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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66.나랑 결혼해 줄래? (完)
작성일 : 17-12-30 21:14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8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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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나랑 결혼해 줄래? (完)

 

 

 20XX년 8월 18일 AM 1:45

 

 리온은 빠른 발걸음으로 철수가 있는 호텔 방의 문을 열었다. 리온이 안으로 들어서자 초췌해 보이는 철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물었다.

 

  "제이는?“

 

  "찾았어.“

 

 리온의 말에 철수는 안도한 듯 숨을 골랐지만, 표정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역력했다.

 

  "구했어?“

 

  "응, 지금 안전하게 응급차를 타고 오는 중이야.“

 

 리온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철수는 재빨리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어디를 가려고.“

 

  "제이 보러 가야지.“

 

  "철수, 진정해. 연락해 보니 다행히 제이는 몸에 아무 이상 없다고 했어.“

 

  "그래도 가봐야 해.“

 

 리온이 다시 그의 앞을 가로막자 철수가 두 주먹을 세게 쥐었다.

 

  "일단 진정해. 너 지금 되게 많이 흥분한 거 알고 있어?“

 

 철수는 대답 대신 입을 꾹 다물었다,

 

  "우린 일단 범인들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야 해.“

 

 독일에서 교육을 받은 리온답게 큰 사건이 터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흥분하지 않고 침착했으며 차분했다.

 

  "범인은 피터지?“

 

 철수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리온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했어. 계속 내 주변을 돌면서 제이를 주시하는 게 기분이 나빠서 뒷조사를 해봤더니 블랙 데스의 멤버였다니.“

 

 리온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며 덧붙였다.

 

  "그것도 이인자에 준하는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라고 하더군.“

 

  "…….“

 

  "블랙 데스는 또 한 번 너를 납치할 계획이었던 것 같아. 블랙 데스의 자금줄이 막혔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난 결국 또 한 번 내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어.“

 

 철수가 쓸쓸한 표정으로 혼잣말하자 리온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난 종종 그런 생각을 해. 처음부터 하나와 납치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때의 그 끔찍한 일을 경험하지 않았을 텐데.“

 

  "…….“

 

  "모든 게 내 잘못인 것 같아.“

 

  "철수, 그건 말도 안 되는 말이야. 넌 그냥 피해자였다고. 그리고 그 여잔…… 솔직히 난 그때 헤어져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런 여자랑 결혼해서 뭐해.“

 

 리온은 큰 고통을 받았던 철수보다 인종차별단체를 더 증오하고 혐오했다.

 

  "블랙 데스는 이 땅에 없어져야 할 것들이야. 또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널 고통 주려고 하다니. 할아버지께 이야기해서 이번에는 절대로 넘어가지 않겠어.“

 

 언제나 어려울 때 든든하게 자신을 지켜줬던 리온의 말에 철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는 아마 병원으로 안 가고 이곳으로 올 거야.“

 

  "…….“

 

  "그녀가 너를 아주 많이 보고 싶어 해.“

 

 

 

 ***

 

 

 

 경찰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풀려난 제이는 철수가 묵고 있다는 호텔 방 앞에 섰다.

 

 똑똑똑.

 

 응급차에 실려 오면서 제이가 생각했던 단 한 가지는 빨리 그의 품에 안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핏기 하나 없는 표정의 제이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 어? 제이 씨, 왔어요?“

 

 문을 연 사람은 철수의 친구이자 로라의 쌍둥이 오빠인 리온이었다. 한국에 있는 로라를 데리러 왔다가 제이의 납치 사실을 안 리온은 이성을 잃은 철수를 대신해서 제이가 안전하게 풀려날 수 있도록 힘을 써주었다.

 

  "철수 씨는 어디 있어요?“

 

  "여기 안에 있어요. 들어오세요.“

 

 제이가 안으로 들어가자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는 철수가 보였다.

 

  "그럼 전 이만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탁.

 

 눈치 빠른 리온이 밖으로 나가고 철수와 단둘이 남은 제이는 단숨에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

 

  "철수 오빠!“

 

  "…….“

 

 몸이 으스러질 정도로 안아줄 줄 알았건만 그는 두 팔을 힘없이 밑으로 내려놓고 있었다.

