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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동경하던 영웅은 영웅이 아니었다.
평화는 더 큰 혼란을 위한 준비기간일 뿐이었다.
각성자라고 불리우는 인간과 다른 인간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기어나오는 전쟁의 망령들.
그 앞에, 각성자 소녀 홍세연이 서 있었다.

 
비통한 밤 4
작성일 : 18-01-01 01:14     조회 : 273     추천 : 1     분량 : 7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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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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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신?”

  잘 알고 있다.

  타스하의 총사령관. AEG 랭킹 4위의 최상위권 강자.

 

  그리고 동시에, 그와 그가 이끄는 집단의 과격함과 공격성으로 말미암아 세계 최악의 위험인물이자, 네 번째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 주범이 될 것이라 여겨지는 인간.

  불사의 아이신.

 

  그런데, 그런 인간이 왜 여기 있는 거지?

  도대체 전담청의 B랭크 짜리 말단 대원의 병실에 왜 찾아온거야? 그것도 청장과 함께?

  아니, 함께....... 는 아닌가?

  “흠....... 왜 여기 있는지 궁금한 모양이네? 사실 난 여기에 동생을 찾으러 왔거든. 찾았다고 생각해서 가봤는데 허탕쳤지 뭐야. 아하핫! 그것 참, 형제의 재회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평소에 좀 연락이라도 하고 지낼 걸 그랬어. 아아......”

  “동생?”

  이해하기 힘든 단어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니, 가만히 앉아있던 건혁이 끼어들었다.

  “쓸데없는 소리하지마라. 아이신.”

  “쓸데없는 소리라니. 말투가 무례하네. 그래도 너네 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G5인데 말야. 큭큭.......”

  쉴새 없이 떠들며 미소짓는 아이신.

  이 분위기를 보자면, 이 둘, 전담청의 청장과 최악의 G5가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결론이 나오나?

  “그래. 그 G5의 일원께서 이 나라와 전담청에 몰래 기어들어오시다니, 참 모양 안나시는군,”

  건혁은 짜증이 난 듯이 말하고 있었다.

  “하하...... 누가 들으면 내가 밀입국이라도 한 줄 알겠군. 난 당당히 입국 심사대를 거쳐 들어온 거란다. 물론 여기엔 몰래 들어왔지만.”

  “......”

  입을 다문 건혁, 그러나 아이신은 개의치 않았다.

  “이 곳의 보안에 신경 좀 쓰는게 좋을 것 같아 건혁아. 현장 뜬지 몇 년이나 지난 내가 너무 손쉽게 돌파했거든.”

  누군가가 떠오를 정도로,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아이신. 그 덕인지 첫인상에서 보였던 위압감이 점점 희석되어가고 있었다.

  “이엔이 가니 아이신이 오는 군. 제기랄......”

  건혁은 이를 갈지만, 아이신은 빙긋 웃으며 건혁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하하....... 오랜만에 보는데 너무 쌀쌀맞게 굴지마 건혁아.”

  “.......”

  건혁은 입을 다물었지만, 아이신은 꿋꿋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 동생은 어디 있지? 너라면 알텐데.”

 

  동생?

  갑자기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연녹색 에메랄드 빛 눈, 누군가의 ‘의안’이 떠오른다. 쉴새없이 떠드는 그의 모습이 어딘가 익숙하다.

  “내가 왜 그걸 말해줘야 하지? 이엔도 널 별로 보고 싶지 않을 걸.”

  “하하....... 그 놈 마음속에 들어갔다나오기라도 하셨나?”

  “이엔?”

  분명, 그의 옛이름이다. 그가 알고 지내던 ‘언노운’의 옛동료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

  김연.

  “잠깐만요!!”

  다급하게 소리쳤다. 건혁과 아이신은 놀란 듯이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엔....... 아니, 김연반장님의 형이신가요? 김연 반장님은 어디있죠? 분명 ‘언노운’에게 둘러싸였었는데....... 그보다 이건혁 청장님, 당신도 그....... 으윽.......”

  흥분해서 말을 쏟아내다가 통증을 느끼고 얼굴을 찌푸렸다.

  분명 어제 김연에게 두들겨 맞은 상처 때문이겠지. 제기랄.

  “하하. 보기와는 달리 활발한 아가씨네. 우리 동생이 그렇게 걱정되냐?”

  “......”

  걱정? 그런 걸까?

  “......또 이 지랄이군......”

  “......?”

  아이신은 뒤틀린 웃음을 지은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아....... 그래 세연양. 분명히 김연에게 무언가 들은 거겠지?”

  “네.”

