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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화장해 주는 남자, 머리 감겨 주는 여자
작가 : 세빌리아
작품등록일 : 2017.10.25

미술 입시를 준비하던 고 2여학생과 멀쩡히 잘 다니던 의대를 휴학한 채 미용이 좋아 미용사의 길을 선택한 남자가 있다.

나이, 출신 지역부터 학력 수준까지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케미를 가져올까?

 
35. 초록 먹깨비를 향한 달콤한 고백
작성일 : 18-01-04 14:00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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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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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그녀를 안고 퍼레이드를 돌고 나니 그의 온몸이 땀으로 비 오듯 젖어버렸다. 그제야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로사가 입을 뗐다.

 

  "이제 그만 가죠. 더 놀다간 쓰러지겠네요."

  "쓰러지긴요. 한 열 바퀴는 더 돌 수 있는데요?"

 

 하지만 후달거리는 그의 허벅지를 그녀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 됐어요. 배고파요. 이제 예약해 뒀다는 그곳으로 가죠."

  "나중에 후회하는 거 아니죠? 더 놀지 못했다고..."

  "다음 번에는 정말이지 캐릭터 검색해서 제대로 하고 놀 거에요. 오늘은 맛보기한 걸로 치고."

 

 그렇게 그들은 다시 탈의실로 갔다. 그리고 최대한 성의있게 그녀를 내려줬다. 그제야 파랑은 폐 속 깊이 숨을 쉴 수가 있었다. 발목이 또 한번 욱신거렸지만 아직은 참을만 했다.

 

  "자, 이제 인간으로 변신! 뾰로롱!"

 

 그렇게 걷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통통 튀며 그녀가 안으로 들어갔다. 저런 소리를 하는 거 보면 꽤 즐거웠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데리고 온 그 역시 뿌듯했다. 얼마 후 그들은 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만났다. 그리고 그가 안내하는 대로 골목길을 걸어 들어갔다.

 

  "아니, 이 동네는 양주랑 영 안 어울리는데요? 제대로 온 거 맞아요?"

  "그럼요, 내가 특별히 항상 마시던 걸로 주문해놨다고요. 얼마나 넓은 룸까지 빌렸다고요."

  "아무리 봐도 이 동네는 그럴 분위기가 있을 집이 없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다 도착한 곳은 대포집이었다.

 

  "자, 여기에요."

  "엥? 여기라고요? 여긴 막걸리 파전 집이잖아요?"

  "아, 일단 들어가 보시라니까요."

  "아, 이건 아닌데..."

  "샘 돈 굳고 좋은 거죠. 안 그래요?"

 

 그들이 들어가자 파랑의 친구가 큰 소리로 맞이했다.

 

  "어서오십쇼! 룸으로 안내 해드리겠습니다."

  "룸이 있다고요?"

  "네, 오늘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행여 그녀의 머리가 부딪힐세라 파랑은 그녀의 머리 위로 연신 손등을 올려 보호해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영 떨떠름했다.

 

  "맨발로 들어가는 거에요?"

  "얼마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입니까? 내 집처럼 내 방처럼."

  "내 방은 이렇지 않은데요?"

  "제 방은 이런데요?"

  "헐..."

 

 그의 능글능글한 웃음에 그녀는 어이 없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그들이 상 앞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 양주와 강냉이가 들려왔다.

 

  "쳇, 정말 어울리지않는 조합이군요. 난 우아하게 글라스에 온더락으로 까나페와 치즈랑 같이 먹고 싶었다고요."

  "아, 이곳은 안 되는 게 없는 곳이라고요. 얼마나 내 친구가 요리를 잘..."

  "친구라고요? 친구 가게로 온 거에요?"

 

 그는 순간 멈칫했으나 이내 술술 이어갔다.

 

  "아니, 친구네면 어떻고 아니면 어떻습니까? 맛만 좋으면 됐지. 내가 샘께 바라는 건 양주였을 뿐이잖아요. 어이, 까나페랑 치즈 부탁해!"

  "뭐어?"

 

 쟁반을 들고 나가던 친구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파랑을 보았다. 파랑이 눈짓, 코짓을 하자 한심해하는 표정으로 그가 나갔다. 과연 그녀가 바라는 안주가 등장할 지는 다시 돌아올 때까지 모를 일이었다.