 

  "철수 오빠……?“

 

 의아해진 제이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자 철수는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철수 오빠, 왜 그래요?“

 

 제이가 그에게 위로의 말을 던지자 갑자기 철수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오빠?“

 

 제이가 화들짝 놀라서 소맷부리로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무런 흐느낌도 없이 눈물만 흘리는 그를 보고 제이는 당황해서 가만히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 품에 안겨있는 건 제이였지만 슬픔에 빠진 그를 위로해주는 것도 제이였다.

 

  "미안해.“

 

  "…….“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철수의 말에 제이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오빠…….“

 

  "내가 널 지켜줬어야 하는 건데 네가 내 옆에 있어서 그런 일을 겪은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

 

  "아니에요, 오빠. 오빠가 왜 미안해요.“

 

 철수는 아래로 내려져 있던 팔을 들어 제이를 꼭 끌어안았다.

 

  "오빠, 오빠가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난 네가 영원히 세상에서 없어지는 줄 알았어.“

 

 철수의 한숨 섞인 목소리에 제이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녀의 목구멍에서 뜨거운 것이 차고 올라왔다.

 

  "네가 없어졌을 때 난 고아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길을 잃은 것처럼 주변을 돌아다니기만 했어.“

 

  "…….“

 

  "네가 처음부터 날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 겪지 않아도 될 텐데.“

 

 제이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어느새 그녀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쓸데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가 안쓰럽기도 하면서 사랑스러웠다.

 

  "오빠 난 괜찮아요. 아무 일도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자신의 납치 사건에 재운이 관계있다는 소식에 크게 충격을 받긴 했지만, 과거 그가 아빠의 마술 트릭을 몰래 방송국에 팔아먹은 '타이거 마스크 마술사'였다는 사실을 듣고 오히려 머리가 개운해졌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신경 쓸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야, 정말 괜찮아?“

 

  "네, 전 정말 괜찮아요.“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지?“

 

  "네, 전 오빠 곁을 절대로 떠나지 않을 거예요.“

 

 제이의 단호한 음성에 철수는 감격한 듯 미소를 머금으며 그녀를 으스러지게 않았다.

 

  "앞으로 나와 있으면 이보다 더한 일을 겪을 수도 있어.“

 

  "…….“

 

  "내가 가진 것들이 많은 만큼 견디고 감당해야 할 것들도 많으니까. 이번 일처럼 내가 가진 것들을 질투하면서 아니꼽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도 감당해야 해.“

 

  "…….“

 

  "가끔 내가 앉은 자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어. 내 선택에 많은 사람의 생계가 달려있으니까 생각해야 할 것도 많고 고려해야 할 것도 많지.“

 

  "…….“

 

  "그거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괜히 신경질 부리고 화낼지도 몰라.“

 

  "…….“

 

  "그래도 난 네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짜증 내고 신경질 안 부리려고 노력할게. 항상 네가 내 옆에 있는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매일매일 생각할게. 영원히 너와 함께 있고 싶어.“

 

  "…….“

 

  "나랑 결혼해 줄래?“

 

 제이는 미처 못 들었던 철수의 프러포즈를 드디어 다 들을 수 있었다. 멍한 표정으로 철수의 손에 들린 반지를 보고 있던 제이가 천천히 입술을 달싹였다.

 

  "난 다른 사람이 날 아니꼽게 보는 시선을 견디지 못해요. 많은 것을 누리지 않더라도 평범하게 사는 것이 나한테 더 맞는 삶이에요.“

 

  "…….“

 

  "물론 오빠가 하는 일이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지만, 오빠가 나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면 난 도망가고 싶어질 거예요.“

 

 제이의 말에 철수가 세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난 영원히 오빠 곁에 있고 싶어요. 비록 오빠 옆에 있는데 보이는 것처럼 화려하고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

 

  "오빠가 날 원한다면 오빠 곁에 있고 싶어요. 많이 부족한 나라도 괜찮겠어요?“

 

  "……그럼!“

 

 조심스럽게 묻는 제이의 말에 철수는 활짝 웃으면서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제이는 그의 품에 안겨서 밝은 미소를 머금었다.

