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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재회
작성일 : 18-01-09 09:37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9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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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와의 재회가 두려운 사람들이다. 스스로의 잘못으로 인해 이제는 과거와 마주치는 것이 가장 두려웠던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에게 과거를 들추는 이야기를 하였으니 누군가는 화가 났을 것이고, 누군가는 슬펐을 것이다. 재회하기 싫은 것과의 상봉일 테니.

 

 태솔은 슬펐나 보다. 원준의 입에서 나오는 빨갱이 이야기를 듣다가 울음을 참지 못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얼굴을 숨기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말을 할 때부터 울먹이는 말투로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고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그 모습은 울기 위해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다.

 

 태솔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을 가자 원준은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빨갱이 이야기를 들어 A 마을 사람들을 욕 한 때문이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상민이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시며

 "신년 첫 만남에 너무 과했다."

 

 앞에 있는 녀석은 과거와의 재회가 화가 나는 인물이다. 오죽하면 스스로를 시한폭탄이라 규정할 정도로 과거의 일을 싫어하는 친구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단히 화가 난 듯이 연거푸 술을 목구멍으로 다급히 털어 넣었다.

 

 이미 태솔의 일로 인해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 원준은 상민에게도 미안하다는 듯이

 "그게 아니라 난 장난으로... 알지 내 마음.

  네가 준 파일 다 읽은 내게서 무슨 말이 나오겠냐.

  너희 동네 사람들 생사람 잘 잡았던 일들 하고. 도둑질한 걸 감추려고 별 짓을 다 했던 일들 외에 할 말이 뭐가 있어.

  빨갱이는 그저 일부에 지나지 않던데. 도둑질은 아예 대놓고 그 사람 불러내서 없는 사이에 마음대로 도둑질을 해놓았던데.

  그 결과가 입시비리의 저주이잖아. 지금의 상황.

  난 그래서..."

 

 원준이 태솔을 울린 것 같아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는 것이 앞에서 말한 빨갱이 이야기와 같은 이유를 들었다. 그들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을 다시 끄집어내 재회하는 기쁨 아닌 기쁨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원준의 이유에 상민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모든 일을 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파일을 준 사람이 자기가 아닌가. 그리고 그가 그 파일을 통해 자기 마을의 과거 일들을 다 알아야 지금 현재의 자기를 도울 수 있다 교육을 시킨 사람 또한 자기 자신이었다. 과거와의 재회에 화를 내기는 했지만 그걸 들춘 앞사람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술잔만 연거푸 기울였다.

 

 "넌 또 왜 이러냐. 여자 친구 앞에서 술주정하고 싶냐. 그만 먹어."

 

 원준이 친구의 술잔을 빼앗으려고 했다. 상민이 마시려고 하던 술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그 모습은 걱정이 있다는 모양새였다.

 

 "태솔이 요즘 컨디션이 별로야. 그래서 오늘 일부러 너와 만난다는 핑계로 밖으로 불러내 기분 전환 시키려고 만난 건데."

 

 "무슨 일 있었는데?"

 

 "태솔이 동기가 지난 연말에 또 한 명 죽었다.

 ...

  이젠 그 학번의 동기는 채 다섯 명이 남지 않았어.

  그래서... 두려운 가봐."

 

 상민의 말에 원준은 지난번 비행기 조사 때 보았던 졸업생 명단을 기억했다. 시골 마을 학교라 졸업생이 겨우 70명 내외였다. 그 언저리에서 오락가락하는 수였는데 그중에 3 분의 2 이상이 도둑질한 자료를 이용해 대학을 갔고 그 외에는 그 자료가 없어도 되었다. 그냥 전문대 아니면 아예 대학을 가지 않는 학생들이다. 그때의 통계를 기준으로 한다면 대략 50명 선인데. 그중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수가 5명이다.

 

 '다섯 명뿐이라고...

  제길. 제기랄 세상.

  하지 말라는 도둑질에. 그렇게 얻은 글로 입시비리를 통해 대학을 가더니. 결국 이렇게 된 거야.

  겨우 20대 중반 나이에... 스물다섯 여섯 창창한 나이에... 몰살을 해.

  잘 돌아가는 세상이다.

  그럼 대체 그들의 죽음과 함께 희생된 사람은 모두 얼마야?'