  “일단, 이엔....... 아니다. 김연은 무사할거야. 놈의 눈에 있던 발신기는 ‘전투’이후, 한동안 작동되다가 신호가 끊어졌어. 적어도 그 전투로 죽거나 한 것은 아니다.”

  “전투요?”

  “음. 넌 모르겠지.”

  그렇게 말하고 이건혁은 PDA를 꺼냈다. 그리고 한 화면을 띄웠다.

  “이곳이, 네가 갔던 산이지. 기억나지?”

  김연을 찾으러 들어갔던 산. 틀림없었다.

  “네.......”

  “그리고, 네가 이곳으로 ‘전송’된 이후, ‘사태’가 끝나고 나서 현장에 접근한 헬기에서 촬영한 사진이지.”

  “이건.......”

  ‘산’이었던 그곳은 이제 ‘산’이라고 부르기 힘든 꼴을 하고 있었다.

  아예 사라져버렸다. 절반, 아니 위에서부터 80%가까이가 깎여나가 있었다.

  “.......”

  주변의 산도 딱히 그 것보다 나은 꼴이 아니었다. 마치 거대한 맹수가 할퀸 듯, 여기저기 깎여져 있었다. 주변의 평야엔 크레이터가 곳곳에 나타나 있었다.

  마치 전투가 끝난 후의 전장, 아니, 그 이상의 처참하고 압도적인 파괴의 흔적이 남아있는 광경이었다.

  “.......”

  건혁은 한숨을 쉬며 PDA의 홀로그램영상을 종료했다. 그리고 날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래서....... 어디까지 들었어? 어젯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

  “세연양?”

  “머리 굴리고 있네. 너 신용이 없구나? 하긴 너같이 음흉한 놈은 아무리 껍데기를 멀쩡히 해놔도 조금만 파고 들면 다 보이는 법이라. 그러니까 내가 언제나 말했잖아. 차라리 대놓고 ‘나 위험한 놈이다.’ 분위기를 풍기고 다니면 알아서 상대가 쫄아준다니까? 그걸 카리스마라고 하지? 괜히 너처럼 어정쩡하게......”

  “좀 조용히 해줄래?”

  “와,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야. 거의 5년동안 내앞에서 굽실거리던 놈들만 봐오다가 가끔씩 이런 기분을 느끼니 마음이 편해지네. 이래서 야자타임을 하는 건가?”

  “제기랄.......”

  김연의 형이라고 주장하는 아이신의, 김연 못지않은 나불댐을 무시하고 나는 생각에 잠겨있다.

  나는 이건혁을 믿을 수 있을까? 다른 누군가에게 묻는다면 당연하다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전쟁 영웅, 말끔한 이미지와 그의 평소 온화한 언행, 강직한 공직 생활 등의 이유로 인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호불호가 적은 유명인사일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본 것, 들은 것은 이건혁 역시 무언가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김연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김연 역시 이자를 믿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입을 열었다.

  “??”

  “엥?”

  서로 투닥거리던 아이신과 이건혁이 나를 돌아보았다.

  “저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신다면. 저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안다. 이건 미친 배짱이다. 두 명의 초월자, 심지어 그 중 하나는 내 상관의 상관이다.

  “아하하핫!! 어린 녀석이 당돌하네! 이엔이 아끼던 녀석 다워!! 하하핫!!! 너 맘에 드는데?”

  아꼈다고? 언제? 도대체 언제?

  구해주긴 했지만, 그리고 가끔씩 의외로 도움이 되는 조언도 날려주긴 했지만 딱히 나만 아낀 것 같진 않은데.......

  나만 아끼는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맞나?

  안돼,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지.

  “......”

  폭소하는 아이신,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건혁.

  식은 땀이 헐렁한 흘러내린다. 무언가, 말실수를 한건가? 역시 너무 무례했나? 너무 당돌했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건혁을 똑바로 바라봤다. 적어도 기선을 제압당하지 않기 위해서.

  “세연양. 그거 알고 있어?”

  “??”

  건혁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모든 것, 이라면 아마도 김연, 언노운, 덤으로 우리들의 이야기겠지?”

  “네......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내가 모든 이야기를 해준다면 네가 무엇을 어디까지 들었는지 확인할 이유가 없지. 어차피 내 입으로 전부 말해줬는데 김연이 말한 내용을 굳이 확인할 필요 없잖아? 그렇다면 남는 것은 현장의 상황뿐인데, 이건 조금 번거로운 방법을 쓰고 우리가 시간을 들이면 굳이 너에게 듣지 않아도 되는 문제야.”

  “그건...... 그렇습니다만.......”

  “내 입으로 말해주면 어때?”

  “닥쳐.”

  “......”

