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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필연적
작성일 : 18-01-07 10:23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1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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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이는 어디 갔어?"

 

 "혁이, 멀리. 멀리 갔어. 이젠 나 혼자야."

 

 "그랬구나. 이리 와. 무서우면 내 손을 잡아."

 

 여덟 살의 어린 찬과 민희가 친구들이 놀고 있는 스포츠 센터 한 쪽 구석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민희는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고 찬은 그런 민희 손을 잡아 주고는 어깨를 감싸 앉아 주었다. 민희는 고개를 숙이고 그제는 울었다.

 

 여덟 살 초겨울, 스포츠 센터와 문화 센터에 나간 그해 겨울이 막 시작되었을 때 갑자기 오 박사님이 돌아가셨다. 민희에게는 그간 아빠 같은 분이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때 민희는 아빠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많이 울었다. 자신이 그렇게 눈물이 많은 줄 그때 처음 알았다.

 

 오 박사가 돌아가시고 보름 뒤에 오 박사의 부인과 혁이 갑자기 어디론가 가버렸다. 정장을 입은 아저씨들의 호위를 받으며 집을 나갔다.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제부터 민희는 혼자가 되었다. 다행인 것은 그제는 집집마다에 NDR 시스템이 정착이 된 상황이고, 집에 보급되는 지금의 휴고와 달리 자체 내장된 A.I가 있는 인간 모습과 완전히 흡사한 안드로이드 로봇이 같이 있었기 때문에 8살 민희 혼자서도 생활하기에는 불편하지 않았다.

 

 "혼자 있어 안 무서워?"

 

 "아니, 이브가 늘 옆에 있어."

 

 "이브가 뭐야?"

 

 "우리 집 로봇."

 

 "로봇 이름도 붙였어. 그거 재미있겠다. 나도 붙여야지. 뭐가 좋을까?"

 

 "앤드류 마틴."

 

 "앤드류 아니면 마틴?"

 

 "에이 바보.

  그래! 너 좋은대로 해라. 앤드류를 쓰던 마틴을 쓰던. 아니면 함께 쓰던."

 

 "어어, 민희야 어디 가. 너 어디로 가는 거야. 네가 사라지고 있어. 민희야. 민희야. 가지 마. 민희야."

 

 민희가 차츰 형체가 사라지는 모습에서 찬은 화들짝 놀라 꿈에서 깨어 벌떡 일어났다. 여명이 밝아오는 것이 창문으로 밀려드는 밝은 기운으로 알 수 있다. 어둠을 밀어내는 밝은 기운을 보며 찬은 거칠게 내쉬던 숨을 그제야 편안히 쉬며 안도를 하였다.

 

 "휴우- 꿈이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같은 시각 민희도 꿈을 꾸고 있었다.

 

 더운 여름인 모양이다. 아이들의 입은 옷들이 전부 얇은 여름 옷을 입고 있다. 그런데 모여있는 아이들이 모두 두러운 듯이 벌벌 떨면서 시선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민희와 찬도 손을 꼭 잡고 추운 듯이 서로 바짝 붙어 서서 연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선생님 한 분이 나타났다. 아이들 이름을 한 명씩 불렀다. 그 이름 안에 유찬이 있었다. 그렇게 몇 명의 이름을 연속으로 부르고 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A조야. 잘 기억해. A조."

 

 민희가 찬에게

 "찬아, 넌 A조야."

 

 선생님이 다시 새로운 이름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그 속에는 오민희와 고설민과 송지현이 있었다.

 

 "이번에 부른 아이들은 B조야. B조. 잘 기억해."

 

 찬이 민희에게

 "넌 B조야. 우리 서로 다른 조야."

 

 민희가 두려운 듯이 찬의 손을 꼭 잡으며

 "난 떨어지기 싫은데. 우리 같은 조 하면 안 돼."

 

 잠시 뒤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분리하였다. 총 인원은 20명이 겨우 넘는 정도였는데 나누어져 떨어지고 나니 보호자가 같이 살고 있는 아이들과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의 분리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민희가 찬의 손을 잡고

 "난 가기 싫어."

 

 "그래 가지 마. 넌 여기 있어."

