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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63.알았어, 오늘은 키스만 할게.
작성일 : 17-12-29 21:47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7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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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알았어, 오늘은 키스만 할게.

 

 

 

 레스토랑에 도착한 재윤은 직원이 안내해주는 VIP룸으로 들어섰다.

 

 먼저 와서 포도주를 마시고 잇던 피터가 고개를 돌어 재윤과 눈을 마주쳤다.

 

  「안녕하십니까, 피터 블링켄베르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마재윤입니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손을 맞잡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본 피터는 첫인상이 날카롭긴 했지만 명석하고 똑똑해 보였다.

 

 아직 깊은 이야기를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지만, 재윤은 종석과 달리 피터와는 말이 잘 통할 것 같다고 생가가했다.

 

  「다른 사람 눈에 띄면 안 될 것 같아서 호텔 VIP룸을 빌렸습니다. 마재윤 씨께서 한국에서 유명한 마술사 아닙니까.」

 

 센스 넘치는 피터의 말에 재윤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속 깊은 이야기 나누기 어렵죠.」

 

  「일단 드시고 싶은 거 시키시기 바랍니다.」

 

 재윤은 자신에게 메뉴판을 내미는 피터를 보고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 피터 씨가 먹는 포도주 한 잔이 먹고 싶군요.」

 

 피터는 얼른 손을 들어 포도주 한 병을 더 주문했다.

 

 포도주와 함께 먹을 만한 식사를 주문한 피터가 재윤을 빤히 바라봤다.

 

  「사실 하종석 씨의 협력자 M이 마재윤 씨라는 사실을 알고 좀 놀랐습니다. 마재윤 씨는 윤백룡 씨의 제자 아니셨습니까?」

 

  「네, 그랬었죠. 하지만 윤 백룡과 나의 사제지간은 아주 오래전에 끝장이 났습니다. 일단 식사부터 하면서 천천히 이야기합시다. 피터 씨, 한국 생활을 좀 어떠십니까?」

 

  「그냥 그렇죠.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서 사는 게 뭐 재미있겠습니까. 제가 미국에 놀았던 그거요 비하면 심심하게 놀고 있습니다.」

 

  「그래, 확실히 한국보다는 미국이 더 좋죠. 내 나라이긴 하지만 한국은 정말 정이 안 가는 곳입니다.」

 

 피터는 한국 생활에 지친 듯 꽤 무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독일인인 그가 왜 한국에 오게 된 건지, 그가 왜 제이를 납치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건지 궁금했던 재윤은 슬쩍 그에게 자신의 속내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자, 이게 뭔지 아십니까?」

 

 재윤은 품 안에 숨겨 두었던 타이거 마스크를 피터 쪽으로 밀었다.

 

 피터는 갑자기 그가 내민 타이거 마스크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뭡니까?」

 

  「타이거 마스크죠.」

 

  「뭐, 타이거 마스크인 거 모르는 건 아닙니다만.」

 

 피터가 코끝에 매달린 안경을 들어 올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재윤을 바라봤다.

 

  「내가 사실 예전에 이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방송국과 함께 한 마술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었지.」

 

  「그렇습니까? 그런데 왜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출연했던 겁니까?」

 

  「사실 내가 그 프로그램에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출연해서 마술도 보여주고 마술의 트릭도 전부 세세하게 사람들에게 밝혔습니다.」

 

  「…….」

 

  「그랬더니 당시 내 선생이었던 윤백룡이 길길이 날뛰면서 화를 내더군요, 사실 나도 마술 트릭을 세상에 밝힌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여쭈어봐도 됩니까?」

 

 당연히 돈 때문이었지.

 

 재윤은 하마터면 진심이 입 밖으로 나갈 뻔해서 마른침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그거야 마술의 발전을 위해서죠.」

 

 때마침 웨이터가 주문한 식사를 VIP룸으로 들고 오자 재윤은 생긋 미소를 지었다.

 

 사실 백룡과 달리 재윤은 할 게 없어서 마술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백룡과 달리 마술에 대한 열정도 없었고 마술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했던 재윤은 몰래 백룡의 마술 트릭을 알아내서 방송국에 마술 트릭의 비밀을 밝히고 거액의 출연료를 받아냈다.

 

 이로 인해서 백룡과의 재윤의 관계는 완벽하게 박살이 났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 재윤과 백룡은 만나면 인사는 하는 사이로 변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예전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윤제의 양의 목숨을 위협하는 짓을 한 거였습니까?」

 

  「그게 말이죠. 사실 내가 빚이 조금 있습니다.」

 

 재윤의 말에 피터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접시에 놓여있는 스테이크를 잘라 입으로 넣었다.