  “세연양. 그런 것은 거래가 성립되지 않아. 내가 조금만 더 멍청했다면 넘어갔겠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뭐?”

  “제가 들은 것은, 단지 언노운의 이야기뿐만이 아닙니다.”

  “그럼 뭐지?”

  “전담청 내부의 ‘배신자’의 이야기입니다.”

  “!!!!!!!!!!”

  “아하? 넌 역시 리더감은 아니었네.”

  옆에서 깐족대는 아이신을 무시한 채, 건혁은 생각에 잠겼다.

  “...... 그건 나도 들은 적이 있긴해. 그땐 그녀석이 ‘좀더 판단의 근거가 쌓이면 말해줄게.’라고 하는 바람에 일단 보류했지만, 뭔가 있는 건가?”

  “용의자를 좁히긴 했죠.”

  이건 도박이다. 김연은 분명히 용의자의 범위를 지정하긴 했다. 그러나 그것은 ‘반장급 이상’이라는, 상당히 애매모호한 범위였다. 어찌보면, 자신의 볼품없는 패를 숨기는 행위. 블러핑이다.

  “.......좋아. 어디서부터 말해줄까?”

  “말씀해 주시는 건가요?”

  “하아....... 어차피 김연 놈이 이것저것 말했을테고, 입을 막으려 하지도 않은 것 같으니, 괜찮겠지.”

  그 말은, 자신은 김연을 믿는 다는 건가

  “역시 무르셔.”

  “조용히 해.”

  “......”

  “그리고 이미 완전히 뒤집어진 현장을 조사하기엔 시간도 없으니...... 좋아. 거래성립이다. 궁금한 걸 물어봐.”

  궁금한 것, 도대체 무엇을 가장 궁금해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모르는 것, 알고 싶은 것 투성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을 물어보자.

  “김연.......반장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어떻게 살아오신거죠?”

  “......”

  “우후. 정말 이엔놈에게 푹 빠졌군. 동생이 인기 있는 건 좋은 일이다만, 어릴 때부터 항상 봐왔던 거라 별 감흥은 안드네. 오히려 짜증나.”

  “......”

  정말 김연의 형 답다. 시끄럽고, 짜증난다. 게다가 더욱 불쾌한건, 이 상황에서도 얼굴이 붉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말해주는 편이 더 낫겠지?”

  “네?”

  갑자기 나선 아이신에게 당혹스러운 반응이 나왔다.

  “......그렇겠지. 하지만 오버는 하지마라, 과장도 하지마, 너 좋을 대로 해석하지마.”

  “청장님?”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자식은 김연에 대해서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녀석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으흠....... 좋아 시작하지. 잘 들어? 이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야. 또한, 지금의 세계에선 가장 중요한 이야기도 하지. 넌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진짜 김연의 형은 형인가 보다. 만만치않게 말이 많다.

  “단순히 옛날이야기 만으로 무너질만큼 약하지 않습니다.”

  “아하하하하핫!!!! 그래 이엔놈 부하라면 이정도는 되어야지!!!!”

  광소하는 아이신. 행동 하나하나가 과장되고, 연극과 같다. 정말 김연의 상위호환인 느낌이다.

  “좋아....... 우선, 그놈이라는 ‘인간’이 태어난 날, ‘이엔’이라는 이름을 받는 날부터 시작할까?”

 

 ---------------------------------------------------------------------------

 

  삭막한 방의 안. 주위에선 무언가 엔진 같은 것이 웅웅대는 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그곳에 놓인 한 침대위에 앉아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리는 빅토르. 그의 몸 여기저기에 칭칭 둘러져 있는 피투성이의 붕대를 한 병사가 조심스럽게 교환하고 있었다.

  “아욱...... 이엔 이 개새.......”

  “죄, 죄송합니다! 괜찮으십니까?”

  병사가 물었다.

  “아, 괜찮아....... 계속 해.”

  “.......네.”

  붕대를 교환하는 손길은 이어지고, 빅토르는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방안에 모여있는 몇 명의 병사들에게 애써 미소지으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예상 못하긴 했어. 아직도 쌩쌩하더군. 뭐 겉보기에는 말야.”

  그 말에, 한 병사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겉보기라고 하시면?”

  “큭큭큭큭......”

  어느새 교환이 끝나고, 빅토르는 침대에 누우며 웃었다.

  “멀쩡할 리가 없지.”

  “하지만.......”

  “날 못믿겠다는 거냐?”

  “그런 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5년전, 그놈은 기력과 기로가 폭주한 끝에 착란까지 왔었지. 그 정도면 영구적인 손상을 입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거든.”

  “그건 그렇습니다.”