 

 명단을 호명한 선생님이 찬과 민희를 보고 소리치셨다.

 "거기 오민희. 넌 B조잖아. 네 자리로 어서 가. 어서."

 

 체육관 밖으로 아이들이 나오자 선생님이 다시 소리치셨다.

 "A 조는 우측 버스를 타. B조는 좌측 버스를 타고."

 

 버스를 타다가 찬이 고개를 돌려 다른 버스를 봤다. 다른 버스 입구에서도 민희가 버스를 타다가 고개를 돌려 찬을 봤다. 둘은 서로가 헤어짐을 그때 알았다. 민희는 찬을 보자 울음이 터져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찬도 울고 있는 민희를 보자 버스를 타지 않고 그녀에게 가려다 지키고 있던 아저씨에게 제지당하자 저항하며 민희를 부르며 울었다.

 

 "민희야, 민희야."

 

 민희는 버스 앞에서 어서 들어가라는 그곳 아줌마의 독촉에 작은 소리로 찬을 불렀다.

 "찬아, 찬아. 날 잊지 마. 절대 날 잊으면 안 돼. 찬아. 찬아."

 

 찬을 간절히 외치던 모습에서 민희는 꿈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깬 민희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물을 흘린 채 몸을 일으켰다.

 

 그때 머리 위에서 이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섰어요?

 ...

  어? 그런데 왜 눈물을 흘리세요. 악몽을 꾸신 겁니까?"

 

 민희가 손을 들어 자기 얼굴을 만지며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응, 악몽을 꾸었어. 그때... 그때... 찬이와 헤어지던 꿈을."

 

 그렇게 말하고는 혼잣말처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때 찬이가 내 이름을 외치던 소리를 차 안에서도 들었는데."

 

 

 같이 악몽을 꾸어 그런지 아침부터 둘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상대에게 연락을 했다. 그건 마치 상대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의 행동 같은 것이었다. 민희가 잘 있는지. 찬이 잘 있는지. 그렇게 해서 둘은 다시 약속을 잡았다.

 

 "찬아, 우리 시내 놀러 가자. 난 친구들과 자주 놀러 가는데 기분 전환에는 거기 괜찮아."

 

 "난 잘 안 가는데. 동네 안에 모든 편의시설들이 다 있어 굳이 시내까지 갈 이유가 없어서."

 

 "사람 구경이지. 그럼 이번 기회에 같이 구경해. 내가 괜찮은 곳도 알려 줄 테니."

 

 "응, 그래. 내가 조금 있다가 너희 집에 갈 테니 나와."

 

 그렇게 해서 토요일 오전부터 둘은 데이트를 시작했다. 민희의 말과는 달리 시내가 조용했다. 그녀의 예상에는 토요일이라 시내가 복잡하리라 생각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물건 구경이나 가게 구경 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 구경도 하면 아침에 꾼 꿈이 사라지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너무 달랐다. 시내가 평일 보다 더 한산했다. A.I와 휴고의 시대라 평일에도 시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랬던 시내가 하루아침에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 곳이 되었다. 그 모습에 당황한 민희가 연신 찬을 보면 이게 아니라는 말을 했다.

 

 "어? 이상하네. 왜 사람들이 없지. 이게 아닌데...정말 이렇지 않았는데. 이게 아닌데."

 

 민희의 말을 듣고 찬은 지난밤에 의원들의 대국민 발표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뭐야. 무슨 헛소리야. 몇 명에 한정된 공격인데.

  그걸 다수가 당하고 있는 것처럼 확대해서 발표하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저렇게 되면 괜한 공포심만 불어넣을 건데."

 

 의원들의 담화를 듣고 있던 찬이 화가 난 듯이 소리쳤다.

 "앤드류, 회사 큐브에게 연락해 줘."

 

 "응, 알았어."

 

 잠시 뒤 스피커를 통해 큐브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뉴스에 나오는 의원들 발표 어떻게 된 거야?"

 

 "의원들과 정부 서밋 A.I와 우리 회사에서는 A조 관리자께서 참석한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의원들이 일요일 발표로는 부족하다면 더 많은 경고 방송을 해야 하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말은 경고 방송이 아니라 갈등을 조장하는 선동 방송이야. 인간과 A.I를 이간질 시키는 말이나 다름이 없어."

