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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27
작성일 : 18-01-03 22:03     조회 : 353     추천 : 1     분량 : 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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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

 모든 씨족장들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오로지 흑단들소 벌판만이 동요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듯 하다. 마을을 지나는 물길을 새로 파는 사람들이 돌아오는 포도버섯 씨 일행을 보자 반가워하며 손을 흔든다. 그녀는 막 허물어버린 돌담의 자리가 어느새 수풀이 되어있는 모습이 뿌듯하다. 능소니를 이 곳에 데려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포도버섯 씨는 붙잡지 못한 아쉬움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도록 마을을 향해 손을 흔든다.

 이 곳은 더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간다고는 볼 수 없다. 고기를 먹는 자들에 비하면 회개하는 자들의 행색은 초라하다. 이들은 게으르지는 않지만 근면하다고도 할 수 없다. 나무를 심고 과일을 따는 데는 열심이지만 농사를 짓지 않으며 사냥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몇몇은 겉보기에 쓸모없어보이는 일에 열중한다. 누군가는 그릇을 빚을 때 본 적 없는 무늬를 새기고는 자랑스러워한다. 천과 실을 여러 색으로 물들여 옷감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그냥 개울물에 발 담그고서 흥얼거리는 사람도 보인다. 포도버섯 씨는 치열하지 않은 풍경이 아직 어색하다.

 "제사장님. 어머니 나무에는 잘 다녀오셨습니까? 능소니 님이 그 곳에 다녀갔다고 들었습니다."

 머리를 짧게 자른 사내아이가 말을 걸어온다.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능소니 님께서 직접 봄비 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능소니 님이 아직 살아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어르신께서 이 곳으로 오신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에요."

 "저도 그 분과 직접 이야기해보았습니다. 능소니 님은 아직 우리를 원망하고 계셨어요."

 사내아이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한다.

 "어찌 잘못을 사과와 회개만으로 씻어내릴 수 있겠어요? 아직 우리가 부족한 탓입니다. 봄비 그 죄인은 아직도 나무그늘 한 가운데에 버티고 앉아있는데, 능소니 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지 않으시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포도버섯 씨가 잠시 입을 다문 채 아이를 바라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잘못만을 생각하기에도 벅찹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남을 헐뜯지 말았으면 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짐짓 태연한 체 하려 애쓴다. 자신도 마음 한 구석에는 저 사내놈의 말에 동의하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 한들 모든 일의 원흉이 봄비 씨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나. 그가 염통을 꺼내어 먹지 않았더라면, 땅만 차지하고 어르신들과 화해했더라면 능소니 님은 우리를 용서했을까? 그녀는 어느 시점에서부터 자신들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알 수 없다.

 

 61.

 나바재 씨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단순히 날씨가 추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가 앞장선 봄비를 향해 먼저 입을 연다.

 "봄비 씨. 결국 당신 고집에 그대로 따라주었지만 이번에는 제가 옳은 것 같습니다."

 봄비는 대답도 않고 걷기만 한다.

 "설사 너럭바우 그 아이가 노을녘에 있다손 쳐도 우리를 피해 숨는다면 찾을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두 사람이 멈추어선다.

 "나바재 씨. 못 찾으면 못 찾는대로 여기서 사는 건 어떻습니까?"

 "무슨 뜻으로 하는 말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그냥 여기서 살자구요."

 "농담하지 마십시오."

 봄비가 이끼를 걷어내고 바위에 주저앉는다.

 "아니면 다시 겨울밤의 땅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요."

 나바재 씨가 선 채로 봄비에게 물통을 건넨다.

 "봄비 씨. 아직 나에게 해주지 않은 얘기가 있나보군요."

 봄비가 물을 들이키고 대답한다.

 "나는 사실 능소니가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나무의 밑둥에 오르던 날, 나는 보았습니다. 겨울밤의 땅 너머에 빛이 드리우는 것을."

 나바재 씨는 봄비와 마주앉는다.

