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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빌런이 너무 약해서 내가 빌런이 되기로 했다.
작가 : 하얀유령
작품등록일 : 2017.10.31

히어로와 빌런,초능력자란 말이 아무렇지 않게 들리게된 근미래.

'최강의 빌런'이 목표인 글러먹은 소년 '임태성'은 부친의 추천으로 히어로 전문육성학교 '개벽'에 입학하게 되는데...

 
Chapter 6.환장의 수련회(完)
작성일 : 17-12-30 00:06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9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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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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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부반장! 한유리! 일어나 인마! 언제까지 자빠져있을꺼야?!"

 

 다급히 자신을 부르는 거친 목소리에 유리는 서서히 눈을 떴다.

 

 잠시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고 신음하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꺾어 옆을 바라보았고 이내 그녀의 옆에 구부정히 앉아있던 태성이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내 참.살다살다 너같은 애는 또 처음 본다.나오라고 할땐 안나오다가 기어이 사고를 쳐야 직성이 풀리냐? 앙? 너 때문에 나까지 물 실컷 먹었잖아 이거?"

 

 퉁명스럽게 꿍얼대는 태성에게 유리는 슬쩍 미간을 찌뿌렸다.

 

 "물을 먹었다니..그게 무슨 소리에요? 혹시 당신이 절 구해준 거에요?"

 

 "그럼 누가 구해줬겠냐? 저 쇳덩이 형님이나 잘난 사범 형씨가 구해주리? 죄다 그놈의 수박먹느라 정신이 딴데 팔려있었는데?"

 

 짐짓 엄지를 척 세운 태성이 뻘줌하게 뒤에 서있던 명호와 유사범을 가리켰다.

 

 비단 두 사람 뿐만 아니라 그녀의 주변에는 나현과 명희,수아도 덩달아 진을 치고 앉아있었고 멀찍히 떨어진 야자수 그늘에는 채윤 선생이 팔짱을 낀채 기대어 서있었다.

 

 "미..미안해요 유리 언니.진짜 위험했었는데 미처 봐주지도 못하고…."

 

 "저..저도요.너무 들떠있어서 목소리도 제대로 못들었어요.우으으..정말 죄송해요."

 

 울먹이며 사과를 표하는 나현과 수아에게 유리는 애써 괜찮다는듯 피식 웃어보였다.

 

 그녀의 미소에 무덤덤히 지켜보고만 있던 명희도 그제서야 입가에 미소를 띄웠고 이내 바닥에 손을 짚은 유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다들 사과하실 필요없어요.오히려 고집만 부리면서 의기양양했던 제가 사과를 해야하는걸요? 그러니까 다들 침울하게 굴지 말라구요."

 

 "음..뭐 그럼 다행이긴한데..일단 반장한테 먼저 고마워하라고.반장이 갑자기 먹던 수박 내팽개치고 초스피드로 바다에 뛰어든 덕분에 간신히 널 꺼내온거니까."

 

 "태성 씨가..그랬다구요? 말도 안돼.잠수함이네 뭐네 그렇게 비난했던 그 태성 씨가요?"

 

 단숨에 고개를 갸웃한 유리가 의아한 눈으로 곧장 태성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참나..구해줘도 뭐라그러네.그래.내가 초스피드로 달려가서 꺼내줬긴했지.근데 그게 뭐 어쨌다고?"

 

 "아니.어쨌달까 뭐랄까..일단 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고싶은데요?"

 

 "감사는 무슨.됐으니까 집어치워.명색이 그래도 반장인데 애들한테 뭔일생기면 다 내가 덤터기 쓰잖아? 그리고 기껏 놀러왔는데 불미스런 일터져서 분위기 흐리는 것도 질색이라고."

 

 "그..그런 거였군요? 휴우..전 또 태성 씨가 저한테 뭔가 특별한 마음이 있어서 그러는줄 알고 괜히 긴장했네요."

 

 슬쩍 가슴을 쓸어내리는 유리의 대답에 태성은 금세 미간을 찌뿌리며 깨름칙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널? 염병하고 앉았네.너한테 특별한 마음이 생기면 내가 차라리 나현이한테 무릎꿇고 당장 프로포즈를 하겠다."

