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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벨트는 제 겁니다, 전하
작가 : 곰고미
작품등록일 : 2016.9.3

창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남자는 얼굴 한가득 화사한 미소를 띠었다.

"바지 좀 벗어주겠는가, 그대."

어머니. 일하러 왔는데 순결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흔한 황태자와 보좌관의 관계 (2)
작성일 : 16-09-08 00:01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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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트라는 항상 자신의 보좌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하. 절 보지 마시고 서류를 보시죠."

 

 보좌관이라 해도 음... 51번째, 아니 58번째인가? 그쯤 바뀌고 난 다음의 보좌관의 이야기이지만 어쨌든. 레트라가 항상 그를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그의 보좌관은 항상 레트라를 바라보지 않았다. 아, 물론 직업특성상 그를 바라보아야 하는 직업이니 실제로 보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고.

 

  "자네. 얼굴에 뭐가 묻었다네."

  "그렇습니까. 그러니 서류를 보시죠."

 

 이런 식으로. 그는 레트라를 바라보지 않았다. 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이상 -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여도 - 웬만해서는 반응을 해주지 않았다. 특히, 지금처럼 일이 쌓여있을 때에는.

 

 어째서지? 자신의 보좌관으로 온 자들 중 아무도 없는 방으로 불러내 달큼한 목소리로 속삭여주면 스스로 바지를 내리지 않는 남자가 없었다. 그런 판이니 그의 말에 반응해주지 않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를 싫어하든, 아니든.

 

 그러나 눈 앞에 서있는 그는 어떤가. 자신이 바로 코앞에서 생긋생긋 웃어보여도 벽으로 몰아세운 뒤 박력 가득하게 쾅! 벽치기를 하면서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밀어를 속삭여 주어도.

 

  "뭐가 묻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네."

  "...예의상 한 번 물어보게나."

  "뭡니까."

  "잘생김. 잘생김이 묻었구만."

  "그렇습니까."

 

 이렇게 듣는 사람이 무심코 눈살을 찌푸릴만한 농담을 꺼내도 반응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요즘 수도 여성들에게 유행이라던 로맨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의 대사를 했을 때는 반응이 있기는 했었다.

 

  '날 이렇게 대한 사람은 그대가 처음이야.'

 

 분명 세상풍파 모르고 뭐든 제 멋대로 다 하고 살던 젊은 남공작이 영애 하나에게 시원하게 싸대기를 맞은 뒤 뱉은 대사라고 했었나.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는 대사이거니와 그런 대사를 입에 올리는 사고방식이 이해가 안가기는 했으나 어쨌거나 뭇 여성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고 하니 한 번 해보았다. 그에게 이렇게 대한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는 어쨌든 일맥상통했으니까.

 

 그리고 그의 예상처럼 그는 반응을 보였다.

 

  '...당연하지요. 전하는 제국의 단 하나뿐인 황태자님이십니다. 저처럼 했다가는... 아. 제가 죽을 죄를 졌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테니 제발 해직으로 봐주시지요. 지금 당장 짐을 싸도록 하겠습니다.'

 

 응... 미간을 잔뜩 찌푸리는 반응이 돌아왔다. 심지어 '이 인간이 열이라도 있는건가' 라는 표정을 지은 주제에 이마에 손을 올려 열을 확인하기는커녕 당장 짐을 싸려고 했다.

 

 레트라는 그 순간 일생에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막느라 진땀을 빼보았다. 누군가 알게 되면 기겁을 할 상황이기는 했다. 하지만 안그래도 그만두겠다는 말을 달고 사는 그가 저 때는 진심으로 그만둘 기세였던 것을 어쩌겠는가.

 

 아, 그러고보니 '저 인간이 드디어 미쳤나' 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도 섞여있었다.

 

  "오늘도 여전히 매정하구만."

  "그럴 리가요. 서류를 보지 않으셔서 헛 것을 들으시는 겁니다. 어서 서류를 보시지요."

  "내 귀는 멀쩡하다네. 다만 피곤할 뿐이지."

 

 그렇다고 레트라가 다른 이들이 그만두는 것까지 막았느냐? 지금 그를 보좌하고 있는 보좌관은 정확히 57번째 보좌관이었다. 그만둔다는 것을 막았다면 저렇게 교체횟수가 많지는 못했겠지.

 

 그런 그가 왜 지금의 보좌관. 에이비 드 하스웰에 한해서 그만두는 것을 막아세웠는가.

 

 능력이 뛰어나서?

