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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57
작성일 : 18-01-06 18:03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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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까지 내려온 검은 머리카락에 언뜻 보인 붉은 눈동자.

 뱀파이어 로드처럼 생긴 누군가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어째 가까워지지 않았다.

 결국, 라티안스는 그에게 다가가는 걸 포기했다. 누군가는 만들어진 색으로 다양한 것을 만들어냈다.

 색은 계절이 되고 날씨가 되고 꽃이 되고 나무가 됐다.

 세계를 만들어가던 누군가는 뒤를 돌아보더니 웃었다.

 

 “나의 힘을 가진 아이구나.”

 

 “힘…? 그렇다면 당신 역시 로드인가?”

 

 “그래. 아직 그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이니. 느껴지는 힘이 적구나.”

 

 “…나는 태어난 지 이제 3년이 조금 넘어가는 뱀파이어야. 거기다가 인간의 피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고.”

 

 “그렇구나…. 하지만 그 정도의 힘이 너에게는 어울릴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지?”

 

 “큰 힘은 독이 될 때도 있지. 너는 그 힘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데 큰 힘을 바라기만 해선 안 돼.”

 

 “경험담인가?”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말하고 웃는 얼굴이 조금 흐려졌다. 그걸 보자 언뜻 자신이 깨어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티안스는 아직 궁금한 것이 있었다. 어째서 자신이 그렇게 모든 것을 선명하게 느꼈는지.

 하지만 물어보려고 하자 입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다.

 빛이 시야를 점령하고 눈을 뜨자 라티안스의 눈 앞에는 모두가 모여 있었다.

 

 “아…….”

 

 “로드! 일어나셨습니까?”

 

 “오늘이 며칠이지…? 내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던 거야?”

 

 “오늘은 6일입니다. 로드가 기절한지는 반나절이 조금 넘었고요.”

 

 “얼마 안 지났군…….”

 

 “그나저나 몸이 그렇게 안 좋으셨던 겁니까? 들어오자마자 기절하셔서 얼마나 놀랐는데요.”

 

 “아, 그건…….”

 

 라티안스는 왜 기절했는지 말하려다가 문뜩 이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그렇게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는지가 신기할 정도로 평소로 돌아왔다.

 라티안스는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젠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하지만, 어디 몸이 안 좋은 게 아니셨습니까?”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몸이 안 좋아지시면 누구에게든 좋으니 바로 말씀해주세요.”

 

 “알았어. 다들 나 때문에 걱정했겠군. 가서 쉬어.”

 

 다들 나가길 조금 망설였으나 괜찮다는 라티안스의 말을 믿고 하나둘씩 방을 빠져나갔다.

 마지막에 남은 건 지유 혼자뿐이라 라티안스는 지유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지유는 라티안스에게 다가오더니 라티안스의 손을 잡고 그 옆에 앉았다.

 

 “제가….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갑자기 쓰러져서 놀랐겠군. 미안해.”

 

 “정말 아프거나 어디가 안 좋거나, 그런 건 아니죠?”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잠시…. 이상한 경험을 했을 뿐이야.”

 

 “이상한 경험이요?”

 

 “누군가가…. 꿈에 나와서 이야기를 했어.”

 

 “신기한 꿈이네요. 대화 내용 같은 거 기억해요?”

 

 “대충은. 내 힘에 대한 이야기였어. 별로 많은 걸 들은 건 아니지만.”

 

 라티안스의 말에 지유는 예전에 꿨던 초대 로드와 블러드 로즈가 나온 꿈이 떠올랐다.

 그 꿈이랑 라티안스가 꾼 꿈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과한 생각 같았다. 지유는 옅게 웃으며 라티안스의 손등에 입 맞췄다.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지유…….”

 

 “또 그렇게 쓰러지지 마요. 정말,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래. 더 그렇게 쓰러지지 않을게.”

 

 “약속이에요?”

 

 “약속해.”

 

 새끼손가락을 걸고 자신을 바라보는 라티안스를 보자 지유는 웃음이 나왔다.

 걱정했던 것도, 깨어나지 않을까 불안했던 것도 전부 사라진 기분이었다.

 지유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푹 쉬라고 말하고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몰려들었다.

 결국, 지유는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어라…?”

 

 꿈, 이라기엔 지나치게 이성이 깨어있다. 그렇지만 꿈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자각몽인 걸까. 지유는 처음으로 꾸는 자각몽이 신기해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의 무의식이 그려낸 세계는 푸른 하늘이 있고 넓은 초원이 있는 공기마저 상쾌한 곳이었다.

 초원을 맨발로 밟자 풀이 발을 간지럽히는 느낌까지 나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굉장하다…….”

 

 지유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들떠 초원 위를 막 달렸다.

 상쾌하고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다리도 자유롭게 움직이고 숨도 가빠지지 않았다.

