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
 1  2  3  4  >>
 
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26
작성일 : 18-01-02 23:41     조회 : 325     추천 : 1     분량 : 409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56.

 깊은 밤이 되도록 능소니는 좀체 잠들 줄을 모른다. 그는 누런 안광을 뿜으며 추격하는 자가 있는지 살펴본다. 걱정한대로 대여섯의 창 든 자들이 수풀 속에서 몸을 숙이고 있다. 빼앗긴 가축을 되찾으려는 심산일 것이다. 능소니는 그들을 노려보며 아이들이 깨어나지 않게끔 낮게 그르렁거린다. 추격자들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로 대치하다가 곰이 잠들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고 순순히 물러난다.

 날이 밝기도 전에 가장 먼저 깨어난 이는 너럭바우다. 그는 습관적으로 모닥불이 꺼지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능소니는 그 모습을 보며 자기 터럭을 몇 가닥 뽑아 모닥불에 집어넣는다.

 "나와 함께 있으면서도 불이 꺼질 걱정을 다 하는구나."

 "몸에 밴 습관을 어찌 하겠습니까."

 능소니가 발굽달린 아이들을 흔들어 깨운다.

 "저기 검은머리검은눈들은 두고 갈 것이다. 떠날 채비해라."

 "포도버섯 씨는 두고 가려 하십니까? 어째서요?"

 능소니가 발톱으로 땅을 긁으며 대답한다.

 "저 아이들은 더 이상 내가 필요없지 않느냐."

 너럭바우가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저들은 당신을 필요로 합니다. 어버이들이 먹을 것 하나 물어오지 못하는 갓난아이를 필요로 하듯이, 장성한 자녀가 밭을 갈지 못할만큼 노쇠한 어버이를 필요로 하듯이 말입니다."

 능소니는 대답이 없다.

 "어르신께서 저를 데려가는 마음으로, 저들도 함께 데려가실 수는 없는 겁니까?"

 곰이 발톱을 눕혀 아이를 쓰다듬는다.

 "아이야. 나는 너를 이 곳에 남겨두려는 마음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저들을 버렸기 때문에 두고 가는 것도 아니다."

 

 57.

 노을녘 마을의 사람들이 낯익은 이에게 창과 화살을 겨누고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다. 나바재 씨가 무어라 말하려 나서기 전에 봄비가 먼저 성큼성큼 걸어간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지팡이를 들자 모두 무기를 내린다. 그러나 그마저도 명백한 적의를 담은 표정으로 봄비를 노려본다.

 "이렇게 마중을 나온 것은 잿빛양털 씨의 목숨값이라도 치르기 위함입니까?"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라도 있는가?"

 봄비가 코웃음을 친다. 맥이 눈으로 보일 정도로 우두머리의 핏대가 선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있나보군."

 "복수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복수! 누구의 복수를 말하는 것인가? 잿빛양털 씨가 죽기 전에 자네에게 부탁하던가? 복수해달라고?"

 봄비가 성큼성큼 걸어간다.

 "어떻게 복수해달라고 하던가? 나를 죽여서? 그런데 자네는 아직도 나를 살려두고 있군."

 다가오는 사내를 제지하기 위해 그의 발 앞에 화살이 한 발 꽂히지만 머뭇거리는 기색조차 없다.

 "그렇게 나를 죽이면 잿빛양털 씨가 기뻐하나? 아니면, 내가 고통스러워하나? 둘 중 어떤 목적도 이룰 수 없을텐데."

 우두머리가 창을 들어 봄비를 겨눈다. 그러나 그는 명치 쪽에 창날이 파고드는 것도 개의치 않고 걸어간다. 우두머리는 되려 몇 발짝 뒤로 물러나고 만다.

 "봄비. 허세부리는 것도 그쯤이면 됐다!"

 봄비가 발걸음을 멈춘다.

 "복수 따위에 장단맞춰주러 온 게 아니야. 죽이지 않을 셈이면 내가 말할 수 있게 내버려둬."

 그가 우두머리의 창을 빼앗아 땅에 쳐박는다.

 "오늘은 당신들에게 단 한 가지를 물으러 왔습니다. 너럭바우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우리도 모른다. 이 곳에는 돌아오지 않았거든. 다행이지. 염치없게도 이 곳에 다시 발을 들이길 바라는 사람은 없으니까."

 "만약 돌아온다면 해칠 생각이오?"

