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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동경하던 영웅은 영웅이 아니었다.
평화는 더 큰 혼란을 위한 준비기간일 뿐이었다.
각성자라고 불리우는 인간과 다른 인간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기어나오는 전쟁의 망령들.
그 앞에, 각성자 소녀 홍세연이 서 있었다.

 
비통한 밤 1
작성일 : 17-12-30 12:20     조회 : 240     추천 : 1     분량 : 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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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가 멎는다. 그리고 기억을 되짚어 그 ‘이름’을 떠올린다.

  인류 종말의 모델하우스. 푸티나그라드. 6백만의 전사자와 수십만의 민간인 피해를 냈던 그 지옥 한가운데에 나타난 ‘세계의 적’,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타난 ‘언노운’.

  이름 없는 자.

  김연은 그 정체가 자신이라고 당당하게 고백하고 있다.

  “하아.......하아.......”

  숨이 가빠온다. 몸에 축적된 데미지와 충격적인 진실에 몸서리친다. 그러나 이대로 끝일 순 없다. 아직 들어야 할 것이 남아있다.

  그것이 뭐였더라?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릿속에 단 하나의 사실만이 맴돈다.

 

  김연은 이름 없는 자. 자신이 잡아야 할 언노운.

 

  “꽤 놀랐지?”

  그걸 말이라고.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네.”

  당신이 이렇게 만들었잖아.

  “참고 삼아 말해주지.”

  “뭘......”

  “당연히 지금 나타난 언노운에 소속되어있는 건 아냐. 하지만.”

  김연은 잠시 말을 멈춘다. 그러나 다시 나를 보며 말한다. 너무나 부드럽고, 씁쓸함이 느껴지는 얼굴로.

  “적어도 관련이 없진 않지.”

  왜 굳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무겁게 하고 싶어서 안달난 것처럼. 왜 굳이 자신을 드러내면서 압박하는 걸까.

 

  “크윽.......”

  다시 눈물이 난다. 김연. 자신의 상관. 날 공장에서 구해줬던 사람. 성격은 더럽지만 의지할 수 있던 사람.

  배신감에 몸이 떨린다. 배신감?

  아, 그렇구나.

  난 이사람을 신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야 깨닫는다. 그를 동경했다. 욕하고, 틱틱대면서도 내심 강하고, 믿을 수 있는 상관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도움을 받았다. 두달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에게서 무언가를 많이 배웠다.

  오빠가 떠난 이후로, 유일하게 마음을 열고 의지했던 남자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자신의 삶에서 유일하게 좋아했을 남자일지도 몰랐다.

  그걸 배신당한 이제야 깨달았다니, 아니, 배신당함으로써 깨달았다니, 정말 지독한 아이러니다.

  배신? 하하. 그런 것이 아냐. 김연은 언제나 김연인데. 그저 나만 몰랐을 뿐인데.

  나는 김연을 믿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김연이 나를 믿고 있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니 배신이라 하기엔 애매한 상황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것을 자각함에도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아아 그랬구나. 이제야 알겠어.

  나는 그와 오빠를 겹쳐보고 있었다.

  한심하다. 몇년 전의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다른 누군가를 보며 오빠를 떠올렸다.

  결국, 지금의 아픔은 내가 자초한 것이다. 내가 약한 탓이다.

  눈앞에 있는 그는 세계의 적이었다. 5년 전, 칭따오. 오빠를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인간이었다.

  그런 그를, 나는 멋대로 동경하고, 오빠를 떠올리며, 조금은 좋아했었다.

 

  “흑...... 흐흑......”

  울었다. 꼴사납다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온몸이 떨린다. 김연은 그것을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오빠......”

 

 -------------------------------------------------------------------------

 

  “......”

  눈앞의 소녀가 울고 있다. 정말로 서러운 듯이, 자신의 죽은 오빠를 부르며 울고 있다.

  그 얼굴은 익숙하다. 언젠가 너도 이 얼굴을 하고 나를 붙잡고 울던 날이 있었지.

  이렇게 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너무나 익숙한 얼굴, 그 울음마저 너무나 익숙하다.

  백 번, 천 번, 살아가는 일분 일초. 한시도 그리워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 얼굴이다.

 

  아이린. 이 아이는 너와 너무 닮았어.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너와 닮은 얼굴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우는 이 아이에게, 나는 무엇을 해줘야 하는 것일까.

  너와 닮은 얼굴로, 나에게 상처받아 우는 이 아이에게, 나는 무엇을 해줘야 하는 것일까.

  울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나는 울면 안된다. 누군가를 위한 감정을 가지는 것조차 안된다.

  손을 내밀고 싶다. 그러나 나에겐 그런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눈물을 닦아줄 수 없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추악하다. 내 손이 너무 더럽다.

  나는 이렇게, 얼마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짓밟아 온 걸까.

  아이린, 네가 너무 그리운 날이야.

 

 -------------------------------------------------------------------------

 

  갑자기 오빠가 떠오른다. 그래, 나는 오빠의 사건 역시 알아야한다.

  “대답......해 주세요......”

  “......”

  “당신이...... 오빠를.......”

  “......”

  “2026년...... 2월 14일...... 칭따오....... 대한 민국 공수 여단 8중대....... 당신의 짓인가요?”

  “......”

  “말해!!!!!!”

  절규하는 나. 김연은 한숨을 쉰다. 달을 바라본다. 창백한 달빛 탓일까? 어쩐지 그의 얼굴이 너무나 슬퍼보인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 역시 같이 슬픔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슬픔이다.

  “아니라고 한다면, 믿을래?”

  “......”