 

 "뭐..뭐라구요?! 절대 안돼요! 아직 나이도 안찬 사람들끼리 무슨 프로포즈는 프로포즈에요?!"

 

 금세 역정을 내기 시작한 유리는 태성과 머리를 맞대고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보다못한 명희와 나현이 각각 두 사람을 뜯어말리고 나서야 유리는 겨우 진정했고 이에 짐짓 두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던 채윤이 사이로 끼어들며 둘의 이마에 꿀밤을 박아넣었다.

 

 "자자, 둘 다 그만들 으르렁대고 얼른 일어서라.날도 저물었으니 이젠 베이스 캠프로 돌아간다.다른 놈들도 그만 멍때리고 얼른 옷갈아입고 나와라."

 

 "에이 씨..그런다고 머리에 주먹을 박냐? 하여튼 저 가슴만 큰 폭력교사가…."

 

 "호오.모래밭 한가운데서 총살당하고 싶은가 보지? 니 그 잘난 모션아이도 좀만 더 사용하면 과부하일텐데?"

 

 "쳇.알았어요 알았어.일어나서 옷 갈아입으면 될거 아냐 참나!"

 

 슬쩍 자신을 돌아보는 채윤의 엄포에 태성은 혀를 차며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을 힐끔대던 다른 이들도 하나둘 대여소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이내 자리를 딛고 일어서려던 유리에게 태성이 슬쩍 손을 내밀었다.

 

 "잡아.아직 머리 지끈거릴텐데 그 상태로 제대로 걸을 수나 있겠냐?"

 

 "쓰..쓸데없는 참견이에요! 확실히 좀 지끈거리지만 아주 못 걸을 수준은 아니..!"

 

 곧바로 대꾸하며 일어서려던 유리가 이내 발을 헛디디며 앞으로 무너졌다.

 

 간신히 그녀를 부축한 태성이 어찌저찌 그녀를 받쳐들었고 그 순간 태성의 손끝에 뭔가 몰캉거리는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져왔다.

 

 '음? 뭐야 이건? 찹쌀떡도 아니고..꼭 풍선만지는 느낌인데?'

 

 "이..임태성 씨?! 받쳐준건 고마운데..지금 어딜 만지는거에요?!"

 

 단숨에 얼굴을 확 붉히는 유리에게 태성은 심드렁히 대꾸해갔다.

 

 "만지긴 뭘 만져? 거 좀 닿는다고 닳는 거도 아닌데..얼른 똑바로 서기나 해."

 

 "그..그건 알겠는데 그전에 이 손부터 치워요! 확 얼려버리기 전에!"

 

 "아 거참.대체 내가 뭘 만지고 있다고 그러는데?"

 

 일순 고개를 내린 태성의 두 눈에 적당히 둥그런 두개의 산등성이(?)가 보였다.

 

 오른손은 유리의 배를 잡고있었지만 왼손은 공교롭게도 정확히 그 산등성이 중 한곳을 짚고 있었고 이에 흠하고 중얼거린 태성이 짐짓 왼손을 쥐었다폈다하기 시작했다.

 

 "아흣?! 태..태성 씨?! 지금 뭐하는 거..읏?! 자..잠깐 거긴 민감한..아..안돼!!"

 

 "호오..과연.여자는 여길 만지면 발광하는구만? 좋은 공부가 되었다 부반장."

 

 "으으..그전에 얼른 손 치우라니까요!"

 

 곧바로 벌떡 일어선 유리가 냅다 태성의 뺨을 거세게 후려갈겼다.

 

 생전 처음 맞아본 따귀에 태성은 짐짓 멍한 얼굴로 유리를 바라봤고 이에 씩씩대던 유리는 단숨에 등을 돌려 태성에게서 멀어져갔다.

 

 "다녀왔습..으와?! 태성 오빠! 그 손자국 뭐에요?! 누가 때렸어요?!"

 

 "아, 뭐..망할 부반장이 좀 말이지.참나..죽다 살아난 년이 따귀 하나는 더럽게 쎄게 치네."

 

 먼저 옷을 갈아입고 나온 나현에게 태성은 심드렁히 대꾸하며 얻어맞은 뺨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대충 뺨을 가라앉힌 태성은 대여소로 들어가 주섬주섬 옷과 장비를 챙겨입었고 잠시 후 겨우 옷을 다 갈아입은 3반 인원들은 모두 무사히 베이스 캠프로 복귀하게 되었다.