 

  「어쩌다가 빚이 생기신 것입니까?」

 

  「그게 말이죠. 사실 내가 엄청난 규모의 마술 공연을 열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잘 안 됐습니다.」

 

  「역시 사람은 자기 주제를 잘 알아야 하는 거군요.」

 

 피터의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재윤은 식탁 아래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 그렇죠. 내가 내 주제를 몰랐죠.」

 

 지도 별거 없는 주제에.

 

 재윤은 억지로 입꼬리를 위로 올려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말입니다.」

 

  「뭡니까?」

 

  「피터는 왜 윤제이 양을 납치하려는 계획을 세운 거죠?」

 

 이제 재윤이 피터에 속내를 묻자 그는 한쪽 눈썹을 찌푸렸다.

 

 피터는 재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말했다.

 

  「뭐, 그건 알 필요 없으시지요.」

 

  「그래? 뭐, 그래. 그럼.」

 

 피터는 불편해 보이는 표정으로 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다.

 

 사실 일본으로 도망가려고 했던 자신의 계획이 비틀려져서 피터는 지금 속이 뒤틀린 기분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재윤과 손을 잡아야 했지만, 그는 만에 하나 이 모든 계획이 실패할 경우 두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단 납치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자신은 블랙 데쓰의 명령을 따랐으니, 블랙 데스 측에서도 자신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피터는 한국 검찰이 독일인이자 경제 범죄 전문 변호사인 자신을 구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일단 제가 계획을 다 세웠으니 하종석 씨와 마재윤 씨는 제 계획에 협조만 해주시면 됩니다.」

 

  「사실 내가 하종석이 나한테 이런 부탁을 했다면 안 들어 줬을 것입니다. 하지만 피터 블링, 뭐라고 하셨죠?」

 

  「피터 블링켄베르입니다.」

 

  「네, 피터 블링켄베르 씨와 함께 일을 벌이니까 훨씬 든든하군요.」

 

 피터는 피식 웃으면서 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다.

 

 처음 손을 잡았던 종석도 지금 눈앞에 잇는 재윤과 똑같은 말을 자신에게 했었다.

 

 그래, 어차피 이들에게 의리니 믿음이니 이런 걸 바랄 필요가 없지.

 

 이 자들은 만약 계획이 잘못됐을 경우 나의 방탄복 역을 해줄 인간들이니까.

 

 피터는 오히려 자신과 손을 잡는 인간들이 쓸데없는 의리를 찾지 않아서 더 좋았다.

 

  「그래서 제가 마재윤 씨가 걱정하시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개인적으로 제가 연락을 해서 미국에서 사람이 오고 있습니다. 미국 동부 촌놈인데. 납치를 단순히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철없는 10대 놈들입니다.」

 

  「10대요? 왜 하필이면 10대를 우리 납치 계획에 끌어들인 겁니까?」

 

  「10대는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법적인 책임을 물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변호사인 피터는 법의 허점을 잘 파고들어서 '윤제이 납치 사건'을 철두철미하게 계획했다.

 

 피터의 말에 크게 웃음을 터트린 재윤은 앞에 놓인 포도주를 마시고 기분 좋든 웃음을 터트렸다.

 

  「피터 블링켄베르 씨는 정말 똑똑하신 분이시군요. 저보다 어리신 분이지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재윤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목소리를 낮추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제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일단 납치범들이 윤제이를 납치하면 폐건물로 데려갈 것입니다. 그곳에서 윤제이를 데리고 있으시면서 제가 올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제가 제주도에 별장을 사놨습니다.」

 

  「오호, 그렇군요.」

 

  「제주도 별장에 윤제이를 끌고 들어가서 강철수와 협상을 할 계획입니다. 일단 저의 개인 별장으로 들어가면 경찰도 우리를 쉽게 찾지 못할 것입니다.」

 

 피터가 준비한 계획을 그에게 털어놓자 재윤은 알겠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재윤은 종석보다는 훨씬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인간이었다.

 

  「그럼 우리 건배 한 번 할까요?」

 

  「좋습니다.」

 

 윤제이를 납치하기 위한 완벽한 동맹을 맺은 두 사람의 잔이 공중에서 짠, 하고 부딪쳤다.

 

 

 

 ***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제이는 여름이라 그런지 힘없는 몸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평소와 다르게 철수가 보이지 않자 제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이가 신발을 갈아 신고 있는데 철수가 갑자기 나와서 그녀를 불렀다.

 

  "제이!"

 

  "엄마야! ……오빠! 깜짝 놀랐잖아요."