 

 원준이 생각이 빠져 있는 사이 상민이 불쑥 말했다.

 "오십 명 가까운 수와 함께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고 있지."

 

 속내가 들킨 것 같아 원준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서 바로 대답도 못 했다.

 

 "놀랄 거 없어. 태솔이에게 또 한 명 죽었다는 말을 듣고 나도 같은 생각을 했으니까."

 

 "태솔씨 오면 미안하다 해야겠다. 괜히 마음 아픈 사람을 괴롭혔다."

 

 원준의 후회하는 말에 상민이 쓴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너 혹시 '진찾사'라는 사이트 아냐?"

 

 진찾사. 진실을 찾는 사람들. 원준은 기억이 났다. 비행기 사고 조사 때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이 간간이 했던 말이 '진찾사'라는 사이트 이야기였다. 그때는 워낙에 생소하고 복잡한 저주에 관한 이야기를 듣느라 축약어로 된 사소한 사이트 이야기는 신경도 쓰질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이트를 말했기 때문이다. 무슨 희망이나 마지막 끈 같았다는 식의 설명이었다.

 

 기억이 나는 데도 나질 않는 것처럼 대답했다.

 "진찾사? 들어 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게 무슨 말인데?"

 

 "'진실을 찾는 사람'이라는 이름의 카페 사이트야.

  한 오 년 전인가... 네가 비행기 사고 때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단체 모임 같은 의미의 회원제 카페를 만들었어."

 

 "그 사람들이면 도둑질로 대학 간 사람이 아닌 사람!"

 

 "응!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카페인데. 목적이 뭐냐 하면 시한폭탄들 조심하라는 경고 사이트야. 때로는 어디서 무슨 사고가 났다는 안내하는 역할도 했고."

 

 상민의 말에 원준은 놀라웠다. 그런 활동을 A 마을 사람들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이미 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놀랍네. 그런 일도 하고.

  그런데 그게 왜?"

 

 "우리의 상황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런 식으로 죽음을 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어."

 

 "그랬구나. 그 사이트 아직도 있어?"

 

 "아니. 최근에 흐지부지됐어. 작년 전까지는 운영되고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작년 초반인가 하반기 되기 전부터 사라졌다고 하더군."

 

 "누구 말이야? 누구가 알려주던데?"

 

 "태솔이가."

 

 "아! 태솔씨."

 

 "그 사이트가 처음에 만들어지고 일 년 넘게는 지금 너처럼 시한폭탄이 만들어내는 죽음에 대한 경고를 많이 알렸어.

  누구가 무슨 일을 하는데 위험하다거나, 어디서 무슨 일이 났는데 어떤 식이니까 시한폭탄 중 그와 관련이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을 알면 주변 사람들에게 조심시키라는 식으로."

 

 "그것도 괜찮은데. 성공했어?"

 

 "몰라. 성공했는지 안 했는지.

 ...

  나도 시한폭탄인데 날 고발하는 그런 사이트를 좋아할 수 있냐.

 ...

   그냥 소문만 들고 신경도 안 썼어."

 

 "뒤에는 어떻게 됐어?"

 

 "일 년 조금 넘게 활발하게 활동하며 시한폭탄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했어. 그러다 이 년 째가 될 때쯤에 방향을 급선회했어. 시한폭탄들 죽음에 대한 내용을 전하는 사이트로 변했지."

 

 "시한폭탄 죽음을 알려?"

 

 "응, 시한폭탄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흥미 위주처럼 누구가 어디서 어떻게 죽었다는 식으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만 했어."

 

 "변질된 거야? 아니면 상업화된 거야?

  아! 그래. 그때 유행하던 말이 있었지.

  자낳괴.

  자낳괴 기억나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그런 경우야. 돈 때문에 변질되었어."

 

 "그까지는 잘 몰라. 그냥 그렇게 변했어."

 

 "그걸 왜 이야기하는데?"

 

 "너 우리 일을 보고 이해가 안 된다고 했지.

  죽음을 알면서도 그 일을 하고.

  이제는 죽음을 알면서도 숨기고 은폐하기 급급하다고."

 

 원준이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진찾사를 보면 극명하게 그 이유를 알 수 있어."

 

 "왜?"

