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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65.제이야, 생일 축하해
작성일 : 17-12-30 21:12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8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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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제이야, 생일 축하해

 

 

 

 제이는 침대에 편히 누워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사랑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철수가 그녀에게 다가가서 입술에 족, 하고 입을 맞추었다.

 

  "제이야, 생일 축하해.“

 

  “……으응?”

 

 철수의 뽀뽀를 받고 잠에서 깨어난 제이는 졸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와 방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오빠, 일찍 일어났네요. 그런데 오늘 며칠?“

 

  "8월 17일, 네 생일이야. 생일 축하해, 윤제이.“

 

 그의 생일 축하를 받으면서 잠에서 일어나는 건 꽤 로맨틱한 경험이었다. 제이는 자신을 향해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는 철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벌써 일어난 거예요? 정말 체력 대단해.“

 

 어제 퇴근하자마자 제이에게 달려들었던 철수는 오늘 아침 그녀보다 훨씬 먼저 일어나서 깔끔하게 세수를 하고 옷을 차려입었다.

 

 그와 함께 새벽녘에야 뒤늦게 잠이 들었던 제이는 철수의 무한한 체력에 혀를 내둘렀다.

 

  "벌써 외출복으로 옷 갈아입었네요.“

 

  "응, 아니면 아침부터 또 너 괴롭히고 싶어질까 봐.“

 

 철수의 말을 듣고 뒷덜미 소름이 사악 돋은 제이가 옆으로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

 

  "진짜 짐승이야, 짐승.“

 

 철수는 그동안 그녀에게 숨겨왔던 욕망을 쏟아부어 버리려는 듯 그녀와 매일매일 격정적인 밤을 보냈다.

 

  "너한테만 짐승이야. 밖에선 신사 중의 신사라고.“

 

 천연덕스러운 말을 내뱉는 철수를 보고 제이는 고개를 내저으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이 남자는 내가 낮이고 밤이고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오늘 생일인데 특별하게 받고 싶은 거 없어요?“

 

  "없어요.“

 

  "왜 내가 사준 명품 가방 별로 마음에 안 들어?“

 

  "그게 아니라…….“

 

 철수는 뭐가 갖고 싶냐고 물어도 없다고 말하는 제이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뭐든지 해주고 싶은데 왜 내가 준 선물을 안 받는 거야.“

 

  "그거야 오빠가 사준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렇죠.“

 

 이미 그녀의 방안은 온통 철수가 사준 선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명품 가방은 20개가 넘었고 원피스와 청바지, 티셔츠 등등 여름옷만으로도 옷장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너한테는 뭘 해줘도 아깝지 않아.“

 

  "그래도 이제 여름도 끝나가는데 여름옷 살 필요는 없잖아요. 다음에 가을이 오면 그때 쇼핑해요.“

 

 제이가 철수에게 지혜로운 소비 방법을 설명하자 그는 감탄한 듯 탄성을 내뱉었다.

 

  "그래도 오늘은 생일인데 뭐 하고 싶은 것이라도 없어?“

 

  "음, 사실은…….“

 

 제이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느라 말이 없었고, 철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옆에서 가만히 기다렸다.

 

  "오늘은 내 생일이지만, 난 오늘 우리 아빠한테 가고 싶어요.“

 

  "선생님에게?“

 

  "네. 사실 오빠한테 말할까 말까 많이 고민했었어요. 생일날 돌아가신 분 보러 가자는 게 조금 이상할 수도 있으니까.“

 

 철수는 가만히 제이의 손등에 손을 올려놓으면서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그래도 난 오빠랑 꼭 우리 아빠 만나러 가고 싶었어요. 아빠한테 내가 지금 오빠랑 행복하게 사는 모습 꼭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

 

  "네, 정말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이는 한 치의 거짓 없는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조금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빠가 마음 아파할까 봐 사실 말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었는데…….”