 

 새로운 가정을 이룬다는 것이 많이 떨리고 걱정되었지만, 그와 함께라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해. 제이야.”

 

  “나도 사랑해요. 오빠.”

 

 입술이 한데 겹쳐지고 두 사람은 뜨거운 숨결을 서로 주고받았다. 가슴 속에서 따뜻하고 행복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우리는 우연히 만났지만, 운명처럼 평생 함께 있기로 약속했다. 그저 스쳐 지나갈 사이였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서로를 붙잡았다.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제이는 철수를 만나면서 생생하게 느꼈다. 서로 함께 하는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만을 바라면서 두 사람은 키스를 마친 후에도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

 

 

 

 4개월 후.

 

 찰칵찰칵.

 

  "하종석 씨, 윤백룡 씨 살인 사건에 연관이 되어 있는 게 사실입니까?“

 

  "윤제이 씨한테 미안하지 않습니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뭐든지 해보십시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찌는 듯이 더웠던 여름에서 어느새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로 바뀌어 있었다.

 

  "마재윤 씨, 마재윤 씨는 윤백룡씨와 사제지간 아니었습니까?“

 

  "마재윤 씨가 10년 전 타이거 마스크 마술사라는 게 사실입니까?“

 

 검찰의 집요한 수사 끝에 모든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사실 자동차 결함으로 인한 교통사고인 줄 알았던 윤 백룡의 사망 사건은 종석과 그의 고교동창인 태춘이 벌인 일이라는 것이 세간에 드러났다.

 

 사람들은 탐욕 때문에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종석의 추악한 행위에 대해서 분노했다. 그리고 백룡의 죽음과는 관계가 없었지만 재윤이 제이의 목숨을 위험에 빠트리고 납치하려고 했던 정황이 드러나자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마술사의 이미지가 있었던 재윤의 이미지도 땅으로 추락했다.

 

 진실은 언제나 거짓보다 늦게 오지만 그 힘은 강력하고 대단한 것이었다.

 

 훌륭한 변호사로 이름을 떨치던 피터가 사실 신랄한 인종차별 단체 '블랙 데스'의 일원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언론들은 앞다투어 사회 고위 계층의 범죄, 화이트 사이코패스에 대한 방송을 쏟아냈다.

 

  [화이트 사이코패스, 그는 누구인가?]

 

  [겉으로는 능력있는 벽호사, 속으로는 심각한 인종차별주의자]

 

  [강철수 대표와 친근함 유지하면서 윤제이 납치할 기회 노려]

  [독일 국민, 인종차별 단체 블랙 데스 사이트는 폐지되어야 한다며 촛불 집회]

 

 대중들은 제이에게 닥친 고난을 슬퍼하면서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었지만 제이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방송일을 한 결과 제이는 대중들의 변덕스러움에 지쳐있었다.

 

 언제는 그녀를 영웅으로 추켜세웠다고 언제는 다시 그녀를 쓸모없는 사람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더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제이는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굳이 인정받지 않더라도 자신이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제이는 자기 입맛에 맞춰서 마음대로 기준을 정하고 사람을 재단하는 사람들에게 지쳐있었다. 그래서 제이는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후, 자신에게 밀려드는 언론의 인터뷰와 방송의 섭외를 모두 거절했다.

 

 납치 사건 이후로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온 제이는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가끔 빨래하고 TV에 나오는 맛있는 음식을 요리했으며 철수와 함께 심야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한 일상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은 내면의 힘이 무럭무럭 솟아오르게 했다.

 

 Rrrrr.

 

  "여보세요?“

 

  - 응, 제이야. 오늘 눈도 오는데 밖에서 외식할까?

 

  "외식?“

 

  - 응, 네가 저번에 TV에 나오는 셰프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먹고 싶다고 했잖아. 거기 예약해 놨어.

 

  "정말요? 와, 그럼 외출 준비할게요.“

 

  - 응, 30분 뒤에 집 앞으로 데리러 갈게.

 

  "오랜만에 데이트에 예쁘게 하고 가야겠다.“

 

  - 그냥 와도 예쁜데 뭘.

