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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필연적
작성일 : 18-01-03 09:04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9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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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 문이 열리고 김동주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큐브가 말을 하였는데 이곳은 찬의 사무실이다.

 

 "밖에 나가셨습니다."

 

 "역시 유찬씨야. 또 현장에서 크로우로부터 사람을 구하는 거야?"

 

 "아닙니다. 오늘은 그림자 찾으러 가셨습니다."

 

 "그림자?

  뭐야? 크로우 사태로 정신없는 판국에 그림자를 찾아."

 

 "저도 그게 답답해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도통 크로우 일에 달려들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아닌데. 이번 주 초에는 적극적이었는데. 그래서 내가 파괴된 크로우들 어디 보관했는지 알려주려고 왔는데."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동주의 말에 큐브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큐브가 말을 하지 않자 동주가 재차

 "그새 무슨 일이 있었나?

  그럼 이 말 기억했다가 다음에 유찬씨가 물어보면 대답해. 파괴된 크로우들 우리 옆 시청에 보관하기 시작했다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곧 퇴근 시간인데 아직도 안 들어오면 일을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네. 나 갈 거야. 문 열어."

 

 그 말을 하고는 김동주가 사무실을 나갔다. 그는 찬이 크로우 일에 손을 놓았다는 말에 믿어야 하나 안 믿어야 하나 하는 식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나가고 있었다.

 

 

 자동차 안에 찬과 민희가 나란히 앉아 있다. 차의 유리는 외부가 보이게 되어 있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었다. 잠시 뒤, 민희의 눈에 낯익은 풍경이 들어왔다. H강 강변길이다.

 

 민희가 옆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찬을 보며 말했다.

 "강변에 가는 거야?"

 

 "응, 잘 아네. 와 봤어?"

 

 민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응, 가끔 지나다녔던 길이라 기억해."

 

 "그렇구나! 여기 강변 레스토랑이 맛있어. 그래서 특별히 오랜만에 만나서 선택했는데. 괜찮아?"

 

 "응 괜찮아."

 

 민희가 대답을 하는데 조금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찬이 걱정이 되는지 재차 물었다.

 

 "자주 왔거나 싫으면 다른데 가고."

 

 민희가 고개를 저으며

 "아니. 그렇지는 않은데. 그게..."

 조금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왜?"

 

 "사실은 지나다니기는 많이 지나다녔는데, 차에서 내린 적은 없어. 그래서 좀 생소해서."

 

 찬이 이해가 안 돼

 "아니 왜? 왜 안 내렸어?"

 

 민희가 창밖으로 보이는 강변을 보며

 "몰라. 그냥 내리지 않게 되던데. 구경 오는 것은 괜찮았는데 막상 차에서 내리려고 하면 못 내리게 되더라고."

 

 "그랬구나. 그럼 다른데 갈까? 차 돌릴까?"

 

 "아냐, 아냐. 이번 기회에 내려서 구경도 해보지 뭐."

 

 그 말에 찬이 괜찮냐는 듯이 그녀를 봤다. 민희는 찬이 빤히 보자 미소로 괜찮다는 답을 했다. 차는 서서히 속도를 줄였고 앞에 레스토랑이 보였다.

 

 레스토랑 창 쪽에 둘이 앉아 있다. 민희는 연신 창밖을 보며 신기한 듯이 강변 안쪽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그제는 인상도 찡그리지 않고 해맑게 웃고만 있었다.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 안에서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녀와는 달리 찬은 그런 민희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지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고 빤히 보고 있었다.

 

 그는 두 가지를 생각 중이다. 하나는 다시 만나게 된 오민희가 너무 좋다는 생각. 어제까지만 하여도 그녀가 혼돈시기에 어떻게 되었을까 봐 겁나 말도 못했던 그였다. 그러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다른 하나는 이번 크로우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자기 앞에 있는데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데 있다. 자기가 찾던 오민희가 지금 자기 앞에 있는 오민희가 맞는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때 밖을 보고 있던 민희가 뭔가를 말하려고 고개를 돌려 찬을 봤다.

 "이제 생각났다. 그게..."