 

 "맞습니다. 그래서 서밋과 A조 관리자가 반대를 하였고 언쟁을 벌이다 회의가 중단되었는데.

  이제는 의원들이 독단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는 겁니다.

 ...

  아마도 이런 식이면 매일 이와 같은 성명서를 발표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큰일이군. 저걸 본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두려워할 건데.

  에이아이나 휴고에 대한 공포심이 혼란을 야기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서 크로우를 잡지 않았다가는 사회 혼란이 발생하겠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모니터의 의원 발표를 보고 있던 어제의 일이 기억났다. 그리고 민희의 얼굴을 봤다. 그녀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희의 에이아이 기술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어제 의원들 발표 때문인 모양이다."

 

 찬의 말에 민희가 그를 보며 그런 거야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뒤로 민희는 조금은 새침해서 돌아다녔다. 그녀 딴에는 찬에게 시내의 복잡함과 군중 속의 어울림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된 것이 화가 났던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어찌어찌 시내에서 하루를 보냈다. 영화도 보고, 길거리 공연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였는데,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저녁때까지도 큰 변화는 없었다. 

 

 저녁 늦게 집 앞에 온 민희가 바래다준 찬에게

 "안되겠어. 우리 내일은 다시 강변에 가. 내가 점심 도시락 준비할 테니 강변에 가서 사람들 속에서 어제 보았듯이 잔디에서 우리도 놀아."

 

 "응, 그렇게 하자."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걱정되기는 했다. 분명히 큐브의 예상대로라면 둘이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 의원들은 대국민 발표를 오늘도 했을 것이다.

 

 다음 날 둘은 금요일 갔던 H강 강변에 다시 나왔다. 그곳의 풍경도 금요일과 같지 않았다. 마치 어제 본 시내 같았다. 사람들이 없었다. 평일 임에도 그렇게 많았던 사람들이 일요일인데도 절반도 안 되게 나와 있었다. 그 모습에 민희가 다시 실망을 했다.

 

 "이게 뭐야. 아침 내내 고생해서 준비를 했는데."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그녀의 집은 보통날과는 달리 아침부터 분주했다. 데이트를 위한 몸 치장 준비도 분주했지만 그보다 더 그녀를 분주하게 만들었던 것은 도시락이다. 금요일 그곳에서 본 모습도 있고 하여 휴고에게 점심 도시락을 예쁘고 아름답게 만들어 달라고 지시했다. 어차피 동네 식당은 PS-5가 만드는 도시락이기는 했지만 다양한 주문도 소화하는 시스템이라 자신이 원하는 요구를 총동원하여 최대한 맛있고 아름다운 도시락을 주문하려고 했다.

 

 이브가

 "웬 도시락을 지금 준비합니까? 식사 시간이 되어 연락하시면 제가 휴고로 배달해 드리면 되는데."

 

 민희 피식 웃으며

 "넌 사람들의 정감을 몰라. 사람들 내부에는 피크닉 또는 소풍이라는 단어와 준비된 음식에서 오는 묘한 흥분감을 주는 요소가 있어. 그때 필수적인 것이 들고 다닐 수 있는 도시락이야. 그게 얼마나 큰 기대 효과를 만드는데."

 

 "아! 그런 거군요. 그럼 말씀하십시오. 최대한 아름답고 맛있게 준비 해드리겠습니다."

 

 "음료수는 가벼운 도수의 화이트 와인이면 좋고... 달달한 맛이 가미된 스파클 와인 알지.

  점심 사이의 간식은 너무 배가 안 부를 정도의 스낵류로 하고...

  점심은 야외니까 번잡한 것보다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부탁해.

  그리고 점심 이후에는..."

 

 "하루 종일 드시기만 하실 겁니까?"

 

 민희가 이브의 말에 신경도 쓰질 않고 자기 할 말만 했다.

 "뭐 먹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인근에서 간식을 사 먹어야 하나? 어떻게 하면 좋지.

  참, 와인 잔도 중요하지. 그건 술에 맞게 두 개 가지고 와. 이동 중에 깨지지 않게 포장도 잘 해서.

  점심은 뭐가 좋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또 뭐가 필요하더라. 뭐가 있지."

