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사명
작가 : 성소은
작품등록일 : 2017.11.24

남들의 죽음을 볼 수 있는 한 여자의 지독한 운명과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다룬 판타지 소설.

 
24
작성일 : 17-12-29 22:22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530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005년 서울

 

  장례식은 아주 조촐하게 끝났다. 수경의 마지막을 보러 와 준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고모의 차가 집 앞에 멈췄다. 고모는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아있는 영을 쳐다봤다. 사실 고모 입장에서 앞으로가 막막한 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수경이 남겨놓은 돈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자신의 집까지 영을 데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아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 고모가 안전벨트를 풀며 영에게 말했다.

 

 “인아 따라 들어가 있어.”

 

 영이 고모를 쳐다봤다. 앞으로 엄마 없이 살아야 하는 것보다 고모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한없이 어렵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였음에도 야속하게도 고모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고모는 영이 내리지 않고 가만히 있자 아예 몸을 틀고 소리 높여 말했다.

 

 “뭐하고 있어. 고모가 아까 내리라고 했잖아.”

 

 영은 고모의 호통에 생각할 것도 없이 다급히 차에서 내렸다. 크고 동그란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의 죽음에도 울지 않았던 영이 고모의 불호령에 울었다. 영이 조심스레 계단을 올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와 살던 곳보다 넓고 쾌적한 공간이었지만 어쩐지 영은 귀신의 집에라도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방에 들어가 있던 인아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인아가 영의 앞에 우뚝 멈춰 서고는 앙칼지게 말했다.

 

 “너 앞으로 우리 집에서 살아?”

 

 영이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는 아니었어도 가끔 만날 때마다 사이좋게 놀았던 사촌 지간이었는데 어쩐지 오늘따라 영은 인아가 불편했다.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엄마아빠의 보살핌 아래 영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인아도 영이 싫고 불편한 건 마찬가지였다. 영의 대답에 인아는 신발도 신지 않고 마당으로 뛰쳐나갔다.

 

 “엄마, 같이 사는 건 싫어. 같이 사는 거 아니라며!”

 

 인아가 고모에게 외치는 말이 집 안까지 다 들렸다. 고모는 인아를 타일렀다. 어쩔 수 없어. 당분간은 그렇게 해야 돼. 우리 인아 좋은 옷 입고 좋은 거 먹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어. 고모의 말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집에 데려왔다는 것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영이 침을 삼켰다. 감기가 걸린 것도 아닌데 목구멍이 너무 따가웠다. 곧 고모는 인아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거실에 서있는 영을 보고 고모가 멈칫하며 인아를 바닥에 내려줬다. 방금 한 말을 들었을까, 들었대도 이해하지 못하겠지. 고모가 영에게 말했다. 차에서보다는 조금 차분한 말투였다.

 

 “곧 고모부 오실 거니까 그때까지 들어가 있어.”

 

 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뗐다. 하지만 이내 다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어디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인아가 그런 영을 어깨로 밀치며 먼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는 인아를 보고 영은 조심스레 인아의 방 앞으로 걸어갔다. 인아를 따라 들어가 있으라고 했던 고모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보같이 머뭇거리다간 또 고모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올까봐 두려웠다. 영이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았을 때 고모가 그런 영을 불렀다.

 

 “거기는 네 방 아니야. 네가 지낼 곳은 그 맞은편.”

 

 고모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영이 몸을 틀어 맞은편 방 문 앞에 섰다. ‘방’ 과 ‘지낼 곳’ 의 미세한 차이를 영이 느꼈던 것일까. 한없이 나약한 영은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한참을 그 앞에 서서 소리 없이 울었다.

 해가 들어가면서 함께 방이 어두워졌지만 영은 전등도 켜지 않은 채 침대에 계속 누워만 있었다. 당장이라도 수경이 자신을 찾으러 올 것 같아서, 미안하다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고 할 것만 같아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도록 가방을 풀지도 않았다. 아직까지는 꿈처럼 느껴졌다. 그때 거실 쪽에서 제법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누군가 온 듯 했다. 영이 몸을 일으켰다.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 들릴수록 영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엄마일까, 엄마겠지. 엄마가 분명해.

 

 “왜 불을 안 켜고 있어.”

