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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너를 향한 삿대질
작가 : 수별
작품등록일 : 2018.1.1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잠재되어 온 남녀불평등에 대한 사상의 부정적인 시각이 터진 것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여성에 대한 권위가 치솟아 오르기 시작하면서, 남성들은 여성을 혐오하기 시작한다. 그런 남성들을 비판하고 또, 혐오하는 여성들. 비뚤어진 시각에서 얽히고 설킨 남성혐오와 여성혐오. 그것에 대한 이야기다.

 
1. 낡은 모텔 객실에서.
작성일 : 18-01-01 12:37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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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낡은 모텔 객실의 욕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실로 참혹했다.

 

 “물 색깔 한 번 대단하네. 몸에 있는 피는 죄다 뽑았나….”

 “작품 활동 한 번 시원하게 하시네.”

 

 욕실 입구에 선 채로 인상을 잔뜩 찡그린 우제와 다르게 승현은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조소가 섞인 목소리였다. 교체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건현장의 새하얀 욕조는 온통 붉은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욕조 안에는 깊고 편안한 잠에 빠진 표정의 남성이 발가벗은 채 사망해 있었다. 창백한 그의 낯빛과 다르게 욕조를 가득 채운 핏물은 따뜻해 보이는 것 같았다. 생명의 불씨가 사라진 그의 두 손은 케이블타이에 묶여 있었다. 서글픈 듯 수면 위에 맥없이 떠다니면서.

 

 “우제야. 모텔 주인은 뭐라디?”

 “일주일 치 미리 결제 하고 투숙하던 중이었답니다. 같이 오는 여자가 3개월 주기로 바뀌었던 걸 알아챌 정도로 꽤 단골이었대요. 특이한 건 늘 1박만 했었는데, 이번엔 장기 투숙이었다네요?”

 

 우제의 말에 승현은 묵묵부답이었다. 승현이 말없이 욕조만 노려보는 것이 서운했는지, 우제가 불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우제는 두꺼운 손가락에 대비되는 얇은 스마트폰 펜을 사용해 빠른 속도로 화면을 척척 넘겼다. 화면은 주인과 대화하면서 적어온 메모로 빼곡했다.

 

 “진짜 특이한 건 돈 내고 들어갈 땐 여자랑 단 둘인데, 중간중간 남자들이 꽤 들락거렸던 손님이었답니다.”

 “남자들이?”

 “네. 하루는 이상해서 물었더니, 그냥 근처 사는 친구들이라고 했대요.”

 “요즘은 멀쩡한 집 놔두고 가출 팸처럼 다 큰 어른들이 모텔에서 놀기도 하냐?”

 

 승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그럼 CCTV는?”

 “고물이라 화질이 너무 안 좋아서 수거해서 보냈어요. 일단 확인 해 본 내용으론 여기 입구가 하필 딱 사각지대였어요.”

 “뭘 알고 그런 건가? 시신 발견 시점은?”

 “오늘 점심 때요. 나흘이 되도록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배달도 안 시키고…. 객실전화도 안 받는 게 하도 이상해서 왔었대요. 대답이 없어서 스페어 키로 문을 열고 들어왔더니 이런 상황이었답니다.”

 “나흘? 물에 들어 있었기 망정이지. 이 폭염에 구더기 안 끓길 천만다행이다.”

 “예!!? 구더기요? 우웩!”

 

 구더기라는 말에 우제가 치미는 토악질을 참지 못하고 객실 안으로 달려갔다. 휴지통을 붙든 채, 우제는 산짐승처럼 큰 몸을 꿀럭이며 시원하게 토를 쏟아냈다.

 

 ‘어휴. 꼭 도적놈처럼 생겨가지고선.’

 그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차던 승현은 욕실 입구에 쪼그려 앉았다. 좁고 더운 열기가 가득한 사건현장은 과학수사원들의 촬영과 증거 채집으로 부산스러웠다. 시선으로 내부를 훑는 승현의 미간이 시신의 상태를 확인하자 미미하게 찌푸려졌다. 더운 날씨 때문에 시신의 부패가 꽤 진행된 상태라는 게 꽤나 신경 쓰였다. 결국 참지 못하고 승현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수사원에게 물었다.

 

 “뭐 좀 건질 거 있습니까?”

 “글쎄요. 뭐 일단 다 가져가봐야죠. 근데 이거 사망시간 추정하기가 애매할 수도 있겠어요.”

 

 승현이 걱정하는 바는 적중했다. 시신의 부패와 욕조 옆에 쏟아진 토사물을 봐선 아주 그럴싸한 현장이었다. 승현의 우려를 알아 차린 듯, 과학수사원은 긴 머리카락 한 가닥을 길게 빼 들어 보이며 미소 지었다.

