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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11. 두 걸음 (2)
작성일 : 18-01-05 16:50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4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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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비가 그칠 줄 모르고 내렸다. 바닥이 찰박거렸다. 비가 내리니 웬일로 하늘에 당연하게 보이던 새들도 사라졌다. 간혹 한 마리씩 날아가긴 했지만 그리 오래보이진 않았다.

 

  다휜은 흙탕물이 튄 바지를 내려다보고는 혀를 찼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쏟아졌다. 하늘은 마치 세상에 빗소리 외의 적막을 선사하겠다는 듯 특유의 침묵이 온새미로에 감돌았다. 마을을 주욱 돌아본 다훤은 한손엔 음식이 든 접시와 나머지 손엔 우산을 든 채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창고로 향하던 그는 돌연 걸음을 멈추었다.

 

  “다휜.”

 

  쏟아지는 비와 그로인해 흐릿해진 세상에서 희나리가 홀로 서 있었다. 아니다. 우산을 받쳐 든 그녀의 아래에 인형이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다휜은 뒤늦게 창고 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걸음을 서둘러 우산을 거의 내팽개치다시피 하며 창고로 들어섰다. 텅 빈 창고를 발견하고 다급히 희나리는 돌아보았다.

 

  “어떻게 된 거죠?”

 

  희나리는 난처한 얼굴로 잠시 다휜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잠시 후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사람은, 떠났어요.”

  “풀어주신 겁니까? 도망갔습니까?”

  “아니요, 그러니까, 세계를 떠났어요.”

  “떠났다고요!”

 

  다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희나리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서둘러 다휜을 돌아보았다.

 

  “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떠났어요. 그럴 거라고는 생각 못해서 저도 조금 당황스러워요.”

 

  다휜은 갑자기 희나리를 끌어당겼다. 입구에 부딪친 우산이 바닥에 떨어지고 희나리는 그대로 창고로 끌려갔다. 창고 문이 닫히는 순간 우산이 검은 사념의 잔해로 사라졌다.

 

  “조심하십시오.”

 

  어느새 희나리의 곁에 선 인형이 싸늘하게 말했다. 마치 귀신처럼 움직이는 인형에 다휜은 흠칫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다휜은 희나리의 어깨를 붙잡고 침착하려 애쓰며 물었다.

 

  “정말 떠났다고요? 언제, 어떻게요?”

  “아까 전에요. 저는 그 사람에게 탑에 가자고 했어요.”

  “탑으로? 제정신이에요?”

 

  다휜이 으르렁거리자 희나리는 순간 겁을 먹었다. 하지만 해야 할 말은 해야 했다. 적어도 그러기로 했다.

 

  “그 사람이 여기에 갇혀있어 봤자 변하는 건 없어요. 사람들의 분노는 변하지 않아요. 그래서 우선 탑으로 가서 다시 돌아온 뒤, 용서를 받고 싶다면 주민들을 위해 그 힘을 쓰라고 했어요.”

 

  “뭘 잘 했다고 탑으로 데려가겠다고 한 겁니까! 그 사람은 그럴 자격 없다고요!”

 

  “그분을 멋대로 용서하고 탑으로 가자고 한 게 아니에요. 탑의 사자가 되라고 한 것도 아니에요. 다만 회개를 하고 싶다면, 그 사람들을 위한 무언가를 해달란 소리였어요. 그 뒤 용서를 받고 말고는......, 그들의 사정이겠죠.”

 

  “그 사람을 어떻게 믿으라고요?”

 

  “저는 믿어요. 마을 하나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이에요. 잘못을 깨닫지 못한 사람이 큰 힘을 갖고 이런 창고에 가만히 갇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인간은 죄인이라고요!”

 

  다휜은 답답한 듯 발을 쾅 굴렀다. 희나리는 흠칫 놀라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등에 딱딱한 것이 닿았다. 낡은 나무 냄새와 축축한 냄새가 확 끼쳐왔다.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한층 더 가깝게 들렸다.

 

  “이해가 안 가네. 왜 그 인간 편을 들고 계시는 거예요? 우리는 그 인간이 꼴도 보기 싫고요, 도움 받고 싶지도 않다고요, 알겠어요? 지금 희나리 당신이 하는 일은 아주 일방적이라고요!”

 

  다휜은 온새미로의 주민이었지만 흑색 그루터기 주민이 온 뒤로 오히려 그들과 가깝게 지내더니, 완전히 흑색 그루터기 주민이 되었다. 그는 희나리를 따라 그루터기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탑의 사자 신분인 희나리보다 다휜의 실질적인 도움이 컸다. 그들과 가까워진 다휜은 그들의 분노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다.

 

  씩씩 숨을 몰아쉬던 다휜은 진정하려 애썼다. 그러나 말끝에 배어나온 것은 아직까지도 날카로웠다.

 

  “그래서 그 인간은 뭐라고 대답했죠?”

 

  “거절했어요. 주민들이 화낼 거라고.”

 

  “당연하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손끝이 떨렸다. 희나리가 겁에 질린 것을 알았지만 엘리자베스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다휜의 반응을 보고 긴장했지만 다행히 생각은 굳지 않았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니 알겠어요. 먼저 여러분의 동의를 구하고 난 뒤에 했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일방적이었어요.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아무도 괴로워하지 않길 바랐던 거예요.”