 

 "이 사이트가 처음에 만들어질 때는 타인의 죽음을 동반한 시한폭탄의 죽음으로부터 타인을 구하기 위한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몇 명이나 가입했는지 아냐?"

 

 "좀 많지 않았을까?

 ...

  스스로들 자신들의 처지를 알았으니까."

 

 상민이 갑자기 웃었다.

 "아니. 얼마 안 됐어. 입시비리로 대학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 몇 명. 그게 전부였어.

  그런데 이 년 뒤에 시한폭탄들의 죽음을 알리는 사이트가 되면서 어떻게 됐는지 알아."

 

 "어떻게 되었는데?"

 

 "지하세계 최고의 사이트. 수면 위로 나온 사이트가 아닌 은밀하게 가입하고 몰래 열어보는 사이트 최고의 방문자 조회 사이트가 되었어."

 

 그 말에 원준이 놀라 아무 말도 못했다. 그가 줄기차게 상민에게 말했던 죽음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못 받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에 비해 누군가의 죽음을 보는 일은 알리지 않아도 찾아와 구경을 한다는 잔인한 현실을 알려주었다. 그 사실을 알고 원준은 상민이 준 자료의 어떤 이야기를 떠올렸다.

 

 

 시한폭탄들의 부모가 도둑질을 했던 사람, 그가 살던 집 바로 뒤에 있는 어느 공공기관의 직원들 이야기다. 그 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상민의 말에 따르면 사건 초기에 컴퓨터를 해킹하고 그 사람의 일상을 감시하는 일을 했던 기관이라 했다.

 

 "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던가 그때였어."

 

 당시 마을 안에서는 처음 도둑질을 했던 그 사람의 친구들이나 어떤 여중학생들을 제외하고 누구보다 이른 시기에 해킹 등으로 그 사람의 자료를 불법 취득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당시 그곳에 다녔던 사람들의 자식들은 대부분이 불법으로 입수한 자료를 가지고 입시 비리로 대학에 들어갔다. 남이 쓴 글을 불법적 방법으로 도둑질을 해서 그걸 자기 자신들이 쓴 글로 속여 대학에 들어간 것이다.

 

 "그중 한 직원의 딸 이야기야."

 

 이 딸이 몇 해 전에 시한폭탄이 결국 폭발하여 도둑질 저주에 의해 죽었다. 그런데 그녀가 죽는 자리에 있던 130여 명의 시민들도 같이 죽었다. 딱 잘라 '그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불가항력적인, 우연한 사건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다른 이유로 인하여 일어난 일에 그녀가 거기 있었다. 하지만 도둑질의 저주에 대입하면 그녀가 있으므로 인해 죽음이 일어난 것이 된다.

 

 그때의 죽음 중에는 어느 시골 마을 사람들 30여 명의 죽음도 있었다. 한마을 사람들이 여행 인지, 행사 인지로 모여있다가 함께 변을 당했다. 그로 인해 그 마을은 하루아침에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 마을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 전부가 죽는 바람에 더 이상 사는 사람이 없는 마을이 되었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야기가 옆길로 샌 것 같은데 하고자 하는 말의 취지(趣旨)는 그 사고가 있고 난 뒤의 일이다. 상민이 준 파일 중 그녀의 죽음이 기록된 사고 종이에 나이나 학번 같은 식별 연도가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게 이상해 원준은 파일을 보다가 새벽 시각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이 회사 직원 딸. 왜 졸업 연도나 학번 아니면 나이가 없어. 그냥 이름만 적었어. 사고 날짜도 안 적고. 왜 이런 자료가 있어."

 

 "야아. 넌 잠도 없냐. 새벽 두 시다. 두 시."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잖아. 정신 차리고 한 번 기억해 봐."

 

 "누구 말하는데?"

 

 "그 사람 집 바로 뒤에 있었다는 공공기관 직원의 딸."

 

 "아! 그 여자. 사정이 있었어."

 

 "무슨 사정?"

 

 "그 도둑질한 것으로 딸을 대학에 보낸 부모가 딸이 죽자 동네 사람들에게 난리를 쳤어. 그 때문이야."

 

 "무슨 난리를 쳤는데?"

 

 "자기 딸 입시비리로 대학 들어가 도둑질 저주로 그런 사고가 났다는 말 못하게 하는 거."