 자기를 빤히 보고 있는 찬의 시선을 본 민희가 말을 잊지 못 했다.

 민희가 민망한지 피식 웃으며

 "뭘 그렇게 봐."

 

 찬이 엉겁결에 덩달아 빙그레 웃으며

 "어어, 아! 마치 처음 구경 온 어린아이 같았어."

 

 그 말에 민희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 어떻게 알았어. 나도 방금 그 생각을 했는데. 내가 여길 드라이브하고 나면 기분이 좋은 이유를 알았어."

 

 민희의 말에 따르면 B 구청 스포츠 센터에 나가던 첫날. 오 박사가 민희와 혁을 데리고 와서 여길 구경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당시는 막 혼돈 시기가 한창인 때라 집 밖을 마음대로 나다닐 수가 없었어 집 안에만 있었다고 했다. 그런 그들을 위해 스포츠 센터를 핑계로 구경을 시켜주셨다는 것이다.

 

 "그게 여기야. 여기 오는 길에 혁이랑 둘이서 좋아서 고함까지 질렸는데. 그때 정말..."

 

 민희가 더 이상은 말을 하지 못 했다. 찬도 들떠서 과거를 회상하는 민희의 말을 들으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다가 말을 중단하는 것을 보고서야 내심 안심이 되었다.

 

 "좋았겠네. 이런 곳을 구경도 하고."

 

 민희가 시무룩해서 대답했다.

 "폐허였어. 차를 세우고 잠시 구경을 했는데. 그때 여기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폐허였어."

 

 그랬다. 그때는 혼돈 시기가 한창인 때라 강변같이 대중적인 곳은 위험해서 사람들이 가지를 못 했다. 사람의 손길이나 발길이 닫지 않게 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폐허가 되거나 잡초가 마구 자라는 방치된 장소가 되는 법인데. 혼돈 시기는 다중 시설의 대부분을 그렇게 만들었다. 강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모습을 민희는 그때 본 것이다.

 

 민희의 말에 찬이 이상하다는 듯이

 "어? 아닌데. 내 기억에는 우리 아홉 살 때 일어났는데. 시기가 안 맞아.

 ...

  우리 스포츠 센터에 한 여자애가 그때 부모님 모두를 잃고 울었는데. 그때가 분명히 9살 땐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름이 끝나갈 때 다른 곳으로 갔는데."

 

 찬의 대답에 민희가 놀라며

 "어! 맞아. 그 애가 바로 지현이잖아. 송지현.

 ...

  그리고 보니 이상하네. 난 여덟 살 초봄인데. 지현이는 9살 여름이고. 정말 안 맞네."

 

 그때 음식을 가지고 온 휴고가 테이블에 음식을 내려놓다가 말했다.

 "기억에 도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봉사 휴고의 말에 둘은 그 로봇을 보았다. 찬은 아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이곳 H강변 집회는 이천이십칠 년이 처음입니다.

  칠 년 뒤인 삼십사 년에 이 차 집회와 함께 대형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만 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죠. 아마도 여자 손님분이 기억하는 모습은 그때 폐쇄된 이후의 모습이십니다.

  그리고 삼 차 집회가 이 년 반 뒤인 삼십칠 년에 일어났는데 남자 손님이 기억하신 것은 그때입니다.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나온 시민들 십만 명 이상이 희생을..."

 

 마지막 말을 하려던 휴고가 둘의 표정을 보고는 말을 중단했다. 찬과 민희가 그제는 인상을 쓰며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부터 둘은 식사를 하는 동안은 아무 말도 하질 않고 외부의 풍경과 음식만 먹었다. 혼돈시기의 이야기가 둘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점심 말미가 되어서야 둘은 웃으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제는 앞선 시간과는 달리 너무 화기애애했다. 찬은 자기가 어디에 살고, 사는 집이 어떤 형태이며, 어떤 취미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특히 자기 취미인 야구 이야기를 아주 많이 했다. 그런데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일체 하질 않았다. 그걸로 봐서 찬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자기 직업이 아니라 취미로 하는 운동 경기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민희는 그와 달리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오늘 와본 그곳을 자기가 1년째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오늘 내려간 지하도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하려는 곳이라는 이야기까지 다 했다. 그리고 나서는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 이야기는 그 어느 이야기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아마도 그녀에게 현재 가장 소중한 것은 친구들인 것 같다. 설민은 어떤 일을 하는데 동생이 사고뭉치라 고생이 많다고 했고, 지현은 아주 예쁜데 단점이 사귀는 관계가 오래 이어지질 못한다고.