 

 제이는 지그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생일은 특별한 날이니까 오늘 꼭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

 

  "하지만 제이가 바라는 게 그거라면 난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철수의 말을 듣고 제이는 만족한 듯 미소를 머금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그리고 오빠가 내 생일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필요는 없어요.“

 

  "그게 무슨 소리지?“

 

 철수가 살포시 미간을 찌푸리며 제이를 바라봤다. 살짝 굳은 그의 표정을 보고 제이는 오히려 미소를 머금으며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오빠랑 같이 있는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고 특별하니까요.“

 

 제이의 말에 굳어있던 철수의 표정이 스르르 풀렸다.

 

  "난 정말 선물 같은 거 필요 없어요. 이런 말 하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괜찮아, 제이야.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오빠가 꼭 우리 아빠가 하늘에서 보내온 선물 같아요. 그래서 선물 필요 없어요. 난 지금 오빠만으로 충분하니까.“

 

 이 여자는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걸까.

 

 제이의 말에 철수는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내가 네 인생에서 선물처럼 느껴진단 말이야?“

 

  "네, 정말로. 진심으로 내가 그동안 받았던 선물 중에 가장 소중해요. 엄마, 아빠가 먼저 떠난 게 너무 미안해서 오빠를 내게 보내주신 것 같아요.“

 

 제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철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어쩌면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와 그녀가 이루어지는 것을 백룡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철수와 제이를 보면서 백룡이 몰래 웃음 짓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나랑 오빠랑 이렇게 행복한 모습 보면 우리 아빠 많이 좋아하시겠죠?“

 

  "그럼. 선생님은 정말로 좋아하실 거야. 그리고 나도 선생님이 계신 곳에 너랑 같이 찾아가고 싶었어.“

 

  "왜요?“

 

  "정식으로 너랑 사귀게 됐다는 거 허락받으려고 그랬지.“

 

  "우리 아빤 분명히 오빠를 마음에 들어서 하실 거예요.“

 

 철수가 따스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제이의 눈에 가득 담긴 눈물을 닦아주었다.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행복하게 살 건지 말씀드리자. 그럼 선생님도 무척 좋아하실 거야.“

 

  "응, 그래요. 아빠가 맨날 나한테 남자 친구 생기면 보여달라고 했어요.“

 

  "……제이야, 사랑해.“

 

 제이의 귓가에 나지막이 사랑 고백을 한 철수는 그녀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서로의 뜨거운 숨결을 주고받는 내내 철수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나의 존재 자체가 그녀에게 선물이나 마찬가지라니, 칭찬을 넘어서 찬사와 같은 말에 철수는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행복했다.

 

 얌전치 철수 품에 안겨있던 제이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오빠, 나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그게 뭔데?“

 

  "…….“

 

  "괜찮으니까 말해 봐, 응?“

 

 철수의 부드러운 음성에 잠시 망설이던 제이가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이런 거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빠한테 곡 물어보고 싶었어요.“

 

  "뭔데?“

 

  "……오빠의 전 여자친구에 관한 이야기요.“

 

 제이의 말에 철수의 표정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오빠가 전 여자친구랑 납치당했던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철수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날 있었던 일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끔찍하고 비참했던 그 날.

 

  ㅡ ……으윽!

 

 권총으로 철수의 머리를 내리친 납치범들은 그의 손과 발을 결박하고 허름한 창고에 가두었다.

 

 머리를 맞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겨우 정신을 차린 철수는 옆방에서 들리는 빛줄기를 발견했다.

 

  ㅡ 「잠깐만 당신들한테 제안할 게 있어요.」

 

 불빛이 새어 나오는 옆 방에서 독일어를 하는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안심한 철수는 조용히 움직여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기 위해 문틈 사이로 귀를 가져가다 대었다.

 

  ㅡ 「내가 당신들한테 제안하고 싶은 건…… 나 혼자만이라도 이곳에서 풀어달라는 제안을 하고 싶어요.」

 

  ㅡ ……!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하나의 또렷한 목소리에 철수는 동공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지금 이게 무슨 소리지?

