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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28
작성일 : 18-01-06 00:38     조회 : 321     추천 : 1     분량 : 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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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

 포도버섯 씨의 예상과는 다르게 제비꽃 씨족은 순순히 군사를 물리고 자기 터전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녀는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는다. 제비꽃 씨의 태도는 당당했지만 그녀는 그의 당당함이 오히려 꺼림칙하다. 그런 자신만만함에는 돌아봄이 없다.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손쉽게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하게 되어있다. 봄비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아마 '염통먹는 자'의 권위에 한 번 도전해보려는 이가 어찌 제비꽃 씨 한 사람 뿐이겠는가. 마침 그녀의 시야에 그 까까머리 아이놈이 들어온다.

 "우리 낮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었죠."

 사내아이가 손으로 꺼끌꺼끌한 머리를 쓸며 가까이 다가온다.

 "기억해주시는군요. 제사장님. 하지만 아직 제 이름은 모르시겠지요."

 "미안합니다. 돌아오고 난 뒤로는 경황이 없군요. 조금 늦었지만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제 이름은 미루에요."

 "미루 씨. 혹시 제비꽃 씨족에서 전에도 찾아온 적이 있나요?"

 미루 씨가 골똘히 생각해본다.

 "아니요. 다른 마을에서 우리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행이군요. 제가 너무 자리를 오래 비운 것은 아닌지 걱정되네요."

 그녀의 말을 듣더니 미루 씨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럴리가요. 고작 한 명이 없을 뿐인데."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포도버섯 씨가 손짓하여 사람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지시한다.

 

 65.

 흑단들소 벌판에 사냥꾼들이 드나든지 사흘이 지나자 문제가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회개하는 자' 중에서도 강경한 이들이 짐승을 사로잡아 돌아가는 사냥꾼들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같은 일들이 반복될수록 포도버섯 씨가 골치를 썩혀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마을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그녀를 찾아와 왜 그런 굴욕적인 제안을 받아들였는지 질책하기 일쑤다. 그러나 그녀도 순록의 모가지에 걸린 올가미를 보는 것이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제비꽃 씨족 사냥꾼들의 출입을 통제할 것을 지시했다.

 사냥꾼들이 사로잡은 짐승을 빼앗기고 돌아가기가 무섭게 그 날 밤 제비꽃 씨는 다시 무장한 채로 포도버섯 씨의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엔 그녀를 올려다보아야 했다.

 

 66.

 "포도버섯! 너는 약속을 깨고 허물었던 벽을 다시 쌓았다! 선전포고로 받아들여도 할 말은 없겠지!"

 "결정을 번복한 것은 미안한 일이다만, 싸울 마음은 없다. 돌아가라!"

 "말과 행동이 그렇게 달라서야 쓰나! 하지만 조악한 목책과 흙담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한 번 덤벼보시지."

 포도버섯 씨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이 벽 위에서 일제히 활시위를 당긴다.

 "노을녘으로 통하는 길목이 이 마을에만 나 있는 것도 아니니, 가축은 다른 길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을거야. 굳이 피를 흘려야 할 이유가 없단 말이다!"

 제비꽃 씨가 몇 발짝 물러나며 방패를 치켜든다.

 "사람을 놀리는 것도 정도껏 해라! 싸우고 싶지 않다면 날이 밝는대로 벽을 허물고 땅을 바쳐라. 이미 다섯 씨족이 나에게 합류하기로 했어. 잘 생각하는 게 좋을거야. 이 곳을 불바다로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니까."

 

 67.

 제비꽃 씨의 군대는 저번 방문과는 다르게 돌아가지 않고 아예 자리를 잡아버린다. 포도버섯 씨는 마을 원로들을 자기 방으로 불러들여 의견을 듣고자 한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노인네가 먼저 입을 연다.

 "내가 보기엔 제비꽃 씨가 조금 서두르고 있는 것 같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를 올려묶은 노파가 거들고 나선다.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네. 진짜 전쟁을 할 생각이었다면 다른 씨족의 군대까지 모은 뒤에 왔겠지. 협상 따위 하지 않고 바로 공격할 수 있도록."

 포도버섯 씨가 말을 자른다.

 "단순히 허세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든 자기 편을 늘려야 하는 입장이니 어르고 협박도 해보는 거지요."