 

 “금세 잡겠는데요? 보세요. 되게 허술해요. 이렇게 여성 모발도 몇 점 있고, 여기저기 증거가 될만한 게 많은 거 봐선 프로는 아닌 거 같아요. 느낌상으로는 요즘 그 사건들이랑 빼다 박은 거 같은데.”

 “남성혐오사건 말씀하시는 거죠?”

 “네. 얼마 전 여의도 사건 때 저희가 지원 나갔었거든요. 아! 여의도 건은 범인 잡혔죠?”

 “피해자 아내가 범인이었죠.”

 

 승현의 말에 과학수사원이 아아-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승현도 함께 일어서며 필터까지 태운 담배불씨를 손가락으로 튕겨 껐다. 다리가 저려오는데다가 더위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게 버거웠던 참이었다. 승현은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을 훔쳐내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토했다.

 

 “요즘은 TV랑 인터넷 덕분에 수사 기밀도 없고, 살인 방법도 치밀한 게 옛날이랑은 아주 틀려요. 가만 보면 요즘은 매체가 아주 살인범을 양성하는 수준이라니까?”

 “형님. 천 팀장님 들으시면 또 불호령 떨어집니다.”

 

 토악질을 마친 우제가 불쑥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울컥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우제가 애살 있게 치근덕거리는 것이 영 밉지만은 않다.

 

 “말 안 해도 자-알 안다. 이놈아.”

 

 승현이 우제의 목에 팔을 두르며 헤드락을 걸었다. 그 모습을 보며 껄껄 웃던 과학수사원이 그들에게 자리를 비켜준다.

 

 “일단 들어가셔도 됩니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두 사람은 욕실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악취에 자연스럽게 얼굴이 찌그러진다. 우제는 코를 틀어막았고, 승현은 시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읊조리듯 말했다.

 

 “우제야. 근데 이거 한참을 기다렸는데 단순 모방범죄면 맥 빠지겠다. 그지?”

 “맥만 빠지겠어요?”

 

 우제의 말에 킬킬킬 웃던 승현은 갑자기 무표정으로 선 자세 그대로 생각에 잠긴다. TV, 인터넷에 쏟아지는 각종 학대, 납치, 살인사건, 장기매매 등 흉악범죄에 무뎌져 가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하지만 ‘남성혐오 연쇄살인사건’은 이례적으로 매 건마다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제의 사건이었다.

 

 “근데 잘 안 보이네요. 달려있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수면 위로 떠오른 손과 달리, 확인하고자 하는 부분은 짙은 핏빛에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저기요! 지금 욕조 물 빼도 됩니까?”

 

 승현이 바깥에서 장비를 재정비 하는 과학수사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네! 다 빠지면 부르세요.”

 

 대답이 돌아오자마자 승현은 망설임 없이 핏빛 욕조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잠깐 헤집는가 싶더니, 승현의 팔이 밖으로 튀어나오며 물이 소용돌이 친다. 그리고 채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자의 나신이 온전히 드러났다.

 

 “아-이거 좀 애매한데.”

 

 승현의 말에 우제가 괜스레 아픈 듯 울상을 지으며, 바지 지퍼 쪽 제 아랫도리로 손을 가져갔다. 승현은 시선을 고정시킨 채 중얼거렸다.

 

 “못했네. 못했어.”

 

 그랬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남성혐오사건의 최고 이슈는 남성의 상징인 ‘페니스 절단’이었다. 그것이 상징하는 잔혹함 때문에 언론은 매일같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고 드디어 끝이구나 싶을 때, 사건이 다른 곳에서 어김없이 또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심지어 범행은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도 일어났다. 그로 인해 통합적으로 연관성을 기반한 수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사건 해결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였고, 사람들은 그들을 무능한 경찰이라며 손가락질 했다. 결국 승현이 마주한 사건 하나만 가지고는 해답이 없을 게 틀림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승현이 목 빠지게 기회가 오길 기다렸던 사건이었다.

 

 “망설였던 건가?”

 

 승현이 욕조 안으로 몸을 한껏 숙였다. 자세히 보니 시신의 페니스 시작점 부분이 케이블타이로 꽉 묶여버린 채 반쯤 잘려있다. 범인은 꽤나 망설였던지 그 언저리에 주저흔이 비친다. 왜 그랬을까? 이전 사건에서는 피해자 전원이 페니스가 깔끔하게 잘려있던 것에 반해, 이번은 달랐다. 그 옆에서 우제는 휴대폰으로 한참이나 무언가 열심히 하더니, 이내 들뜬 표정으로 변했다. 그리곤 혹여 남들에게 들릴까 눈치를 보며 승현의 귀에 소근거렸다.

