 자살한 사람을 밝은 날에 매장하는 법도가 있다더냐. 오늘 자정에 행하라.

 

 - 네. 그대로 하겠습니다.

 

 다에몽이 대답하며 목을 숙여 인사하고 황급히 돌아서 자리를 떠났고, 드미트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멀어지는 다에몽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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