 

 그렇게 둘은 서로의 현재 모습과 현재 생활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절대 어떤 이야기에서도 과거를 들추는 이야기는 하질 않았다.

 

 민희가 이야기도 하기 전에 자기 스스로가 먼저 재미있다는 듯 웃더니

 "얼마 전에는 설민이 동생이 사고를 쳤어.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했다니까."

 

 그 말에 찬은 민희와의 인연인 서남기가 떠올랐다.

 "저번에 너 작업장에 있던 빌딩에서 네가 설득한 그 사람처럼?"

 

 민희가 반가워하며

 "아! 맞다. 그때 우리 만났지. 우리 그때는 왜 서로 못 알아봤을까?"

 

 찬이 음식을 먹으며

 "너무 오랜만이잖아... 그래서 몰랐지... 그건 그렇고 거기만큼 높은 곳이야."

 

 민희가 고개를 저으며

 "그만큼 높은 곳은 아니고. 2층 아파트에서."

 

 찬이 마치 이제는 잘 아는 친구의 동생을 대하듯이 물었다.

 "녀석, 안 다쳤어? 괜찮아?"

 

 "응, 다행히 지나가던 사람이 동생이랑 여자 친구를 옥상에서 설득하는 바람에 무사했어."

 

 민희의 말에 순간 찬이 무슨 예감 같은 것이 느껴졌는지 기억을 더듬으며 물었다.

 "동생이랑 여자친구.

  어... 혹시 거기 7구역에 있던 아파트 아냐?"

 

 민희가 놀라며

 "맞아. 그걸 어떻게 알아?"

 

 찬이 속으로 이런 우연도 다 있네 하며 웃었다.

 "혹시 동생 이름이 창동이 아냐. 여자 친구가 혜정이고."

 

 민희가 깜짝 놀라서 들었던 포크를 내려놓았다.

 "어떻게 그걸 알아.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찬이 여전히 계속 웃으며

 "그 애들 구해줬다는 사람이 나잖아. 나."

 

 민희가 깜짝 놀라며

 "어머, 정말이야. 정말. 호호호"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그렇다니까. 녀석 정말 말썽꾸러기던데. 그간 설민이 고생이 많았겠다."

 그제는 찬도 설민을 오래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불렀다.

 

 민희가 여전히 놀란 얼굴을 하고

 "어머, 어머. 이거 당장 설민이에게 알려줘야겠다."

 

 민희가 페이퍼 탭을 가방에서 꺼내려고 하자 찬이 말렸다.

 "다음에, 다음에 서프라이즈로 남겨 놔. 지금 말고."

 

 "그럴까. 그래야겠다. 그런데 왜 우린 서로 못 봤지. 나도 거기 갔었는데."

 

 찬이 그제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눈치를 봤다.

 "급한 볼 일이 있어 바로 다른 곳에 갔어. 오래 있지 않았어."

 

 "아! 그랬구나."

 

 그 뒤에는 민희가 B 시에 갔던 일을 이야기했다. 찬은 이번에는 아예 그 일에 대하여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자기도 거기 있었다는 말이나 민지영을 알고 있다는 말은 일체 하지도 않았다. 그냥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야 할 때 웃어주며 듣기만 했다.