 확실히. 그는 보좌관으로서의 능력이 좋았다. 서류는 종류별로 잘 정리되어 있었고 중요도는 중요한 것부터 그냥 읽는 시늉만 내어도 되는 것까지 세세하게 표시가 되어 있었으며 각 서류의 위쪽에는 내용이 요약된 작은 종이가 꽂혀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그도 할 수 있었고. 편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이전에 이렇게 정리를 할 수 있었던 사람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잘생겨서?

 그야 남자치고는 곱상한 얼굴에 포니테일로 묶인 밤바다같은 군청색 머리는 비단처럼 찰랑이며 빛을 반사시킬 정도였고 왠지 모르게 귀티가 풍기기는 한다만... 그는 황태자였다. 심지어 제국 제일의 미남이라 불리웠던 황제와 제국 제일의 미녀라 불리우는 황후 사이에서 태어난 적통 황태자. 청소년기에 들어섬과 동시에 황제로부터 제국 제일의 미남이라는 칭호를 물려받은 그이다보니 미모란 특별한 이유가 될 수가 없었다.

 

 그럼... 신분?

 어딘지 모르게 귀한 티가 슬쩍슬쩍 흘러내릴 정도의 외모이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평민이 '공자님!'이라 외칠 수도 있겠다 싶지만. 다시 한 번 말하건데 그는 황태자였다. 공자를 내쫓기에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할 지도 모르나 어쨌든 쫓아낼 수는 있었고, 스스로 관두겠다는 것을 말릴 이유도 없다. 애초에 공자가 뭐가 아쉬워서 황태자의 보좌관으로 오겠는가. 모든 가정을 뒤로 하고 에이비 드 하스웰은 공작은 개뿔 남작가의 장남이었다.

 

 위의 이유들을 모두 제치고 레트라가 그를 말린 이유는 하나였다. 레트라는 씨익 웃으며 제 장난에 그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 채 시큰둥하게 서있는 보좌관을 바라보았다.

 

  "그러니 자네. 바지 좀 벗어보게나."

  "싫습니다."

 

 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는 것. 아까도 말했지만 그가 마음을 먹은 뒤 바지를 내리지 않은 보좌관은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거절하면 해고 - 물론 에이비에게는 통할 협박도 아니었지만 - 따위의 협박을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절의 말을 뱉었던 사람은 없었다.

 

 지금 그의 눈 앞에 존재하는 그를 제외하고는.

 

 그러니 어찌 재미있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얼른 서류처리나 하시지요. 다음 일정이 몇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호오. 설마 그 다음 일정이 자네가 바지를 벗는 것인가? 그렇다면 속도가 좀 올라갈 것 같은데."

  "제왕학 수업입니다. 그런 농은 일단 서류처리를 끝내고 하는 게 어떠십니까."

  "그 말은..."

  "나가보겠습니다."

  "잠깐잠깐잠깐. 알겠네. 알겠어. 서류처리 먼저 하도록 하지."

 

 빙글빙글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를 지은 채 서류에는 손도 댈 생각조차 없이 끊임없이 농을 던지는 황태자. 그 모습에 여전한 무표정으로 서류처리를 종용하던 에이비는 진심으로 나가려다가 곧 항복표시를 하는 그의 행동에 가만히 자세를 바로했다.

 

 항복표시를 한 뒤, 레트라는 원치 않았지만 일단은 한다고 말을 꺼냈으니 서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일을 시작하자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서류의 높이를 보자니 에이비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흘러나온다.

 

 막상 하면 저렇게 쉽게 하는 것을... 속도가 제법 빨랐기에 언뜻 보면 건성건성 읽고 대충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전에 한 번 의심스러워 시험을 해 본 결과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있기는 했다. 제대로를 넘어서 좀 대단하다고 해야할까. 혹시나 싶어 물어본 질문들에 그는 모두 정답을 내놓았었다. 심지어는 서류의 한 부분을 점 하나 틀리지 않고 읊으니 어떻게 의심할 수가 있을까.

 

 어쨌든 레트라가 일을 시작하자 할 일 - 레트라가 서류 처리를 하도록 단념시키는 - 이 사라진 에이비는 가만히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이럴 시간에 나가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그가 자리를 비우면 레트라는 바로 일을 그만두기 일쑤였고 무엇보다 자리를 비우려는 낌새만 보여도 정색을 하며 그것을 막아세웠기에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었다.

 

 결국 에이비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레트라를 보는 일 뿐이었다. 고집불통같으니. 서류를 직접 처리할 때나 서류들이 각각 다른 종류로 보이지, 그저 처리되는 서류를 바라보기만 할 때는 이게 그거고 저게 그거고. 즉, 단순한 행동의 반복으로 보이기만 한다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지루할 그 광경에 에이비 또한 자연스럽게 다른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아침에 봤던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데 그 여성분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냥 그렇게 보내도 괜찮은 겁니까?"

