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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너를 향한 삿대질
작가 : 수별
작품등록일 : 2018.1.1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잠재되어 온 남녀불평등에 대한 사상의 부정적인 시각이 터진 것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여성에 대한 권위가 치솟아 오르기 시작하면서, 남성들은 여성을 혐오하기 시작한다. 그런 남성들을 비판하고 또, 혐오하는 여성들. 비뚤어진 시각에서 얽히고 설킨 남성혐오와 여성혐오. 그것에 대한 이야기다.

 
2. 온통 검은 여자
작성일 : 18-01-01 14:50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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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피해자가 내연녀 가지고 성매매를 한 게 아닐까요?”

 

 영규를 제외하고는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에이, 그래도 설마. 사람이 그렇게까지.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지도 몰라.’ 라는 마음이 자꾸 파고들었다. 승현이 침묵을 깨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문을 열었다.

 

 “어차피 이 사건, 범인은 정해져 있잖아요.”

 "그래. 내연녀!"

 

 영규가 소리쳤다.

 

 "하지만 진짜 범인은 단 한 사람이죠."

 “그게 무슨 소리야?!”

 

 승현의 말에 천팀장이 날카로운 쇳소리로 한껏 짜증난 기분을 표출했다. 승현은 우제와 눈치를 주고 받는가 싶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거 남성혐오사건 확실합니다. 페니스 절단, 있었어요. 막내야. 그 사진 보여줘.”

 “저…그게…. 천팀장님이….”

 

 막내가 당황스러워 말을 얼버무리자, 천팀장이 승현의 말을 부정했다.

 

 “그건 이미 언론에 많이 알려진 사건이야. 앞전 사건들에 비해서 너무 엉성해. 단정짓기엔 너무 일러.”

 “단정짓고 싶지 않으신 건 아니구요?”

 

 도발적인 승현의 눈빛에 천팀장의 눈빛도 매섭게 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관할구에서 남성혐오사건이 일어난다는 건, 사형선고에 가까웠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승현이 투명비닐에 담긴 종이를 꺼내 천팀장에게 내밀었다.

 

 “현장에서 발견 된 유섭니다.”

 

 「너희들에게, 내 모든 잘못을 참회한다. 」

 

 의미를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누구를 향하고 있는 참회란 말인가. 아내와 딸? 내연녀? 짐작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유서의 등장으로 납덩이처럼 무거운 침묵이 찾아 들고. 다들 꼭 땅으로 꺼질 것만 같은 압박을 느꼈다. 유일하게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범인의 시그니처, 바로 이와 똑같은 내용의 유서였다. 혹시라도 지금처럼 천팀장이 손을 쓸까 싶어서 우제가 사정사정해서 따로 받아온 것이었다.

 

 “팀장님, 저번에 저랑 하신 약속 기억하십니까?”

 “무슨 약속?”

 

 천팀장은 전혀 기억나는 바가 없는 듯한 표정이었다.

 

 “우리 관할구에서 남성혐오사건 일어나면, 특본(특별수사본부) 요청 드린다는 약속 말입니다.”

 “내가? 기억 안 나는데….”

 

 천팀장이 승현의 시선을 피하면서 수첩을 툭 덮었다. 우선은 사건해결이고 뭐고 지금 이 순간을 당장 피해야만 했다. 모두 슬금슬금 승현의 눈치를 보면서 짐을 챙기면서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기 시작했다.

 

 그랬다. 승현은 직감적으로 수사를 하는 타입으로, 꽤나 높은 타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타율에 목숨까지 걸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세간을 뒤흔들고 있는 그 대단하신 남성혐오사건이다. 어떻게든 인정하지 않고 넘어가고 싶은 게 모두의 본심이었다. 하지만 승현은 달랐다. 절실하게 기다렸던 사건인 만큼 호락호락 놓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팀장님! 이 사건 다 엮어서 해결하면, 무조건 승진이에요.”

 

 막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려는 천팀장을 승현이 붙잡았다. ‘승진’ 그 달콤한 말에 넘어갈 듯 마음이 살랑살랑 간지러워 천팀장의 입술이 무슨 말을 할 듯 연신 달싹였다. 그러나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금세 떠오르는 현실적인 문제에 고개를 휙휙 저으며 생각을 뿌리쳤다.

 

 “김승현. 이게 왜 1팀이 아니고, 3팀에 넘어왔겠냐.”

 

 뻔했다. 제대로 된 해결하지 못해 반복되는 사건에 뭇매를 맞고 있는 경찰들은 어떻게든 덮고자 애를 썼다. 그러니 특본 설치부터가 가당치도 않은 문제였다.

 

 “압니다. 특본 설치 자체가 앞의 남성혐오사건들 전부 엮어가는 거.”

 “잘 아네. 난 이거 감당 못한다.”

