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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재회
작성일 : 18-01-11 09:46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9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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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섭받기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기 의지로 선택한 어떤 일에 대한 간섭자의 방해다. 원준이 맞닥뜨리게 된 상황이 그러했다. 자기 의지에 의해 그 스스로가 선택을 한 일이었다. 그 내부를 자세히 보면 친구의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그 스스로가 선택한 판단이었다.

 

 "야, 뭐가 힘들다고 정치부를 때려치우고 사회부를 가.

 ...

  여기는 새로 도입된 에이아이가 기사 작성 도와죠. 올해부터는 카메라 취재 기자도 로봇으로 되어 있어 에이아이 로봇이 다 찍어 오는 걸 읽기만 하면 되잖아.

 ...

  그런데 왜 더 힘든 사회부를 가.

 ...

  거기는 아직도 발로 뛰고 경찰서에서 쪽잠을 자야 하는 곳이야. 언제 에이아이 로봇 카메라가 보급될지도 모르는 곳이야. 이제 겨우 올해에 에이아이 기사 작성이 보급된 곳이야.

 ...

  거기 있던 김정섭은 그렇게 여기 오려고 온갖 아부에 청탁을 해서 올해 겨우 여길 올라왔는데. 넌 도리어 거기로 내려가냐. 네 사수를 보면 모르겠냐. 선배가 여길 올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봤으면 여기 어떤 곳인지 알 텐데. 왜 내려가려고 해."

 

 부장이 부서 변경 신청을 한 그에게 면담을 할 때까지만 해도 밑에 사람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배려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더러는 키우고 싶은 후배가 있을 때 그의 마음을 잡고 싶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고, 마음이 좋은 사람이 밑에 사람 생각 차원에서 잡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다음에 연락 온 사람과의 대면에서 그 모든 말들이 그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라 단순히 외부의 손이 미치는 영향에 의해 움직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사 내부 에이아이에게서 핸드폰 연락이 왔다.

 "국장님이 유원준님의 면담을 요청하셨습니다."

 

 "국장님이?"

 

 "예, 명담 시간은 오늘 오후 3시입니다."

 

 "면담 내용이 뭔데?"

 

 "부서 변경 신청에 대한 상담이십니다."

 

 '일개 말단 정치부 기자의 부서 변경 요청에 대한 대답이 국장의 면담이야. 보도 국장이라는 지위에 있는 분의 면담. 이건 대체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내가 국장과 면담할 정도였어?

  그렇다면... 혹시...

 ...

  아버지!'

 

 원준이 생각으로 복잡할 때 A.I가 마지막 통보를 하였다.

 "약속 시간 엄수하여 주십시오. 꼭 오셔야 한다고 국장님이 명령을 전달하라 하였습니다. 오후 3시입니다."

 

 여자 목소리의 A.I가 원준의 대답이 없자 연신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원준이 전화를 끊기 전까지는 계속 그 말을 반복할 것 같았다. 그때 불현듯 얼마 전 결심을 굳힐 당시의 일이 떠올랐다.

 

 

 원준은 며칠째 퇴근 후에는 친구가 준 파일을 보고 있었다. 그 밤에도 친구가 모아 놓았던 파일 중에서 몇 개를 읽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이상하고 이해가 안 된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경찰이다. 도둑질한 사람들을 다 알고도 그들은 그때 잡지를 않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하지를 않았다. 도리어 그들에게 향응을 제공받고 입막음을 하려고 제일 앞에 나선 사람이 그들이다.

 

 스스로가 법을 준수한다는 명목으로 국가로부터, 국민으로부터, 공권력을 부여받은 사람들인데. 그걸 도둑질을 옹호하고 도둑질한 사람을 지키는 일에 사용하였다.

