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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작가 : 지나다가
작품등록일 : 2017.10.30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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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을 앞둔 네트레시아를 방문하게된 현실의 주인공. 그의 귀환은 이 이상한 세계의 앞날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과연 주인공은 이 이상한 세상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36. 죽음
작성일 : 18-01-04 17:21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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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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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트레시아의 동쪽 바다는 넓은 백사장에 옥색의 물빛이 올리브 나무와 잘 어우러졌다면, 남쪽 바다는 깎아지른 석회암 절벽 아래로 그 깊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검푸른 바다가 항상 용솟음치고 있었다. 그 절벽 위에는 푸르른 평원과 밀밭이 바다를 따라 한없이 펼쳐져 있었다. 저 멀리 북쪽으로 에르피스 산맥이 치솟아 있었고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그 산맥을 어떻게든 넘어보려는지 세차게 휘몰아쳤다.

 

 준석과 메이가 그리고 나모와 에블린이 각자 말에 타고 절벽위에서 남풍을 맞으며 동쪽으로 가고 있었다. 메이는 이제 어느 정도 회복해서 혼자 말을 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에블린의 정화의식이 끝나고 하루정도 지난 후에 메이는 깨어났는데 깨어난 직후에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였다.

 

 메이는 준석은 물론 아버지도 알아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에블린이 메이의 기억 속에서 벌인 많은 일 때문이었을 것이었다. 그 이후 메이는 조금씩 기억을 회복해가기 시작했고, 먹는 것이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돌아오자 그녀의 몸 또한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메이를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스트렌 대학의 약초학 교수가 친히 그녀에게 약을 조제해주었다.

 

 메이는 어느 정도 기억을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마법을 건 자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기억은 준석을 만난 이후의 기억이었는데, 그녀 또한 없어진 기억 때문에 며칠을 고통스러워했다. 준석이 그녀에게 붙어 앉아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들을 하나씩 설명해주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아 보였다.

 

 에블린 또한 의식이 끝난 이후 며칠 동안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못했다. 메이를 정화하는 데는 엄청난 기력이 소진되었고, 특히 마지막까지 지워지지 않은 그 붉은 책의 기억은 에블린이 자신이 떠안았기 때문에 회복하는 데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니 그 붉은 책은 그 본질이 살아있는 한 아마 영원히 회복되지 않을 것이었다.

 

 준석은 마음에 들지 않은 에블린과의 동행이 매우 싫었지만 아스트리드까지는 동행하라는 교장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교장의 말은 온화하며 부드러웠지만 이를 거절할 수 없을 만큼의 권위가 있었다.

 

 그들은 올 때와는 달리 남쪽의 해안 길을 선택했다. 사실 올 때는 메이의 목숨이 경각에 이르렀기에 뱀의 길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지만, 다시 돌아갈 때는 굳이 뱀의 길을 이용할 만큼 사안이 급박할 것이 없었다. 에블린은 말을 타고 혼자 앞장서서 저만치 가고 있었고 그 뒤를 따라 준석과 메이가 뒤따랐고 나모가 가장 마지막에서 길을 갔다.

 

 준석은 어느 정도 말에 익숙해졌지만 속보보다 빠른 속도로는 말을 달릴 수는 없었다. 에블린은 거의 십년 만에 처음으로 나와 보는 바깥 풍경에 감탄한 듯 아무런 말없이 풍경만을 보며 걸었다.

 

 - 도대체 근위대의 누가 저에게 흑마법을 걸었던 것일까요?

 

 메이는 마지막까지 기억하지 못했던 그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계속 궁금해 했다.

 

 - 아마 왕궁에 흑마법사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 다른 건 기억나지 않는데 어떤 책 한권이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 책? 어떤 책?

 

 - 아마도 붉은 겉장을 두른 책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내용의 책인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마법에 당할 때 분명 그 책이 저와 같이 있었던 것 같아요.

 

 - 아마 다시 아스트리드로 돌아가면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은 것들을 밝혀내었을 지도 모르지.

 

 메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을 살리기 위해 이 방문자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아버지인 나모에게 들었었다. 자신을 신경써주는 준석에 대한 고마움도 들었지만, 그 고마움은 곧 알 수 없는 마음의 부담 같은 것을 메이에게 안겨주고 있었다.

 

 … 이 사람이 왜 나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었던 것일까.

 

 메이는 그것이 궁금했지만 준석에게 직접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녀는 말없이 말을 타고 가는 준석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벤트로숲과 브리엔 호수와 에리스 평원을 거쳐 오면서 그와 점점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메이의 생각에 그것은 단순한 여행의 동반자로서의 감정인 것처럼 느껴졌고 그 이상의 감정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러한 감정이 원래 그러했는지 아니면 자신이 기억을 잃는 과정에서 원래 달랐던 감정이 사라져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 너희들 데이트는 이따 밤에 하도록 해. 도대체 길을 가고 있는 건지 노닥거리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자나!

 

 에블린은 아예 두 사람이 사귀는 것처럼 대놓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준석과 메이의 관계는 더 어색해지는 것 같았고, 준석은 남에 대한 배려없이 하고 싶은 말은 다 지껄이는 에블린이 더 싫어졌다.

 

 그들은 스트렌 대학에서 아르켄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린드헬름을 지나고 세인강 하구의 모르토프라는 도시와 에르피스 산맥의 기슭이 있는 에케나벤이라는 마을을 지나 칼마르강의 하구에 있는 도시 중의 하나인 글로엔에 도착했다. 글로엔에서부터 리베르강까지는 이틀 정도의 거리였기 때문에 이젠 거의 아스트리드에 다가가고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도시에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프린 공작이 띄운 격문을 봤기 때문이었다.