 

 "왜?"

 

 "딸이 죽는 건 죽는 거고. 그 입시비리와 불법적 범죄가 과거에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었겠지.

 ...

  오죽하면 자기 딸 이야기를 하면 다 죽인다고 난리를 쳤어. 그래서 누군지를 자세하게 남기지를 못했어."

 

 "그렇다고 이렇게 적었냐. 너도 별나다. 별나."

 

 "별난 게 아니라. 그 일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저씨도 죽었거든. 그래서 예우 차원에서 안 적었어."

 

 "혹시 자살이나 뭐 그런 거?"

 

 "아냐. 그냥 화 병이나 술 병 같은 거겠지?"

 

 '거겠지?'

 그도 잘은 모른다는 말이다. 아니면 또 다른 도둑질 저주에 의한 희생이기에 그것까지는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원준도 물어보고 싶지 않은지 아버지 죽음은 따지고 들지 않았다.

 

 "딸 죽이는 일을 자기 손으로 해놓고는 그게 입단속할 일이냐. 무려 백삼십 명이나 함께 죽은 사곤데."

 

 "그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그 당시에는 그게 정당했고. 자랑거리였는걸. 아예 대놓고 도둑질로 빼돌린 자료로 입시 비리를 저질러 대학 갔다고 자랑처럼 대학 입학 축하파티까지 했을 거야. 아마.

 ...

  그게 지금은. 지금 현재형이 되니까. 저주가 되고, 죽음이 되고, 정정당당하지 않은 불법이 되니까. 은폐하는 거겠지.

 ...

  네가 걱정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느냐가 아니라. 자기 과거의 행동이 죄가 되느냐 안 되느냐. 그도 아니면 손가락질 받을 일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

 

 "그렇게 한다고 감춰지냐?

  시골 마을 공공기관 직원들 해봐야 얼마 된다고.

  근방 드러날 일을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격이지."

 

 "그럴까?"

 

 "뭐야 그 말투. 손바닥 두 개 동원해도 안 돼?"

 

 "그 정도는 되려나. 아니다. 딸이 두 명 있는 집도 두 딸 모두 그런 식으로 대학을 보내 시한폭탄 만들었으니... 두 개로는 부족하겠다. 발까지 동원하면 되려나. 아들들은 제외하고 딸들만 따져서."

 

 "젠장. 그래서 동네 사람들을 협박한 거야. 다 같은 죄인이라서."

 

 한참 뒤에 상민이 대답하기를.

 "야, 방학이라 난 내일 아침부터 수업 있어. 난 잔다."

 

 도망치듯이 상민은 전화를 끊었다. 원준은 허탈한 듯이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앞에 있는 파일을 유심히 보았다. 파일에는 달랑 이름만 있고 연도 표시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는 바로 사고에 대한 본론이었다.

 

 

 그때의 일화가 떠오른 이유는 과거 잘못을 저질렀던 그 부모는 딸의 죽음 앞에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려고만 했다. 그 부모에게는 딸과 함께 죽은 130명의 죽음이 보이질 않았다. 오로지 과거의 불법을 은폐하고 감추는 일에만 급급했지 또 다른 시한폭탄이 만들어내게 될 죽음에 대한 경고가 없었고 대비가 없었다. 마치 지금의 '진찾사' 같은 상황이었다.

 

 타인의 희생을 막기 위한 경고와 알림은 내부 고발자처럼 취급하여 은폐하고 감추기 급급하다가. 정작 자기가 아닌 타자에 대한 희생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 받아들이는 인간 군상들의 잔인한 모습. 그게 과거에 불법을 저질렀던 그들의 모습이었다. 죄에 대한 죄의식을 상실한 자들의 변모된 형상.

 

 상민이 불쑥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냐?"

 

 원준이 놀라며

 "어? 어? 왜 뭐라고 했는데."

 

 "뭐 생각했어?

  태솔이 오면 그 이야기하지 말라고."

 

 "아! 알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인기 좋았던 사이트가 작년에 사라졌어?"

 

 "그게 우리가 조사해야 하는 또 하나의 대상이야."

 

 "뭐야. 그럼 혹시 얼마 전에 말한 감찰관과 PS 뭐라는 곳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 이야기를 하려는 거야?"

