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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가출 공주님을 경호하라!
작가 : 머리식히기
작품등록일 : 2017.11.24

(황녀님, 먼치킨, 로판, 나쁜 남주 등)


"그래, 그럼 고향이 어디세요?"

"...이름 없는 숲 속."

"흐음. 그럼 그 숲 속에는 샛길이 많았겠군요. 시발에 새끼..."

"뭐라고? 시발새끼?"

...대충 이러고 서로 치고박는 미친 마법사 경호원(저승사자)과 철없는 공주(가출 공주님)님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약속 했으면서…
작성일 : 18-01-09 07:55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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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 허억! 기사단장님! 보고 드립니다!”

 

 “그래! 찾았나!”

 

 세이라 사일런스 제 1 황녀의 가출 사실이 알려지고 1시간이 지난 상황에서 황실 호위 기사단 대부분이 황도 이카루스를 쥐 잡듯이 뒤지고 있었다. 이제 사일런스 제국은 초여름. 그들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다른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기사단장인 루크도 미친 듯이 뛰며 그녀를 찾고 있다가 부하 기사가 부르는 말에 얼른 멈춰 섰다. 루크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황도 남쪽을 쥐 잡듯이 뒤졌는데 공주님을 찾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그곳을 수색하고 있는 제 1 기사장이 다른 곳을 수색하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빌어먹을! 알았다고 전해라!”

 

 답답함에 욕설을 내뱉은 루크의 말에 보고를 했던 기사가 얼른 경례를 한 뒤 다른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루크는 인상을 찌푸리며 허리춤에 찬 수통을 꺼내 물을 조금 마셨다. 물을 채울 시간도 마실 시간도 없어서 조금씩 마시는 것이었다. 이러면 효율적으로 마실 수는 있었지만 갈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물을 채울 시간도 아까운데 어쩌랴. 이마의 땀을 손등으로 훔치는 루크에게 기사 한 명이 다가와 고개를 숙인 뒤 말했다.

 

 “기사단장님. 차라리 저승사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가 나서면 조금 더 일이 수월해질 것입니다.”

 

 “크윽…”

 

 부하의 말을 지극히 합리적이었다. 효율적으로 생각하면 그것이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루크는 선뜻 그렇게 하자고 말할 수 없었다. 이것은 황실 호위 기사단의 자존심 문제였던 것이다. 물론 저승사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세이라를 찾을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는 있었다.

 

 하지만… 원래 세이라를 포함한 황실 사람들을 경호하는 사람은 저승사자가 아니라 루크의 황실 호위 기사단이었다. 그러나 가출 공주의 지속적인 가출로 세이라의 경호를 저승사자에게 넘긴 상황. 그것만으로도 황실 호위 기사단은 전 세계에 자신들이 무능하다고 광고를 한 셈이 되었다. 이미 명예가 엄청 실추된 상황.

 

 그런 상황에서 저승사자가 휴가를 낸 사이에 가출 공주가 가출을 두 번이나 해버렸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가출 공주에게 있지만 그런 그녀의 가출을 막지 못한 황실 호위 기사단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밑도 끝도 없었다. 개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휴가를 낸 저승사자에게 굽신거리며 도움을 요청한다?

 

 이건 황실 호위 기사단을 넘어 사일런스 제국군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이다. 자신들이 무능하다고 판게아 대륙 전체에 광고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아무리 황녀의 경호가 1순위라고는 하지만 더 이상 명예를 실추할 자신이 없는 루크 사일런스 준장이었다. 루크는 이를 바드득 갈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하면 우리의 명예는 바퀴벌레가 짓밟히듯이 철저히 짓밟히게 된다. 전 대륙에! 기사는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는다. 아무리 공주님이 중요하다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다.”

 

 “하, 하지만…”

 

 젊은 기사는 이의를 제기하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려고 했지만 루크가 검을 뽑아들자 얼른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루크 본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합리적인 쪽은 젊은 기사 쪽이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만약 루크가 저 나이 때였다면 지금 자신의 의견보다는 저승사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의견에 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나이를 먹었다. 아무리 저쪽이 합리적이라고 한들 기사의 명예마저 저버리게 만들 수는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는 기사단장이라는 직위에 앉게 되었으니까. 병사들의 모범이 되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기사들의 모범은 되어야만 했다.

