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은 2분의 1이다. 하지만 이 확률에서 이겨도 나는 2분의 1이라는 또 다른 벽이 있다. 어쨌거나 확률은 2분의 1이다. 이기거나 지거나
에프다일이 왼쪽에 있는 카드를 집었다.
“라티네, 나 한 번만 살려주라. 이 카드 조커 맞지?”
에프다일이 이스티나한테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나에게 이야기했다. 아마 인간의 생각을 잃을 수 있는 방법으로 심리전을 하려는 모양이다. 그럼 나에게도 방법이 있다. 나는 에프다일이 집고 있었던 왼쪽 카드와 오른쪽 카드를 등 뒤로 가져가서 나도 어느 위치에 조커가 있는지 모르도록 섞었다. 그리고 다시 몸 앞으로 가지고 와서 보지도 않은 채로 뒤집어 놓았다.
“미안하지만 나도 이제 어느 카드가 조커인지 모르겠어. 그럼 이제부터 운명의 신한테 모든 것을 맡겨야 할 때네.”
에프다일은 치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살아야 할 거 아니야? 나는 인간이라서 죽지만 너는 신이라고 너는 죽을 만큼의 고통만 받으면 되잖아! 절대 죽지는 않은 존재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고 다시 생각해보는 건데 정말 나는 선천적으로 이런 생각을 먼저 하는 쓰레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은 계속 진행 되었다. 에프다일의 동공은 좌우로 계속 흔들리더니 이내 신중하게 선택했다. 자신이 원래 들고 있던 카드와 방금 뽑은 카드를 본 에프다일의 얼굴 표정은 미묘했다. 하지만 곧바로 그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내 손에는 트럼프 카드 ♠3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내 차례인가?”
* * *
게임 시작한지 1시간이 넘었다. 중요한 거는 아직도 첫판이라는 점이다. 나와 에프다일은 2분의 1의 확률을 계속 성공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다고 설명이 되지만 운이 좋지 않다고 라고 말해도 설명이 된다. 이 게임은 오늘 안에 끝나지 않을 운명인가보다.
현재 나의 차례, 나는 에프다일이 들고 있는 두 카드 중 오른쪽에 있는 카드로 손을 가져갔다. 나의 손에 있는 패를 보았을 때 나는 너무나도 기뻤다. 방금 전 뽑은 카드는 ♡3이었다. 게임이 끝났다. 드디어 끝난 것이다.
“끝났…….”
“이제 그만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나도 심심하단 말이야!”
나의 환호성을 개미 소리로 만들어버리는 이스티나의 외침이었다.
“자, 잠시만 티나 양, 나 끝났…….”
“자, 다시 카드 섞고!”
모든 카드들이 다시 공중으로 올라가서 섞이기 시작했다.
“아니, 나 끝났다고!” “다시 카드 나눠주고!”
다시 카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끝났다고!“
“시작!”
그렇게 1시간 만에 두 번째의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꼴등이 1등한테 소원 들어주기다.”
분명 방금 전에 끝이 났어야 할 [Death Game]이 다시 시작되었다. 분명 시작은 나의 심심함으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이런 [Death Game]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만은 알아둬라.
“이번에는 조금 룰을 바꿀 가요?”
“룰을 바꾼 다니?”
“그러니까 이번에는 Joker를 들고 있는 사람이 꼴지가 아니고 1등이 되는 거죠. 어때요? 룰 바꿔서 해볼래요?”
우리한테 물어봤자 어차피 선택권이 없는데 왜 물어보는 건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하자. 누나.”
“시아버님은요?”
“그, 그렇게 하자.”
그렇게 게임이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다행히 전판의 이스티나처럼 카드를 다 버리는 상황이 나오지는 않았다.
“저는 이래서 소수끼리 게임을 하는 게 좋아요?”
“소수끼리 하는 게 좋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스티나는 조커 뽑기 도중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수가 모여서 게임을 하면 다수가 모인 것만큼 변수나 이런 것이 적으니까 재미가 그만큼 떨어져요. 하지만 소수끼리는 룰을 변경하기 쉽죠. 하지만 다수끼리는 룰을 변경하기 힘들죠. 그 룰을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 룰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 거죠. 결국 그 다수 무리들은 쪼개지기 시작하며 여러 개의 소수가 되는 거죠. 게임을 하는데 너무 진지한 이야기를 했죠. 죄송해요. 다시 게임에 집중해요.”
이스티나는 옛날에 있었던 무엇인가를 떠오르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순간 다른 것을 깨달았다.
뜬금없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난 것은 두 사람이었다.
남녀혼합반을 찬성하는 파의 우두머리인 반장 미카엘
남녀혼합반을 반대하는 파의 우두머리인 부반장 미유시
나는 이 두 사람의 차이점을 이스티나의 말로 깨달은 것이다.
다수를 한 번에 바꾸려는 반장 미카엘은 열심히 반장으로서 역할을 노력하려고 해도 불가능했던 것이다.
왜냐고? 모르겠나? 이 학교에는 선생님이 없다. 그러니까 반장을 보호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스티나의 말처럼 다수에서는 반장의 말을 찬성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장이 그 말을 실행에 옮긴다? 그러면 두 무리가 나뉘어 전쟁이 일어난다. 결국 반장은 문제를 미루려고 하는 쪽으로 교실의 이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수를 조금씩 바꾸려는 미유시는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뜻을 말하면서 다른 사람의 뜻을 들어주며 서로가 협동을 하면서 신뢰를 쌓는다. 그럼 나의 뜻을 따라줄 사람들이 생기게 된다. 반대파가 있으면 혼자 설득을 하는 것이 아니고 나와 함께 신뢰를 쌓았던 친구들과 함께 설득할 수 있다.
위의 말을 정리해서 결정적인 것만 말하자면 반장은 진짜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여서 이야기하자면 ‘나를 남자로 생각하지 말자.’라는 의견은 미카엘의 입장에서는 반의 평화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겠지만 미유시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미유시는 전의를 다듬고 전쟁을 할 준비의 시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곧 저 반에서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 이렇게 조커 뽑기나 할 때가 아니다. 저 전쟁에서는 무조건 미카엘의 패배이다.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적어도 내가 도와주어야 하는데 나는 방금전에 벌써 미카엘에게 신뢰를 잃고만 상태이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일단 미카엘을 찾아가기로 했다.
“티나 양, 미안하지만 가야할 것 같아. 조커 뽑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자.”
“가야 된다고요? 어쩔 수 없네요. 급한 일인 것 같으니까.”
이스티나는 ‘이제야 깨달았어?’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 아까 전에는 ‘멋있다.’면서 말해놓고 말이다.
나는 교장실을 문을 열고 다시 미카엘을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