 

 '내일은 가볍게 레크리에이션 한판하고 바로 귀교(歸校)인가..제길.뺨맞은 데가 아직도 욱신거리네.'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캠프 내부에서 태성은 묵묵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딱히 피곤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니었지만 일어나긴 귀찮았기에 눈만 멀뚱멀뚱 뜬채 침상에 누워있었다.

 

 "이제 학교로 돌아가면..다시 또 귀찮은 일들에 휘말릴려나? 뭐, 여기서도 엄청나게 귀찮은 일 투성이였지만서도…."

 

 짐짓 혼잣말로 중얼대던 태성은 이내 뭐가 그리 우스웠는지 피식 자조섞인 조소를 지었다.

 

 '제발 돌아가면 예전보단 덜 귀찮게 되었으면 좋겠는데..애초에 난 빌런 지망인데 왜 히어로 학교에 입학해서 이 고생인건지..하아.뭐 이제와서 후회해도 어쩔 수 없나?'

 

 속으로 중얼거리던 태성은 새삼스레 히어로 학교에서의 일상에 적응한 자신이 퍽 측은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입학식 때는 그렇다 치고 여태껏 자신은 원래 목표했던 학교 평정은 커녕 주변의 다른 이들에게 휘말려 이상한 명성만 날로 쌓아가고 있었다.

 

 당장 나현이는 물론이고 명희,명호,유사범,수아와 유리 등 자신의 주변에 꼬여드는 이들이 하나같이 독특한 특성을 가진 강자들이란 것도 태성의 명성이 증가하는데 큰 몫을 하고있었다.

 

 '뭔가 교내의 딴놈들은 날 최고의 히어로 유망주로 보는 녀석들도 많아졌어..제길.내가 원한 명성은 그딴 게 아니라 최고의 악당! 최고로 인정머리없고 야비한 놈같은 악명이라고! 뭘 좀 알고서 지껄이고 소문을 내란 말이야!'

 

 슬쩍 화가 치밀어오른 태성은 뿌득뿌득 이를 갈다가 이내 체념하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차피 이제와서 한탄해본들 쌓을대로 쌓여 콘크리트가 되버린 명성이 쉽게 사라질리는 만무했다.

 

 '차라리 대놓고 개같은 짓을 해볼까? 되는대로 쌍욕하고 패고 학생회 놈들이랑도 맞다이 좀 까보고..아냐.그럼 그냥 흔해빠진 일진 새끼지 빌런이 아니잖아?'

 

 짐짓 고뇌하기 시작한 태성은 이내 한 손으로 이마를 붙들며 끙하고 신음했다.

 

 암만 생각을 하고 또 해봐도 아이들과 교사들이 자신을 '빌런'으로 다시보게 할만한 좋은 작전은 떠오르지 않았다.

 

 '젠장! 가뜩이나 머리 터질 것 같은데 또 오줌은 마렵고 난리네..잠깐 나가서 비우고 와야겠어.'

 

 한참을 고민하던 태성의 아랫도리가 문득 다급한 긴급 신호를 송출했다.

 

 마지못해 침상을 딛고 일어선 태성은 입구의 천을 걷고 나와 적당히 외진 수풀로 들어갔고 이내 자세를 잡은 그는 지퍼를 풀고 시원하게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하아..열대의 섬에서 홀로 야밤의 볼일이라니..제법 운치있네."

 

 혼잣말로 흥얼거린 태성은 이내 볼일을 마치고 지퍼를 다시금 끌어올렸다.

 

 "흐음~ 니가 바로 그 소문의 이하생략이구나? 나름 유명하다던데 거기 사이즈는 별로 대단하진 않네?"

 

 일순 막 등을 돌리려던 태성의 등뒤로 장난끼 넘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급히 고개를 돌린 태성은 주변을 둘러보며 인기척을 찾기 시작했고 이에 태성의 바로 뒤에 서있던 나무 위에서 무언가 촥 소리와 함께 바닥에 내려섰다.

 

 "..뭐하는 놈이냐? 내가 알기론 여긴 분명히 무인도인걸로 알고있는데?"