 

 더 놀라운 아이러니는 그 경찰들 중 한 경찰의 딸이 자살을 했다. 대학에 떨어져 실망한 나머지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아이러니인 이유가 그 경찰의 딸이 지원한 학과에 그가 열심히 감추고 은폐를 했던 남의 글을 도둑질하여 자기 글로 만들어 대학에 지원을 했던 학생이 두 명이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두 명은 자기 글이 아닌 남의 글로 합격을 하였는데 자살한 경찰의 딸은 순수하게 자기 실력으로 지원을 했다가 떨어졌다. 선량하고 훌륭한 딸을 키워 정정당당한 입시 제도의 틀에 넣었더니 딸의 자리를 빼앗은 것은 자기가 그렇게 열심히 숨기고 보호를 했던 입시비리를 저지르는 학생들이었다.

 

 무엇이 올바르고 무엇이 정의인가?

 

 도둑질을 열심히 감추어 주어야 했던 지구대 경찰의 그 노력이 그때는 올바르고 정의였을지 모르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가. 그게 만약 자기 딸이 아니었다 해도, 그게 타인의 딸이거나 자식이었다 해도, 그가 과거에 한 그 일을 합당하고 정의로운 행동이었다 말할 수 있을까.

 

 다시 돌아와 자기 딸의 죽음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변명은 무엇일까?

 

 도둑질한 자들을 감춰 주고, 불법을 저지르는 자들을 보호했던, 그때의 일을 두고 그가 말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자식의 죽음 앞에서도 그게 올바른 일이었다고 정의로운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도둑질과 도둑질한 글로 대학에 가는 것이.

 

 문제는 이런 경우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공무원이던 사람이 자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타인의 글을 도둑질한 글임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그 글로 자식을 대학에 보냈다. 그리고 그가 그곳에서 한 일은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온갖 거짓과 모략을 꾸미는 일이었다. 오죽하면 자기 자식이 대학에 들어가고 난 뒤에도 동네 사람들을 이용해 그 사람의 글을 다시 도둑질을 하였다. 자식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철저히 은폐하고 조작하는 일에 가담하였다.

 

 그런데 그 뒤에 그 자식이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대형 사고를 터트렸다. A 마을 동네 사람들은 그 일을 저주에 의한 운명을 바꾼 때문이라고 숙덕거렸다. 자식의 재판 앞에서 그 전직 공무원은 뭐라고 할까. 도둑질을 방조하고 도둑질을 은폐하는 것을 자식에게 가르친 대가가 이렇듯 훌륭하다고 할까. 아니면 그때는 옳았는데 지금은 그르다고 할까. 그때는 자식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할까.

 

 더 큰 문제는 앞선 전직 경찰도 그렇고 후자인 전직 공무원도 그렇고 모두가 사건이 터지고 나면 그 모든 일을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운명 때문이라 말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일이라 말했다. 그때 거기서도 그렇게 했기 때문에 다시 반복한 것이다. 도둑질이라는 엄연한 불법을 자기들 손으로 직접 숨겨주었으면서도 그 불법을 들추거나 그 도둑질의 진실이 드러나려고 하면 진실을 밝히는 것을 도리어 나쁜 짓이라 떠들었다.

 

 "빨갱이 녀석이잖아."

 

 "나쁜 놈이잖아."

 

 "제가 아는 것을 말했으면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잖아."

 

 "세상을 위해 한 일이잖아."

 

 그랬던 그들이 시간이 많이 지나 지금의 일들을 보는 시각이 어떠냐 하면. 이 모든 일은 자기들 문제가 아니라 어떤 기관이 그 일에 개입되면서 일어나게 된 일이고, 그때의 일을 입막음하려고 지금의 일을 만들고 있다는 식으로 한탄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이 죽음의 화신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마치 상민과 태솔처럼.

 

 이런 사람들을 위해 원준이 찾아야 하는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기관은 어떤 의미일까?

 또 다른 변명과 또 다른 은폐와 또 다른 조작이 되는 것은 아닐까?

 

 "모두 다 찾은 뒤에도 죽음의 저주가 이어지면 그때는 누구 탓을 하고 누구 핑계를 들며 자기들의 과거 잘못을 숨기려 할까? 이들은 대체 얼마나 많은 희생과 고통을 보아야 자기들 잘못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할까?"