 모여앉은 사람들이 저마다 고민을 행동으로 내비친다. 노파는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대머리 아재는 손톱을 물어뜯는다. 가랑이를 북북 긁어대던 나체의 늙은이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얼마나 많은 씨족들이 그에게 합세했는지는 모르는 일일세. 하지만 제비꽃 씨가 지금 당장은 우리를 공격할 여력이 없는 것은 확실해보이네."

 노파가 머리를 가지런하게 정리하고는 이야기한다.

 "염통먹는 자가 종적을 감춘 지금이 행동하기에 가장 좋은 때니까. 머뭇거리다 그가 돌아오기라도 하면 일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조급하겠지."

 포도버섯 씨가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말한 다섯 씨족이 정말로 이 곳으로 집결할지 손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차라리 먼저 그들을 치는 것은 어떤가-라는 말은 삼킨다. 다시 동족들을 해치는 것과 동족의 손에 죽는 것 중에서 고르라면 당연히 후자여야 하기에. 그녀는 요즘 들어 나쁜 생각들이 마음 안에 차오르는 것을 억누르기가 버겁다. 대머리 아재가 처음으로 입을 연다.

 "차라리 먼저 제비꽃 씨를 치는 건 어떨까?"

 포도버섯 씨는 마치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은 편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옳은 방법은 아니지요."

 옳지 않은 방법인가? 이 일의 원흉인 제비꽃 씨만 죽이면, 단 한 사람의 죽음으로 수많은 죽음을 막는 것은 옳지 않은 방법인가? 그녀는 이번에도 대머리 아재가 그렇게 대답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기습하여 제비꽃 씨를 빨리 죽이면, 군사들은 싸울 이유를 잃고 돌아갈 것이네."

 봄비 씨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68.

 포도버섯 씨는 싸움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가 용맹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그녀는 맨 앞에서 창을 휘둘렀고, 아마 가장 많은 사람을 죽였을 것이다. 제비꽃 씨는 싸움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로잡혔고. 포도버섯 씨는 예상보다 사람을 덜 죽였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제비꽃 씨는 싸울 때보다 사로잡히고 난 뒤 더 말이 많은 듯 하다.

 "너희들이 왜 회개하는 자인지 알 것 같군. 회개해야 할 일만 골라가면서 하지 않느냔 말이야! 멋대로 약속을 깨고 우방을 쫓아내는가 하면 비겁한 야습으로 사람들을 죽이기까지! 신의없는 자들아, 부끄러움을 알아라!"

 포도버섯 씨가 그의 어깨를 쥐어뜯듯이 잡자 독설은 욕지기와 비명으로 바뀐다.

 "네가 말한 다섯 씨족들의 이름을 대라. 정말 그들이 이 곳으로 오고 있는지도 대답해야 할 거야."

 그는 대답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쇠발굽, 달그숲, 우물재, 방울꽃, 전나무. 모두 여기로 오는 중이다."

 "처음부터 싸울 생각이었다는 말이군."

 "그건 아니야. 하지만 그 쪽이 기댈 구석이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하지만 다섯 씨족의 장정들을 모두 모아봐야 겨우 천 사백이 될까말까. 천 사백 명으로는 우리를 이길 수는 있어도 염통먹는 자를 상대할 수는 없어."

 제비꽃 씨가 고개를 꺾어 피를 뱉어낸다.

 "내가 싸워야 하는 것은 염통먹는 자가 아니야."

 "그건 무슨 소리야?"

 "얘기했잖나. 염통먹는 자는 이미 종적을 감춘지 오래라고. 설마 나무그늘을 차지하려는 자가 나 하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포도버섯 씨가 손바닥으로 그의 머리를 내려친다.

 "경쟁자가 있으면 좀 더 잘 했어야지."

 "너희들의 이름에 너무 큰 기대를 걸었을 뿐이다. 회개하는 자라니. 웃기지도 않는구만."

 "사람이 덜 죽는 방법을 선택한 것 뿐이다. 네가 빨리 사로잡힌 덕분에 고작 서른 명밖에 안 죽었거든."

 제비꽃 씨가 한바탕 웃어제낀다.

 "그 서른 명 중에 나도 끼어있나?"

 "넌 아직 살아있잖아."

 "살려준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겠지?"

 "널 살려두면 이 곳으로 모여드는 다섯 씨족을 돌려보낼 수 없어."

 그녀가 허리춤의 단검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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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8-01-06 04:28
 
점입가경이군요. 천하쟁패전이라, 이제 겨우 전국시대 초기에 들었으니 이 이야기 짧게 끝내실 수 없을 것 같네요. 계속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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