 그렇게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을 때, 멀리서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검정 머리카락에 온몸을 감싼 검은 옷.

 어째서일까.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져서 지유는 하염없이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가슴이 아려와…. 안타깝고, 안쓰러워.’

 

 한없이 강해 보이고 꼿꼿한 뒷모습이 어째서 이렇게 약하게만 느껴지는 걸까.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렇게나 안타까운 기분이 드는 것은 왤까.

 지유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가자 무언가 다른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발을 멈출 수가 없다. 자신의 의지를 벗어난 몸은 마음대로 앞에 있는 사람에게로 향했다.

 

 “로드, 여기 계셨나요?”

 

 “…블러드 로즈. 날 찾아온 건가? 용케 여기 있다는 걸 알았네?”

 

 “당연하죠, 매번 기분 나쁘실 때마다 여기에 오시잖아요? 회의에 들어가자마자 나오시다니 너무하셨어요.”

 

 “그런 답답한 곳에서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어.”

 

 “로드…….”

 

 “어째서 난 다른 뱀파이어들보다 더 큰 힘을 가지게 된 걸까.”

 

 “그건 로드가 로드이기 때문에…!”

 

 “블러드 로즈. 알잖아? 다들 나를 로드라고 부르고 있긴 하지만 무시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

 

 “완벽해지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 너를 만든 건데. 나는 완벽해진 걸까?”

 

 그렇게 말하며 웃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 알 수 있는 건 무척이나 가슴이 아프다는 것.

 괜찮아요, 당신은 완벽하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 안돼. 난 아직 당신에게 제대로 사과하지도 못했어요.

 제발. 제발 그대로 가지 말아줘요. 조금만 더 내게 시간을 줘요…! 로드…. 로드!

 

 “로드!!”

 

 지유는 가쁜 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봤다. 펼쳐진 초원이나 푸르렀던 하늘 대신 익숙한 침대가 보였다.

 아, 꿈이었구나. 싶은 순간 머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드를 만나게 해줘! 부탁이야!!”】

 

 “수호…?”

 

 【“다시 잠들어줘, 제발…!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리야…. 이미 다 깼는걸. 거기다 다시 잠든다고 해도 아까와 같은 꿈을 꾼다는 보장은 없어.”

 

 【“안돼…. 로드……. 아직, 아직 이야기하지 못했는데…….”】

 

 타인인 자신이 들어도 가슴이 아려올 정도로 수호는 서럽게 울었다.

 울다 지친 것인지 목소리는 다시 들려오지 않았고, 지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거실로 내려가자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샤티는 음식을 만들고 있고, 그 옆에서 다른 뱀파이어들이 도와주고 있고.

 라티안스는 의자에 앉아 자신을 보며 웃어주고.

 

 “지유, 일어났어?”

 

 좋은 아침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지유의 머릿속이 쨍, 하고 울렸다.

 그리고 라티안스의 모습 위로 누군가의 모습이 덧씌워지기 시작했다.

 익숙하고도 그리운 모습…. 나는,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

 

 “로…드…….”

 

 “지유?”

 

 나의 사랑스러운 로드. 나를 만들고, 내가 사랑했던. 나만의 로드.

 드디어 만나게 됐어. 로드, 이제껏 전하지 못했던 말을 들어주세요.

 지유는 휘청거리며 라티안스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모두 사태 파악이 되지 않는지 그 자리에 서서 지유를 바라볼 뿐이었다.

 

 “죄…송해요…. 로드….”

 

 “지유, 무슨 일이야. 정신 차려, 지유!”

 

 “로드, 제가…. 제가……. 제가 잘못했어요….”

 

 “지유!!”

 

 “용, 서…해주세요…….”

 

 용서를 빌며 눈물을 떨구는 지유를 바라보던 라티안스는 그녀의 눈동자가 이질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치 지유가 아닌 다른 이가 지유의 몸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라티안스는 지유의 어깨를 붙잡고 지유가 돌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유를 불렀다.

 

 “지유! 정신 차려, 지유!!”

 

 “로드…. 죄송해요…….”

 

 “…너 도대체 누구지?”

 

 “로드…….”

 

 “누구길래 지유의 몸을 뺏은 거지?”

 

 라티안스의 말에 눈물을 떨구던 눈동자가 점차 빛을 잃어갔다.

 아아, 로드. 어째서 저를 알아보지 못하시는 거죠?

 당신이 만들고, 당신이 원해서 당신의 곁으로 찾아온 저에게 이름을 내려주신 건 로드잖아요.

 기억해주세요, 로드…. 저의 이름은 당신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로드…. 저에요, 블러드 로즈…….”

 

 당신이 사랑한, 당신이 만든 존재. 당신이 원하는 존재.

 핏빛 장미처럼 머리가 붉다고 붙여준 그 이름.

 당신만의 블러드 로즈. 제가 당신의 곁으로 드디어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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