 

  "일단, 안주 오기 전에 먼저 한 잔 하죠."

 

 그러면서 잔에 술을 붓고는 짠을 했다. 그녀의 표정도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따뜻한 방에 앉아있자니 한 잔만 마셔도 술기운이 훅 올라오는 듯 했다.

 

  "파랑씨 참 순진한 사람인가봐요?"

  "저요?"

  "순수한 건가, 순박한 건가..."

  "그런 말 잘 안 듣는 말인데..."

  "나 좋아하죠?"

  "켁."

 

 그는 입에 있던 술을 뿜었다. 이렇게 돌직구를 날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 드러..."

 

 그녀가 정색을 하며 냅킨으로 옷을 닦았다.

 

  "미, 미안해요. 너무 당황해서...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나 좋아하지 말아요."

  "네?"

  "나 순진한 여자 아니거든요."

 

 ‘누가 순진한 여자로 보기나 했다고 했나...’

 

 굉장한 사실을 말하는 양 진지하게 말하는 로사의 말투에 파랑은 더 어이가 없었다. 이건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놀 만큼 놀았고 알 만큼 안다고요. 날 몇 살로 보는 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많아요."

  "뭐 설마 제가 샘을 10대로 보겠어요?"

 

 이렇게 응수해주면 기분이 좋을라나 싶어 던진 말에...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어요. 어쩔 때는 술집에서 민증 검사를 하기도 하구요."

 

  ‘어쩌면 뻥을 쳐도 저렇게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친대...’

 

 어디까지 가나 싶어 그는 열심히 들어줬다. 슬슬 로사의 술버릇이 나오는 건가 싶었다. 그녀의 술버릇은 전에도 모텔에서 한 번 겪은 바 있지 않은가. 줄듯 말듯 들었다 놨다 하는 그 무모함과 여우짓을 이제 모를 리 없는 그였다.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겠냐는 심정으로 오늘은 기필코 그녀를 안으리라 새로이 다짐하는 그였다.

 

  "까나페와 치즈 그리고 얼음입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불쑥 등장한 친구 때문에 놀라긴 했지만 정말 이런 안주가 나오리라고는 예상 못 했다. 이렇게 청춘사업에 든든한 조력자가 자신의 친구라니 파랑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비주얼도 꽤 그럴싸했다.

 

  "아, 이게 제대로지."

 

 그러면서 그녀가 맨손으로 까나페를 집어 들어 한 입에 쏙 넣었다, 그리고 우물우물 맛있게도 먹었다.

 

  "오, 내가 좋아하는 참치 까나페네? 이건 살라미 토마토? 오...파랑씨도 먹어봐요."

  "네, 네..."

  "치킨!!!"

 

 그러더니 한 번 권하고는 게 눈 감추듯 깨끗하게 먹어치웠다. 하긴 배고픈 시간이었으니까.

 

  "아, 라면 먹고 싶네. 라면 없나?"

  "또 먹어요?"

  "안주 안 먹으면 속 쓰려요. 어이, 사장님! 오빠! 여기 라면에 소주 두 병!"

 

 그렇게 그녀가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건 기쁜 일이었으나 어마어마하게 먹는 그녀를 보니 좀 환상이 깨지긴 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엘프였는데 이제는 같은 색의 초록 먹깨비로 보였다.

 

  "아, 역시 이거지!"

 

 그녀가 이번에도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라면을 거뜬히 먹어치웠다. 허리도 가는데 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그는 궁금할 따름이었다.

 

  "디저트, 디저트가 없네? 파랑씨, 나 떠리 원 아이스크림이 먹고 시포용."

 

 이젠 하다하다 애교까지 부리며 심부름을 시켰다. 이 여자랑 같이 살다간 엥겔 계수 폭탄을 맞아 굶어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는 건 식량 부족의 미래를 예비한 경고였던가. 단 것을 말하니 그제야 떠올랐다. 그가 학원 사물함에 넣어둔 사탕 바구니, 그걸 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지금이었다.

 

  "아, 알았어요. 단 것, 단 것 원하는 거죠? 조금만 기다려요. 가져올 테니까. 저번처럼 자고 있으면 안 되요, 네?"

  "그럼요, 나 배부르면 부대껴서 못 자요. 기다릴게요."

 

 그렇게 파랑은 거리로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는 다시 학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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