 “감당은 제가 합니다. 팀장님은 진짜 범인 잡으면 실적만 챙겨가세요.”

 

 ‘승진’. 그 달콤한 단어의 마력이란….

 천팀장이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며 물었다.

 

 “야, 뭐 확실한 거 있어?”

 “그림이요.”

 “뭐? 그림? 그게 뭔데?”

 “지금은 알려드리기가 좀 그렇고…. 특본, 어떻게 하실래요?”

 

 #

 

 “조우제. 뭐가 그렇게 즐겁냐?”

 “천팀장님이 특본 설치 요청 하러 가신 게요. 뻔하잖아요. 엄청 깨질 텐데.”

 우제의 말에 기가 찬 승현이 허! 하고 웃었다. 그러던지 말던지, 우제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승현과 우제는 내연녀 김아름의 집으로 가기 위해 막 차에 오른 참이었다.

 

 “형도 참 대단해요. 그 미친개 천팀장님을 승진으로 구워삶기까지 하시고.”

 “내 모가지 건다 그랬으니 오죽했겠어? 그 양반 필드 나가기 싫어서 아주 발광을 하는데, 승진하면 책상 앞에만 앉아있을 수 있고 얼마나 좋아? 이거 피오만 잡으면 전부 해결이야.”

 

 보조석에 앉은 승현이 뒷좌석에 놓인 골판지상자에서 두꺼운 클리어 파일 하나를 꺼냈다. 악필에 가까운 글자로 쓰여진 타이틀, ‘남성혐오사건 1-20’이었다. 승현이 파일을 펼치자, 1번 2011년 사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승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피오, 그 년을 너무 오래 내버려뒀어.”

 “그러게요. 2016년부터 시작해서 매달 1건씩 꼬박꼬박 했으니까.”

 “이민혁 사건 때 그 그림, 제목 뭐랬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바다에서 잠들다.”

 “제목 한 번 참 괴랄하다.”

 

 피식 웃으면서 승현이 1번 페이지를 넘기자 2번 사건페이지가 드러났다. 혈흔이 낭자한 남성의 나체 사진. 그 옆엔 사건 현장과 흡사한 그림이 붙어 있다. 네이버 블로그 화면 그대로 출력한 인쇄물이었다. 넘겨지는 페이지 때마다 승현의 손 때가 잔뜩 묻어 여기저기 구겨지고 메모로 빼곡했다. 사체가 보이는 사건현장의 사진 옆엔 현장과 닮은 그림 또한 빠지지 않았다. 집중하고 있는 승현의 귓가에 차에서 토해내는 힘겨운 신음소리가 들린 순간이었다.

 

  “꺅!!”

 

 앙칼진 비명소리와 동시에 차체로 전해지는 둔탁한 질감은 둘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차창너머로 누군가 주저앉았다. 우제는 한껏 상기 된 얼굴을 한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차 속을 뛰쳐나간 건 승현이었다.

 

 “이 미친놈…”

 

 아이러니컬하게도, 승현은 본능적으로 피해자가 아닌 주변부터 살폈다. 아무도 없다. 하필 경찰서 주차장에서 사고가 났으니, 충분히 문제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만에 하나 목격자가 있어서 문제가 커진다면 사건을 수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불안감이 승현의 가슴팍을 찢고 튀어나올 만큼 요란스럽다.

 승현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하자, 이내 긴장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조심스럽게 발을 떼며 차 앞으로 가면, 차량번호판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여자의 뒤통수가 보였다.

 

 “괜찮으십니까?”

 

 승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다가섰다. 여자는 무표정이었지만, 꽤 많이 놀란 듯 손을 떨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 곁에 앉은 승현이 은근슬쩍 눈으로 전신을 훑었다. 다행히도 큰 외상은 없어 보였다. 승현은 차 안에서 머리를 처박고 벌벌 떨고 있는 우제를 바라봤다.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승현은 땀에 절인 손바닥을 바지에 닦았다. 여자는 도저히 혼자선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다. 분명 다리에 힘이 풀렸겠지. 부딪쳤다면, 무릎 언저리가 부딪쳤을 것이다. 여자의 곁에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됐습니다. 괜찮아요.”

 

 의외였다. 그래서 조금 놀랐다. 생각지도 못하게 참으로 차분하고 청량한 목소리였다. 누구나 그런 상황이었다면, 승현을 보자마자 욕을 하거나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소름 끼치게도 의연한 모습이었다. 꽈당 바닥에 넘어져서 당연히 울어야 아이가, 너무도 태연하게 일어나는 모습을 본 것처럼. 낯설었다. 비록 몸은 떨고 있었지만, 참으로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저랑 지금 병원으로 바로 가시죠.”

 “아뇨. 진짜 괜찮아요.”