 

 그때 이 일의 끝을 보고 싶어졌다. 저주받은 일을 해야만 했던 사람들이 믿는 이 일의 끝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정치부에 있을 것이 아니라 사회부에 있어야 한다 생각했다. 그들이 일으키는 사건들을 더 잘 접촉할 수 있다 생각했다.

 

 

 "왜 정치부를 그만둔 것이냐?

  왜."

 

 원준의 아버지 유민태는 며칠 전부터 그에게 전화를 걸어 정치부를 나와 사회부에 간 사실을 꾸중하고 있었다. 첫날은 너무 당황스러워 그가 한 대답은 '어떻게 아셨습니까?'였다. 그 질문에 아버지는 대답은 하질 않고 정치부를 그만둔 사실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처럼 그 일을 꾸중만 하셨다.

 

 "왜 그렇게 했어?"

 

 "어떻게 아셨던 겁니까?"

 

 결국 한 쪽은 이루어진 사실에 대한 꾸중의 질문을, 다른 한 쪽은 몰라야 할 사실을 아는 것에 대한 의문의 질문을, 서로는 상대의 말을 듣고 않고 계속 자기주장을 쏟아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다음날에는 아예 회사 간부를 통해 회유가 들어왔다. 다시 복귀하라는 명령과도 같은 회유였다. 그 말을 듣고 원준이 바로 한 것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왜 간섭을 하시는 겁니까? 그간 연락 한 번 안 하셨던 분이."

 

 그제는 미래에 대한 언쟁이 오고 갔다. 아버지 유민태의 말을 요약하면 정치부에 있다가 뒤를 봐줄 테니 정계에 진출하라는 요지였다. 정계에 진출하면 자신이 국회의원이던 장관이던 다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그에 대한 아들 원준의 대답은 정치는 무조건 싫고, 아버지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딱 두 개의 답으로 모든 이야기를 매듭지으려 했다. 또다시 부자지간의 갈등만 오고 갈 뿐 타협점이나 배려는 없었다.

 

 결국 화가 단단히 난 아버지 유민태가 아예 다 큰 아들 원준을 만나기 위해 직접 회사까지 찾아왔다. 그리고는 강압적으로 다시 정치부에 복귀하라고 반 협박조로 말씀을 하셨다. 그제는 원준이 아예 귀를 닫고는 받아 들이지를 않았다. 앞에서 아버지가 아무리 많은 말씀과 아무리 많은 겁을 주어도 원준은 꿈쩍도 않고 입을 닫고만 있었다.

 

 아버지와 싸우고 나서 화가 난 원준은 화를 식히기 위해 계단을 통해 올라가려고 계단 통로에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번 교각 하단 출입구에 갇혔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들면서 자기도 모르게 폐소공포증이 밀려왔다.

 

 문을 당겨서 열어야 하는데 미친 듯이 계속 밀며 열려고 하니까 안 열렸다. 처음 안 열리자 갑자기 닫혔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폐소공포증이 생긴 것이다. 문이 닫혔다는 생각을 하는 순식간부터 숨을 못 쉬는 지경에까지 내몰렸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숨을 쉴 수가 없고, 정신이 없으며, 눈앞이 어른거려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결국 문을 잡고 죽을 것 같이 몸부림을 치다가 그 앞에 축 늘어지듯이 쓰러졌다.

 

 "이봐요. 괜찮아요."

 

 다행히 계단을 이용하려던 사람이 문을 열다가 그를 발견했다. 문이 열리자 그는 엉금엉금 기어서 계단 통로를 나왔고 그제야 그 공포와 두려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순간은 엄청난 압박감이었다. 숨조차 쉴 수 없는 공포였다. 그날의 트라우마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그를 괴롭혔는데 이상한 것은 평소에는 아무 증세도 없다가 아버지를 만나고 나서 갑자기 나타났다는 것이다.

 

 

 원준과 상민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누군가를 쫓아가는 모양새다. 둘의 앞에는 키가 작은 사람이 열심히 도망을 치고 있었다.