 

 “알았으면 어서 움직여! 시간이 없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서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절대 저승사자에게는 도움을 요청하지 마라! 아니, 그 녀석이 있는 곳으로도 찾아가지 마! 저승사자가 이 사실을 알게 돼서 우리를 돕게 되면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다! 명예에 죽고 사는 우리 기사들의 자존심이 완전히 짓밟히는 것이란 말이다! 알겠나!”

 

 “예, 기사단장님!”

 

 루크의 명령을 들은 기사들이 다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크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다시 한 번 닦아낸 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오늘은 더럽게 더웠다.

 

 ‘아아, 공주님. 왜 자꾸 저희를 힘드시게 만드시는 것입니까…’

 

 %%%%%

 

 어두컴컴해야하는 밤. 모두가 잠들어 있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야 하는 시각. 그러나 ‘그곳’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다. 활활 불타고 있는 거리.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 아니, 사실 도망치는 사람들은 그래도 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사람들이었다.

 

 “사, 사람 살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그 날의 축제로 술에 취해 깊게 잠들어 있었으니까. 아니 어쩌면 차라리 잠들어 있는 사람들이 축복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죽기 직전까지는 그래도 평온할 수 있으니까.

 

 “으으으으! 믿었는데! 믿었는데!”

 

 “이, 이럴 수가! 어째서 저 사람이!”

 

 그러나 그렇게 비난할 수 있는 시간도 그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마치 불길들이 그들을 쫓아오는 것처럼 달려들기 시작했고 이윽고 그들은 고기 타는 냄새를 풍기며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그런 상황에서 남자… 아니, 소년은 웃었다. 이런 끔찍한 재앙, 아니 지옥 그 자체인 곳에서 소년은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소년의 발에 짓밟힌 여성이 이런 잔혹하기 그지없는 소년에게 찢어지는 듯한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쓰, 쓰레기 자식. 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줄이나 알아? 아, 알고 있냐고…!”

 

 “…”

 

 그러나 소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눈동자만을 내려 등을 짓밟고 있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흰색이었던 드레스는 피와 먼지로 더럽혀졌으며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다. 잠자코 여성의 등을 바라보던 소년은 이윽고 히죽 미소를 지은 뒤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끌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참상을 보여주었다. 여성이 바로 비명을 질렀지만 소년은 개의치 않고 말한다.

 

 “자, 봐. 이 참상을. 다 네가 벌인 일이야. 후후후. 너는 살려주지. 영광으로 알라고. 이 도시가 활활 불타오르는 장관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볼 수 있으니 말이야. 후후후후! 후하하하하하하!”

 

 “으윽! 미, 미친 놈… 이 더러운 쓰레기 같은 놈! 이 ‘악마!’”

 

 미친 듯이 웃으며 여성의 말을 무시하던 소년이었지만 마지막 단어. 그러니까 ‘악마’라는 말에 소년의 웃음소리는 뚝 끊겼다. 소년은 다시 눈동자만을 굴려 자신의 발 밑에 깔려있는 여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악마? 악마라고? 그렇다면 묻지. 나를 악마로 만든 너희는 정의냐? 너희는 선이냐? 더러운 것은 다 한쪽에 밀어 놓고 그곳을 냄새난다고 욕하는 것은 싶지. 하지만 그렇다고 너희들이 깨끗한 거냐? 순수한 거냐!”

 

 “그, 그게 무슨…”

 

 소년의 광기 어린 목소리에 그를 저주하던 여성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단 한 번도 저런 악의를 그녀는 겪어보지 못했다. 그때 소년과 여성의 바로 앞에서 한 가족이 허겁지겁 불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아빠는 딸로 보이는 어린 여자 아이를 등에 업었으며 엄마는 아들로 보이는 어린 남자 아이의 손을 잡고 허겁지겁 도망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서, 설마?! 아, 안 돼! 설마 당신!”