 "나는 몰라도 유족들이 그 아이를 가만두지 않겠지."

 봄비가 우두머리의 어깨를 툭툭 친다.

 "너럭바우, 그 아이가 이 곳으로 돌아온다면 해치지 말고 내게 보내시오. 노을녘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이 곳으로 올 예정입니다. 당부하겠습니다. 나를 찾아오라고 전해주시오."

 우두머리는 땅에 박힌 창을 다시 뽑는다.

 "만일 당신들 중 하나가 너럭바우를 해친다면 그 땐 복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알려주러 오겠소."

 

 58.

 포도버섯 씨가 깨어날 즈음에는 능소니와 짐승 무리는 종적은 감춘 뒤였다. 그녀는 모닥불이 아직 활활 타오르는 것을 보고 멀리 가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발자욱이나 배설물 등의 다른 흔적을 찾아보려고 해도 그들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낙담한 채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59.

 봄비가 찾아오고 난 뒤 이틀이 지났을까, 아직도 말하는 법을 깨우치지 못한 꽃사슴이 깽깽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뛰듯 돌담 너머로 뛰쳐나가자 노을녘 사람들이 당황해 뒤쫓아간다. 그들은 오래 지나지 않아 꽃사슴이 오랜만에 본 너럭바우의 품으로 뛰쳐들어가 온몸에 코를 부벼대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뒤따라오는 집채만한 곰의 덩치에 위압감을 느낀다. 오로지 우두머리만이 너럭바우에게 다가가 창을 겨눈다.

 "네가 무슨 염치로 이 곳으로 돌아온 거냐."

 "돌아오려는 것이 아니라 능소니 님을 이 곳에 모셔온 겁니다."

 "능소니?"

 자기 이름을 들은 곰이 자세를 숙여 눈높이를 맞춘다.

 "내가 능소니란다."

 "그저 옛날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옛날 놈이니까."

 "어째서 이렇게나 늦게 돌아오신 겁니까?"

 매번 듣는 질문 때문에 능소니가 조금 신경질을 낸다.

 "너희들은 언제나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구나! 일군 것에 비하면 일찍 돌아왔는데도 매번 이런 말을 듣다니."

 "우리를 잊어버릴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습니까?"

 "너희를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무엇 하나 너희들을 위해 하지 않은 것이 없다."

 우두머리가 고개를 숙인다.

 "그 아이들 지금은 다 죽고 없습니다."

 참다 못한 능소니가 우짖으며 팔을 쳐들어 돌담을 부수어버린다.

 "너희들이 형편 되는대로 아이를 낳은 것도, 서로 불태우고 찔러죽인 것도 내 탓이라고 할 셈이냐!"

 "그러려던 것은 아닙니다."

 "그럼 책망하는 것은 그쯤 해두거라."

 능소니가 발톱을 다시 땅에 내려놓고 엎드린다.

 "너희들 말고도 나무그늘로 가지 않고 노을녘에 남은 아이들이 더 있니?"

 "없습니다. 잿빛양털 씨가 살아계실 적에 모두 이 곳에 모으셨으니까요."

 "그럼 너희들까지만 데려가면 되겠구나."

 우두머리가 능소니를 올려다본다.

 "따라간다고 한 적 없습니다."

 "강제로 데려가겠다고 한 적도 없다. 날 따라오는 것도, 남는 것도 너희들이 선택할 바다."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려 하십니까?"

 능소니가 겨울밤의 땅을 가리킨다.

 "내가 새로 만든 빛을 저 겨울밤의 땅 너머 하늘에 수놓고 왔다. 눈과 얼음을 녹이고 땅을 갈아엎고 씨앗을 심었다. 너희들을 위해서."

 너럭바우가 미심쩍은 표정을 짓는다.

 "혹시 봄비 씨도 그 사실을 알고 있나요?"

 "이야기해준 적 없다. 그 아이들에게는 새 땅 따위는 필요치 않으니까. 설사 필요하더라도 알려줄 생각 없어."

 능소니가 일어나 마을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적어도 이 척박한 땅보다는 나은 곳이다. 더 밝고, 따뜻하고, 넓고, 비옥하다!"

 노을녘의 우두머리가 말을 자르고 묻는다.

 "왜 다른 이들도 아닌 우리를 데려간다는 겁니까? 우리는 사냥을 하고 고기를 먹는 자들입니다. 어르신께서는 우리를 꺼리지 않으십니까?"