 

 어제 상민이 국회를 거처 회사에 찾아와 한 이야기가 바로 허경석 이야기였다. 오준재의 친구이며 선배인 허경석이 또 다른 범인이라 했다. 그리고 그가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날인 오늘 그를 찾아온 것이다.

 

 상민이 고함을 쳤다.

 "허경석씨 잠시만요. 잠시만 이야기 좀 합시다."

 

 하지만 앞서 도망치는 허경석은 멈추질 않고 계속 달리고 있다.

 

 원준이 옆에서 뛰고 있는 상민을 보며

 "저 사람이 오준재와 함께 범행을 한 용의자 맞아?"

 

 상민이 원준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며칠 전에 술자리에서 술에 만취해서 자기가 송해동을 죽였다고 했데."

 

 원준이 뛰느라 힘들어 인상을 찡그리며

 "그냥 술 주정일 수 있잖아."

 

 상민은 다시 앞에서 도망치고 있는 허경석을 보며

 "우리 친구 말로는 최근에 오준재와 가장 많이 붙어 다닌 사람이 저기 가는 허경석이래. 고향 사람들 중에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다 알고 있데."

 

 "그런데 왜 그때는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때 벌써 범인을 알았단 말이잖아."

 

 "자기들이 새로운 밀고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지.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는 것도 두려웠고."

 

 "참, 나. 저주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구나."

 

 "그놈의 저주 풀려면 저 사람부터 잡아 이야기를 들어봐야 안다. 대체 어떤 기관이 관여된 사건인지."

 

 "그래, 까짓것 잡고 보자."

 

 둘은 연신 골목 사이를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앞서가는 허경석은 요리조리 잘 도망치고 있었다.

 

 잠시 뒤. 동네 안 놀이터 입구에 상민과 원준이 숨을 헐떡이며 서있었다. 둘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얼굴은 온통 땀 범벅에 힘들었음을 알 수 있듯이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

 

 그들 앞 쪽에서 허경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날 잡으려고 하는 거야. 너희들이 뭐라고."

 

 소리가 난 곳은 둘이 서있는 곳 반대편 또 다른 놀이터 입구 앞으로 그곳에 허경석이 서있었다. 그도 도망치느라 힘들었던지 얼굴은 땀 범벅에 잔뜩 인상을 쓰면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가쁘게 숨을 쉬고 있던 상민이 하늘을 보며 다시 큰 게 한숨을 쉬고는 대답했다.

 "휴... 허경석씨, 이야기 좀 해요."

 

 경석이 그제야 고개를 들며 말했다.

 "난 할 말 없어."

 

 상민이 숨을 고르고 나서 허경석이 있는 곳을 보며

 "오준재씨 사이에 있었던 일로 할 말씀이 많을 것 같은데요."

 

 경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뭘 원하는데. 날 잡아갈 생각이야."

 

 상민이 손사래를 치며

 "아닙니다. 저희들은 경찰도 아닌데 왜 당신을 잡아갑니까."

 

 경석이 화가 난 얼굴로 소리쳤다.

 "그럼 왜 그걸 알고 싶은데?"

 

 상민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고향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막고 싶어서 그럽니다."

 

 경석도 그제는 조용히 작은 소리로 말했다. 동네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처럼

 "우리 일을 안다고 저주가 풀리는 것은 아냐. 저주는 이미 예전 잘못이 만들어낸 죽음이지. 우리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우리 생각에는 우리 뒤에 숨어 있던 그 기관이 지금의 죽음을 만들어 낸다 생각하고 있어요. 송해동이 밀고한 그 기관이. 그래서 그 기관의 실체를 알아내려 하고 있는데 그걸 말해줄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왜 나야. 나는 아냐. 난 거기 있을 때도 그냥 도둑질하던 하수인이고. 여기서도 아무런 연관이 없는 그냥 죽지 않고 살고 싶은 사람일 뿐이야."

 

 연신 숨을 고르고 있던 원준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우리는 당신도 죽은 송해동처럼 그 기관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아닌 가요?"

