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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달빛이 내리면 피는 꽃
작가 : 꿍아
작품등록일 : 2017.12.11

조선의 신데렐라. 25대 지존 강화도령 이원범

강화도 촌부에서 한 나라의 지존이 되기까지 그리고..

그가 사랑한 단 한명의 정인 봉이.

차마 이루지 못한 그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지금 이뤄집니다.

“내 너를 비춰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전하가 내리면 소녀는 피어날 것입니다. 저를 지킬 힘을 가지세요.”


-달빛이 내리면 피는 꽃-

 
혼인전야 폭풍전야
작성일 : 17-12-28 22:16     조회 : 328     추천 : 0     분량 : 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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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청삼은 그 길로 강화도로 말을 달렸다.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다.. 그들이 지키려는 건 이 나라가 아니라 그 더러운 권력이 분명해.’

 

 

 바람을 가르는 말에게 채찍질을 하는 청삼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 망할 놈의 세상! 이 망할 놈의 세상!”

 

 

 청삼의 울음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온 산을 뒤덮었다.

 

 그렇게 얼마쯤 달렸을까 청삼은 청연의 산체에 도착 하였다.

 

 약속보다 훨씬 빨리 온 청삼. 그리고 수심 가득한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청연은 전하의 부고를 직감 할 수 있었다.

 

 

 “왜 이렇게 빨리 왔느냐? 아직 약속한 날이 되려면 한참 남았는데..”

 

 

 청연은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물어봤다.

 

 

 하지만 역시나..

 

 

 “전하께서 약속을 지키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말을 마친 청삼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승하 하신건가?”

 

 

 “전하의 마지막을. 끅 지켜드리고 싶었습니다. 흑- 근데 대왕대비 마마가 모든 걸 알고 그 그 도련님을 데리러 오고 있습니다.”

 

 

 청삼은 터져 나오는 눈물 땜에 숨쉬기도 버거웠지만 온 힘을 다해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청연 역시 주저앉게 했다.

 

 

 “데리러 오고 있다니? 지금 강화도로 오고 있단 말인가?”

 

 

 청삼은 대답하지 못하고 소리 내어 울기만 했다.

 

 

 “이런 답답한 사람이 있나! 지금 여기 왜 왔는지 잊은 것이냐!”

 

 

 청연이 그런 청삼에게 호통을 쳤다.

 

 그 말에 청삼은 정신을 붙잡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눈물을 아무렇게나 훔치며 대답했다.

 

 

 “네. 제가 먼저 청연 어르신과 이원범 도련님을 데려가려고 왔습니다. 곧 행렬이 도착 할 거예요 서둘러야 합니다.”

 

 

 “행렬이라니?”

 

 

 “궁에서 이원범 도련님을 데려가려고 엄청난 행렬을 보냈습니다. 영의정 김하경 대감께서 직접 지휘하여 오고 있어요..”

 

 

 “헌데 대왕대비께서 원범의 존재를 어떻게 아셨지?”

 

 

 “전하께서 승하 직전에 유언으로 강화도에 있는 이원범을 데려와 보위를 잇게 하라고 명하셨습니다.”

 

 

 “아.. ”

 

 

 청연은 낮은 탄식을 내뱉었다.

 

 

 “밖에 한결이 있느냐?”

 

 

 청연이 문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한결이 기다렸다는 듯 들어왔다.

 

 

 “네 어르신 부르셨어요?”

 

 

 “원범에게 갈 것이다. 채비 하여라.”

 

 

 “네? 지금말씀이세요?”

 

 

 한결이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창문 사이로 옅은 달빛이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그래. 지금 당장이어야 한다. 청삼이 자네도 같이 가지.”

 

 

 “당연하죠!”

 

 

 그렇게 그들은 원범의 집으로 향했다..

 

 

 한참을 묵묵히 걷던 청연에게 한결이 살며시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직 도련님을 전혀 설득하지 못하였는데 저 자를 데려 가면 어쩌시자 는 겁니까?

 

 

 “설득은 나중에 해도 된다. 원범이를 데려오는 일이 먼저야. 전하께서 승하하셨고 대왕대비께서 원범이를 데리러 오고 있다.”

 

 

 “대..대왕대비마마가요?”

 

 

 한결이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청연은 그런 한결을 아랑곳 하지 않고 속도를 더 높여 걸었다.

 

 

 “원범이가 위험해. 그 아이가 기어코 궁에 가지 않겠다 하여도 일단은 안전한 곳으로 피신 시켜야 한다.”

 

 

 “아니오. 무조건 궁으로 데려가야 합니다. 이제 이원범 도련님에게 궁보다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청삼이 뒤따라와 말했다.

 

 

 

 

 

 **

 

 그들은 한참을 말없이 걸어 원범의 집 앞에 다다랐다.

 

 마당에는 야심한 시간인데도 봉이와 원범은 꺄르르 웃으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근복이 돌아오면 올려준다던 혼례 연습을 하고 있다.

 

 

 “그렇게 힘줘서 엎드리면 안 되지~ 이렇게 살포시 이렇게!”

 

 

 봉이가 답답하다는 듯 시범을 보이며 말했다.

 

 봉식은 그런 봉이가 귀여워죽겠다는 듯 꿀이 떨어지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난 연습인데도 왜 이렇게 긴장되지? 봉이 너는 안 그래?”

