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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가출 공주님을 경호하라!
작가 : 머리식히기
작품등록일 : 2017.11.24

(황녀님, 먼치킨, 로판, 나쁜 남주 등)


"그래, 그럼 고향이 어디세요?"

"...이름 없는 숲 속."

"흐음. 그럼 그 숲 속에는 샛길이 많았겠군요. 시발에 새끼..."

"뭐라고? 시발새끼?"

...대충 이러고 서로 치고박는 미친 마법사 경호원(저승사자)과 철없는 공주(가출 공주님)님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유혹
작성일 : 17-12-30 00:28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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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근데 너는 어떻게 매일 찾아오는 거냐? 할 일이 그렇게 없냐?”

 

 “…”

 

 염랑, 스피카 카오스 라오스와 저승사자, 시크릿과의 전투로부터 약 일주일 뒤. 저승사자는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독서를 하고 계시던 세이라 공주님에게 말했다. 가만히 독서를 하고 있던 세이라 공주님은 책을 덮고 빤히 이 괘씸한 변태 남자를 노려보았다. 괜히 찔리는 마음이 드는 저승사자였다.

 

 “뭐, 뭐! 내가 뭘 잘못했는데 또 노려보냐! 누가 보면 내가 널 해친 줄 알겠다?”

 

 “하! 지금 그걸 진짜로 몰라서 물으시는 거예요? 당신에게는 양심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가보죠?”

 

 세이라의 말을 들은 저승사자는 뜨금했다. 사실 완전히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며칠 전, 그 날 이후로 세이라 공주는 저승사자를 지금처럼 붉게 물든 얼굴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양팔로 감싸 안으며 속삭이듯이 중얼거렸다.

 

 “…저질.”

 

 “뭐? 저, 저질?! 야, 야! 그 일은 피차 불행한 사, 사고잖냐! 그리고 내가 일부러 만졌냐?!”

 

 저승사자가 나름 열심히 변명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시선 뿐이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침대에 벌러덩 누운 뒤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다 이 못된 오른손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병문안을 온 세이라 공주의 가슴을 만졌단다. 아니, 그것도 모자라 떡 주무르듯이 주물렀단다. 물론 이것은 세이라 공주의 주장이었다.

 

 “애초에 증거도 없잖아! 내가 만졌다는 증거 있어?!”

 

 “피해자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지금 증거 타령이에요?!”

 

 세이라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주장하자 저승사자는 또 다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진짜 자신은 만진 기억이 없는데… 하지만 정황상 증거나 과거 행적 때문에 저승사자의 의견은 힘을 잃고 있었다. 스피카 이 여자는 왜 쓸데없는 말을 세이라 앞에서 해가지고 이 사단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진짜 억울하네! 아이고 답답해!”

 

 “원래 성폭행은 피해자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답니다, 이 변태 씨!”

 

 “뭐, 벼, 변태?! 야, 이 망할 공주야! 그딴 법이 어디에 있냐! 진짜 황당할 따름이네! 법이 잘못된 거지, 그런 것은!”

 

 “억울하면 높은 자리에 앉아서 법 고치세요. 사법시험이라도 보셔서 사일런스 제국의 입법부에 취직이라도 하시던지요!”

 

 …진짜 말 한 마디를 지지 않는 세이라 사일런스 제 1 황녀님이셨다. 저승사자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슴을 퍽퍽 때렸다. 진짜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차라리 만졌으면 말을 말지! 자느냐고 아무런 감촉도 못 느꼈다. 만약 느꼈다면 덜 억울했으리라!

 

 한편 저승사자와의 썰전에서 승리한 세이라 공주는 얼굴을 붉히며 다시 독서에 집중했다. 그러나 독서에 집중이 될 리가 없었다. 이곳에만 있으면 그 날의 일… 저 못된 저승사자가 자신의 가슴을 주무른 일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저승사자는 어쨌든 그녀의 시선이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 한숨을 내쉰 뒤 독서에 집중하는 세이라 공주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

 

 정말 더 예뻐졌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만났을 때보다 확실히 예뻐진 것 같았다. 저 초롱초롱한 눈에 오똑한 코. 또 키스하기 좋을 정도로 살짝 두툼한 선홍색 입술은 정말… 거짓말 치지 않고 여신, 루미너스가 그녀만 편애해서 아름답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외모의 사람을 저승사자는 태어나서 그녀를 포함해 단 ‘두 명’을 봤었다. 뭐, 객관적으로는 세이라 공주에게는 살짝 미안하지만 이쪽보다 ‘그쪽’이 더 예쁘기는 하지만 저승사자의 취향은 ‘그쪽’보다는 이쪽, 즉 세이라 공주 쪽이었다.