 

 슬며시 중얼대는 태성의 뒤통수로 이내 까르르 새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키히힛.확실히 무인도는 무인도지.근데 그건 별로 중요한게 아니잖아? 니가 지금 궁금한건 내가 누구인지에 관해서일테니까 말이야."

 

 정확히 핵심을 찌르는 대답에 태성은 곧장 허리춤에 꽂아뒀던 권총에 손을 가져갔다.

 

 잘은 몰라도 자신에게 드러내놓고 반말로 까불거릴수 있는 사람은 교내에서도 그리 많지않았다.

 

 더군다나 자신이 기척도 미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접근할수 있는 사람도 역시나 손에 꼽을 정도로 굉장히 드물었다.

 

 "다시 한번 묻겠다.넌 뭐하는 새끼냐? 일부러 남이 볼일보는 것만 골라서 훔쳐보는 악취미가 있는 것도 아닐테고…."

 

 "키킥.미안하지만 그 정도로 변태는 아니라고? 날 재미있게 해주는 녀석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겠지만..그전에 니가 그럴 그릇인지부터 먼저 확인해야겠지?"

 

 "개수작이라도 부릴 작정인가본데..어이.상대는 좀 보고 지랄하지그래? 그리고 그전에 일단 면상부터 까.면상도 모르는 놈이랑 치고박는 취미는..없다고!"

 

 곧바로 총을 뽑아든 태성이 뒤로 돌아 단숨에 정면을 겨누었다.

 

 뜻밖에도 그의 앞에 서있는 것은 끽해봐야 나현이랑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고양이 상의 소녀였고 검은색과 붉은색 선이 뒤섞인 후드짚업 티를 걸치고 있었다.

 

 "흐음~ 제법인데? 군더더기없고 깔끔하게 바로 뒤에 선 놈의 미간을 겨누는 솜씨라..꽤 연습을 많이 했나봐?"

 

 또 한번 짓궃게 중얼대는 소녀를 태성은 잠시 유심히 바라보았다.

 

 얼핏 봐도 자신과 같은 학교의 학생은 분명 아니었고 좌우로 쭉 찢어진 여우같은 눈매와 짙은 눈썹에서 교활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푹 뒤집어쓴 후드 사이로 튀어나온 앞머리는 염색이라도 했는지 연한 녹색을 띄고있었고 앞주머니 사이로 양손을 푹 찔러넣은 거만한 자세는 절로 태성의 짜증을 돋게 만들었다.

 

 "짜잔~ 보시다시피 요런 모습입니다요? 어때? 이젠 좀 한판 붙어볼 마음이 생겼어?"

 

 "개뿔..이런 후덥지근한 곳에서 그딴 후드티나 뒤집어쓰고 있으면 덥지도 않냐? 계절감각이 없어도 적당히 없어야지."

 

 "후훗.지금 그래서 생판 모르는 날 걱정해주는거야? 이거 의외인걸? 누구한테나 빈정대고 싹퉁바가지같은 성격이라고 들었는데 설마 그런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일줄이야.."

 

 빈정대며 웃는 의문의 소녀에게 태성은 곧바로 미간을 더욱 험상궃게 찌뿌렸다.

 

 "아, 그래.뭐라고 씨부리는지는 잘 들었고..할말은 그게 다냐? 더 할말없으면 당장 내가 방아쇠 당기기전에 썩 꺼지지 그래? 안 그래도 좀 짜증나서 뭐라도 갈기고 싶었거든."

 

 "헐.진짜로 쏘겠다고? 그래봐야 헛수고일텐데? 왜냐면 니가 암만 여기서 그 잘난 총을 갈겨봤자 나한텐 한대도 안 맞을테니까."

 

 "그건 또 뭔 헛소리야? 총구가 눈앞에 있으니까 갑자기 정신이라도 나간거냐?"

 

 "전혀.난 쫄지도 않았고 미치지도 않았는걸? 딱 잘라서 말하자면..오히려 우습다고나 할까? 별 보잘것 없는 불완전한 능력만 믿고 깝치는 니 처지가 말이야."

 

 금세 조소짓는 소녀에게 태성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태성이 쏜 총탄은 여자애를 그대로 뚫고 지나가 뒤편의 나무둥치에 박혀들었고 이에 슬쩍 의아해한 태성이 다시금 여자애를 노려보았다.