 

 - 이런 격문을 띄우고도 잡아가달라고 아스트리드에 그대로 있다면 그건 미친 게 아니겠어?

 

 에블린은 당연히 프린과 에르윈은 아스트리드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그럼 어디로 가야 되나요?

 

 - 아마도 아스트리드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면 엘브니쉬킵으로 갔을 것입니다. 국왕의 세력이 많이 남아있는 롤스이스트로는 가시지 않았을 것이에요.

 

 나모가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뱀의 길을 방문하기에 앞서 엘브니쉬킵을 들렀을 때 그 앞마당 대장간에서 병장기들을 밤새 만들었던 것이 이번 봉기와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지도 않았다.

 

 일행은 글로엔에 있는 “살찐 고양이”라는 여관에 묵었는데 그 여관은 이미 프린의 격문에 동참하는 기사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들은 주로 브리스톨 남동쪽 해안에 있는 작은 영지의 기사들이었는데 격문을 보자마자 전투준비를 마치고 북쪽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었다. 보통 기사 한 명에 이를 돕기 위해 서너 명의 하인들이 따라다녔기 때문에 이들로 여관은 발들일 틈도 없이 빽빽했다.

 

 여관의 중앙 홀에서는 기사들이 브리스톨의 특산품인 벌꿀주를 마시며 국왕을 욕하고 프린 공작과 에르윈 백작을 칭송했다. 에르윈 백작의 가신인 나모 또한 어느 틈에 이 기사들과 섞여 술잔을 들어올렸다. 에블린은 벌써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버렸고 준석과 메이는 나모 때문에 할 수 없이 그 홀에 계속 머물러야 했다.

 

 그 순간 여관의 2층에서 누군가 “불이야!”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와 함께 1층 홀에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서로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뒤엉켜 바닥을 뒹굴었다. 1층의 부엌 쪽에서 시커먼 연기가 갑자기 솟구쳐 나왔다. 벌떡 일어난 준석은 메이에게 술에 취한 나모를 데리고 어서 밖으로 나가라고 하고 자신은 2층에 에블린을 데리러 뛰어올라갔다.

 

 항상 준석이 못마땅해 하던 에블린이었지만 메이를 살려준 그녀를 불이 난 여관에서 그냥 두고 달아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여관이 모조리 불에 타더라도 자신은 죽지 않을 터였다. 메이가 나모를 부축해서 문 쪽으로 나가는 것을 보며 준석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그때 2층 계단 밑에서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하나가 준석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불이 난 여관에서 달아나려는 사람으로 보기에 그 사람은 너무 침착하고 조용하게 다가왔다. 준석은 다소 이상한 느낌은 받았지만 별다른 행동 없이 계단 쪽으로 계속 다가갔다. 거의 그 남자가 준석을 스쳐지나갈 무렵 그 남자는 품에서 회색빛 단검을 꺼내 준석의 가슴을 찔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전혀 저항할 수 없었던 준석은 그 단검이 자신의 가슴을 파고들 때 찢기는 듯 울리는 여인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 비명소리는 밖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준석의 머릿속을 울리는 소리였다. 한번 가슴을 찌른 그 남자는 바로 단검을 뽑아들고 준석의 배를 다시 찔렀다. 여인의 비명소리가 또다시 준석의 머릿속을 울렸다. 처음의 비명소리보다는 작았지만 그 여운은 훨씬 더 오래가는 비명소리였다.

 

 두 번의 공격과 함께 그 남자는 다시 단검을 뽑아 집밖으로 유유히 빠져나가고 준석은 뭐라고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바닥으로 쓰러져갔다. 바로 회복되었던 이전의 검상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준석도 깨달았다. 고통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상처를 감싸고 있던 손가락 틈으로 피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을 느꼈다.

 

 누군가 쓰러져가는 준석을 붙잡았다. 에블린이었다. 에블린은 준석을 잡아끌고 여관 밖으로 나갔다. 준석과 에블린의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나모와 메이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는지 급히 다가왔다. 에블린이 준석의 상처를 확인했다. 심장과 복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것 같았다. 에블린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동색 후드를 쓴 얼굴에 흉터가 있는 자가 다른 사람들과 섞여 준석과 에블린을 보고 있었다. 에블린은 준석을 공격한 자의 뒷모습을 분명히 보았기 때문에 그 자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 저 자야. 저 자를 잡아!

 

 에블린이 그 자를 가리키며 외쳤다. 그 자는 에블린의 지목에 뒤돌아서 황급히 말에 올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금방 술이 깬 나모가 그 자를 잡으려고 같이 말에 올라 그 자를 쫓아갔다. 다른 기사 몇 명도 나모를 따랐다.

 

 메이가 안절부절 못하며 에블린에게 물었다.

 

 - 괜찮은가요?

 

 에블린이 준석의 상처를 손으로 막으며 말했다.

 

 - 이럴 시간 없어. 두 사람을 데려갈 수는 없어. 넌 공격한 자를 잡아서 누구 짓인지 알아내야해. 엘브니쉬킵에서 만나.

 

 에블린은 다른 손으로 자신의 목걸이를 잡고 주문을 외웠다.

 

 - 마- 미그 로엔 티오

 

 주황색 섬광이 크게 일어나더니 에블린과 준석의 모습이 사라졌다. 순간 이동의 주문이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두 사람이 사라져 버리고 메이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바닥에 흩뿌려져있는 준석의 혈흔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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