 

  다휜은 못마땅한 듯이 희나리를 훑어봤지만 희나리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녀가 독단적으로 리더에게 가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조금 의외였다.

 

  다휜은 한숨과 함께 감정을 털어내고 아까 전 보다 조금 더 차분해진 채로 부추겼다.

 

  “알아요, 안다고요. 그래서요, 그 다음은 어떻게 됐죠?”

 

  희나리는 대답하기에 앞서 그가 다시 화를 낼까봐 잠시 주춤거렸다.

 

  “설득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기 위해 대화를 나눴을 뿐이에요. 그러더니 갑자기 빛이 나더니, 떠났어요.”

 

  정말로 그랬다. 희나리는 아직도 그가 왜 떠났는지 모른다. 어쩌면 본인 외엔 아무도 모를지도 모른다.

 

  “떠나기 전에, 무슨 말 안했어요?”

 

  “이 세계가 자신에게 벌을 내리고 있다고 했어요.”

 

  “아, 미치겠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다휜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희나리도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희나리는 정말 그가 자신의 앞에서 떠났다는 것조차 실감하기 어려웠다. 누군가 떠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흔적이라고 할 만한 것도 남지 않아서 그가 이 세계에게 있었다는 게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이렇게는 안돼요.”

 

  다휜은 희나리는 놓고 고민에 잠겼다. 그는 팔짱을 끼며 리더가 머물던 창고 안을 맴돌다가 우뚝 멈췄다.

 

  “지하에 갔다고 합시다. 그게 좋겠어요.”

 

  “...뭐라구요?”

 

  “생각해봐요, 뭐하나 해결 된 게 없는데 갑자기 떠났다뇨? 지금 상황 모르겠어요? 가뜩이나 지금 사이도 안 좋은데 그 원흉이 떠났다고 하면, 그리고 그 자리에서 희나리 당신이 있었다고 하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갈 거라고 생각해요? 또 무슨 짓을 했냐고 물으면? 모조리 사실대로 이야기 할 셈이에요? 리더도 없고 뭣도 이젠 아예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인데 거기서도 리더의 편을 들 거예요? 예?”

 

  한껏 쏘아붙인 다휜은 잠시 입을 다물다가 아까보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현실을 똑바로 봐요. 당신 계획은 방금 없었던 게 되는 거라고요.”

 

  리더가 사라진 순간 희나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사라졌다. 그 사실을 똑바로 마주한 희나리는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제야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할 새도 없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하로 굴러 떨어졌다고 합시다. 그리고 당신은 그걸 목격한 거예요.”

 

  “지하로.......”

 

  “당신이 오기 전에 누가 이미 리더를 해친 상태였고, 창고에 왔을 땐 이미 리더는 죽어가고 있었다고 말하세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요. 하지만 이건 탑의 질서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위한 거짓말인 거예요.”

 

  희나리는 떨려서 다리가 풀릴 것 같았다. 등에 닿은 창고의 벽이 차갑다. 공기가 싸늘해서 손끝이 차가워졌다. 희나리의 상태를 알았지만 다휜은 그녀에게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동정하지 않았다. 다만 질책하듯 덧붙였다.

 

  “물론 당신을 포함해서.”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내렸지만 창고를 나선 다휜은 급하게 걸음을 놀렸다. 그의 말을 받아들인 희나리는 그를 쫓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집 몇 군데를 돌고 다시 창고로 돌아오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마을에서 중요하다 싶은 사람은 거의 다 참석했다.

 

  “그 자는 어디갔소?”

 

  그들은 용건을 묻기에 앞서 창고가 비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어쩌면 지금 모인 게 그것과 관련 있을 거라는 짐작이 퍼지자 전등이 뜯겨나간 우중충한 창고 안에 묘한 정적이 흘렀다. 몇몇은 설명을 요구하는 눈으로 희나리를 바라보았지만 희나리는 시선을 내리깔 뿐이었다.

 

  “이런 날 급히 모인 이유는 다름 아닌 급히 알릴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 앞을 재치고 다휜이 한 걸음 다가섰다.

 

  “리더가 지하에 떨어졌습니다.”

 

  “...뭐라고?”

 

  “어째서?”

 

  “드디어 처단한 건가?”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가 소란스러워졌다. 그 설명을 하기 위해 다휜이 숨을 들이마시자 그에게 주목하고 있던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희나리가 창고에 왔을 때 그는 이미 정신을 잃고 지하에 가는 중이었다고 해요. 희나리가 목격한 바로는 누가 그를 해친 것 같다고 합니다.”

 

  “그건 탑에 질서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

 

  “맞아요. 즉, 우리 마을에 지금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요? 한 명 한 명 가려내자는 소리요?”

 

  그때 사람들 사이로 한 사람이 다가왔다. 다휜만큼 젊은 청년이었고 그는 온새미로에 살고 있었다. 청년은 희나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정말 못 보셨습니까?”

 

  희나리는 그 청년을 바라보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은 청년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저는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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