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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은혈록
작가 : 실라인
작품등록일 : 2017.12.14

비일상적인 일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래. 내 일상은 그 누구도 부수지 못 한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었다.

어느 날. 평번하던 소년의 인생이 뒤바뀌어 버렸다.
세계의 그림자. 그 속에서 새로운 이레귤러가 된 소년은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39. 컴퍼니(3)
작성일 : 17-12-28 03:19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4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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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

 한소윤은 그런 살기 따윈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듯 태연자약 하게 털북숭이 남자에게 묻자 남자는 방금 전까지 화냈다는 게 거짓말이라도 되는 듯 실실 웃었다.

 “반반하게 생겼으니 발가벗고 부탁하면 못 들어줄 것도 없지.”

 “지원팀은 어떻게 됐어?”

 노골적인 도발이지만 노련한 한소윤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사내는 한소윤이 음담패설에 미동도 하지 않자 다시 표정을 원래대로 돌리며 말했다.

 “그 시체를 얌전히 넘기면 알려주마.”

 “…됐어. 그쪽 목숨이랑 맞바꾸면 될 뿐이지.”

 한소윤의 깔보는 시선과 선언과도 같은 언사에 남자는 격분한 듯 몸을 부르르 떨더니 용변을 참는 사람의 얼굴이 되었다.

 “하. 이 견습 새끼가 좋게 좋게 넘어가주려니까 계속 기어오르네. 협회원이면 다야? 엉?!”

 “참지 마십시오 대장. 저런 애새끼들은 따끔한 맛을 봐야 정신 차립니다.”

 “맞아요 대장. 그래야 지들 윗대가리처럼 안 까불지요.”

 나는 그들의 대화에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겨 협회에 무언가 콤플렉스가 있는 거 같은 남녀 삼인조에게 물었다.

 “근데 견습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나야 뭐 정식 순례자가 된지 한 달 남짓도 안 되기 때문에 견습 딱지가 붙어있어도 이상할 게 없지만 한소윤은 이제 자주의 순례자라 칭해지는 상좌에 위치한 순례자. 견습 소리가 붙을 라야 붙을 수가 없다.

 “시치미 뗄 생각은 하지 마시지. 제주 지부 순례자 나부랭이들의 행적은 이미 파악되어 있으니까. 너희들이 정식 순례자가 아닌 견습 새끼들이란 건 다 알고 있단 말씀.”

 “…과연.”

 롱 헤어 여자의 긴 설명에 나는 바로 납득했다.

 하긴. 저들 입장에선 ‘어쩌다’ 제주도에 온 순례자가 ‘어쩌다’ 사건에 휘말려서 ‘어쩌다’ 자기들과 대치할 거라는 가능성 보단 일손 부족으로 수습을 내보냈다는 가설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알았으면 얼른 꺼져. 시간 낭비하게 하지 말고. 엉?”

 털북숭이 남자는 내 납득을 다른 의미로 받아드렸는지 다 넘어왔다고 생각해 최후의 경고를 보냈다.

 “근데 저희가 도망가야 할 이유로는 부족하지 않습니까?”

 나는 협회에서 지급받은 C급 은장도를 주머니에서 꺼내 삼인조에게 흔들었다. 해방하는 척하거나 신분을 증명할 때 사용하라고 위해 본부장님께서 할머니가 손자 사탕 주듯 하나 쥐어준 거다. 어차피 쓰는 사람 없는 은장도라면서 말이다. 장식도 없고 특별할 거 없는 은장도지만그래도 은장도는 은장도. 위마 정화를 생업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은장도의 위력에 대해선 뼈저리게 잘 알고 있을 테니 충분한 협박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남자는 은장도를 보고도 겁먹은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뭐가 즐거운 건지 세 명이서 박물관이 떠너가라 웃어재꼈다.

 그리고 얼마 뒤. 털북숭이 남자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말했다.

 “크큭. 뭘 믿고 까부는가 했더니 결국 그거로군. 그런데 이거 어쩌나? 이쪽에도 있는데 말이야.”

 남자가 꺼낸 것은 다름 아닌 은장도. 심지어 하나가 아니었다. 사내 양옆의 남녀도 품속에서 은장도를 꺼낸 것이다.

 “은장도라고?”