 

 갑자기 튀어나온 철수를 보고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갈 뻔했던 제이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많이 놀랐어? 미안. 그냥 장난 좀 치려고 1시간 동안 기다렸는데."

 

  "1시간 동안이나 기다렸어요?"

 

  "응, 저기 쪼그려 앉아서."

 

 제이는 철수가 주먹으로 다리를 두드리면서 미간을 찌푸린 것을 보고 픽, 하는 웃음소리를 냈다.

 

  "뭐야, 다리 아프게 왜 저렇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냥 너 놀래주려는 장난치려고 기다렸지."

 

 분명히 밖에 나가면 세계적인 기업을 이끄는 카리스마 넘치는 CEO인데, 집 안에는 장난기 넘치는 꼬마나 다름이 없었다.

 

 제이가 집에 오자마자 철수는 그녀의 품에 안고 놔주지 않았다.

 

  "오늘 공연 잘 했어?"

 

  "네, 내일이 마지막 공연이에요."

 

  "다행이다."

 

  "왜요?"

 

  "내일이면 이제 제이랑 꼭 붙어있을 수 있겠네."

 

  "뭐, 언제는 꼭 안 붙어있었어요?"

 

 자신의 목에 흔적을 남겨놓은 철수 때문에 제이는 쇄골에 비비크림을 발라야 했다.

 

  "오빠, 마지막 공연하는 날 보러 와줄 수 있어요?"

 

  "그럼, 물론이지. 이미 내가 제일 앞자리로 예매해 놨는걸."

 

  "오빠가 직접 예매했다고요?"

 

  "응, 인터넷 예매했지. 역시 윤제이 공연은 예매 전쟁이야, 전쟁."

 

  "남는 초대권 있을 텐데 뭐 하려 했어요."

 

  "초대권은 싫어. 내가 직접 예매해서 보러 가고 싶어."

 

  "왜요?"

 

  "초대권으로 보는 자리는 무대에서 너무 멀잖아. 조금이라도 네 가까이에 있고 싶단 말이야."

 

 지금도 자신의 몸에 착 붙어있는 철수를 보며 제이는 픽, 웃음을 터트렸다.

 

  "무대 위에서 너는 조금 더 다른 느낌이야."

 

  "그래요? 어떤데요?"

 

  "평소에는 조금 청순하고 귀여운 느낌인데 무대 위에선…… 섹시해."

 

 섹시하다는 말은 작게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철수의 낮은 목소리를 듣고 제이는 목덜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그가 왜 이렇게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는지 눈치챈 제이가 새초롬하게 대답했다.

 

  "내일 마지막 공연인 거 알죠? 정말 중요한 거예요. 그러니까 오늘은 절대 안 돼요!"

 

 제이가 철수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소파를 뛰어넘으며 도망갔다.

 

  "마지막 공연이랑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에이, 그래도 안 된다니깐."

 

 제이는 철수가 더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소파 위에 있던 쿠션으로 방패를 만들었다.

 

  "괜찮아. 된다니깐."

 

  "꺄악!"

 

 두려움 없이 성큼성큼 자신에게 다가오는 철수에게 들고 있던 쿠션을 던졌지만, 철수는 몸을 돌려 가볍게 날라오는 쿠션을 피했다.

 

 철수가 그녀의 팔을 잡고 확 당겨서 그의 넓은 품에 가두었다.

 

 다시 그의 넓은 품에 안기게 된 제이는 그와 함께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어느새 철수는 그녀의 위에서 뜨거운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는 동시에 철수가 그녀의 입술을 욕심껏 머금었다.

 

 열정적이게 자신에게 키스를 퍼붓는 철수의 욕정에 제이는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지 않아도 철수가 얼마나 자신을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온몸에서 느껴졌다.

 

 뜨거운 키스에서 다시 부드러운 키스로 넘어간 철수는 그녀의 입술을 입술로 붙잡고 놔주지 않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입술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이제 됐나 싶어서 제이는 슬며시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알았어, 오늘은 키스만 할게. 우리 제이 마술 공연 방해하면 안 되지.'

 

 사려 깊은 그의 목소리에 제이는 작게 미소를 머금었다.

 

  "고마워요. 오빠."

 

  "끝나면 지겨워질 때까지 붙어있지."

 

  "지겨워질 때까지요?"

 

  "응."

 

  "뭐야, 그럼 영원히 붙어있자는 거잖아요."

 

  "역시 우리 제이는 똑똑해, 어떻게 알았어?"

