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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11. 두 걸음 (3)
작성일 : 18-01-05 22:54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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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순간 다휜도 희나리도 놀라 동시에 청년을 바라보았다. 마찬가지로 놀란 사람들이 다시 소란스럽게 굴었다. 희나리는 목소리를 떨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대체, 누가...?”

 

  “당신이 창고로 오기 직전입니다. 남자였고, 새를 타고 온 것 같지는 않았지만 하늘에서 나타났습니다. 그는 두리번거리더니 창고로 들어가다가 금방 나왔습니다. 누군지 알아내려고 했지만 모르는 얼굴이었습니다. 등장으로 봐선 탑의 사자라고 생각했지만, 제가 아는 분들은 아니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보려고 했는데 밖으로 나와선 감쪽같이 사라지더군요. 그 다음에 오신 게 희나리 당신이십니다. 키가 크고 어두운 적색 느낌의 코트를 입고 있었습니다. 누군지 짐작이 가십니까?”

 

  짐작이 갈 리 없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적색이 도는 코트를 입은 사람을 본 적도 없다. 애초부터 리더가 지하에 떨어졌다는 이야기부터가 거짓말이었으니 설령 그런 자가 있었다한들 소용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보신 거죠?”

 

  다휜은 한껏 당황한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그제야 청년이 다휜을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그를 감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양심껏 도망치지 않는다 해도 마음이야 언제 변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한 사람씩 하루 동안 창고를 감시해왔습니다.”

 

  “잠깐,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흑색 그루터기 주민 중 하나가 나서서 말했다. 청년은 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우리는 흑색 그루터기 주민 분들이 어서 마을을 재건하기를 바랐고, 이런 감시 역할에 시간을 뺏기시는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비밀로 하려한 건 아니었지만 만나면 싸우기만 하느라 이야기할 틈도 없었고, 물론 그쪽 일에 집중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명백히 우리 일인데 왜 너희들이 이렇다 저렇다 결정짓는 건데?”

 

  “자자, 진정 좀 하시고요.”

 

  언성이 점차 높아지자 다휜은 온새미로를 대변하고 있던 청년을 살짝 밀어내고 그 자리에 섰다.

 

  “이렇게 싸울 때가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리더를 해친 자를 잡아내야 하는 겁니다. 한 번 그런 짓을 저지른 자가 다음이 없다고 할 순 없으니까요. 혹시 모를 위험을 걸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서?”

 

  “정확한 인상착의는 모르잖습니까. 옷이야 얼마든지 바꿔 입을 수 있는 거고요. 모두 탑으로 갑시다.”

 

  다휜의 명료한 말에 잠시 동안 침묵이 돌아갔다.

 

  탑으로 간다는 건 한 명도 빠짐없이 심판을 받는다는 소리다. 물론 리더를 해친 자가 있을 리 없으니 누군가 그 이유로 지하에 빠지는 일은 없겠으나, 사람의 마음속엔 스스로를 찌르는 은밀한 무언가가 있는 법이다.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그러한 이유도 돌연 잡아먹힐까 봐서였다. 누구나 속내를 모르는 탑의 심판에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장담하죠. 온새미로엔 그런 자는 없습니다.”

 

  아까 그 청년이 다시 말했다. 청년의 시선이 흑색 그루터기 주민에게 향하자 눈이 마주친 그루터기 주먼이 펄쩍 뛰었다.

 

  “뭐여, 그럼 우리 쪽에 있다는 소리야?”

 

  “애초에 어느 쪽도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목격한 바로는 온새미로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이었죠.”

 

  “아니 그러니까, 그럼 우리가 그랬다는 소리잖아! 하늘에서 뛰어내렸다는 건 어느 정도 사념을 쓸 수 있다는 소린데, 그런 힘이 있었으면 우리 문제도 진작 끝냈지!”

 

  “애초에 우리가 왜 심판을 받아야하는 거야? 심판 받을 사람을 오히려 리더 그 사람이었잖아? 지하로 떨어졌다면 당연한 거 아니야? 오히려 잘 된 거잖아!”

 

  한 온새미로 주민이 그렇게 외치자 그루터기 한 명이 달려들어 방금 말한 자의 멱살을 쥐었다.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라! 그 놈이 우리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나는 아직도 이가 갈려! 그런데 뭐? 갑자기 지하에 떨어졌다고? 우리 손으로 보낸 것도 아니도 정체도 모르는 녀석한테?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데? 어? 말해 봐! 벌 받고 있으니까 가만히 용서하라는 거냐?”

 

  “용서하란 말은 아니지만 지금 그 자는 벌을 받고 있을 거 아니야, 진정을 좀 하라는 거지!”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일을 끝낼 순 없어!”

 

  “이거 탑의 사자 짓 아니야?”

 

  누군가 참지 못해 외치자 사나운 시선이 희나리에게로 쏟아졌다. 입술이 바짝 말라가는 것을 느끼면서 희나리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랬다면 그 자는 다시는 탑의 돌아올 수 없어요.”