 "그가 돌아오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줄로만 알았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염통먹는 자'는 엄중히 죄를 물어 갈갈이 찢어죽이면 그만이고..."

 봄비는 웃음이 터져나와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가축들에게 다시 말을 가르쳐 어르신이라 부르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능소니가 만들어온 새로운 별의 씨앗을 받아들겠지. 그리고 내 선조들이 그랬듯이 다시 겨울밤의 땅으로 나아가 별을 띄우리라고 생각했어요."

 나바재 씨가 물통을 받아든다.

 "하지만 아무것도 제자리를 찾지 못했지요."

 "나바재 씨. 그렇지 않습니다."

 봄비가 말을 끝마치며 옆구리의 흉터를 부여잡는다.

 "지금 이대로가 바로 제자리입니다. 능소니는 그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떠난 거요."

 나바재 씨가 말없이 짓찧은 약초를 꺼내 흉터에 발라준다.

 "그러나 능소니는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아무 것도 건네주지 않고 떠났습니다. 오히려 가축들을 데려갔지요."

 그제서야 나바재 씨는 무언가 떠올린 듯 고개를 든다.

 "어쩌면..."

 "이번엔 능소니 자신이 겨울밤의 땅으로 가려는지도 모릅니다."

 

 62.

 까까머리 사내아이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기도드리던 포도버섯 씨를 찾아다닌다.

 "제사장님! 제비꽃 씨족에서 사냥꾼들을 이끌고 쳐들어왔습니다!"

 그녀가 눈을 감은 채로 일어나 묻는다.

 "봄비 씨에게 옷을 받으며 싸우지 말라는 얘기를 들은지 백 날이 채 되지 않았는데, 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모르겠습니다. 지금 개울 건너편에서 제사장님을 찾고 있습니다. 할 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창과 방패를 쥐고 뛰쳐나가며 갑작스레 제비꽃 씨족이 이 곳까지 쳐들어온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해본다. 가축을 얻기 위해서라면 굳이 이 곳을 칠 이유는 없다. 먹을 것이 모자라지도 않은데 논밭을 늘릴 이유도 없다. 그럼 무엇을 위해서?

 포도버섯 씨가 두 군대가 대치하고 있는 개울에 도착하자마자 쥐고 있던 창을 던져 적을 경계한다. 창은 건너편 제비꽃 씨의 발치에 꽂힌다.

 "얘기가 하고 싶은 거라면 무기는 두고 왔어야지!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오!"

 제비꽃 씨가 창을 뽑아 되던지지만 포도버섯 씨는 힘들이지 않고 그것을 붙잡는다.

 "걱정하지 마라! 싸우러 온 것은 아니니까."

 "계속 말장난을 할 생각이면 사로잡히지 않는 편이 좋을거야. 혀를 뽑고 입을 찢어버릴테니."

 "회개한다고 자칭하는 것 치고는 입이 제법 험하구나. 그러나 싸울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의 입장도 생각해주시게."

 제비꽃 씨가 명령하자 사냥꾼들이 일제히 무기를 내려놓는다.

 "싸울 준비? 염통먹는 자가 네 몸에 옷을 두르며 한 당부가 기억나지 않는가!"

 그 말을 들은 제비꽃 씨가 옷을 벗어던진다.

 "능소니인가 뭔가 하는 짐승새끼가 우리 가축들을 쓸어가는 동안 그 자는 대체 무얼 하고 있었나? 나와 내 사람들의 목숨과 재산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면 굳이 염통먹는 자를 섬겨야 하는 이유가 없지!"

 "그럼 그를 찾아가 항의할 것이지 이 곳까지 찾아온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제비꽃 씨가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아직 모르고 있었나? 염통먹는 자가 탄원하는 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종적을 감춘지 스무 날이 넘었네."

 봄비가 사라졌다. 포도버섯 씨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해본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을 들키지 않을까 싶어 괜히 헛기침을 한다.