 

 철수의 너스레에 제이는 피식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요즘 들어 자신에게 닭살이 돋는 말을 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뚝뚝했던 그가 변한 것이 신기하고 좋았지만, 요즘은 피식 피식 계속 웃음이 튀어나왔다.

 

  - 아니요. 전 정말 몰랐어요.

 

 귓속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제이는 준비하던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TV 화면 속에는 연주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그러니까 아버지 하종석 씨가 윤제이 씨를 납치하려고 했던 것을 몰랐단 말인가요?

 

  - 네, 정말로 전 몰랐어요. 제가 사실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전 사실 영어도 잘 못 한다고요.

 

 종석이 검찰에 붙잡히고 나서 연주는 적극적으로 언론매체에 나서서 인터뷰했다. 그녀가 언론을 통해서 했던 말은 아버지 종석의 옹호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변호였다.

 

  - 사실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서 정말 아주 슬펐어요.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셔서…… 사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파요.

 

 하지만 연주의 방송 출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사늘했다. 아버지 종석이 한 짓과 연주가 상관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돼 굳이 TV에 나와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 전 앞으로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인 아버지와 영원히 절연할 생각입니다.

 

 띡.

 

 물끄러미 TV를 바라보고 있던 제이가 리모컨을 눌러서 TV를 껐다. 연주에 대해서 더 할 말도 생각할 거리도 없었다. 그저 연주가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연주의 실체에 대해서 몰랐던 제이는 연주도 자신과 같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딩동.

 

 벨 소리에 문을 열자 긴 코트를 입은 철수가 웃으면서 두 팔을 벌렸다. 활짝 웃으며 그의 품에 안긴 제이는 생긋 미소를 지었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보고 싶어서.“

 

  "예쁘게 꾸밀 시간 좀 주지. 엄청 예뻐져서 놀라게 하려고 했는데.“

 

  "지금도 너무 예뻐서 놀라운데?“

 

 제이는 다시 한번 픽 웃으며 그의 품에 안겼다. 자신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그의 손길을 느끼면서 창밖을 바라보니 하늘에서 하얀 눈에 떨어지고 있었다.

 

 이제 내년 봄이면 이 남자의 품이 영원히 그녀의 것이 된다.

 

 

 

 ***

 

 

 

 봄기운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날에 철수와 제이의 야외 결혼식이 열렸다. 아름다운 봄꽃으로 꾸며져 있는 결호식장을 보면서 제이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다.

 

  "제이야, 오늘 진짜 날씨 좋다. 어떻게 잡아도 이런 날을 잡았어. 진짜 잘 잡았다.“

 

 야외 결혼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일 것이다. 다행히도 오늘 날은 밝았고 하늘을 화창했으며 봄마다 불어오는 황사도 미약했다.

 

 사실 오늘 날씨가 좋은 건 다 철수 덕분이었다.

 

  ㅡ 제이는 어떤 결혼식 하고 싶어?

 

  ㅡ 전 사실 야외에서 하는 결혼식을 꼭 하고 싶었어요.

 

 제이는 예전에 하객으로 참석한 적이 있었던 야외 결혼식을 떠올리면서 말했다. 제이가 참석한 야외 결혼식은 가을에 열렸는데 아름답게 물든 낙엽이 가득 쌓여있는 곳에서 결혼식이 열렸다.

 

 자연 속에 두 사람이 함께 손을 잡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훌륭한 그림이 되었던 것이 인상 깊었던 제이는 야외 결혼식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ㅡ 야외 결혼식?

 

  ㅡ 네, 전 야외에서 결혼식을 곡 하고 싶어요.

 

  ㅡ 그래, 알았어.

 

 철수가 흔쾌히 대답하는 것을 듣고 제이는 설마 정말로 야외 결혼식을 준비할까 싶었다.

 

 야외 결혼식은 여러모로 식장에서 하는 것보다 더 신경 쓰이고 준비할 것이 많았다고 들었던 터라 조금 걱정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ㅡ 오빠, 그러지 말고 그냥 식장에서 결혼식 할까요?

 

  ㅡ 아냐, 그럴 필요 없어. 내가 다 준비할게.

 

 철수는 제이를 위해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아름다운 예식장을 만들어 주었다.