 

 저승사자의 시선이 잠시 세이라의 입술에 향했다.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로… 얼마나 부드러울까. 또 얼마나 달콤할까. 술중에서 가장 달콤하며 맛있는 술을 입술이라고 하지 않던가. 다른 사람의 입술은 솔직히 신경도 쓰이지 않았지만 오로지 이 여자의 입술만큼은 신경이 쓰였다.

 

 다만…

 

 “뭘 자꾸 힐끔힐끔 봐요! 하여간 예쁜 것은 알아가지고!”

 

 “진짜! 아니거든! 왜 자꾸 괜히 시비를 거냐!”

 

 “아니라는 사람이 자는 척하면서 제 가슴이나 만지나 보죠? 이 변태! 저질! 짐승!”

 

 …그래, 저 예쁜 입술에서 나오는 말이 문제다, 진짜. 표독스럽게 저승사자를 쳐다보던 세이라는 ‘흥!’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돌린 뒤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승사자 입장에서는 저 망할 공주님 때문에 짜증나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늘로 끝이었다!

 

 ‘휴, 조금만 참자. 내일 퇴원이니까. 퇴원하자마자 추가로 휴가 신청했으니 저 미친 여자를 당분간 볼 일은 없을 거다!’

 

  그렇다. 내일 퇴원과 동시에 집에서 푹 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승사자였다. 지난번 염랑, 스피카와의 싸움 때문에 몸이 많이 상한 저승사자였다. 뭐, 사실은 경호하는 데 큰 무리는 없겠지만 요즘 부쩍 지친 그였기에 푹 쉬고 싶었다. 하지만 휴가 기간이 생각보다 짧기에 지난번처럼 대륙 북부의 DS시티로 돌아가지는 못하겠지만. 그러나 사실 기쁘기도 하면서 동시에 살짝 아쉬운 저승사자였다. 왜냐하면 공주님을 당분간 못 보니까… 하지만 저승사자는 그 감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저승사자는 그 보답이라도 받을 생각인지 오늘 몰래몰래 세이라 공주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미인을 보는 것이 유쾌하지 않을 리는 없지 않은가. 물론 저 망할 입에서 말만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머리카락, 얼굴, 목, 그리고… 문제의 가슴까지 정말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너무 예쁘다, 이 여자! 본인이 예쁘다는 것을 알아서 문제지만.

 

 ‘그건 그렇고… 내, 내가 저걸 만졌다고?’

 

 저승사자가 다시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그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그녀의 가슴을 굉장히 부각하는 디자인이었다. 물론 사일런스 제국의 여자들은 가슴이 크기 때문에 그녀의 가슴 크기는 이곳 기준은 평균 정도였지만 저승사자는 대륙 북부 출신이었다. 대륙 북부는 추위 때문인지 여성의 가슴 크기가 작았다. 게다가 12살 이후 4년 동안 같이 지낸 불쌍한 가슴의 소유자인 스피카는 거의 절벽 수준이었기에 저승사자에게 있어 사일런스 제국의 여자, 특히 세이라 공주의 가슴 크기는 신세계나 다름이 없었다.

 

 ‘진짜! 차라리 만지고 있을 때 잠에서 깨어났어야 했는데! 그러면 덜 억울할 것인데 말이야! 빌어먹을!’

 

 저승사자는 진심으로 그 날을 후회했다. 한편 얼굴을 붉히고 독서를 하고 있는 세이라 공주는… 몸을 살짝 떨고 있었다. 저승사자가 세이라 공주한테만 집중을 하느냐고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세이라 공주의 책장은 넘어가지 않았다. 게다가 심지어 책이 펼쳐져 있는 곳은 목차였다. 처음부터 독서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세이라였다.

 

 ‘또 보고 있어… 부끄러워…’

 

 그녀도 사람인지라 정신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저승사자의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사실 그것은 그녀가 자초한 것이기도 했다. 시녀들에게 사정사정해 생전 하지 않던 메이크업을, 그러나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지만 그녀의 외모를 돋보이게 하는 화장을 했다. 또한 평상시와는 달리 가슴을 돋보이게 만드는 드레스까지 입었다.