 "그런 것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그 곳이 너희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데려가는 것이다. 적어도 그 곳에서는 사냥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으니까. 아이들에게 알려라. 나와 떠날 생각이면 짐을 꾸리고 채비해둬."

 "알겠습니다."

 우두머리가 부족 사냥꾼들에게 마을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도록 명령한다. 그러나 자신은 자리에 남아 너럭바우가 품에 안은 꽃사슴을 빼앗는다.

 "봄비 씨가 이틀 전에 찾아와 내게 당부하고 갔다. 너를 만나면 절대 해치지 말라고 하더군. 그리고 자기를 찾아와달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어."

 너럭바우의 눈이 흔들린다. 그는 동요하고 있음을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숙인다. 우두머리는 감춰진 표정에 딱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할게. 난 네가 봄비 씨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이 곳에 남았으면 한다. 마을에는 너와 네가 그렇게 섬기던 아씨의 복수에 휘둘리다 죽은 사람의 가족들이 많아. 부탁인데, 그 사람들 눈에 더 이상 띄지 말아다오."

 "저는 그저 능소니 님을 이 곳으로 안내하려던 것 뿐입니다. 처음부터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할 생각은 없었으니 괜한 걱정은 하지 마세요."

 능소니가 발톱을 세워 두 사람 사이에 금을 그어놓는다.

 "애초에 이 아이는 너희들과 보낼 생각이 없었다. 맡기려는 일이 있었거든."

 너럭바우가 고개를 든다.

 "무슨 일을 맡기려 하십니까?"

 "너는 나 대신 나무그늘 아래서 사는 아이들을 긍휼히 여겨주었으면 한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너에게 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는 말이다."

 
작가의 말
 

 와이파이가 불안정합니다. 작성 중에 로그아웃된지도 모르고 업로드하려다가 쓰던 거 다 날아갔네요.

 앞으로는 워드 프로그램에 미리 작성하고 옮겨붙여야겠습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과하객 18-01-03 03:48
 
* 비밀글 입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별똥별-알림판 2017 / 11 / 6 614 3 -
29 별똥별-29 (1) 2018 / 1 / 11 381 1 3406   
28 별똥별-28 (1) 2018 / 1 / 6 322 1 3644   
27 별똥별-27 (1) 2018 / 1 / 3 353 1 4728   
26 별똥별-26 (1) 2018 / 1 / 2 326 1 4099   
25 별똥별-25 2017 / 12 / 18 293 1 3886   
24 별똥별-24 (2) 2017 / 12 / 17 310 1 3831   
23 별똥별-23 2017 / 12 / 14 316 1 3454   
22 별똥별-22 (1) 2017 / 12 / 13 333 1 3974   
21 별똥별-21 2017 / 12 / 9 298 1 3590   
20 별똥별-20 (1) 2017 / 12 / 7 341 1 4364   
19 별똥별-19 2017 / 12 / 6 303 1 4612   
18 별똥별-18 (1) 2017 / 12 / 4 320 1 3972   
17 별똥별-17 (1) 2017 / 12 / 2 336 1 4274   
16 별똥별-16 (1) 2017 / 11 / 25 350 1 2095   
15 별똥별-15 2017 / 11 / 23 302 1 3659   
14 별똥별-14 (1) 2017 / 11 / 21 323 1 3660   
13 별똥별-13 2017 / 11 / 20 305 1 3899   
12 별똥별-12 (2) 2017 / 11 / 19 344 2 3461   
11 별똥별-11 (1) 2017 / 11 / 16 295 1 4133   
10 별똥별-10 (2) 2017 / 11 / 15 334 2 3592   
9 별똥별-9 2017 / 11 / 14 285 2 3894   
8 별똥별-8 2017 / 11 / 12 297 2 4626   
7 별똥별-7 (2) 2017 / 11 / 11 338 2 4356   
6 별똥별-6 2017 / 11 / 10 288 2 4985   
5 별똥별-5 2017 / 11 / 9 275 1 5033   
4 별똥별-4 2017 / 11 / 8 300 2 3952   
3 별똥별-3 (2) 2017 / 11 / 8 365 2 4851   
2 별똥별-2 2017 / 11 / 7 317 3 4051   
1 별똥별-1 (4) 2017 / 11 / 6 621 2 408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