 

 문을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와 불을 켠 사람은 엄마가 아니었다. 자그마한 종이가방 하나를 들고 있는 고모부였다. 영의 심장이 점차 차분해졌다. 이제는 그만 현실에 직시해야 함을 인정하는 신호이기도 했다. 고모부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영 앞으로 가서 눈높이를 맞춰 앉았다. 그리고는 영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하나도 따뜻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지어주던 태주와 수경의 미소를 기억해보면 고모부의 웃음은 거짓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많이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잘 지내보자.”

 

 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고모부도 인아에게 좋은 것 먹이고 좋은 것 입히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데리고 사는 것 뿐이라 생각했다. 원망스럽거나 밉지 않았다. 영은 어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엄밀히 말하면 자신은 알지 못하는 더 어렵고 복잡한 무언가가 있어서 어른들이 고모의 말대로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것 뿐이라고 정의내리며 스스로를 위로하려 애썼다. 영의 속내를 알 수 없는 고모부는 영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영에게 종이가방을 건넸다. 영이 무덤덤하게 그것을 받았다.

 

 “오늘 고모부가 경찰 아저씨들 만나고 왔는데 이거 영이한테 꼭 전해주라고 했어.”

 “이게 뭔데요?”

 “엄마 유품이야. 마지막까지 가지고 계셨던…. 소중히 간직해.”

 

 고모부는 한 번 더 영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영이 울지 않으려 온 몸에 힘을 주고 조심스레 종이가방 안을 확인하려는데 거실에서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됐어?”

 “합의금은 부르는 대로 준다더라. 하긴, 지들 입장에서 손해 볼 거 하나 없지.”

 “그럼 보험금이랑 걔가 남겼던….”

 “여보.”

 

 그 이후로 둘의 대화는 끊겼다. 종이가방 안에 담긴 엄마의 유품이라고 하는 그것은 카메라였다. 카메라의 외관에는 긁힌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 카메라 위로 영의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엄마…. 엄마 진짜로….”

 

 울음이 가득 찬 목소리로 훌쩍 거리는 영이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다. 당장이라도 엉엉 울고 싶었지만 고모, 고모부와 인아가 들을까봐 맘 놓고 울지도 못했다. 울음을 멈추기 위해 숨을 참아보기도 했지만 계속 눈물이 흘렀다.

 

 “진짜로 엄마 이제 다시는…. 영이 보러 못 오는 거야? 진짜로 멀리 간 거야?”

 

 계속 현실을 회피하려던 어린아이에게는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아프고 가혹했다. 엄마 대신 남아버린 카메라. 카메라에 나있는 상처들이 그 날 있었던 일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엄마는 진짜로 그 큰 트럭에 치여 죽었다. 꿈도 아니었고 수경이 다시 살아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미안해…. 내가 진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엄마.”

 

 영이 카메라를 품에 안은 채로 여전히 소리 없이 울부짖었다. 엄마의 죽음을 보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은커녕 엄마조차 지키지 못했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 내가 보는 죽음들은 그 사람들의 저주다. 이제 겨우 7살 된 어린 여자아이가 자신의 마음속에 스스로의 죄를 새기고 또 새겼다.

 

  며칠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이러니하게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환은 환대로, 영은 영대로 똑같은 나날을 보냈다. 태주가 방에서 나왔다. 영이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태주는 영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영의 얼굴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이 태주를 힘들게 했다. 환의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최근에 봤던 현서의 좌절한 표정까지. 사실 영에게 모든 것을 밝히고 용서를 빌고 싶을 때마다 자신의 조카인 환과 형의 아내였던 현서의 얼굴이 그런 태주를 막는 다는 것 자체가 끝없는 자신의 죄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태주는 영을 보고 있는 것이 더 힘들었다. 그마저도 영에 대한 연민의 마음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죄의식을 덜기 위해서였고 태주는 끝까지 이기적인 자신이 미웠지만 그러면서도 한 켠으로는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했다. 형의 아내니까, 형의 아들이니까. 가족이기에 그래서 그런 거라고.

 

 “저 오늘 잠시 밖에 다녀올게요.”

 

 생각에 잠겨 있던 태주가 영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차마 그러라고 흔쾌히 대답할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환을 만나러 갈까봐 불안했다.

 

 “어디?”

 

 태주가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영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저 고모 집 다녀올 거예요.”

 “어?”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태주의 얼굴에 근심이 담기자 영이 거실 소파에서 일어나 태주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제법 편안하게 웃어보였다.