 

 민희는 정신없이 주문하고 또 정신없이 고민을 했다.

 

 그녀의 이런 행동에 이브가 천장 스피커를 통해

 "돗자리가 필요합니다. 아니다. 분위기도 있으니 예쁜 그림이 수놓인 천이 좋을 듯하네요."

 

 민희가 반가워하며

 "아! 그래. 영화 같은 데서 나오는 그런 거. 그거 준비해줘."

 

 이번에는 이브가 휴고를 통해

 "그건 마켓에서 구입해야 하니 점심 메뉴를 빨리 결정해 주십시오. 시간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민희가 안절부절하며

 "알았어. 그런데 생각이 안 나."

 

 그때 앞쪽 모니터에 도시락 메뉴 영상이 나왔다.

 "그럼 주인님이 요구하신 조건에 합당한 종류들 사진을 올려 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준비한 피크닉인데 자기 마음 같지 않게 사람이 없어 다시 화가 났다.

 

 "아이 화 나. 왜 아무도 없는 거야. 이러면 분위기가 안 사는데. 사람들이 많아야 재미있는데."

  

 그녀와는 달리 찬은 어제 집에 돌와서 바로 앤드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오늘도 의원들이 대국민 발표했어?"

 

 "예, 오늘은 오후 시간에 발표했습니다."

 

 "내용은?"

 

 "어제와 유사한데 오늘은 어제 일어나 사고들 중에서 자살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나하나 열거하며 접근하는 휴고의 위험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보고 싶어. 그 영상 보여 줘."

 

 그렇게 해서 어제 본 영상을 떠올린 찬이 갑자기 마틴에게

 "마틴, 우리 있는 곳으로 차 한대 불러줘. 우리 지금 길로 나갈 거야."

 

 찬의 말에 민희가 공원 안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다가 그를 보며

 "어딜 가려고?"

 

 "내가 소개해드릴 사람이 있는데. 우리 거기 가서 점심 그분들과 같이 먹자."

 

 "어딘데?"

 

 "가보면 알아. 너도 알 수 있는 사람이야. 여기 사람 없는 속에서 어제처럼 하루 종일 투덜거리며 후회하는 것보다는 더 좋은 곳일걸."

 

 "정말이지?"

 

 "응. 정말로. 가자."

 

 그렇게 하여 민희가 찬의 손을 잡고 다시 강변 공원 밖으로 나갔다. 찬의 한 손에는 민희가 준비한 도시락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둘이 막 차를 탔을 때 민희가 물었다.

 "금요일과 오늘의 가장 큰 다른 점이 뭐게?"

 

 찬이 곧장 대답을 못하고 유리창 밖을 둘러보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줄어든 사람의 수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1차원적인 모습으로 문제를 내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에 찬은 멀어지는 강변의 풍경을 떠올렸다.

 

 찬이 망설이는 사이 민희는 연신 자기 앞에 놓여있는 도시락을 보며 피크닉을 못한 아쉬움을 한숨으로 한탄하고 있었다.

 

 "에휴. 요즘은 왜 이래. 분위기가 도와주지를 않아."

 

 그때 찬이 민희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알았다. 뭐가 가장 크게 달라졌는지."

 

 "뭔데?"

 

 "휴고와 같이 온 사람이 없어. 오늘은 대부분이 혼자 나온 사람들이야. 휴고와 같이 나온 사람이 안 보여."

 

 민희가 빙그레 웃으며

 "맞았어. 방송에서 자살을 유도하는 휴고 이야기가 더 많아지니까 아예 여기까지 같이 나온 사람이 없어."

 

 찬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큰일이다. 며칠 전까지는 동반자 같고 가족 같았던 휴고였는데. 이제는 가까이하면 안 되는 위험물 취급을 받게 되었으니."

 

 민희도 따라서

 "누군가의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야. 그 누군가를 막아야 해."

 

 그 말에 찬이 조금은 놀란 얼굴을 하고 민희를 봤다. 민희는 찬과는 달리 별거 아니라는 듯이 태연히 해맑게 웃기만 했다. 그녀 딴에는 지금의 분위기를 어떻게든 밝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 민희를 보며 찬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잘 생각했어. 이렇게라도 해서 민희의 능력을 알아보는 거야. 이젠 시간이 촉박해.'