 

 식사를 마친 둘은 식당을 나와 강변 안으로 들어갔다. 민희가 한 번도 구경을 못 했다고 하여 여기까지 온 김에 구경을 하자고 찬이 부추겼다. 안쪽 강변은 동네 안에 있는 공원처럼 잔디밭 공원이다. 공원에는 놀러 온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나 산책하는 사람이나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그 모습에 찬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식당에서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가 아이러니하다는 이유는 지금은 크로우로 인하여 많은 인명피해가 생기는 시기다. 이번 주 일요일에 대국민 발표까지 있어 일부에서는 위험으로 인해 휴고와 접촉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회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식당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있었고. 이곳에서는 사람과 휴고가 함께 여유를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늘 아침 사무실 안에서 큐브가 심각하게 말할 때와는 다른 모습의 세상이었다.

   

 민희가 놀라운지 연신 주변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난 여기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어."

 

 그 말에 찬이 딴 생각을 하느라 아무 말도 못했다.

 

 민희가 찬을 보며

 "무슨 생각해?"

 

 찬이 놀라

 "어어. 아니. 그냥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그 이야기했잖아. 치. 딴 생각했구나. 집 주변 공원이 잘 발달되어 거기에 사람들이 많아 여기까지 찾아올 사람이 없을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네."

 

 찬이 그제는 생각을 지우고 여전히 주변을 둘러보며

 "요즘은 사람이 어떻게 여가를 잘 즐기느냐가 인간 삶의 가장 큰 화두잖아. 에이아이나 휴고로 인해 시간에 여유 있으니 안 가는 데가 어디 있냐. 다 찾아가지."

 

 민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기는 하지."

 

 둘이 나란히 걸으며 한참을 구경하다가 잠시 쉬기 위해 벤치에 앉았다.

 

 벤치에 앉아 쉬다가 찬이 민희를 보며

 "퀴즈 하나 낼까?"

 

 민희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찬을 보며

 "뭐? 내 봐."

 

 "여기 공원에서 나이 든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을 구분하는 법?"

 

 민희가 찬의 말에 사방을 열심히 둘러보며

 "그게 뭐가 있지?"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답을 찾으려 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다가 뭔가를 봤는지 기뻐하며 소리쳤다.

 "아! 찾았다. 찾았어. 난 알겠다."

 

 "뭐야?"

 

 "젊은 사람은 혼자야. 그런데 나이가 있는 분들은 하나같이 가정용 휴고와 같이 있어. 에이치 휴고와 같이 있으면 나이가 있는 분들이고 휴고가 없으면 젊은 사람들이야."

 

 "빙고."

 

 민희가 신기하다는 듯이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재미있어. 세대의 구분이 휴고의 동반 여부야. 그만큼 의지가 된다는 말이겠지."

 

 "그렇지. 이제는 단순한 로봇의 개념이 아니라 가족의 개념이나 인격체로의 관계 정도는 되는 것 같아."

 

 찬은 그렇게 말하다 크로우 사태를 떠올렸다. 가족 같은 존재가 어느 순간 돌변하여 가족을 죽이는 사태. 이런 잔인한 상황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자기도 모르게 다시 민희를 빤히 봤다. 그의 눈빛에는 앞에 있는 민희가 자기가 찾는 그 민희이기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민희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도 일요일부터 지금까지 계속 뉴스에 나오는 자살을 유도하는 휴고 이야기를 떠올렸다. 어떤 이유와 목적이 가족 관계인 휴고를 이용해 사람을 자살하게 만들까 궁금해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휴고가 있으면 연구해 볼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둘은 벤치에서 한참을 쉬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다. 그제는 찬이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주겠다는 듯이 민희가 잔뜩 기대를 할 만큼의 다음 장소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환상적이고 아름답고 놀라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 했다.

 

 제법 먼 거리를 걸었다. 그제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한적한 곳으로 왔다. 그런데 막상 기대를 품고 이곳에 오니까 그의 칭찬만큼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 곳이다.

 

 찬이 팔을 벌리며

 "짜잔, 바로 여깁니다."