 

 “놓고 온 게 있어서요. 비밀번호는 안 바꿨을 거고…. 이 시간엔 어차피 아무도 없을 거라 괜찮아요.”

 “차라리 연락하고 가는 게 낫지 않겠어?”

 “아무도 모르게 얼른 다녀오는 게 나아요.”

 

 태주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별안간 다시 영을 지그시 바라봤다.

 

 “어떤 거…. 가지러 가는데?”

 “엄마 유품이요…. 바보같이 그걸 안 챙겨 왔더라고요. 뭐…. 버렸으면 어쩔 수 없지만.”

 

 영이 쓸쓸하게 웃었다. 수경의 이야기에 태주의 심장이 또 다시 쿵쾅거렸다. 태주는 어서 자리를 회피하고자 급히 인사하고는 집을 나섰다. 태주는 하루라도 빨리 영이 살 집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지언정, 그리고 그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죽을 때까지 고통 받으며 산대도 매일 영의 얼굴을 보고 사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태주도 결국 나약한 인간일 뿐이었다. 태주가 급히 나가버리는 바람에 인사도 못한 영이 멍하니 현관 앞에 서있었다. 요 며칠 사이에 자신을 대하는 태주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건 이미 진즉에 느끼고 있었다. 대화가 길어지는 것을 회피하고 부르기라도 하면 뭐가 그리 불안한지 식은땀까지 흘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영은 환 때문 일거라 생각했다. 나 같은 아이가 가족과 엮이는 건 싫은 거겠지. 영은 태주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영은 자신의 죽음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환에게 영이 평생의 낙인으로 찍혀버리면 태주도 온정신으로 살지는 못하겠지. 영이 짧은 한숨을 쉬며 시간을 확인했다. 고모와 고모부는 확실히 없을 시간이었지만 인아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대학 면접도 모두 끝났을 테니 맘 편히 늘어지게 자고 있을 지도 몰랐다. 그러나 더 늦게까지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태주에게 미처 말하지 못했지만 영은 오늘 환에게 들릴 예정이었다. 사실 영이 죽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모든 것을 환에게 털어놓는 것 말고는 없었다. 만약 절대로 운명을 바꿀 수는 없는 거라면 그게 홧김이 됐든, 아니면 만나는 순간부터 계획한 범죄가 됐든 환은 어떻게 해서든 영을 죽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말한다면. 홧김에 죽이는 일은 더욱 없을 것이며 혹시나 지금 계획 중이라 할지라도 멈추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유일한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영이 옷을 갈아입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좀 있다가 잠깐 들릴게요. 할 말이 있어요.’ 환에게 문자를 보내놓고 영이 집을 나섰다. 수경의 기일이 어느덧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작가의 말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7 27 2018 / 1 / 8 198 0 10273   
26 26 2018 / 1 / 8 203 0 6530   
25 25 2018 / 1 / 3 198 0 6068   
24 24 2017 / 12 / 29 211 0 5307   
23 23 2017 / 12 / 25 220 0 4353   
22 22 2017 / 12 / 22 216 0 6411   
21 21 2017 / 12 / 20 211 0 5179   
20 20 2017 / 12 / 17 198 0 4527   
19 19 2017 / 12 / 16 211 0 5412   
18 18 2017 / 12 / 13 213 0 6806   
17 17 2017 / 12 / 12 216 0 5517   
16 16 2017 / 12 / 11 203 0 5490   
15 15 2017 / 12 / 10 222 0 5582   
14 14 2017 / 12 / 10 191 0 5642   
13 13 2017 / 12 / 8 211 0 5280   
12 12 2017 / 12 / 7 208 0 5440   
11 11 2017 / 12 / 5 223 0 6677   
10 10 2017 / 12 / 4 210 0 6231   
9 09 2017 / 12 / 3 222 0 5225   
8 08 2017 / 12 / 1 220 0 6385   
7 07 2017 / 12 / 1 199 0 7137   
6 06 2017 / 11 / 30 229 0 5297   
5 05 2017 / 11 / 28 225 0 5279   
4 04 2017 / 11 / 26 211 0 5336   
3 03 2017 / 11 / 25 222 0 5962   
2 02 2017 / 11 / 24 209 0 5287   
1 01 2017 / 11 / 24 363 0 301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