 

 “형, 피오의 신작이랑 일치해요.”

 

 우제가 내민 휴대폰의 화면을 보는 승현의 동공이 커진다.

 

 #

 

 [용산경찰서, 강력계 3팀 회의실]

 

 승현과 우제를 포함한 강력3팀 소속의 6명이 함께 긴 회의실 테이블에 둘러앉아있었다. 3팀의 브레인을 담당하고 있는 막내가 벽면에 리모컨을 들고 섰다. 막내의 몸 위로 프로젝터 빔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과 글자가 그려졌다. 모두 수첩을 펴고 메모를 하려는 자세를 취하자 곧장 사건에 대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다들 진지한 얼굴로 꼼꼼하게 메모하며 사건의 내용을 경청했다. 가장 먼저 꽤 잘생긴 외모의 남자 증명사진이 나타났다. 아까 모텔에서 보고 온 그 시신의 생전 모습이었다.

 

 “피해자 이민혁 48세. 해조그룹 영업1팀 과장입니다. 능력 좋고 사람 좋기로 사내에서도 꽤 유명했답니다. 40대 후반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해서,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무척 많았다고 하구요. 부인이랑 딸 하나가 있는데 지금 필리핀에 보내놓고 기러기 아빠로 지낸 지 2년 차랍니다. “

 

 띡,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눈에 붉은 입술, 인위적인 코까지 요즘 유행하는 전형적인 미인의 증명사진이 그 옆에 떠올랐다. 그 미모에 다들 아…. 저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해조그룹 총무부 김아름 26세. 최근 이민혁이랑 내연 사이였다고 사내에 소문이 있었답니다. 그 소문을 의식하기라도 했는지 두 사람은 결별이라도 한 것마냥 데면데면한 가 싶더니 얼마 안 가 김아름이 사직서를 냈다고 합니다. 퇴사한 날로부터 잠적한 게 삼 주째입니다. 김아름의 행적이 수상하다고 판단. 현재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상황입니다.”

 

 이내 어두운 회의실 벽면에 방금 전까지 보고 온 살인사건의 현장 사진이 PPT로 한 장씩 넘어갔다. 승현의 옆에 앉은 우제가 클로즈업 사진을 보면서 연신 헛구역질을 했다. 참 덜 떨어진 놈. 딱 그런 표정으로 천팀장이 혀를 끌끌 찼다.

 

 “그럼 김아름이 이민혁 죽인 거로 보고 수사하면 되겠네.”

 영규가 무심한 듯 말하며, 수첩에 ‘범인은 내연녀’라고 크게 쓰고는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쳤다. 꽤나 시원스럽고 경쾌한 동작이었다. 종원은 한술 더 떠 빨간펜으로 그 위에다가 별표를 막 그리며 실실 웃었다.

 

 “영규, 종원. 니들이 그러니까 만년 3팀인 거야. 대체 강력계는 무슨 실력으로 들어왔냐?”

 “에이. 그래도 팀장님 뭐 꼭 굳이 그렇게까지.”

 “내가 말대답 해도 된다 그랬냐? 영규, 요즘 정신 못 차리지?”

 

 천팀장이 일갈에 멋쩍은 듯 둘이 시선을 피하며, 책상 위로 늘어졌던 상체를 곧추세우고 정자세로 고쳐 앉았다. 천팀장이 뿜는 카리스마에 완전 기가 눌린 것이다. 눈치만 보며 끼어들 타이밍을 찾던 막내가 이 때다 싶어 다음페이지를 넘기자, CCTV캡쳐 사진이 떴다. 가만 보면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린 남자의 모습이었다.

 

 “일단 바로 영상 보시겠습니다.”

 

 짧게 잘려진 영상에선 의연하게 들어갔던 남자가 사각지대를 벗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둥대며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들어갈 때와 달리 모자가 벗겨져 반쯤 텅 빈 그의 두피가 드러나 있었다.

 

 “당일 그 객실에 방문했던 사람으로, 모텔 주인도 처음 보는 남자라고 했습니다.”

 

 뒤이어 우제가 막내 대신 모텔 주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설명했다.

 

 “여자친구랑 투숙하면서 종종 친구들을 불렀다고 하더라구요. 저 사람 신원은 현재 파악 중에 있습니다. “

 

 다들 어디에서 가닥을 잡아야 할 지 아리송해 고개만 갸우뚱거렸다. 그러다 영규가 무언가 떠오른 듯 허벅지를 탁 치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 말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해질 만큼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피해자가 내연녀 가지고 성매매를 한 게 아닐까요?”

 
작가의 말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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