 

 하지만 그때도 철수는 오히려 하나만이라도 이곳에서 안전하게 빠져나간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던 진심 대문에 일말의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있었다.

 

 하지만 납치범들이 순순히 하나를 풀어줄 리 만무했다.

 

 철수는 하나가 납치범들에게 무슨 대가를 주고 이곳에서 풀려나려는 건지 듣기 위해 문틈에 귀를 가까이 들이댔다.

 

 문틈으로 들린 것은.

 

  ㅡ 하아! ……흐읏! 흐읏…… 허억!

 

  "어머, 정말 어떻게 그런……!“

 

 철수가 납치당했던 날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았자, 제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건가요? 혹시 납치범들이 나쁜 맘 먹고…….“

 

  "아니야. 난 문틈으로…… 하나가 직접 옷을 벗는 걸 보았어.“

 

  "……세상에!“

 

 그때의 충격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그 뒤로 철수를 하나와 깨끗하게 헤어지게 되었고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선 동생 태오한테도 주치의 이 박사에게도 한 번도 털어놓은 적이 없었었다.

 

  "오빠, 그동안 정말, 정말 많이 힘들었겠어요.“

 

 크게 충격을 받은 제이가 그에게 다가가서 그의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었다.

 

  "오빠, 난 약속해요. 난 어떤 일이 있어도 오빠한테 그런 일을 겪게 하지 않을 거예요.“

 

 제이의 말에 철수는 코가 시큰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제이의 몸을 끌어당겨 품에 꼭 안았다.

 

  "제이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강해 보이기만 했던 그의 눈에서 또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동안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제이는 눈물을 흘리는 그를 품에 안고 계속해서 속삭였다.

 

 사랑해요, 오빠.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오빠 곁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절대 걱정하지 말아요.

 

 철수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던 제이의 눈에서도 또르르 눈물이 흘렀다.

 

  “오빠, 난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오빠를 떠나지 않을게요.”

 

 

 

 ***

 

 

 

 윤제이 납치 계획을 실행하기 전날, 피터는 납치범을 데리러 인천 공항으로 찾아갔다.

 

 공항 근처 허름한 모텔에 그들의 방을 잡아준 피터는 아침 일찔 일어나자마자 그들의 모텔방을 찾아갔다.

 

 딩동 딩동 딩동.

 

 아무리 벨을 눌러도 대답하지 않자 피터는 초조한 표정으로 조용히 혼잣말했다.

 

  「뭐야, 설마 다시 미국으로 도망간 거야?」

 

 잠시 망설이던 피터는 결국 그들 몰래 숨겨 두었던 모텔 방 열쇠를 꺼내서 문을 열었다.

 

 방 안으로 들어가니 현관에 다 구겨진 운동화 두 켤레가 널브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방 안에 있으면서 들은 척도 안 했던 건가.‘

 

 피터는 쯧, 하고 혀를 차며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부터 부엌까지 온갖 과자 봉지, 술병, 빈 맥주캔으로 바닥이 어지럽혀져 있었다. 거실에는 술을 마셨는지 와인 병과 깨진 유리잔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머리가 텅텅 빈 놈들이란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답답해진 피터는 정장 재킷의 단추를 풀면서 인기척이 있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 둘을 문 앞에 기대어 빤히 쳐다봤다.

 

  「하암, 뭡니까.」

 

 인기척을 느낀 해리가 먼저 잠에서 깨어났다.

 

  「전화는 왜 안 받은 거야.」

 

  「…….」

 

  「설마 인제 와서 발 빼려는 건 아니겠지?」

 

 피터의 말에 느릿하게 몸을 일으킨 금발 머리 딜런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그만 좀 재촉해요.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래요.」

 

 자신을 보고도 태평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해리와 딜런을 보고 피터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 그래, 내가 다 미안하네. 하지만 오늘은 납치 계획을 실행해야 하는 날이야.」

 

 피터는 속으로 어금니를 으드득 갈았지만, 겨우겨우 생글 웃음을 띠며 말했다.