 

 ‘이 옷… 역시 너무 노출된 것 같아…’

 

 평상시에는 부끄러워서 입지 못하는 옷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올 때는 로브로 꽁꽁 숨겨서 올 정도였다. 따스하고 습한 공기가 앙가슴에 닿을 때마다 심장이 덜컹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구석구석 훑는 저 못된 남자의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부끄러웠다.

 

 ‘으으으… 이번에는 어딜 보시는 거야… 이 변태! 저질!’

 

 그러나 생각은 이렇게 하면서도 정작 불쾌한 감정은 없었다. 애초에 이 일은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 사실 지난번 사고로 가슴이 만져졌을 때도 수치심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일 때문에 저승사자가 자신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된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녀는…

 

 ‘변태! 이 변태! 저질! 짐승! 가슴이 그렇게 좋아?! 변태의 시선은 불쾌할 뿐이라고요!’

 

 이렇게 강하게 부정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싫지는 않았다. 만약 싫었다면 책으로 그의 얼굴을 퍽퍽 때렸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그러나 요즘 세이라 공주님에게 고민이 생겨버렸다. 그것은 바로 저승사자가 건방지게 휴가를 신청한 것이다! 누워서 쉬었으면 되었지! 내 경호는 또 뒷전이고 놀러갈 모양이다! 세이라는 볼을 살짝 부풀렸다. 다행히 저승사자의 뜨거운 시선은 그녀의 얼굴이 아닌 가는 허리에 가있었기에 그가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으으으… 살 안 쪘겠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허리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기 위해서였지만 그녀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아…”

 

 그리고 그 유혹이 제대로 먹혔는지 저승사자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어를 말했다. 물론 세이라는 그것을 들었지만 창밖 날씨에 집중하는 척을 하며 못 들은 척했다.

 

 ‘변태! 변태! 그만 좀 보라고요!’

 

 …다시 말하지만 그녀의 잘못이 7할은 넘는다. 어쨌든 세이라는 오늘도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바보 같은 남자가 감히 자신의 경호를 버려두고 휴가를 신청해버렸다. 비록 황제이자 아버지인 임파이니가 근신과 반성문의 벌을 풀어주었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녀는 저승사자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성격은 더럽지만 그래도 얼굴은 음… 꽤 준수한 남자이다.

 

 그녀의 생각에 여자를 꼬시러 가면 쉽게 꼬실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세이라는 이 남자의 성격 때문에 저승사자의 인기는 최악이고 인간 불신 때문에 꼬실 일도 없으며 만약에 설사 꼬시더라도 여자 쪽에서 도망칠 것이 분명하며 무엇보다 한 여자 일편단심인 상태이기에 그럴 일은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괜히 의심하는 것이었다.

 

 사실 딱히 아무 사이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 정도 사실은 이제 세이라 공주 역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래서 이번에는 다르게 접근하기로 마음먹은 세이라였다.

 

 “크흠. 저승사자.”

 

 “어?! 아, 왜.”

 

 세이라가 자세를 바로잡은 뒤 담담하게 저승사자를 부르자 그제야 황급히 원래대로 돌아온 시크릿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그의 그런 모습이 귀여워서 그녀는 웃음을 지을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은 뒤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듣자하니 내일부터 휴가시라면서요.”

 

 “그렇습니다만?”

 

 “그렇군요.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저승사자는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응? 뚱딴지 같이 그걸 왜 묻지? 저승사자는 잠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딱히 답하지 않을 이유는 없기에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치킨.”

 

 “치킨이구나… 참 당신다운 음식이네요.”

 

 “…그게 또 무슨 시비이신지?”

 

 바로 따지고 들어가는 저승사자였지만 세이라는 시계를 힐끔 바라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가야할 시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이 없는 것은 서로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무 오래 이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알았어요. 그러면… ‘내일 봬요.’”

 

 “응? 나 내일 휴가라니까.”

 

 저승사자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지만 세이라는 입가에 미소를 지을 뿐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에게 손을 흔들어준 뒤 방을 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본 저승사자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등까지 파인 드레스였다! 잡티 하나 없고 날씬한 그녀의 등에 저승사자는 심장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 충격으로 인해 방금 그녀가 했던 말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뒤였다. 세이라는 그가 그러던지 말든지 밖으로 나와 기사가 건네준 로브를 입고 황궁으로 돌아갔다. 입가에 환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시며.

 

 그 미소에 기사들 역시 덤으로 호강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여자가 미소를 지으면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것은 진리였기에.

 

 ‘헤헤. 내일 깜짝 놀라게 만들어야지!’

 

 그러나… 내일 깜짝 놀라는 사람은 저승사자가 아니라 세이라 공주였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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