 

 

 현관 문이 열리고 도시락 바구니를 들고 있는 찬과 민희가 보였다. 문 앞에는 남지태의 부인이 서있었다.

 

 부인이 반가운 듯이 환하게 웃으며

 "어서 와요. 남편은 안에 있어요."

 

 미리 연락을 한 뒤라 마중까지 나온 부인의 배려에 찬은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건강하시죠. 여기까지 나오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니요. 귀한 손님인데. 그런데 옆에 있는 분은?"

 

 "아! 제 여자친구입니다. 두 분에게 소개해드리려고."

 

 여자친구라는 말에 민희는 기분이 좋았다. 이제 이틀 밖에 되질 않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소개를 시켜줄 때 당당하게 여자친구라는 말을 해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기뻤다.

 

 "아! 그래요 어서 오세요."

 

 민희가 인사를 하며

 "안녕하세요. 오민희라고 합니다."

 

 오민희라는 말에 부인이 깜짝 놀란 찬을 봤다.

 

 찬이 부인의 시선에 그저 말없이 고개로만 끄덕거렸다. 그 의미는 생각하시는 그 사람이 맞는다는 의미였다.

 

 부인이 그걸 알아채고는

 "아! 아! 오민희씨 반가워요. 너무 반가워요. 어서 들어와요."

 

 그렇게 하여 두 사람은 부인의 안내를 받아 거실에 갔다. 거실에서는 남지태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남지태가 찬을 보고 나서는 옆에 있는 민희를 보며

 "지난주에 보고 또 보내. 오늘은 아예 여자 친구와 같이 왔네. 그래 오늘은 왜 찾아왔나."

 

 남지태의 마지막 말이 조금은 투명스럽게 들렸다. 아마도 원래 의도는 그렇게 않은데 버릇처럼 나오는 말투가 그러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지난번 방문 이후 부인이 자꾸 혼돈 시기에 죽은 아들들 생각을 떠올리는 바람에 이제는 찬의 방문이 불편했을 수도 있었다.

 

 그 말투에 부인이 대뜸 나섰다.

 "당신은 그런 말투 조심하라고 해도. 젊은 분 오해 말아요. 이 사람이 원래 말투가 그래. 이게 가장 자상하게 하는 말투라니까."

 

 찬이 미소를 지으며

 "아닙니다. 저 어르신. 저번에 말씀하실 때 오 박사 집에 있던 여자애가 아주 특별하다고 하셨죠."

 

 찬의 입에서 나온 말에 민희가 화들짝 놀라 그의 얼굴을 봤다. 그녀의 표정은 이 얘가 왜 이런 소리를 해 하는 표정이었다. 특히 오 박사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놀라웠다. 그래서 말을 끝낸 찬의 옆구리를 꾹 찔렀다.

 

 남지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찬의 눈치를 살폈다.

 "그랬지. 왜... 혹시 찾았나. 그 오민희라는 여자를 찾았어."

 

 남지태의 오민희를 아는 듯한 말투에 민희는 다시 당황해서 그를 봤다.

 '어? 누구지. 누구기에 날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지.'

 

 찬이 미소를 지으며 자기 옆구리를 찌른 민희 보며

 "그 여자애는 뭐가 그렇게 특별한 겁니까?"

 

 그 모습은 마치 그녀를 앞에 두고 모르는 것처럼 이야기하여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그제는 민희가 조금은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였다.

 

 '자꾸 왜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

 

 남지태가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찬의 말에 혀를 찼다.

 "이 친구. 그날 또 딴 생각한 모양이네. 내가 그날 다 말했잖아. 오 박사 말로는 미래에 인간과 에이아이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그 여자애가 인간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고. 오 박사가 그렇게 말했다니까. 인간을 구할 사람이라고."

 

 그 말에 부인이 안타까운 듯이 남편을 보며 자기 옆에 있는 여자가 오민희라는 암시를 주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부인의 행동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 말에 민희가 놀라 찬을 째려보다가 그제는 남지태를 봤다. 그제는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했다. 반복되는 자기 이름이 땀이 나려고 했다.