 

 "너..무슨 수작을 부린거냐? 분명 정확히 미간을 맞췄을텐데 어째서?"

 

 "크크큭.바보 등시인~ 아까도 말해줬잖아? 넌 내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한다고.애초에 지금 니가 보고있는 내 모습은 진짜 내가 아냐.엄밀히 말하자면..내 분신 중의 하나지."

 

 "분신이라고? 아하..과연.그럼 넌 지금 본체가 따로 있다는 소리렸다?"

 

 "빙고.뭐 그런고로 니가 지금 나한테 백날 총을 갈겨봤자 아무런 피해도 입힐 수 없다고.애초에 난 너랑 싸우려고 온게 아니라 단지 교섭을 하러온 것 뿐이기도 하고 말이야."

 

 구렁이 담 넘어가듯 말을 이어가는 여자애에게 태성은 슬쩍 영문모를 조소를 지었다.

 

 "교섭이라고? 하! 애초에 생판 얼굴도 모르는 너 따위랑 내가 왜 교섭같은걸 해야하지?"

 

 "음..뭐 그것도 그렇네.교섭이라기보단..권유라는게 더 맞는 표현이려나? 흐흣.뭐 아무렴 어때? 아무튼 넌 들어야하는 처지고 난 말만 해주고 니 결정만 들어주면 그만이거든."

 

 "헹.뭐 좋아.그럼 한번 지껄여보라고.나한테 뭘 권하고 싶은지 어디 들어나보자."

 

 짐짓 태연하게 대꾸한 태성이 곧바로 팔짱을 끼며 소녀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잠시 조소를 짓던 소녀는 몸을 앞뒤로 한번 까딱이고는 주머니에 꽂았던 한 손을 꺼내 척하고 허공에 치켜세웠다.

 

 "으흠! 그럼 귀파고 잘 들으라고.난 빌런 연합에서 너에게 파견된 사자야.당장 이름은 알려줄순 없지만 적어도 출신이 어딘지는 밝혀둬야 너도 조금은 들을 마음이 생길 꺼 아냐?"

 

 "그 빌런 연합이라는게 뭔지나 말해보시지.설마 빌런들끼리 모여서 뭐 단체같은 거라도 하나 만든거냐?"

 

 "아주 심플하게 말하면 그렇지.정확히는 여긴 단체랄까 그냥 제멋대로 하는 갱단 같은 느낌이지.오로지 그럴 능력과 힘만 있으면 누구나 윗대가리인 탑 5가 될수있고 원하는건 무엇이든 가질 수 있어.설령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거라도 말이지."

 

 "뭐 그저 그렇군.그래서 그 제멋대로인 곳에서 왜 나한테 사자를 보낸거지? 난 정식 히어로도 아니고 고작 히어로 학교 학생이라고?"

 

 짐짓 반문하는 태성에게 의문의 여자애는 또다시 피식 조소지었다.

 

 "키힛.그야 정식 히어로보단 아직 여물지 않은 히어로 학교 쪽 애들을 건드리는게 조직 입장에선 더 수지맞는 장사니까.요즘 이 조직에선 빌런들의 전체적인 질 향상을 위해 능력있고 뛰어난 새 빌런 유망주를 물색하고 있어.일단은 빌런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니까 말이야."

 

 "그래서..그 유망주 탐색 결과가 나라는 헛소리라도 하려는거냐?"

 

 "딩동댕.솔직히 말해서 빌런이 되겠다고 작정하고 선언한게 꽤 임팩트가 컸었거든? 너는 잘 모르겠지만 히어로 학교에도 우리 쪽의 끄나풀,요컨데 정보통 역할을 하는 녀석들이 꽤 있어.그 녀석들은 매달 종합적으로 우리 쪽에 인적 정보를 보내주고 우린 그 대가를 지불해주는 식인거지."

 

 "아하.그래서 나에 대한 걸 소상히 잘 알고있다는 말이군? 뭐 좋아.그래서 왜 날 유망주로 지목했지? 굳이 끌어들이려는 목적이 뭐야?"

 

 "후훗.왜긴 왜겠어? 니 능력은 잘만 개발한다면 이쪽에 떼돈을 안겨줄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지.게다가 넌 나름 모의전이나 다른 학생들과의 싸움에서도 한번도 져본 적이 없고 최고의 빌런을 희망한다는 소리도 했다니 이보다 더 좋은 유망주는 없다고 판단했지."