 

 찬이 팔을 펼치며 가리킨 곳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인공 정원 같은 곳인데, 바닥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인조 나무나 풀 같은 가늘고 긴 막대들이 촘촘히 꼽혀있었다. 마치 키 작은 갈대밭 같은 모양이다. 그게 제법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대략 가로세로 50미터 정도. 더 특이한 것은 인조 숲 같지만 안에 들어갈 수 없게 가장자리를 따라 전체에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다. 들어가려면 각 면 중간 지점에 한 개씩 안으로 이어진 나무로 된 탐방로 길을 따라 들어가야 한다. 안쪽 중심 지점에서 탐방로는 십자로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민희는 워낙에 찬이 기대를 많이 하라고 해서 부풀어 있다가 막상 그 모습을 보고는 실망을 했다.

 "에게, 이게 뭐야? 여긴 뭐 하는 곳이야? 생태 학습장 탐방로도 아니고. 뭐야?"

 

 그 말에 찬은 개의치 않고 웃기만 했다.

 

 "왜 웃어? 뭔데? 뭐야?"

 

 찬이 민희의 손을 갑자기 덥석 잡더니 탐방로 길로 갔다. 사실 그가 오늘 처음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손을 잡자 민희는 조금은 당황했다. 내심 떨기기도 했다. 찬이 민희를 끌고 탐방로 바로 앞에 와서는 그녀를 길 앞에 세웠다.

 

 "들어가 봐. 들어가면서 박수를 천천히 한 번씩만 쳐. 어서, 어서. 괜찮아. 그냥 들어가서 박수만 쳐."

 

 영문을 몰랐던 민희는 앞으로 계속 나가지 못하고 주춤거리다 멈춰 섰다. 서서는 뒤돌아보며 왜 이러나 싶어 따라 들어오지 않고 입구 앞에 서있는 찬을 봤다. 찬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거린다. 민희가 자기를 보자 한 손을 들어 어서 들어가라는 듯이 앞으로 휘저었다. 결국 민희는 마지못해 고개를 돌려 앞을 봤다. 별거 없을 것 같아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고민을 하다가 네댓 걸음을 걷고 난 다음에 찬의 말에 따라 박수를 한 번 쳤다.

 

 '짝'

 

 그 순간 바닥 좌우의 가는 막대 기둥 속에서 하얀 나비들이 화들짝 놀란 것처럼 일제히 날아올랐다. 수 백 마리의 흰나비 때였다. 순식간에 바닥에 꼽혀 있는 기둥이 보이질 않을 만큼 많은 나비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춤을 췄다.

 

 민희 주변을 따라 둥글게 날아오는 것은 아니다. 마치 줄을 친 것처럼 그녀가 서있는 좌우로 몸통의 두세 배 폭만큼의 공간에서 나비들이 일렬로 날아올랐다. 눈부시게 하얀 수 백 마리의 나비들이 동시에 날아오르자 그 모습은 하얀 벽을 만들며 장관이었다. 놀란 민희가 자기 머리 위로 날아오르자 그제야 나비를 자세히 보며 탄성을 질렀다.

 

 "어머, 어머어머. 드론 나비야. 드론 나비. 진짜 나비와 완전히 똑같은 모습에 날갯짓을 하는 드론 나비야. 어머. 어머머. 와아. 너무 예쁘다. 너무 예뻐."

 

 자기 주변에 날아오른 흰나비 드론이 춤을 추는 것을 보느라 넋을 놓고 보았다. 잠시 뒤 날아올랐던 나비들이 서서히 다시 막대 기둥들 사이로 내려앉았다. 사라진 나비를 보고 나서야 뭔가를 알았다는 듯이 찬 쪽을 봤다. 찬은 여전히 빙그레 웃으며 앞으로 더 나가란 듯이 손을 저었다.

 

 민희가 알아듣고는 앞으로 걸어가면서 그제는 연속적으로 박수를 한 번씩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넓은 평지에 흰나비 드론들이 민희의 발걸음에 맞추듯이 날아올랐다. 그 모습은 마치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는 파도가 쏟아 올라 파도치듯이 밀려가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 광경에 좋아 연신 소리치는 민희의 목소리가 찬이 있는 곳까지 잘 들렸다.

 

 "어머, 어머어머. 환상이야. 환상.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흥분하여 소리치며 구경하느라 정신없는 민희의 모습을 멀리서 보면서 찬이 큰 소리로 외쳤다.