 

 승현이 내민 손이 무안하게, 여자는 뜨겁게 달아오른 차 범퍼에 손을 딛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절뚝거리는 오른쪽 다리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부딪친 느낌은 역시 다리였나?’

 

 하지만 멀쩡해 보인다고 해서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필 경찰서에서, 경찰의 차에 치인 거니까.

 

 “저 그래도 병원에 같이 가시는 게…”

 “됐어요. 정말 괜찮습니다.”

 

 한사코 사양하는 그녀를 병원에 데리고 갈 방도는 없어 보였다. 마주 선 그녀의 표정에서는 더 이상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으니까. 할 수 없이 승현은 뒷주머니의 지갑을 꺼내 명함 한 장을 뽑아 건넸다. 그마저도 얼마나 쓰질 않았는지, 누런 빛에 꾸깃꾸깃하다.

 

 “저 용산경찰서 강력계 3팀 김승현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괜찮으시겠지만, 혹시라도 몸에 이상 있으시면 바로 연락 주세요.”

 

 여자는 자신의 앞으로 불쑥 내밀어진 명함을 빤히 봤다. 그러다 그녀의 시선이 승현의 얼굴로 옮겨졌다. 승현과 여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뒤섞였다. 건들지 말아달라는 감정 말고는 읽을 수 없는 그런 눈동자였다. 공허한, 또 초점을 잃은 듯한 그런 눈동자. 어째서인지 그 눈이 소름이 끼친다. 꼭 생선의 눈망울 같은.

 

 “네. 연락 드리죠.”

 잠깐의 침묵을 깨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손끝이 휙 하니 명함을 손에서 채갔다.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를 흘리며 경찰서로 들어가버렸다. 오른쪽 다리는 절뚝거리는 채로.

 

 “뭐래요?”

 “괜찮대.”

 “진짜 괜찮은 거 맞을까요?”

 “괜찮다는 데 할 수 없잖아.”

 “진짜 괜찮은 거 맞나? 각서라도 받아둘 걸 그랬나? 경찰이라고 말했어요? 아 명함 줬으니까 알았겠지. 요즘 여자들 무서운데…. 아. 그래도 설마 경찰한테 사기를 칠까?”

 

 우제는 혼자서 횡설수설 자문자답을 반복했다. 놀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시동을 걸어보려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승현은 운전석으로 돌아와 우제를 끌어내렸다.

 

 “내가 할게.”

 잘됐다는 듯 옅게 웃으며 우제가 보조석에 앉았다. 승현의 손길에 다시 차에 시동이 걸린다. 예열되기를 기다리면서 승현이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아직도 혼자 중얼거리는 우제에게 보여줬다.

 

 ‘녹음 중’

 아까 여자와의 대화 때부터인지 제법 긴 시간 녹음 중이었다. 아! 긴장이 풀린 듯 우제가 빨간색 녹음종료 버튼을 누르더니, 보조석에 축 늘어졌다. 그리곤 생각을 정리하는 듯 말 없이 달리는 도로 위를 보다가 몸을 일으키더니,

 

 “근데 형님. 아까 그 여자 소름 돋게 예쁘지 않았어요?”

 

 그도 그럴 게 햇빛을 받지 못한 듯 새하얀 피부에 긴 속눈썹에 둘러싸인 맑은 갈빛 눈동자. 오똑하게 솟아 시원하게 뻗은 콧날, 립스틱을 바르지 않아 수수한 입술까지 청순함이 돋보이는 여자였다. 하지만 결코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

 

 “너도 참 그 상황에 그런 걸 봤냐. 어휴- 이 짐승. 그리고 예쁘긴 뭐가 예쁘냐.? 이 숨막히게 더운 날에 아래 위로 긴 팔, 긴 바지 입은 거 보면 제정신은 아니야.”

 

 그랬다. 지금은 폭염으로 모두가 괴로워하는 8월의 한여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보호색이라도 되는 듯, 전신을 검은색으로 칠갑을 했었다. 심지어 짧은 옷이 아니라, 온 몸을 검정색으로 포장한 것 마냥 긴 검정색의 투피스로 말이다. 그녀는 경찰서가 아니라, 장례식을 가야 하는데 행선지를 착각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검은 긴 생머리에 하얀 피부, 화장기 없이도 예쁜 거! 모든 남자의 이상형 아니에요?”

 “지랄.”

 

 승현은 시덥잖은 우제의 농담을 잘라버리고 운전에 집중했다. 머쓱해진 우제가 알림 소리에 휴대폰을 보면, 짧은 문자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이민혁 부검결과, 사망추정시각 8월 7일 밤 10시에서 12시 사이, 중금속 중독.’

 

 내용을 확인한 우제가 승현을 불러 내용을 전달하려는 순간이었다. 승현의 휴대폰에서 경쾌한 벨 소리가 들려왔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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