 

 "너 그 자료 거의 다 봤지. 그러니까 우리 보고 빨갱이라 했잖아.

  그럼 작년부터 갑자기 일어난 변화를 읽었겠네."

 

 상민의 말이 맞았다. 원준은 이상한 변화를 사건들 속에서 알아챘다. 작년 비행기 사고를 마지막으로 그와 같은 대형 사고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가 자잘한 개인적 사고들만 일어났다. 그중에서 가장 큰 대형 사고는 권성희 가족이 탄 차가 고향 어른들 세 사람을 죽이고 세 사람을 중상 입힌 사고였다. 2차 사고는 간과하고 보면 그랬다. 그 외 사고는 전부가 송해동의 죽음이나 DA 대교 사건 때처럼 혼자 죽거나 한두 명과 같이 죽는 작은 규모의 사건이었다.

 

 이게 왜 변화란 말로 두 사람이 표현하느냐 하면. 사건 형태가 완전히 돌변했기 때문이다. 시한폭탄의 폭발에 의한 대형 사고에 개입된 도둑질 저주와 도둑질 저주의 개인적 사고에 의한 작은 사고의 차이. 그게 너무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며 나타났다. 그전에도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작년처럼 얼마 남지 않은 시한폭탄들의 집중적인 단독 죽음은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럼 내 말은 이게 그들의 짓이다. 그 이야기야?

 ...

  왜?

  왜 그들이 너희들을 죽여. 무슨 이득이 있고 이유가 있다고."

 

 상민이 태연히

 "그걸 우리가 찾아야지."

 

 우리라는 말에 원준이 황당해 하며

 "우리가 찾아? 내가 왜?"

 

 "내 파일 읽었잖아. 그럼 시작해야지."

 

 "햐... 이건 뭐 뭐... 그냥 칼 안 든 날강도네 날강도야.

  너 이런 식이었냐. 막무가내식."

 

 "그래. 친구 좋은 게 뭐냐. 좋은 자리. 아니다 이렇게 취업 한파가 몰아치는 세상에 버젓이 취업에 성공한 금수저 친구가 도와주어야 하는 거 아니냐."

 

 "너도 김 선배에게 감염됐냐.

  금수저는.

 ...

  좀 더 조사한 거 보고. 그때 결정할 거다.

  함부로 막 우리 속에 넣으려고 하지 마."

 

 원준의 말에 상민이 미소를 지었다.

 

 그때 화장실을 갔던 태솔이 화장을 고치고 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상민이 다급히 말했다.

 "태솔이 온다. 다음에 이야기하자."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이야기하지?"

 

 "여자 친구 소개해 달라고 해. 태솔이 친구 중에 꽤 괜찮은 사람 한 명 있다. 그 사람 소개해 달리고 해."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소개팅은."

 

 그때 태솔이 바로 앞에 왔는데 상민이 큰 소리로 말했다.

 "태솔아, 원준이가 소개팅 시켜 달란다. 방금 소개팅 이야기 들었지. 와, 아! 녀석이 너 없는 동안 얼마나 닦달을 하던지. 고문 당하는 줄 알았다. 그 사람 소개해 줘라."

 

 태솔이 상민의 옆에 앉으며

 "수여!"

 

 "응 수여씨 소개해 줘. 녀석에게는 감지덕지지."

 

 상민의 몰아세우기에 원준은 별말을 안 하고 그냥 듣기만 했다. 그나마 태솔이 그제는 웃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들 두 사람은 과거가 모두 추억이 아니라 망각으로 되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 모두가 망각으로 잊어버려 더 이상 도둑질 저주나 시한폭탄을 떠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할 것이다. 자신들의 과거 불법이 만들어 놓은 저주의 늪이 어떤 결과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연초 첫 만남이 있고 며칠이 지날 동안 원준은 연신 태솔과 상민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야 했다. 그들의 전화 목적은 하나였다. 소개팅 어서 하라는 독촉. 그걸 원준은 이런저런 핑계를 들며 도망 다니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때 그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할 것이 조금은 많았다. 소개팅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상민에게서 전화가 왔다. 핸드폰 화면에 상민의 이름이 나타나자 그는 단번에 또 소개팅 이야기를 하려나 미리 짐작을 했다. 그런데 첫 마디가 그게 아니었다.