 

 찬이 그런 민희의 태도를 보고는

 "그럼 분명히 그 여자애가 에이아이에 대하여 남다른 재능이 있고 능력이 있단 말씀이죠."

 

 남지태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그래. 우리가 오 박사 집에 놀러 가서 봤을 때도 그 여자애는 남달랐어. 다른 박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한 아이였다니까. 오 박사 말고는 대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의 특별한 애였어."

 

 '어? 우리 집에 왔었다고. 언제 왔었지. 그럼 날 정말 아는 거잖아. 누구지?'

 

 그 말에 고민을 하던 민희가 더는 참지 못하고 불쑥 나섰다.

 "누구세요. 누구신데 저를 아세요. 제가 그 오민희인데. 저를 아세요?"

 

 그녀의 말에 놀란 남지태가 민희를 유심히 봤다. 그때는 노안이 있는 분처럼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더니 급기야는 더 자세히 보려고 앞으로 다가서기까지 하였다. 그 행동은 부인도 같았다. 부인은 이미 연신 민희를 보고 있었는데 그제는 놀랍다는 듯이 손으로 자기 입을 가리고 있었다.

 

 입을 가리고 있는 부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맞네요. 맞아. 그 아이가 이렇게 컸네요. 그때 본 민희가 맞아요."

 

 남지태가 그제는 버럭 화를 내며

 "좀 가만있어 봐. 자네 이름이 오민희 인가?"

 

 방금 전까지 당돌하게 질문을 했던 그녀가 그저는 두 사람의 일방적인 눈길에 조금은 주눅이 들어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예, 제가 오민희입니다."

 

 그렇게 대답 하고는 민희가 조금은 황당스럽다는 듯이 찬을 보며 화가 난 듯이 큰 소리로 물었다.

 "너 지금 여기 왜 온 거야. 여기 계신 분들은 누군데?"

 

 그 말에 찬이

 "잘 좀 봐. 나보다는 네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잘 좀 봐."

 

 "무슨 소리야?"

 

 그때 남지태가

 "오 박사님 집에 살았던 오민희 맞지. 박사님 집 혁이와 놀던 그 여자아이."

 

 찬에게 화를 내던 민희가 혁이 이름에 다시 놀라 남지태를 보며 그제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예... 예. 그렇기는... 한데... 누구세요?"

 

 그제는 남지태도 부인에 이어 눈물을 흘렸다.

 "나 기억 안 나나. 나 남지태야. 그때 오 박사님 연구실에 있던 박사님보다 나이가 많던 늙다리 아저씨 기억 안 나. 기계식 움직이는 로봇 만들어 혁이에게 선물 주었던 사람."

 

 그 말에 민희가 놀란 얼굴이 되어

 "아! 아! 아! 정말이세요. 정말 그 분이세요."

 

 "그래 나야. 나. 남지태. 나라니까."

 

 그제는 민희도 눈물을 흘리며

 "아! 기억나요. 저 기억나요. 그때 그분이면... 그럼 아주머니는 그때 저보다 나가 한두 살 많던 오빠 둘을 데리고 왔던 그 사모님."

 

 민희가 남지태를 보다가 옆에 있는 부인을 보며 말했다.

 

 부인이 눈물을 훔치며

 "그래. 맞아. 나야. 그 사람이 바로 나야."

 

 그제는 민희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울면서 그녀가 부인의 손을 잡았다.

 "엉엉. 반갑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엉엉. 살아 계셨네요. 난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엉엉. 고맙습니다."

 

 남지태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살아있어 다행이다. 너도 살아 있어 정말 다행이다."

 

 부인은 연신 민희처럼 소리내 울면서

 "살아있으니 보게 되는 구나. 다행이다. 잘 살았다. 이렇게 살아있으니 만나게 되는 구나. 살아 있어 고맙다. 고마워."

 

 그제는 민희가 남지태와 부인의 손을 잡고는 그녀 앞에 머리를 숙이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을 만난 듯이 세 사람은 서로 아무 말도 없이 울기만 했다. 남지태는 체면이 있어 그런지 소리 내 울지는 않았지만 민희와 부인은 소리를 내면서까지 울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찬도 숙연해져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잠시 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남지태가 찬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그때는 모른다고 했잖아."