 "박수를 빠르게 두 번 쳐 봐. 연속으로 두 번."

 

 정신없이 구경하고 있던 민희는 찬의 고함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찬을 향해 손을 들어 흔들면서 바로 알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나비 드론이 날아오르지 않은 앞쪽으로 뛰어가서는 연속적으로 박수 두 번을 쳤다.

 

 '짝, 짝'

 

 그제는 막대 기둥 속에서 노란 나비 드론 수 백 마리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노란 나비의 군무도 흰나비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그 모습에 민희는 또 연신 탄성을 질렀다.

 

 "어머, 어머어머. 너무 좋다. 너무 멋있어. 와, 환상이야. 환상."

 

 탄성을 지르며 연신 날아오른 노란 나비 드론을 구경하던 민희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찬이 서있는 곳을 보았다. 사랑이 가득한 얼굴과 눈망울이다. 우두커니 서서 보고만 있던 민희가 갑자기 찬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찬을 향해 달려오면서 연속적으로 박수 두 번을 쳤다.

 

 방금 전까지 흰나비가 날아올랐던 막대 기둥 속에서 그제는 노란 나비 드론이 날아올라 파도를 만들었다. 노란 파도의 거대한 물결과 환하게 웃는 민희가 동시에 찬에게로 밀려들었다. 그녀는 그의 바로 앞까지 달려와 갑자기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찬이 기습 키스에 놀랐다가 빙그레 웃으며

 "그냥 어떻게 하다가."

 

 그가 이렇게 얼버무리는 이유는 자기 감시 대상자를 감시하다가 알게 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있는 어떤 대상자가 여기를 와서 기도를 하듯이 묵념을 하고는 지금 민희처럼 손뼉을 치는 행동을 했었다. 그 모습을 모니터를 통해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여 그가 민희를 데리고 온 것이다.

 

 민희가 찬이 자세히 말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대신 다시 순식간에 찬의 입에 키스를 하고는 도망치듯이 안쪽으로 달려갔다. 십자로 지점에 도착해서는 한 번씩 여러 번 손뼉을 쳤다. 그로 인해 그녀가 서있는 곳이 흰나비 물결이 되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찬아, 우리 사귈래. 우리 사귀자."

 

 찬이 그 말을 듣고는 빙그레 웃더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안으로 걸어가며 박수를 두 번씩 연속으로 쳤다. 그에 따라 노란 나비 물결이 생겼다. 십자로 지점에서 흰나비와 노란 나비가 같이 날아올라 두 사람을 숨겼다. 두 사람이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남쪽 입구에 오래된 안내 표지판에 [나비의 외침]이라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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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여우는 2018 / 2 / 18 273 0 9947   
57 여우는 2018 / 2 / 12 283 0 9656   
56 여우는 2018 / 2 / 10 281 0 9728   
55 여우는 2018 / 2 / 8 292 0 9407   
54 길들여진 2018 / 2 / 6 287 0 12067   
53 길들여진 2018 / 2 / 4 293 0 11955   
52 길들여진 2018 / 2 / 2 279 0 10573   
51 제4장, 길들여진 2018 / 1 / 31 290 0 11421   
50 재회 2018 / 1 / 29 300 0 9494   
49 재회 2018 / 1 / 27 271 0 10732   
48 재회 2018 / 1 / 25 279 0 10177   
47 재회 2018 / 1 / 23 298 0 11482   
46 악연적 2018 / 1 / 21 279 0 10719   
45 악연적 2018 / 1 / 19 281 0 11650   
44 악연적 2018 / 1 / 17 286 0 11062   
43 악연적 2018 / 1 / 15 270 0 11402   
42 재회 2018 / 1 / 13 284 0 9514   
41 재회 2018 / 1 / 11 260 0 9406   
40 재회 2018 / 1 / 9 281 0 9764   
39 필연적 2018 / 1 / 7 276 0 11938   
38 필연적 2018 / 1 / 5 277 0 11738   
37 필연적 2018 / 1 / 3 297 0 9641   
36 제3장, 필연적 2017 / 12 / 30 254 0 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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