 

 장황하게 태성에게 대꾸한 소녀는 이내 숨을 가다듬으며 다시금 태성을 바라보았다.

 

 "뭐 대략적인 설명은 이 정도일까나..? 자, 이제 남은 건 니 선택 뿐이야.니가 지금 여기서 이쪽에 가담하겠다고 한다면 즉시 데려갈 절차를 진행하겠어.일단 니가 한번 들어와준다면 실력을 증명해서 금세 떼돈을 벌수있을거라고."

 

 "돈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한가지 니가 모르는게 있는 모양인데..내 진짜 목적을 넌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어.물론 내가 최고의 빌런을 지망한다는건 사실이지.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냐."

 

 "흐음? 그건 또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넌 분명 빌런을 지망하는 애 아니었어?"

 

 의아한 얼굴로 되묻는 소녀에게 태성은 피식 웃으며 슬쩍 겨누었던 총구를 내렸다.

 

 "애초에 내가 왜 최강의 빌런을 지망하는지..넌 절대로 알지 못해.암만 너희 쪽 조직이 날 열심히 어프로치해준다고 해도 내 목표를 달성하기엔 부족하다고."

 

 "흐흠? 그래서 뭘 어쩌겠단 소리야? 제안에 응하겠다는 거야? 아니면 거절하겠다는거야?"

 

 "당연히..거절하겠어.애초에 너희같은 놈들이랑 굳이 어울리고 싶지도 않고 엄밀히 따져서 말해 난 지금의 히어로도,그리고 지금의 빌런도 전부 마음에 안 들거든."

 

 "엥? 뭐야 그게? 히어로도 싫다.빌런도 싫다.그럼 대체 넌 뭐가 되고 싶은건데?"

 

 다시금 자신을 돌아보는 소녀에게 태성은 씨익 웃으며 마지막으로 대꾸했다.

 

 "내가 원하는건 단 하나.히어로도,빌런도 전부 무릎꿇릴 수 있는 강함,그리고 내 멋대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수 있게되는 그런 강함을 원한다! 아직 너희들 순번은 오지않았어.일단 내 옆자리의 먹순이부터 평정하는게 우선이니까 얌전히 찌그러져있어!"

 

 대꾸를 마친 태성을 의문의 소녀는 잠시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잠시 멍한 표정으로 태성을 바라보던 소녀는 이내 푸훗하며 웃음을 터뜨렸고 곧장 배를 붙잡고 폭소하기 시작했다.

 

 "푸하하핫!! 아하하핫! 아, 배 아파 정말..뭐야 그게? 옆자리 평정이라니..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냐? 세살먹은 애도 아니고..깔깔깔! 아이고 나 죽네!"

 

 "시끄러워 이 쓸데없이 발랄한 년아.너 아니어도 아직 평정 못한 년놈들이 이 학교엔 수두룩빽빽하다고.그 작자들을 다 내 발밑에 무릎꿇리지 않는 이상 난 절대로 니네 조직따위엔 들어가지 않아.알겠어?"

 

 "아하핫..알았어.알았다고.알았으니까 좀 그만 웃겨줄래? 어차피 지금 당장 니가 거절해도 이쪽은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꺼라고.니가 몇번을 거절하든 결국 이쪽에 들어올때까지 꾸준히 섭외할꺼니까 잔뜩 기대하라구?"

 

 단숨에 말을 마친 소녀는 이내 팟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잠시 한숨을 내쉰 태성은 곧바로 등을 돌려 베이스 캠프로 되돌아왔고 이내 그런 태성의 앞으로 헐레벌떡 달려온 나현이 거세게 몸을 부딪혔다.

 

 "으꺗?! 태..태성 오빠! 아직 안자고 뭐하세요? 곧 있으면 취침시간인데…."

 

 어리둥절해하는 나현의 얼굴을 태성은 잠시 지그시 바라보았다.

 

 암만 다시 봐도 순진무구하고 덜 떨어진 얼굴이었지만 왠지모르게 자꾸 애증이 생기는 골치아픈 얼굴이었다.

 

 "잠깐 볼일보고 오셨다 왜? 그러는 너야말로 아직 안자고 뭘 그리 빨빨거리고 돌아다녀?"