  "아아. 그거? 설마 무슨 일 있겠나? 울면서 집에나 돌아가겠지."

  "만약 앙심이라도 품으면..."

  "그래봤자 백작영애야. 큰 일을 낼 수도 없지. 아, 설마..."

 

 그 사람 백작 영애였나... 무심코 던진 질문에 바로 대답이 돌아온다. 대답을 하면서도 전혀 줄지 않는 서류 처리 속도가 신기하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것도 잠시. 대답을 이어가던 그가 갑자기 서류를 집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얼굴에 다시 한 번 가득 차오르는 미소에 에이비는 자신이 말을 잘못 꺼냈음을 깨닫고 미간을 살포시 구겼다.

 

  "지금 질투하는 건가?"

  "아닙니다."

  "귀엽군 그래. 그게 아니라면 해코지를 당할까봐 겁이 나서?"

 

 해코지... 확실히. 그런 상황이었던데다가 그 아가씨가 백작가 영애였다면 해코지가 들어올 수도 있겠다. 그리고 해코지가 들어온다면 남작도 아니고 그저 남작가의 사람일 뿐인 그로써는 아무 반항도 하지 못할 터였다.

 

 레트라의 입에서 처음 나온 문장에는 단호히 일말의 여지가 없도록 부정의 말을 뱉었으나 두번째 문장에 대해서는 쉬이 부정을 할 수가 없었다. 잠깐의 머뭇거림에 알겠다는 듯 한 층 더 입꼬리를 올리는 모습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특별히 감춰야 할 내용도 아니었으니 그냥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니군요. 아무래도 전하께서 저를 이용해 빠져나오셨으니 말입니다."

 

 바닥에 주저앉은 아가씨는 본 체 만 체 가까이 다가와서 애인에게나 할 법한 거리로 고개를 숙이고 말을 속삭였으니 연인으로 보여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그 대상이 남자라니 여자의 자존심이 박살 날 상황이기도 했고.

 

 어쨌든 조금은 앙심을 담아 사실을 말한 에이비는 금새 자신이 또 한 번 실수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게 무서웠군. 걱정 말게나. 그대는 내가 지켜줄테니."

  "필요어..."

  "그러니 바지 좀 내려보겠나? 힘을 쓰려면 충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싱글싱글. 놀리기라도 하듯, 아니, 저건 백퍼센트 놀리는 거다.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띤 채 끝나지도 않은 말을 가로막으며 나오는 말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물론 직업 특성상 이러면 안되는 걸 알고는 있지만 어쩌겠는가. 게다가 이 쪽은 오히려 해고시켜줬으면 좋겠다. 그러니 행동에 가감이 없을 수 밖에.

 

 아, 물론 황태자에게 대들다가 멸문당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나름 조절은 하고 있다. 이래 봬도 말이지.

 

 어쨌든 결론은 그가 제 표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는 점이었다. 보통 이 정도면, 그것도 그의 상사인데다 작위까지 높은 사람이 봤다면 짜증을 내거나 당장에 따귀를 한 대 때려도 이상하지 않은 반응이겠으나...

 

  "찌푸린 미간이 참 귀엽구만. 한 번 만져봐도 되나?"

  "안 됩니다."

 

 그가 보기에 - 사실 다른 사람이 봐도 그럴 것이라 확신하고 있지만 - 자신의 상사는 절대로 이상하지 않은 반응을 할 위인이 아니었다. 음... 그러기에는 다른 곳에서는 멀쩡하던가? 그렇다면, 그는 단 둘이 있을 때 이상하지 않은 반응을 할 위인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또한 상식에서 벗어난 대사가 흘러나온다. 일단은 전하 상식으로 봤을 때 엄연한 남자인데요. 아니, 뭐 그런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다지 이상하다 생각하진 않지만. 그걸 제치고 위의 대화 자체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일단은 상사였기에 채 밖으로 꺼내지 못한 생각들이 속에서 소용돌이친다. 그도 그럴 게 대놓고 미간을 찌푸린 표정에도 기분 상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분 좋다는 듯 웃는 게 아닌가. 전하. 동성애까지는 이해하겠지만 M은 안됩니다. 아니, S인가?

 

 한창 심각하게 내적 갈등을 거듭하는 그를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구경하던 레트라는 곧 피식 웃어버리며 다시 서류를 손에 잡았다. 아무래도 그의 보좌관의 고민이 좀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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