 "봄비 씨를 칠 생각이니 날더러 힘을 좀 보태달라, 그 얘기를 하고 싶은 건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러고 싶지만 아직은 힘이 모자라는 것도 사실이니까. 후방에 적을 남겨둔 채로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창을 쥔 포도버섯 씨의 손아귀에 힘이 실린다. 그녀는 언제든지 창을 다시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적과 친구를 확실하게 구분해두려는 것 뿐이네."

 "내가 거절한다면?"

 "바로 대답하지 않아도 좋소. 다시 말하지만 싸우러 온 것은 아니야. 오늘은 이만 돌아갈테니, 내 제안을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리면 우리 씨족으로 사람을 보내 알려주시게."

 포도버섯 씨가 창을 땅에 꽂아버리자 제비꽃 씨는 긍정적인 신호로 멋대로 해석하고는 미소짓는다.

 "회개하는 자들은 동족을 해치지 않는다! 당신의 싸움에 개입할 생각은 없소. 마찬가지로, 봄비 씨의 싸움에도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외다."

 "적어도 우리와 적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맘대로 생각하시지."

 제비꽃 씨가 뒤돌아 걸어가는 포도버섯 씨를 향해 말을 건넨다.

 "우리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내 제안을 하나 들어주었으면 하네!"

 발걸음이 멈춘다. 제비꽃 씨는 잠시 그녀가 뒤돌아서기를 기다리다 이야기한다.

 "어쨌든 우리 씨족은 새 가축을 얻어야 하는 입장이오. 앞으로 사냥꾼들이 노을녘으로 짐승들을 잡으러 갈텐데, 그것을 방해하지 말았으면 해. 어려운 부탁은 아니겠지!"

 포도버섯 씨가 이를 바득 간다.

 

 63.

 봄비의 걸음걸이가 서서히 절룩거리는 것이 보인다. 나바재 씨의 마음이 착잡하다.

 "결국 노을녘을 한 바퀴 돌아도 너럭바우의 터럭 한 가닥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당신 짐작대로 되었군요."

 "봄비 씨도 알고 있었잖습니까."

 "미안하오. 괜히 내 고집에 끌어들여서 헛고생만 하는구만."

 "그런 말은 하지 마십시오. 혹시 모르니 노을녘 부족 사람들에게 다시 행방을 물어봅시다."

 어느새 발길이 정착지에 가까워가는데도 마중나오거나 경계하는 이가 없다. 두 사람은 무언가 꺼림칙함을 느낀다.조금 더 나아가자 나바재 씨의 시야에 무너진 돌담이 보인다.

 "마을에 무언가 일이 생긴 것 같은데요. 돌담이 허물어졌습니다."

 "어서 가봅시다."

 돌담 안으로 들어서니 보이는 것은 한 가운데 모아둔 쓰지 않는 가재도구들, 짐승들이 아무렇게나 싸갈겨놓은 배설물 뿐이다.

 "나바재 씨. 짐승들이 쳐들어와 모두 죽은 것은 아닐까요?"

 "그러기엔 핏자국도 뼈도 시체더미도 없습니다. 오히려 물건들은 가지런히 모여있지 않습니까."

 누군가 남아있을까 싶어 집 군데군데를 뒤져보아도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봄비 씨. 먹을 것이나 불씨가 온데간데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냥 사람들이 이 곳을 버리고 떠난 것 같군요."

 봄비의 눈에 수많은 발굽자국이 들어온다.

 "나바재 씨. 바닥을 보세요. 능소니가 이곳까지 다녀간 모양입니다."

 그의 머릿속에 미친듯이 웃어제끼던 능소니의 모습이 스쳐간다.

 
작가의 말
 

 해피엔딩은 없습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과하객 18-01-04 04:53
 
너럭바우가 능소니에게 별 만드는 법을 배웠다기에 기대했는데 해피엔딩이 없다면 어떤 결말을 예상해야 할 지.... 하기는 역사에는 엔딩 자체가 없기도 하지만.... 다음 회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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