 

 철수와 제이는 서로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서로 눈만 마주쳐도 너무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눈만 마주쳐도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순간순간이 행복으로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제이는 오늘과 같은 내일이 계속될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에 생긋 미소를 지었다.

 

 

 

 ***

 

 

 

 마지막 마술 공연을 끝내고 제이는 모처럼 마술 단원들이 모여서 회식을 했다. 공연장 근처에 있는 삼겹살집에서 회식했는데, 물론 그곳에는 철수도 함께였다.

 

  "진짜 대박이다. 강 대표님이랑 윤제이 씨랑 사귄다니, 정말 몰랐네."

 

 지우의 말에 제이는 수줍은 미소를 머금었다.

 

  "두 사람 진짜로 잘 어울려요."

 

  "선남선녀네요."

 

 단원들은 처음에 두 사람이 사귄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는 듯했지만, 진심으로 그들을 축하해 주었다.

 

  "사실 난 처음부터 강 대표님이 제이한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확신에 찬 기범의 목소리에 시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떻게 알았는데?"

 

  "강 대표님이 제이가 수조에 갇혔을 때 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었잖아."

 

  "아, 맞아! 사실 나도 그때 강 대표님이 제이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어."

 

 기범의 말에 지우가 거들자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다 철수를 바라봤다.

 

  "혹시 그때부터 제이를 좋아하고 있었던 거 아녜요?"

 

 짓궂은 질문을 하는 기범을 보고 제이는 빠르게 눈꺼풀을 깝박였다.

 

  "아니요. 그때는 아닙니다."

 

  “그럼 언제부터요?”

 

  “사실 전 처음 봤을 때부터 제이한테 첫눈에 반했습니다."

 

  "우와, 정말요?"

 

 주위 사람들이 놀라면서 탄성을 내지르자 제이도 의아한 듯 그의 표정을 살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한테 반했었다고?

 

  "어디서 처음 제이를 봤었는데요?"

 

  "제가 제이를 처음 만났던 곳은 윤 선생님의 장례식장이었습니다."

 

  "저, 정말요?"

 

 철수의 말에 놀란 제이가 눈꺼풀을 깜박거리면서 그를 바라봤다.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은 공연장 대기실 아니었나요?"

 

  "아니, 아니었어. 내가 널 처음 만났던 곳은 선생님의 장례식장이었어."

 

 그의 폭탄 발언에 주변이 시끄러워지자 철수는 친절하게 제이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윤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바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왔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 가는 길이나 배웅해드리려고 했었죠."

 

  "……."

 

  "그런데 그곳에서 제이를 만났습니다. 사실 선생님이 제이 자랑을 많이 했었거든요. 선생님이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마술을 배우는 게 내 딸이지만 철재 같다고 자랑을 많이 하셨어요."

 

 처음 듣는 소리에 제이는 당황한 듯 얼굴을 붉혔다.

 

  "사진에서 봤을 때는 항상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장례식장에서는 인형처럼 표정이 없더군요."

 

 그때 자신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간신히 버티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었죠. 장례식장에 앉아있는데 표정에 아무 감정을 보이지 않아서요."

 

 어느새 사람들은 철수의 말을 듣기 위해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가만히 인형 같은 제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시간이 늦어져서 장례식장에는 조문객이 거의 남지 않았었죠."

 

 자신의 기억 속에는 전혀 없는 일들이라서 제이도 가만히 그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제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펑펑 울기 시작하더군요."

 

 옆에 있던 지우가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제이의 손등에 살며시 손을 올렸다.

 

  "그런데 제이의 눈물을 보니까 제 마음도 아프더군요."

 

  "……."

 

  "사진에서만 봤던 그녀의 환한 미소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그래요. 그때부터 제가 제이를 사랑했었던 것 같습니다."

 

 철수의 마지막 말을 듣고 제이의 눈동자에서 또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변 사람들 보기 민망해서 제이는 오른손으로 떨어지는 눈물을 받아냈지만 눈물이 자꾸 쏟아졌다.

 

 숙연해진 분위기 가운데 마술 단원 사람들도 그녀를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강 대표님, 진짜 부탁이에요. 우리 제이 정말 이제 행복하게 해주세요."

 

 지우가 철수의 손을 꼭 부여잡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부탁했다. 철수는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다부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요. 어떤 일이 있어도 지금 잡은 이 손 놓지 않겠습니다."

 

 따뜻하게 자신의 손을 붙잡는 철수의 손길에 제이는 다시 눈물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괜찮아, 울지마. 울지마."

 

 손수건으로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속삭이는 철수의 목소리를 듣고 제이는 마주 잡은 그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듯이 꽉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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