 

 "에헤헷..실은 자기 전에 잠깐 태성 오빠 얼굴만 슬쩍 보고오려고 몰래…."

 

 "자알 한다.그럴 정신있으면 내일 퍼뜩퍼뜩 일어나게 얼른 잠이나 자 인마!"

 

 "우엥! 그렇다고 쥐어박을 것까진 없잖아요! 나름 좋아서 그러는건데!"

 

 금세 볼을 부풀리는 나현을 태성은 호되게 한방 더 쥐어박았다.

 

 '그래..아직은 이 녀석부터 평정하는게 먼저야.다신 나한테 이렇게 친근하게 굴지 못할 정도로.'

 

 나지막히 속으로 중얼댄 태성은 슬쩍 나현의 머리를 부벼주고는 자신의 텐트로 등을 돌려 들어갔다.

 

 - 다음 편에 계속 -

 
작가의 말
 

 이것으로 6챕터는 종료입니다.다음 챕터부턴 전혀 예상 외의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할 예정입니다.커밍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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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3챕터 처음부터 다시 쓰겠습니다. 2017 / 11 / 7 606 0 -
60 Chapter.10 그의 평범한 일상(2) 2018 / 2 / 7 346 0 4642   
59 Chapter 10.그의 평범한(?) 일상(1) 2018 / 2 / 5 271 0 6316   
58 Chapter.9 초청의 히어로 리그(完) 2018 / 2 / 3 293 0 4577   
57 Chapter 9.초청의 히어로 리그(4) 2018 / 1 / 30 278 0 5835   
56 Chapter.9 초청의 히어로 리그(3) 2018 / 1 / 28 271 0 6113   
55 Chapter.9 초청의 히어로 리그(2) 2018 / 1 / 26 282 0 5904   
54 Chapter.9 초청의 히어로 리그(1) 2018 / 1 / 25 292 0 3864   
53 Chapter.8 침략의 백화점(完) 2018 / 1 / 21 281 0 9161   
52 Chapter.8 침략의 백화점(6) 2018 / 1 / 19 281 0 8962   
51 Chapter.8 침략의 백화점(5) 2018 / 1 / 18 302 0 4692   
50 Chapter.8 침략의 백화점(4) 2018 / 1 / 16 273 0 5252   
49 Chapter 8.침략의 백화점(3) 2018 / 1 / 14 287 0 7538   
48 Chapter.8 침략의 백화점(2) 2018 / 1 / 13 293 0 6002   
47 Chapter.8 침략의 백화점(1) 2018 / 1 / 11 285 0 6063   
46 Chapter 7.비밀의 일일 데이트(完) 2018 / 1 / 9 291 0 4541   
45 Chapter 7.비밀의 일일 데이트(5) 2018 / 1 / 8 310 0 5610   
44 Chapter 7.비밀의 일일 데이트(4) 2018 / 1 / 6 282 0 6835   
43 Chapter 7.비밀의 일일 데이트(3) 2018 / 1 / 4 300 0 5464   
42 Chapter 7.비밀의 일일 데이트(2) 2018 / 1 / 2 278 0 6815   
41 Chapter.7 비밀의 일일 데이트(1) 2018 / 1 / 1 280 0 5688   
40 Chapter 6.환장의 수련회(完) 2017 / 12 / 30 296 0 9270   
39 Chapter.6 환장의 수련회(7) 2017 / 12 / 28 279 0 4347   
38 Chapter 6.환장의 바캉스(6) 2017 / 12 / 26 271 0 4881   
37 Chapter.6 환장의 수련회(5) 2017 / 12 / 25 298 0 4200   
36 Chapter.6 환장의 수련회(4) 2017 / 12 / 24 278 0 7444   
35 Chapter 6.환장의 수련회(3) 2017 / 12 / 23 284 0 6409   
34 Chapter.6 환장의 수련회(2) 2017 / 12 / 22 273 0 4477   
33 Chapter.6 환장의 수련회(1) 2017 / 12 / 21 295 0 2861   
32 Chapter 5.역경의 셔틀소녀(完) 2017 / 12 / 19 283 0 4390   
31 Chapter 5.역경의 셔틀소녀(8) 2017 / 12 / 17 276 0 1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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