 

 "야, 너 어디 있냐? 난 지금 의사당 앞인데. 시간 되면 밖에 좀 나와라."

 

 지금 원준이 있던 곳은 방송국 안이었다.

 "나 지금 거기 없는데. 지금 방송국 안이야."

 

 "방송국이라고. 에이, 진작 연락하고 오는 건데. 난 또 네 편의를 봐주려고 직접 찾아왔더니."

 

 원준이 씽긋이 웃으며

 "편의는 무슨 편의. 또 무슨 사고 가지고 왔구나. A 마을 일이야?"

 

 "눈치 하나는 정말 빨라. 그래. 거기 일 가지고 왔다."

 

 "말해 봐. 무슨 일인데?"

 

 "이건 전화로는 안 되는데. 만나자. 만나서 이야기하자. 내가 다시 거기로 갈게."

 

 "무슨 일인데, 그래?"

 

 "있어. 그런 일이 있어."

 

 "송해동 일이야?"

 

 "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기는 다른 가해자 찾는다고 입에 달고 살아놓고는.

  혹시 찾은 거냐?"

 

 "응."

 

 "누군데?"

 

 "전화로는 안 돼. 만나서. 만나서."

 

 "정말 확실한 가해자 맞지."

 

 "그렇다니까. 죽은 오준재와 가장 가깝게 지냈고. 작년 이전에는 거의 매일 붙어 다녔던 인물. 그 인물이 자기 입으로 송해동을 죽였다고 실토를 했어."

 

 "경찰에 잡힌 거야?"

 

 "아니. 아직은 잡히지 않았는데 스스로 그렇게 말했어."

 

 "알았다. 알았으니 빨리 와라.

 ...

  아! 아니다. 우리 방송국 로비에 와서 날 찾아라. 사회부 유원준 찾아라."

 

 "핸드폰으로 연락하면 되지. 뭐 하러."

 

 "안 돼. 조금 있다가 인터넷 방송 뉴스에 나가기로 일정 잡혀 있어. 생방송이라 핸드폰 없이 들어갈 거야."

 

 "아! 알았다. 그렇게 할게.

  참, 그런데 사회부야? 정치부 아니고."

 

 "야, 시간 됐다. 나 가야 해. 방송국에서 봐."

 

 원준이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바쁘지 않았지만 친구에게 뭔가를 숨기는 것처럼 강제로 전화를 끊었다. 사실 그가 두 사람의 소개팅하라는 독촉에 말을 듣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는 새해가 되면서 부서 이동을 하였다. 정치부에서 사회부로. 그 과정에서 그는 예상치 못한 걸림돌에 걸려 조금은 힘들어했다. 바로 아버지의 반대였다. 아버지의 입김이 그의 자리 이동을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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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여우는 2018 / 2 / 18 273 0 9947   
57 여우는 2018 / 2 / 12 283 0 9656   
56 여우는 2018 / 2 / 10 281 0 9728   
55 여우는 2018 / 2 / 8 291 0 9407   
54 길들여진 2018 / 2 / 6 287 0 12067   
53 길들여진 2018 / 2 / 4 293 0 11955   
52 길들여진 2018 / 2 / 2 278 0 10573   
51 제4장, 길들여진 2018 / 1 / 31 290 0 11421   
50 재회 2018 / 1 / 29 300 0 9494   
49 재회 2018 / 1 / 27 270 0 10732   
48 재회 2018 / 1 / 25 279 0 10177   
47 재회 2018 / 1 / 23 298 0 11482   
46 악연적 2018 / 1 / 21 278 0 10719   
45 악연적 2018 / 1 / 19 280 0 11650   
44 악연적 2018 / 1 / 17 285 0 11062   
43 악연적 2018 / 1 / 15 270 0 11402   
42 재회 2018 / 1 / 13 283 0 9514   
41 재회 2018 / 1 / 11 259 0 9406   
40 재회 2018 / 1 / 9 281 0 9764   
39 필연적 2018 / 1 / 7 276 0 11938   
38 필연적 2018 / 1 / 5 276 0 11738   
37 필연적 2018 / 1 / 3 296 0 9641   
36 제3장, 필연적 2017 / 12 / 30 253 0 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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