  “그렇지? 게다가 그놈, 그 기혈억제기를 세 개나 박아넣고 있었지. 최소한 3년, 길게는 5년동안 말야. 아윽......”

  아무래도 많이 아픈 듯 빅토르가 끙끙댄다.

  “하지만, 확실히 강했습니다.”

  “지금은 내가! 더! 강해!!!!!!!”

  갑자기 분노가 치솟아 오른 것처럼, 빅토르가 고함쳤다. 그 압력에, 병사는 뒤로 물러난다.

  “죄, 죄송합니다......”

  “말조심해라.”

  으르렁거리며 말하는 빅토르. 병사는 그저 덜덜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미안하군. 요즘 감정조절이 힘들어서말야. 오랜 친구를 만난 탓일까? 하하.”

  “.......”

  “아무튼, 그놈. 다음엔 힘으로, 일대일로 막는 것도 가능할거야. 아니, 반드시 꺾어주지.”

  그렇게 말하며 빅토르는 미소지었다.

 

 ----------------------------------------------------------------------------

 

 

  파주시의 어딘가. 인적이 드문 산골. 작은 2층 집 안으로 검은 티셔츠에 면바지 차림의 김연이 비틀거리며 들어갔다. 이곳은 김연이 평소에 여기저기 마련해둔 은신처 중 한 곳.

  그 존재는 이건혁도 모르는 곳이고, 그만큼 김연 역시 이곳을 자주 들리진 않았던 탓에 꽤 먼지가 쌓여있다.

  “크으....... 빅터 이 X발 놈이.......”

  그러나, 그의 몸엔 약간의 타박상과 생채기를 제외하곤 별다른 부상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김연 자신의 몸, 그 자체였다. 2층으로 향하던 김연은 계단까지 가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큭, 커억......”

  또다시 격통이 찾아온다. 5년간 비정상적으로 억눌려 있던 기혈이 다시 움직인다.

  그러나 몸은 그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했다. 온몸에서 기혈을 따라 폭발이 일어나는 감각이 김연을 괴롭혔다..

  “허억.......으으으윽!!!”

  몸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김연.

  문제는 또 있었다. 그의 능력, 원래부터 반동이 심각한 그의 ‘진짜 능력’의 반동이 가라앉지 않는다. 거기에 5년간의 기혈 억제의 부작용이 겹친다. 기로를 따라 면도날이 지나가는 느낌은 정말 아무리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컥...... 쿨럭!!”

  김연이 깊게 기침을 하자, 피가 계단에 쏟아졌다.

  “쿨럭...... 커어.......”

  끔찍하다. 너무 고통스럽다. 이제 그만 편해지고 싶다.

  편해져?

  “아냐....... 그러면 안 되지....... 큭큭........”

  웃자, 웃어야 한다. 이 고통은 그에겐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것이어야 한다.

  반동과 억제의 부작용뿐만 아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모든 고통을 받아들이려 해야 했다.

 

  그래야 한다. 기꺼이, 모든 것을 느껴야한다. 언제나 잘 해오지 않았던가. 기혈 억제기가 주는 고통도, 마음의 고통도, 욱신거리는 상처도 언제나 김연은 유쾌하게 웃으며 견뎌왔다.

  “흐흐흐...... 흐하하학!!!!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자신은 미쳐가고 있다. 김연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언제부터였나. 전담청에 들어왔을 때? 한국전쟁에 뛰어 들었을 때? 푸티나그라드? 심양시? 3차 대전?

 

  아니면,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인가?

 

  아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태어났을 때부터다. 나는 근본이 미쳐있었다. 저주받은 생물이다.

 

  그렇게 한참을 웃고나니 고통이 어느 정도 진정된 듯, 김연은 엉금엉금 계단을 기다시피하며 애써 올라갔다. 그리고 2층에 있는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 옆 탁자에 있던, 물병을 집었다.

  목구멍이 찢어질 것 같지만 일단 물을 쏟아 넣는다. 그러자 정신이 조금은 맑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김연은 잠시 방을 둘러보았다. 역시 이곳도 지저분했지만, 그에게 청소 같은 걸 할 여유따윈 없었다.

  김연은 먼지가 자욱하게 쌓여있는 침대에 그냥 몸을 던졌다.

  “아이린.......”

  사랑했던 소녀, 언제나 자신을 보고 웃어주던 소녀.

  그리고 자신의 최초의 기억, 그 순간부터 그의 심장을 뛰게 해주던 그녀의 이름이었다.

 

  아아, 정말 보고 싶다. 기억을 되살려보자.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그렇다면 꿈속에서라도 만날 수 있겠지.

 

  김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몽롱한 정신을 어떻게든 끌어 모아 추억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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