 

  「내가 비행기 삯까지 내면서 너희를 여기로 부른 이유를 잊지 않았겠지?」

 

  「…….」

 

  「너희는 오늘 윤제이를 납치해야 해.」

 

  「알겠어요. 근데 윤제이가 어떤 여자예요?」

 

 피터는 품 안에 있는 제이의 사진을 해리에게 던져주었다.

 

  「음, 이쁜데?」

 

  「어디 봐봐. 오오, 진짜 예쁘네.」

 

 해리와 딜런은 철없는 십 대 소년답게 윤제이의 사진을 보면서 딴소리를 했다. 피터는 그들의 태평스러운 대답에 화가 올라와 콧구멍으로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이 여자를 납치해야 한다 이거죠?」

 

  「그래, 너희들한테 차를 한 대 줄 테니까 오늘 저녁에 이 여자를 납치해와.」

 

  「알겠어요.」

 

 딜런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피터는 품 안에 있는 돈 봉투를 해리와 딜런에게 건넸다.

 

  「여기 일단 필요한 돈을 넣었으니까 너희들 마음대로 쓰고 싶은 대로써.」

 

  「후우,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이제 뭔가 제대로 시작인 것 같아서 긴장되는데?」

 

  「이번 일 정말 중요한 일이야. 잘 부탁하네.」

 

  「알겠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보스.」

 

 자신감 넘치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 피터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Rrrrr.

 

 전화가 울리자 피터는 거실로 나와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 마재윤이야.」

 

  「어찌한 일이십니까.」

 

  -「피터, 일은 잘 되어가고 있나?」

 

  「네, 지금 저희 대신해서 윤제이를 납치해줄 납치범들을 만났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그럼 오늘 밤 계획을 실행하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 윤제이와 강철수는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윤백룡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중이야.」

  「그렇군요.」

 

  -「내가 계속해서 이 둘을 따라다니면서 윤제이를 납치할만한 때를 알려주지.」

 

  「네,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은 피터의 입가에 슬그머니 웃음이 떠올랐다.

 

 

 

 ***

 

 

 

 백룡이 잠들어 있는 곳을 갔다 온 철수는 옆에 있는 제이의 손을 꼭 잡고 거리를 걸었다.

 

  "오랜만에 선생님 뵈니까 어땠어?“

 

 제이는 그와 함께 백룡을 만났던 벅차오르는 순간이 떠오르는 듯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

 

  "하늘에서 아빠가 행복한 우리 모습 보면 정말 기뻐하시겠죠.“

 

  "그래, 아마 지금도 우리를 보고 계실 거야.“

 

 제이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빠, 지금 보고 계세요? 저 정말로 행복하게 잘살고 있어요.“

 

  "…….“

 

 그녀의 눈동자에 어려있는 물기가 반작거리는 것을 보고 철수는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아빠 덕분에 오빠 만나서 잘살고 있어요. 아빠가 내 곁에 없더라도 난 정말로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

 

  "아빠, 사랑해요.“

 

 아빠에 대한 제이의 진심은 결국 작은 흐느낌으로 바뀌었고 철수는 그녀의 뒤로 가서 살며시 그녀를 안았다.

 

  "흐윽……오빠, 우리 아빠…… 많이 보고 싶어요.“

 

  "…….“

 

  "오빠가 꼭 혼내줄 거죠? 우리 아빠 죽게 만든 사람들 꼭 혼내줘요. 우리 아빠 정말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소리 들을 정도로 착한 사람인데……흐윽!“

 

 철수는 뒤로 가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선생님을 잃은 자신의 슬픔도 컸지만, 그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직 선생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시작했던 마술이었다. 마술사로서 당당하게 선생님의 인정을 받고 싶어 했던 그녀의 바람은 추악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들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제이야, 걱정하지 마,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혼내줄게.“

 

  "정말요?“

 

  "그래, 반드시 선생님의 죽음에 얽힌 사람들을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거야.“

 

  "흐윽!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철수는 훌쩍이는 제이를 가슴으로 끌어안고 손으로 그녀의 눈가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괜찮아. 울지마, 제이야.“

 

 가슴에 안겨 있는 여자를 죽기 전까지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영원히 너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어.“

 

 철수의 말에 그녀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철수는 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차가워 보이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단단하고 심지가 곧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무심한 시선으로 장례식장을 지키는 너는 인간미 없어 보일 정도로 덤덤했으니까.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고 심술이 생기기도 했어.“

 

 철수는 두 손으로 그녀의 볼을 감쌌다.