 

 

 “아 오라버니! 수화라고 해야지”

 

 

 “아 맞다 맞다 수화. 으 떨려 나 다시 한 번 해볼게.”

 

 

 봉식이 엉거주춤 자세를 잡으며 절을 한다.

 

 

 “푸하하 너무 웃겨 안 되겠다. 오라버니 오늘부터 밤마다 나랑 연습해야겠어. 이대로 혼례 올렸다가는 망신당하기 딱 좋아!”

 

 

 한결과 청연, 청삼 세 명은 그런 그들의 해맑은 사랑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았다.

 

 그들 중 그 누구도 봉이와 봉식이의 아름다운 미래를 깨고 싶지 않았다.

 

 얼마 후 청삼이 먼저 청연에게 말을 걸었다.

 

 

 “어르신, 시간이 없습니다.”

 

 

 “저 아름다운 것들을 떼어놓아야 한다니.. 조금은 미안하구나..”

 

 

 “지체하면 안 됩니다.”

 

 

 “그래 가자. 한결아 내가 원범이와 대화를 해보겠지만 잘 안 될 시에는 아까 내가 말한 대로 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어르신”

 

 

 한결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리고 그들은 두 연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봉이와 봉식은 자신들을 비추는 달빛을 가로막은 것이 무엇인지 올려다보았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봉이의 얼굴과 달리 봉식이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일어섰다.

 

 

 “이젠 정말 나와 가야한다.”

 

 

 청연이 슬픈 눈으로 말했다.

 

 

 “오라버니 이 사람들 누구야?”

 

 봉이가 그제야 낯선 남자들을 경계하며 물었다.

 

 

 “그냥 좀 아는 사람들이야. 수화야 오라버니 잠시 나갔다 올게.”

 

 

 “그냥 여기서 얘기하면 안 돼?”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봉이가 봉식의 옷깃을 잡아끌며 말했다.

 

 

 “정말 별일 아니야. 돌아와서 무슨 일인지 다 말해줄게. 걱정 말고 잠깐만 기다려.”

 

 

 봉식이는 봉이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며 봉이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화가 난 얼굴로 청연을 돌아보며 말했다.

 

 

 “따라오세요.”

 

 

 봉식이는 한숨을 푹푹 쉬며 걷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홱 고개를 돌렸다.

 

 

 “정말 노망이라도 나신거에요? 제가 분명 이러시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요?”

 

 

 “이젠 정말 가야한다 원범아.”

 

 

 “안 간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안가요 안가 안. 가. 요!”

 

 

 “형이 살려준 목숨이니 살겠다 하지 않았느냐!”

 

 

 봉식이는 답답해서 미치겠다는 듯 손으로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러니까 안가겠다고요. 제발 그만하세요. 저 이제 며칠만 있음 혼례도 올려요.

 계속 이렇게 찾아오시면 저 멀리 이사 갈거에요.”

 

 

 “살고 싶다면 나와 궁으로 가야한다. 지금 대왕대비마마가 보낸 행렬이 너를 데리러 오고 있단 말이다!”

 

 

 봉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행.. 행 뭐요?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행렬. 말이 좋아 널 궁으로 모셔가기 위한 행렬이지 사실상 수십 명의 병사들이 널 잡으러 오고 있어.”

 

 

 “날 왜요?”

 

 

 봉식의 말에 뒤에 있던 청삼이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급하다하나 저런 겁쟁이 촌뜨기에게 왕좌라니, 당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봉식은 그런 청삼을 잠시 노려봤다.

 

 

 “승하하신 전하께서도 대왕대비마마도 차기 주상으로 모두 널 지목하셨다.”

 

 

 봉식은 청연에게 떨어지고자 뒷걸음질 쳤다.

 

 

 “어르신이 나 여기 있다고 궁에 말했어요? 내가 그렇게 싫다고 하는데도?”

 

 

 “어쩔 수 없었어. 원범아 미안하다. 하지만 이럴 시간이 없어 지체할수록 너만 더 위험해져.”

 

 

 “지금 크게 착각하고 계세요. 어르신도 절 궁으로 데려가려는 거고 그 행렬인지 뭔지도 절 궁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거면 제겐 어르신도 위험한 존재입니다.”

 

 

 그러자 청연이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사실 그들이 널 궁으로 데려갈지 죽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직 그 의중을 다 파악하지 못했어.”

 

 

 “하- ”

 

 

 봉식은 들으라는 듯 크게 탄식을 내뱉었다.

 

 

 “아 전 안 가요 저 며칠 후면 혼례 치른다고요!”

 

 

 뒷걸음질 치던 봉식은 소리를 지르고는 뒤를 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봉이가 위험할지 모르니 잠시 봉이 곁에서 떨어져 숨어있어야겠다.’

 

 그 뒷모습을 보던 청연이 한결 에게 눈짓하자 한결이 빠른 동작으로 한달음에 봉식을 따라잡았다.

 

 그리고는 봉식의 뒷덜미를 내리쳐 기절시켰다.

 

 

 “악- ”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진 봉식을 미안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한결이 봉식이를 조심히 안아 올렸다.

 

 

 “미안해요 도련님. 하지만 이것만이 도련님이 살 수 있는 길인데 어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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