 내가 놀라는 것을 만족스럽게 받아드린 세 남녀는 자신의 가슴에 은장도를 꽂아 해방했다.

 거대한 슬레지 해머로 변한 은장도들을 잡은 세 남녀의 모습은 마치 용역깡패 같았다.

 “이제 상황이 좀 파악 되었나보지?”

 사내는 뿌듯해하며 우리에게 물었지만 나는 저 은장도의 위험성보다는 은장도의 출처가 더 걱정됐다. 아까 본부장님이 나한테 사탕 주듯 건네줬다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협회원이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은장도와 은혈이 유출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된다. 누군가 말하길 군대 탄약 관리는 따위라고 부룰 수 있을 만큼 엄중 관리 한다고 하니까 말이다. 나만해도 은장도의 관리 상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된다.

 “…쓰러트리고 물어볼 게 늘어났네.”

 한소윤의 말엔 나도 120퍼센트 동의하는 바이지만, 걸리는 점이 하나 있었다.

 “그러게. 그런데 싸워도 돼?”

 “측정 결과 저 은장도의 등급은 E에서 D정도. 너 혼자서도 쓰러트릴 수 있어.”

 “그건 나도 알지.”

 스마트워치에 부속되어있는 위마 등급 측정기를 확인한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스마트워치의 수많은 기능 중 하나인 위마 등급 측정기는 일반적인 위마와 은혈귀. 그리고 해방된 은장도의 대략적인 등급 측정이 가능하다.

 어디까지나 겉으로 분출되는 에너지만 체크하기에 기운을 갈무리 할 수 있는 적이나 버스트, 특수능력 등의 변수를 고려하지 못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휴대용이니만큼 이 정도 기능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어차피 위마나 은혈귀. 은장도의 등급은 조사팀이 정밀기기로 따로 측정해주니까.

 ‘갑옷을 입은 상태에서는 못 쓴다는 게 참 아쉽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워치가 익숙하지 않아 잘 사용하지 못 했지만, 지금와선 모든 기능을 눈 감고 쓸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숙달된 상태였기에 더 아쉬웠다.

 만약 사용할 수 있었다면 아까 그 여자가 은혈귀인지 사람인지도 빠르게 판별할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등급만 봤을 땐 분명 무리 없는 전력이긴 하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이거다.

 “사람이랑 싸워도 되는 거야?”

 “상관없어. 먼저 시비를 건 건 저쪽이니까. 캘 것도 많고. 죽이지만 않으면 돼.”

 아. 이거 화난 거군.

 지금와서 눈치챈 건데, 지금 한소윤은 백윤현 때와는 다른 의미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화산처럼 타오르는 게 아닌, 빙하처럼 깊고 고요하게 말이다.

 어떤 점이 그녀의 역린을 건드린 건지 모르지만 덕분에 한소윤의 주변은 냉기가 풀풀 날릴 정도로 서늘해졌다. 그래서인지 아군인 내 팔에도 절로 소름이 돋았다.

 “저기요. 큰일 날 거 같은데 이쯤에서 접고 물러나시는 게?”

 “죽여!”

 안타깝게도 내 말이 도화선이 되어버린 건지 결국 털북숭이 남자의 성질이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 득달같이 달려오는 삼인조를 보며 한소윤이 자신의 은장도를 꺼냈다. 그 은장도를 본 삼인조는 뭔가가 한참 잘못 되었다고 깨달았는지 비명을 지르며 멈춰섰다.

 “뭐냐! 그 은장도는! 수습이 왜 그런 걸!”

 “잠깐. 잠깐!”

 이미 늦었지만 말이다.

 

 

 

 

 “은장도 브로커?”

 “네. 맞습니다. 저희는 줄여서 브로커라고만 부르고 있습니다.”

 한소윤 앞에 나란히 무릎 꿇고 있는 남녀 삼인조. 지원팀의 행방을 알게 된 나는 그들에게서 뺏은 은장도를 보여주며 재차 물었다.

 “그 사람이 이걸 그냥 주고 같다고? 정말?”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자신을 은장도 브로커라고 소개한 남성은 트리플 크라운. 그러니까 저희 사무소에 찾아와 은장도와, 은혈을 만들 수 있다는 알약을 무료로 건네주고 떠나갔습니다. 저희가 반신반의 하면서도 유혹에 못 이겨 그 알약을 삼켰더니, 정말로 은장도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인조 은장도. 백윤현이 나를 꾈 때 언급했던 것이다.