 

 경석이 강하게 부정하듯이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아냐. 고향 떠난 이후로 난 그 기관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해."

 

 경석의 말에 둘은 놀라서 서로를 봤다.

 

 원준이 상민을 보고 나서

 "그럼 왜 송해동을 죽였어요? 이유가 뭡니까?"

 

 경석이

 "혹시 '진찾사'라는 말 들어 봤어?"

 

 며칠 전에 둘이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오를 만큼 아직은 잘 기억나는 단어다. 그래서 원준을 고개를 끄덕였다.

 

 상민이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예, 알고 있습니다. 그게 이번 일과 무슨 상관이죠."

 

 경석이

 "몇 달 전에 죽은 상웅이, 권상웅이와 우리가 그 모임의 멤버였어."

 

 경석의 말에 둘은 권상웅 가족 사건을 떠올렸다. 그리고 진찾사와 권상웅과 그의 가족들 죽음, 그리고 이번 송해동 사건이 어떤 연결고리에 의해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상민이

 "그렇다면 권상웅씨 가족 사건을 송해동의 밀고로 보신 겁니까?"

 

 경석이

 "그래. 우리는 그 사건을 우연이나 자살로 보질 않아. 그건 저주와 다른 죽음이었어. 그 사건은 저주가 아니었어."

 

 원준이 상민을 보며 네가 생각하는 그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이 이번 사건에 중대한 요인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원준이 놀라움과 감탄에 상민을 보다가

 "그래서 죽인 겁니까?"

 

 경석이 이제는 힘이 다시 생겼는지 주춤주춤 도망치려고 하며

 "처음에는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었어. 그냥 진실을 알아내려고 겁을 주려고 간 길이야. 송해동이 뭘 했는지를 알려고."

 

 상민이

 "그런데 왜 죽였어요?"

 

 경석이 뒤로 물러나다가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듯이 하던 행동을 멈추고 서서 당당하게 앞을 보며.

 "송해동이 그 기관 이야기를 하잖아. 자기를 그렇게 하면 그 기관이 가만 안 있을 거라고. 우리를 도리어 협박하는 거야."

 

 원준이

 "그렇다면 소문처럼 송해동이 그 기관의 밀고자가 맞는 거군요."

 

 경석이

 "그래! 스스로 그렇다고 자기가 말했어. 그년이 바로 밀고자였어. 제 살겠다고 고향 사람들을 밀고하던 인간이야. 상웅이 사건도 그녀가 밀고한 것이 맞아."

 

 상민이

 "그래서 죽인 겁니까?"

 

 경석이 고개를 떨구며

 "어쩔 수 없었어. 그 기관 이야기가 나온 이상. 송해동은 우리 얼굴을 알지. 그런 여자를 풀어주면 우리가 온전할 수 없잖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리 살려고."

 

 경석의 이야기를 들은 원준이 상민을 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유일한 증인이 송해동이였어. 그 증인을 잃었다."

 

 상민이 원준의 말을 듣고 나서 경석에게 말했다.

 "정말로 그 기관을 몰라요. 예전에 고향에 있을 때 그 기관이 하는 일을 도왔잖아요. 하수인들처럼."

 

 경석이

 "아냐. 그건 그냥 어른들이 그렇게 하라고 하고.

  또...

  우리가 도둑놈이고.

 ...

  우리가 도둑질한 것으로 대학 간 녀석인데.

 ...

  어떻게 그냥 있어.

  그때도 우리가 살아야 했으니까 알아서 발 벗고 나선 거야.

  어른들의 도움도 있고, 어른들이 뒤에 일어날 문제 책임진다고 해서 한 일이야.

 ...

  우린 그 기관 몰라.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야."

 

 원준이

 "정말입니까. 거짓 아니죠."

 

 경석이 다시 도망칠 태세를 하며

 "내 몰골을 좀 봐. 나는 지금 그 기관 피해 다니느라 온전한 삶을 못 살고 있어. 지금 같아서는 차라리 그때 경찰에 자수하고 감옥에 들어갔으면 이보다는 더 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원준이 작은 소리로 상민을 보며 물었다.