  마음속에 한줄기 희망의 줄이 내려온다. 그러나 그것을 잡을 수 없다.

  잡고 싶지 않다.

  잡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

  그것을 잡고 올라가는 일, 추락하는 것이 두렵다.

  “역시 믿긴 힘들지?”

  “그렇다면....... 어째서.......”

  어째서 기록에 남아있지? 누명이라도 썼다는 건가? 그렇게 말하고 싶다. 그러나 말을 잇기가 힘들다.

  “인정할 건 인정하지.”

  그리고 콘크리트 파이프 더미에서 내려오는 김연.

  “그날 난.......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 그곳에서 전투가 있던 것도 보았지”

  “!!!”

  “그렇다면, 어쩔거지?”

  “뭐, 라고......?”

  김연은 고개를 삐딱하게 한 채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땅바닥에서 일어나려 애를 쓰면서도 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노려본다.

  “내가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 자세히 말해줄 이유가 있을까?”

  “.......”

  “그렇다면 넌 어쩔거냐. 날 붙잡아 취조하려고 해도 네가 할 수 있을까?”

  “.......”

  그럴수 없지. 난 당신에게 상대도 안되니까.

  “아니면, 이대로 이를 바득바득 갈며 노려보기만 할테냐? 그것도 좋지. 적개심을 숨기지 않고 발산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해소에는 꽤 도움이 될테니.”

  “.......하고 싶은 말이....... 뭐죠?”

  “딱히 없어. 그냥 네 꼴이 우스워서, 한마디 해주고 싶었거든.”

  다시 땅을 바라본다. 눈물이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어째서...... 그곳에 계셨죠?”

  “하하........”

  김연은 웃는다. 그리고 내게 다가와 허리를 굽히고는 속삭이듯 말한다.

  “어째서 묻는 거지? 내가 무슨 말을 하건 믿겠다는 건가?”

  “그건.......”

  “그럼....... 내가 거기 있던 것은 우연일 뿐, 네 오빠와는 별 관련 없다고 말하면, 믿을 건가?”

  “??”

  이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걸까.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 해주지. 난 네 오빠를 죽이지 않았다. 난 그저 바로 앞에 적의 해군 기지가 설치되어 있는데 거길 건드리지조차 못하는 한국군과 UN군이 너무 답답해서 살짝 건드리러 간거지.”

  너무나 가벼운 말투, 남의 트라우마를 그따위로 건드리는 말투가 너무나 거슬린다.

  “......”

  “물론 근거는 없다. 믿든 안 믿든 네 자유.”

  “그딴.......”

  “하지만 이제 와서 거짓말 할 이유는 없지.”

  그렇게 말하고 김연은 천천히, 굽혔던 허리를 편다. 그리고 비참하게 땅을 기는 나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웃으며 말한다.

  “내가 이렇게 한번 밟으면 숨이 끊어질 상대에게 거짓말해서 얻는 것이 뭐지?”

  그래, 당신에겐 고작 내가 그렇게 보이는 구나.

  처절할 정도로 약한 상대, 그저, 진지하게 대할 가치도 별로 없는 존재. 말 그대로 벌레.

  “......진실을 말하면 얻는 것이 있나요......”

  “......”

  김연은 말문이 막힌 듯, 굳은 얼굴로 내려다 본다.

  그것 참 진귀한 광경이다. 김연이 입을 닫다니.

  “......없네?”

  “......”

  “말했지. 믿든 안믿든 너의 자유야.”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왜일까.

  “왜죠?”

  “뭐가?”

  “언노운....... 당신들은 왜....... 어째서.......”

  “......”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무엇을 묻고 싶은 걸까. 그저, 나오는 대로 말하자.

  “어째서....... 그런 짓을 하고 다닌 거죠? 어째서....... 전쟁에 뛰어든 거죠?”

  “아하하하하.......”

  웃는다. 너무나 달콤한 목소리로 웃는 김연이었다.

  “말했잖아? 난 용병이었다고.”

  “......”

  “용병이 전쟁에 나가는데 돈 말고 다른 이유가 필요해?”

  “......”

  입술을 깨문다. 비릿한 피 냄새가 난다.

  저것은 거짓말이다. 나라도 알 수 있다.

  전적을 광고삼아 자신을 팔아야 하는 용병이 자신의 존재를 숨길 리가 없다.

  무엇보다, 그들의 기록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모두의 관심조차 없는 분쟁지역. 그저 그곳의 사람들만을 가둬놓은 지옥들.

  소말리아와 다른 아프리카지역,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누구도 개입할 이유가 없는 지옥.

  그들은 그 곳에서도 나타났다.

  그리고 정말 고용되었을 뿐이라면,

  어째서 당신들은 스스로 세계의 적이 되었나.

 

  “거짓말.......”

  “네가 날 뭘로 보고 있었든간에, 난 근본이 용병이거든. 유감이야.”

  “......그렇다면, 어째서 푸티나그라드에서.......”

  “......”

  김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의 역린인 것일까?

  아니다, 김연은 지금 숲속을 보고 있다.

  “하하....... 미안하지만 그것은 어른의 이야기라서 어린이가 들을 만한건 못되네.”

  “크윽....... 어린이가 아니.......”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킨다.

  “어린이 맞아. 그것도 더럽게 미숙한 어린이.”

  “뭐라고요?”

  “얼마나 미숙한지, 꼬리까지 달고 왔잖아.”

  “무슨....... 소리죠?”

  “놈들이 왔어.”

  김연은 웃는 건지, 찡그린 것인지 애매한 얼굴로 말한다.

  “언노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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