 설마하니 진짜로 유통되고 있었을 줄이야.

 나와 한소윤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키 작은 남자는 그것이 자신들을 향해서라 생각한 것인지 내가 묻지 않은 것까지 상세하게 토해냈다.

 “온 몸을 꽁꽁 싸맨 그 남자는 고등급의 은장도를 원하면 상당량의 액수를 지불하라고 말했습니다. 그게 아니면 은혈귀의 코어를 구해오라고…. 은장도만 있으면 협회 따윈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어리석은 마음을 품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윽고 땅에 머리를 찍기까지 하는 남자.

 나는 조금 이해가 갔다. 은장도를 처음 사용하면 온 몸에 힘이 넘쳐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슈퍼 히어로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니까.

 나도 처음 갑옷을 해방했을 때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었다면, 그 이후 본부장님과 서유진이 번갈아가며 몸소 참교육을 시켜주며 하늘 위의 하늘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서 사람을 얕잡아보고 폭력을 휘둘렀다는 게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접선 방법은?”

 한소윤이 자신의 환두대도를 들이밀며 묻자 남자는 방금 전의 압도적인 격차를 다시 상기해냈는지 겁을 먹곤 온 몸을 떨며 말을 더듬었다.

 “히익. 그. 그게.”

 다 큰 남자가 저렇게 빌빌거리는 게 하도 불쌍해서 나는 한소윤을 조금 뒤로 물린 뒤 남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다.

 “자자. 진정하시고. 천천히 말해 봐요. 그래서 접선 방법이 뭐라고요?”

 중얼중얼.

 “네?”

 듣기 힘들 정도로 무언가 작게 속삭이는 남자. 나는 경청하기 위해 몸을 숙이고 귀를 내밀었다. 그 때.

 “잡았다!”

 옆에 있던 털북숭이 남자가 나를 잡아당기더니 슬리퍼 홀드를 거는 것처럼 목을 조였다. 경동맥이 압박됨과 동시에 나는 내 눈앞에 두 명의 남녀가 양손을 각각 하나씩 붙들고 봉쇄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이 새끼 목졸라 뒤지는 꼴 보기 싫으면 은장도 다 내놓고 꺼져!”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침묵을 고수하던 남자가 상황이 역전되자 처음 만났을 때처럼 기세등등하게 큰 소리를 치며 한소윤을 위협했다.

 ‘큭…. 괴롭다.’

 나는 내게 당도한 위기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요즘 계속된 단련으로 웬만한 고통은 감내할 수 있는 인내가 생겼지만 이것만큼은 버틸 수가 없었다.

 ‘가슴 털 감촉 개 더러워!’

 뺨에서 느껴지는 털북숭이 남자의 풍성한 가슴 털에 금방이라도 기절 할 거 같았다.

 ‘해방 한다?’

 나는 한소윤에게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SOS 신호를 보냈다.

 한소윤은 나를 향해서인지 털북숭이 남자를 향해서인지 한심하다는 의미가 담긴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빨리 은장도 내놓고 꺼지라고! 이 애송이 새끼 살리기 싫다 이거?! …어? 어?”

 내 갑옷은 내 피부가 다른 물체와 접촉해 있어도 자연스럽게 그 사이로 파고들어와 내 몸에 입혀진다. 덕분에 나는 털복숭이 남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갑옷을 제대로 입을 수 있었다.

 털북숭이 남자는 피부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당황한 나머지 슬리퍼 홀드를 풀어버렸다.

 나는 붙잡혀있던 팔을 가볍게 회수한 뒤 지금까지 날 괴롭혔던 털북숭이 남자의 가슴 털을 한 움큼 뽑았다. 그리고 가슴을 움켜잡고 괴로워하는 남자와 겁에 질린 남녀를 향해 나는 최대한 짜증을 가득 담아 말했다.

 “조금만 맞자.”

 

 
작가의 말
 

 24일날 집에 와서 집안 일 도와주고 하는 덕분에 집필 속도가 느려지고 있네요

 

 ㅠ_ㅠ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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