 

 주변에는 아름다운 벚꽃 나무가 서 있었고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을 축하해줄 하객들을 위해서 하얀 테이블을 마련했다.

 

 그야말로 자연과 함께 하는 결혼식이었다. 그때 봄바람이 스르르 스치자 벚꽃나무에 달려있던 벚꽃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에 휩싸인 제이는 마치 한폭의 그림 같았다.

 

  "철수 씨는 이런 곳을 어떻게 구했어요? 정말 예쁘다.“

 

  "저 몰래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닌 것 같아요.“

 

  "내 생각에는 철수 씨가 날씨도 고려해서 날짜도 잡은 것 같아. 오늘 진짜 날씨 좋잖아.“

 

  "네, 사실 10년치 기상 기록물을 다 찾아봤다고 하더라고요.“

 

 제이는 수줍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우와, 정말? 역시 강철수 대표님 집념 하나는 끝내준다.“

 

  "역시 남자는 여자가 예쁘면 기상청 10년치 기록을 뒤지는 구먼.“

 

  "너무 부럽다. 나도 이런 결혼식 하고 싶은데.“

 

 윤정이 부러운 시선으로 제이를 바라보자 그녀는 살며시 눈웃음치며 말했다.

 

  "너도 좋은 사람 만나면 이런 결혼식 꼭 할 수 있을 거야.“

 

 끼이이익.

 

 그때 하얀 리무진이 신부 대기실 앞에 섰다. 키가 큰 경호원이 문을 열자 안에서 슈트를 빼입은 철수가 나왔다.

 

  "우와, 철수 형, 진짜 멋있어요.“

 

  "강 대표님, 진짜 연예인 같아요. 연예인인 줄 알았어요.“

 

  "진짜 만화를 찢고 튀어나온 것 같아.“

 

 주변 사람들은 왕자님 같은 모습의 철수가 나타나자 다들 탄성을 지르면서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그가 연예인도 아닌데 연예인처럼 대하는 사람들을 보고 제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제이는 벌떡 일어나서 성큼성큼 그에게 다가가 팔짱을 꼈다.

 

  '이 남자는 앞으로 영원히 내 꺼니까!‘

 

 갑자기 제이에게 팔을 붙들린 철수는 조금 놀란 듯했지만 제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미소를 머금었다.

 

  "자, 이제 결혼식 시작하겠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한달음에 달려온 태오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야외 예식장 전체에 퍼졌다.

 

 철수는 가슴 부분이 하트로 장식되어있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제이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 너무 여신같은 거 아니야?“

 

  "그럼 오빠는 남신이에요?“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은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터지는 기분 좋은 날이었다.

 

  "신랑, 신부 입장!“

 

 태오의 목소리가 들리자 두 사람은 서로 손을 꼭 부여잡고 레드 카펫 위를 걸어갔다.

 

 신나는 행진곡이 들리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치며 두 사람의 새로운 인생을 축하해주었다.

 

 멋있는 신랑과 아름다운 신부의 행복한 결혼식은 두 사람의 진한 키스로 끝이 났다.

 

 주례 없는 결혼식이 끝나고 철수가 레드 카펫 위를 걸어나가면서 그녀의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우리 영원히 사랑하자.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기 전까지 지금 잡은 이 손 절대 놓지 말자.“

 

 제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그녀의 인생 2막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끝.

 

 

 

 
작가의 말
 

 그동안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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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당신들한테 제안할 게 있어요. 2017 / 12 / 3 240 0 7987   
49 49.영원히 그와 함께 하고 싶어. 2017 / 12 / 2 252 0 7901   
48 48.철수 씨가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2017 / 12 / 1 247 0 8611   
47 47.무릎과 무릎 사이에 2017 / 11 / 29 628 0 8123   
46 46.제이는 철수를 좋아해? 2017 / 11 / 27 277 0 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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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나중에는 내가 너 구해줄게. 2017 / 11 / 24 259 0 8193   
43 43.제이가 내 사무실에는 어떻게……? 2017 / 11 / 24 257 0 8265   
42 42.미래의 남편이요? 2017 / 11 / 22 249 0 8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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