 

 “후후후후! 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멈춰! 멈추라고! 당신 설마!”

 

 여성이 어떻게든 소년의 발밑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이미 그녀의 양쪽 발목의 힘줄은 깔끔하게 베어진 뒤라서 움직일 수 없었다. 소년은 화목했던 한 가정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어디 한 번 막아보라고. 막을 수 있으면 말이야. 하하하하하!”

 

 “아, 안 돼! 안 돼!”

 

 그러나 여성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가까스로 불을 피해나가던 그들의 밑에서 불기둥이 솟구쳤고 그들은 모두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타죽어갔다. 뜨겁다는 아들과 딸의 절규 소리. 신을 원망하는 부모… 그러나 그리 길지는 않았다. 그저 짧은 시간 동안 고통스럽게 죽어갈 뿐. 여성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그들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았고. 소년은 쪼그려 앉아 여성의 부드러운 금발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속삭이듯이 중얼거렸다.

 

 “네가 죽인 거야. 저들을… 그러니 죽지 말고 똑똑히 지켜보라고. ‘아나 제피리안’ 여왕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허억!”

 

 잠에서 깨어난 저승사자의 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는 침대의 등받이에 기대 숨을 헐떡였다.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꿈으로 다시 겪어버렸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저승사자는 고개를 돌려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2시… 8시간 정도 잠들어 있었다. 아침을 대충 토스트로 때웠더니 허기가 지는 저승사자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저승사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아무 것도 없나?”

 

 그러나 부엌을 뒤져도 나오는 것은 많지 않았다. 점심을 때울 수 있는 정도의 식량은 있었지만 그는 과거의 경험으로 식사는 웬만하면 제대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귀찮다고 아침에 이어 점심까지 대충 해결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아암!”

 

 세면대에 가서 대충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자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낀 저승사자는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았다. 잠을 정말 쥐 죽은 듯이 자는 사람답게 머리는 거의 눌려있지 않았다. 그냥 밖으로 나가도 상관없으리라. 다만 눈 밑에 다크 서클이 살짝 생겨있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린 뒤 입을 대충 헹구고 옷장에서 대충 옷을 꺼내 입었다. 어차피 잠깐 나갔다가 돌아올 거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피곤하네.”

 

 정말 피곤했다. 다음 목표를 위해 계획을 짜고 또 짜느냐고 어제 밤을 새버렸다. 물론 결과가 나왔지만 성공 확률은 높게 잡아봐야 40%. 만약에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쌓아올린 것을 모두 잃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언제까지나 안정적으로만 계획을 세울 수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저승사자의 삶은 안전할 확률보다 위험할 확률이 더 높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운명이니까.

 

 “으으으! 더워라! 정말 이래서 대륙 남쪽은 싫다니까. 사하라보다는 시원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나?”

 

 일생의 대부분을 대륙 북부에서 살아온 저승사자에게 대륙 남쪽의 기후는 익숙해질 래야 익숙해질 수 없었다. 특히 대륙의 중심인 사하에 있을 때마다 그는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지난 번 불의 신관이 불렀을 때 거절했던 사유에 더위도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었다. 불의 마법사라 더위에 익숙해지리라는 것은 착각이었다. 어쨌거나 그는 집 밖을 나오자마자 다가오는 후덥지근한 공기에 기분이 불쾌해졌다. 집 밖은 위험하다고 했던가. 불쾌지수가 바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식사를 거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저승사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

 

 “훌쩍! 훌쩍! 훌쩍!”

 

 저승사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집 앞에 쪼그려 앉아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뭐지? 그 순간 저승사자는 떠올렸다. 공주님과 놀러나가기로 한 것을… 시크릿은 주변의 기후가 2도 정도는 내려간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간담이 서늘했다. 아, 아니 그런데 왜 기사들도 없이 혼자… 한편 저승사자의 인기척을 느낀 세이라가 고개를 들어 시크릿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과 먼지로 잔뜩 더럽혀져 있었다. 그녀가 빨개지고 부은 눈으로 저승사자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훌쩍! 늦었잖아요. …약속 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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