 

 그 말에 찬이 민희를 봤다. 민희는 그때 부인과 서로 손을 잡고 있었는데 부인은 연신 그녀의 얼굴이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랜만에 만난 자식을 반기듯이 어루만지고 있었다.

 

 "어찌어찌하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남지태가 처음으로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잘했네. 잘했어. 난 그때의 기억으로 못 찾을 줄 알았지. 나도 엄두가 안 났거든."

 

 "사실은 저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자살을 유도하는 휴고를 조사할 수 있는 거야?"

 

 남지태의 말에 민희가 놀란 듯이 두 남자를 봤다.

 

 그와는 달리 부인은 사내들이란 또 어려운 이야기 아니면 정치 이야기라는 식으로 남편을 타박하듯이 째려봤다.

 

 찬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게 아직은... 말을 못했습니다."

 

 "아니 왜? 이틀 사이에 의원들까지 나서서 난리가 난 판국에. 세상이 뒤숭숭하던데 왜 아직도 말 안 했어?"

 

 그제는 민희가

 "무슨 말씀이세요. 말을 하지 않다니요.

  찬아! 무슨 말이야?"

 

 찬이 민희를 보며

 "그게... 그게 사실은 말이야... 그게..."

 

 남지태가 찬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

 "이 친구가 연애 처음 하는 사람처럼 왜 이래.

  민희야! 이 친구가 사람들을 구하는 곳에 일한데."

 

 "그건 저도 알아요."

 

 "거기서 이번 휴고 사태를 일으킨 나쁜 휴고를 잡았는데. 그 일을 시킨 사람인지 에이아이인지가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했고, 그 일을 왜 휴고가 하는지 밝히지를 못하고 있데."

 

 민희가 찬을 보며

 "그게 사실이야? 그 휴고 있어."

 

 "응, 살아있는 휴고는 아니지만 잡아놓은 휴고가 있기는 있어.

  그런데 우리 쪽에서는 못 알아냈어. 에이아이 전문 피에스 파이브도 분석에 실패를 했어. 사람들도 살패하고.

  그래서 도움이 필요해서 전문가를 찾던 중에 어르신을 찾았는데. 어르신께서 네 이름을 말씀하시더라."

 

 "그런데 왜 어제는 아무 말도 안 했어. 그저께는?"

 

 "그게. 그게 사실은... 네가 하고 있는 직업 때문에."

 

 그제야 뭔가를 눈치챈 민희가 웃으며

 "호호호. 아! 건설 현장에 있어서."

 

 "응, 그런 너에게 에이아이 이야기를 꺼내기가 조금은 걱정이 되었어. 그때 기억을 해야 하는 일이니까."

 

 두 사람의 이야기 내막을 몰랐던 남지태와 부인은 연신 두 사람을 보기만 했다.

 

 민희가 미소를 지으며

 "진작에 이야기를 하지. 사실 나도 그게 궁금했는데. 그렇게 변하는 휴고를 한 번 보고 싶었어."

 

 남지태가 기뻐하며

 "그럼 아직도 에이아이 연구하고 있는 거냐?"

 

 "계속 한 건 아닌데 직업을 구하기 전까지는 했었어요. 아직은 녹 쓸지 않았을 거예요."

 

 부인이 손뼉을 치며

 "그럼 됐네. 남자 친구 도와주면 되겠네."

 

 찬이 기뻐서 미소를 지었다.

 

 민희도 찬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둘의 사랑이 담긴 미소가 오고 가자 남지태가 부인을 보며

 "이럴 때는 축배를 들어야지. 여보, 술 준비해요. 술이 빠지면 안 되지."

 

 그 말에 민희가 소파에서 일어나 거실 한 쪽에 둔 바구니로 달려가며

 "여기, 여기 있어요. 여기 우리가 준비했어요. 우리 마당에 나가요."

 

 그렇게 하여 네 사람은 집 앞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하였다. 네 사람은 연신 밝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특히 부인은 연신 민희의 손을 잡거나 안아주기도 하며 행복해했다. 과거 이야기를 하여도 어느 누구하나 괴로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았다. 도리어 민희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 모두가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웃음이 마당 가득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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