 "거짓말 같지 않지."

 

 상민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 진짜 같아."

 

 "괜히 헛수고만 한 것 같아."

 

 "헛수고는 아니지. 지금까지 소문으로만 나돌던 어느 기관이 A 마을 사람들의 삶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송해동을 통해 드러났잖아."

 

 "으이그. 여전하네.

  맞다. 이제는 실체가 없는 기관이 아니라 존재하는 기관이 되었다.

  그 말하려는 거야."

 

 두 사람이 속닥거릴 동안 결국 경석이 눈치를 보다가 바로 도망을 쳤다. 상민이 그 모습을 보고는 다시 쫓아가려고 하자 원준이 말렸다.

 

 원준이 상민을 잡으며

 "그냥 둬. 잡아봐야 더 나올 말도 없겠다."

 

 둘은 골목 사이로 사라지는 허경석의 뒷모습을 보고 있기만 했다.

 

 

 며칠 뒤, 상민과 원준이 방송국 앞 공원 벤치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다.

 

 상민이 원준을 보며

 "이렇게 해서 이번 송해동 사건을 기점으로 진찾사는 완전히 사라졌어."

 

 원준이 서류를 보며

 "그 뒤로는 아무런 활동이 없는 거야?"

 

 "응, 완전히 사라졌어. 모임을 한다는 말도 없어."

 

 "모두가 두려웠던 모양이구나."

 

 "그렇지. 상대가 이미 자기들을 파악했다는 말이 나돌았으니. 모두가 두려웠겠지. 그냥 소문 같은 저주 이야기에도 두려워하는 사람들인데."

 

 그때 상민의 핸드폰이 울렸다.

 

 상민이 전화를 받으며

 "응, 왜?"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상민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게 사실이야. 허경석이 죽었어. 어떻게?"

 

 허경석이 죽었다는 말에 원준도 일어나 상민의 전화에 관심을 보였다.

 "허경석이 죽었데. 어떻게?"

 

 상민이 핸드폰을 얼굴에서 잠시 떨어트리고는 원준을 보며

 "어제 교통사고로 죽었데. 블랙 아이스 구간에서 운전 미숙으로 절벽에서 차에 탄 채 떨어져 즉사했다는데. 의심스럽지 않아."

 

 원준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상민이 다시 핸드폰을 얼굴에 붙이고 통화를 했다.

 "경찰 발표나 주변 사람들 말은 어때? 응. 그렇구나. 알았어. 그럼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해."

 

 "뭐래?"

 

 "경찰은 단순 운전 미숙으로 발표했고. 지역 방송에서도 그렇게 방송됐데. 고향 사람들은 반대로 의심하고. 하지만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나 봐 여전히 침묵하고 있데."

 

 "또 한 명의 시한폭탄이 폭발한 것이네."

 

 그 말을 하고는 자기가 들고 있던 서류 중에서 오준재와 허경석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에서 둘은 어깨동무를 하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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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길들여진 2018 / 2 / 2 278 0 10573   
51 제4장, 길들여진 2018 / 1 / 31 290 0 11421   
50 재회 2018 / 1 / 29 300 0 9494   
49 재회 2018 / 1 / 27 270 0 10732   
48 재회 2018 / 1 / 25 279 0 10177   
47 재회 2018 / 1 / 23 298 0 11482   
46 악연적 2018 / 1 / 21 278 0 10719   
45 악연적 2018 / 1 / 19 280 0 11650   
44 악연적 2018 / 1 / 17 285 0 11062   
43 악연적 2018 / 1 / 15 270 0 11402   
42 재회 2018 / 1 / 13 283 0 9514   
41 재회 2018 / 1 / 11 260 0 9406   
40 재회 2018 / 1 / 9 281 0 9764   
39 필연적 2018 / 1 / 7 276 0 11938   
38 필연적 2018 / 1 / 5 277 0 11738   
37 필연적 2018 / 1 / 3 296 0 9641   
36 제3장, 필연적 2017 / 12 / 30 253 0 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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