 

  "난 이렇게 슬픈데 쟨 뭐가 그렇게 덤덤할까.“

 

 그녀에게 처음으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거라서 철수의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저절로 떨렸다.

 

  "그런데 실제로 알고 보니 너는 내 생각보다 훨씬 약하고 여린 아이였어. 나는 왜 몰랐을까. 너는 그날 죽을 힘을 다해서 참고 있었다는 걸.“

 

 철수는 바보같이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녀가 그날 눈물을 흘리지 않고 버티고 서있던 것은 딸로서 아버지를 잘 보내고 싶어서, 그게 자식의 도리인 것 같아서, 그녀는 슬픔을 잠시 미뤄 두었다.

 

 제이는 그날 일을 떠올리면서 슬프면 오히려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선생님의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나는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어. 계속 네가 우는 모습이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거야.”

 

 철수가 품에 숨겨 두었던 반지를 꺼내자 제이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그녀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제이야 나랑…… 아, 음.”

 

 그녀에게 줄 반지를 떨어트린 철수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데굴데굴.

 

 동그란 반지는 경사진 아래로 계속 내려가서 철수는 걸음을 빠르게 옮겨야 했다.

 

  “아, 정말…….”

 

 겨우 반지가 멈춰 서자 철수는 머쓱한 미소를 지으면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반지를 주웠다.

 

 제이에게 청혼하기 위해 만만의 준비를 했는데 이런 중요한 순간에 반지가 떨어지다니, 영 폼이 나지 않았다.

 

  ‘다시 처음부터 해야지.’

 

 어디에서 말을 끝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철수가 고개를 가로로 흔들었다.

 

  “음, 그러니까 제이…… 제이?”

 

 도로에는 철수는 홀로 남아있었다. 그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빨리 파악할 수 없었다. 머리는 멍했고 발은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듯 꼼짝하지 않았다.

 

  “……제이?”

 

 아까까지 그의 옆에 있었던 그녀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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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원래 독일에서는 인사 대신 목에 키스하는 … 2017 / 12 / 5 240 0 8764   
51 51. 개미지옥에 빠진 불쌍한 개미 2017 / 12 / 4 273 0 8102   
50 50.당신들한테 제안할 게 있어요. 2017 / 12 / 3 241 0 7987   
49 49.영원히 그와 함께 하고 싶어. 2017 / 12 / 2 252 0 7901   
48 48.철수 씨가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2017 / 12 / 1 248 0 8611   
47 47.무릎과 무릎 사이에 2017 / 11 / 29 628 0 8123   
46 46.제이는 철수를 좋아해? 2017 / 11 / 27 277 0 8107   
45 45.슬프면 슬프다고 말해요 2017 / 11 / 26 259 0 8563   
44 44.나중에는 내가 너 구해줄게. 2017 / 11 / 24 260 0 8193   
43 43.제이가 내 사무실에는 어떻게……? 2017 / 11 / 24 257 0 8265   
42 42.미래의 남편이요? 2017 / 11 / 22 250 0 8823   
41 41.짝사랑하는 여자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법 2017 / 11 / 20 260 0 8481   
40 40.제이 씨, 우리 형이랑 사귀어요? 2017 / 11 / 17 239 0 8478   
39 39.품에 안긴 가녀린 몸 2017 / 11 / 16 238 0 7984   
38 38.내가 철수 씨를 좋아한다고? 2017 / 11 / 15 270 0 7784   
37 37.대표님, 제이 씨랑 데이트하세요. 2017 / 11 / 14 235 0 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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