 

  “애당초 탑이 중재했으면 좋았잖아.”

 

  가시 같은 말이 희나리를 찔렀다. 원망과 분노가 기다렸다는 듯 쏟아졌다.

 

  “적어도 새 한 마리라도 시켜서 감시하도록 주면 어디가 덧나? 도와줄 수 있는 거였잖아. 그랬다면 리더를 죽인 놈도 잡고, 이 지경으로 개판이 되진 않았을 거 아냐! 당신은 뭘 보란 듯이 이 자리에 서 있는 거야?”

 

  반쯤 이성을 잃은 온새미로 주민이 흥분한 얼굴로 성큼 다가와 희나리의 멱살을 쥐고 윽박질렀다.

 

  “말해봐, 당신 여기 와서 뭘 도왔어? 탑의 사자가 있다는 이유로 하나로 우리가 얼마나 참았는지 알아? 그런데 뭐야, 지금 마을 상황을 좀 봐! 개판이잖아! 근데 대체 여기서 뭘 했냐고!”

 

  “아, 형님. 진정하십시오.”

 

  다휜이 쩔쩔매며 말리자 그는 희나리를 밀치듯 놓으며 몸을 돌렸다.

 

  “젠장, 그럼 그렇지. 저딴 애송이를 믿는 게 아니었어!”

 

  “도와줄 것처럼 굴더니!”

 

  “이번일은 탑이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야?”

 

  “지들은 잘났다 이거지, 그렇게 으스대고 싶었냐?”

 

  그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창고를 빠져나갔다. 혀 차는 소리와 비난이 쏟아지는 비와 함께 내리꽂혔다. 빈 창고에 쉴 새 없이 두드리는 비 소리만이 남았다.

 

  “희나리.”

 

  다휜은 한숨과 함께 벌벌 떠나는 희나리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이제 나타나지 않는 편이 좋겠어요.”

 

  희나리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거운 걸음을 떼고 창고 밖을 나오자 한 방울 한 방울 무거운 비가 떨어져 내려 희나리를 때렸다.

 

 

 

 

  새가 보이지 않는 탑의 하늘은 어딘가 허전했다. 비가 내리자 늘 탑을 넘어뜨릴 것처럼 불던 사나운 바람도 거짓말처럼 수그러들었다. 회색하늘에 무언가 움직였다. 빗속을 뚫고 하얀 새가 다가왔다. 이난이 팔을 뻗자 흠뻑 젖은 새가 그의 팔목에 앉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난이 몇 번을 등을 쓸어주자 이어 어깨로 날아올라 이야기를 속닥였다.

 

  새가 전달해준 이야기를 듣고 생각에 잠기는 사이 새는 떠났다. 하늘로 날아오르는가 싶던 새는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탑의 꼭대기 입구에 선 채 비를 피하며 흐릿한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던 이난이 문득 고개를 돌렸다. 또 한 마리의 새가 가까워졌다. 아까의 새보다 훨씬 컸다. 누군가 타고 있었다.

 

  “희나리?”

 

  돌연 흠뻑 젖은 채 착륙한 희나리의 모습은 의외였다. 저런 모습을 그 인형이 좋아할 리 없을 텐데 엘리자베스와 함께 있지 않았던 걸까? 희나리는 비틀비틀 걸어 이난에게 다가왔다. 그 모습에서 이난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무슨 일 있어?”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이난의 옷도 함께 젖어갔다. 이난의 품에 얼굴을 묻은 희나리는 작게 떨고 있었다. 이난은 차가워진 희나리를 내려다보다가 말없이 등을 두드려주었다. 늘 희나리 옆에 붙어있던 인형은 보이지 않았다. 드문 일이었다. 오늘 이 세계의 하늘만큼.

 

  “이난.”

 

  희나리의 몸이 들썩였다. 희나리의 등을 두드려주던 손이 멈췄다.

 

  “저 어떡하면 좋아요.......”

 

  이난과 희나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게 불과 오후의 일이었다. 그동안 줄곧 희나리는 온새미로에 있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이난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리더가 지하로 떨어졌어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리더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그녀가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그들의 원망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희나리가 관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서서히 싹을 피웠는지도 모른다.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희나리가 울먹이며 이어가는 이야기에 이난은 가만히 귀 기울였다. 그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위로받는 것 같았다.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도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나 쏟아지던 빗줄기가 약해지고 희나리의 울음도 멎었다.

 

  “이젠 정말 모르겠어요.”

 

  천천히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았을 때 희나리는 비로소 그의 마음을 깨닫고 말았다.

 

  왜? 묻고 싶었다. 매달리고 싶었다. 잡히지 않았다. 갈증을 견디며 미약하게 믿어왔던 무언가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멈췄던 울음이 다시 나올 것 같아서 희나리는 그의 품을 벗어나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결국 또 다시 울음이 터졌다. 늘 그랬던 것처럼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제 정말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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