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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가출 공주님을 경호하라!
작가 : 머리식히기
작품등록일 : 2017.11.24

(황녀님, 먼치킨, 로판, 나쁜 남주 등)


"그래, 그럼 고향이 어디세요?"

"...이름 없는 숲 속."

"흐음. 그럼 그 숲 속에는 샛길이 많았겠군요. 시발에 새끼..."

"뭐라고? 시발새끼?"

...대충 이러고 서로 치고박는 미친 마법사 경호원(저승사자)과 철없는 공주(가출 공주님)님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불, 그 자체
작성일 : 17-12-28 00:04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7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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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공주님. 어서 이쪽으로!”

 

 “예? 하지만…”

 

 세이라 공주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저승사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저승사자는 세이라와 스피카, 그리고 루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지금 이 시간부로 황실 호위 기사단장에게 임시로 세이라 사일런스 제 1 황녀의 경호를 맡긴다. 불만 없지?”

 

 “없다.”

 

 루크가 바로 저승사자에게 말했고 저승사자는 이제 눈동자를 다른 사람, 스피카에게 돌렸다. 왜냐하면 세이라를 지켜가며 그녀와 싸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자코 저승사자와 세이라를 바라보던 스피카 역시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없다. 단 둘이 있는 곳에서 한 번 제대로 붙어보자고, 아가야.”

 

 “…”

 

 저승사자는 인상을 찌푸린 뒤 땅바닥에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아까 맞을 때 잘못 맞았는지 입안이 살짝 터졌다. 레어 고기를 좋아할 만큼 피의 맛을 좋아하는 그였지만 자신의 피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저기요, 저승사자.”

 

 “응?”

 

 인상을 찌푸리는 저승사자에게 세이라가 어느새 다가왔다. 그녀는 양 손을 가지런히 가슴 앞에 기도하듯이 모으고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반칙이었다. 게다가 비에 젖은 세이라의 모습은 묘하게 요염했다. 저승사자는 표정이 풀리는 것을 참기 위해 터진 입의 살 부분을 이로 살짝 깨물었다. 정말 더럽게 아프다. 저승사자가 통증으로 인상을 찌푸리자 세이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뭔데. 빨리 말해. 바쁘니까.”

 

 “꼭 그렇게 말씀하셔야 해요?”

 

 “그래.”

 

 저승사자의 퉁명스러운 말에 세이라는 먹이를 입 안에 저장하는 다람쥐처럼 살짝 볼을 부풀렸다. 귀엽다. 정말 엄청 귀엽다! 그러나 곧 그녀는 아쉽게 볼의 공기를 뺀 뒤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옅은 김이 그녀의 입에서 피어오른다. 저승사자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저기… 무슨 일 때문에 싸우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잘못했다고 싹싹 비세요. 99.9%의 확률로 저승사자가 잘못한 거니까.”

 

 “싫어.”

 

 “이 사람은 걱정을 해줘도… 그놈의 똥 자존심 좀 버리면 안 되나요? 그것 때문에 다치고 있는 거잖아요. 사람 걱정되게…”

 

 세이라가 그렇게 말하며 저승사자의 부어있는 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 순간 저승사자는 온 몸에 전기라도 올라온 것처럼 짜릿함을 느꼈다. 심장이 다시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아 치웠다. 그녀가 살짝 섭섭한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 빨리 그럼 가. 방해되니까.”

 

 “이 사람은 진짜… 알았어요.”

 

 그녀는 풀이 죽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돌아 루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저승사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그녀가 남았다면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으리라. 그때 걸어가던 세이라 공주가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하게, 그러나 저승사자에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 크기로 말했다.

 

 “그럼… 이제 다치지 마세요. 당신은 제… 경호원이니까. 잘 생긴 얼굴 다 망가졌잖아요. 가슴 아프게.”

 

 “!!!”

 

 겨우 진정되었던 심장이 다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저승사자는 그녀에게 따지기 위해 그녀를 부르려고 했지만 그녀는 이미 루크에게 달려간 뒤였다. 저승사자는 한숨을 내쉬며 루크와 세이라가 멀어지는 것을 그저 바라보았다. 한편 세이라 공주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이 상기되었지만 비로 인한 추위 때문에 들키지는 않은 모양이니 말이다. 한편 스피카는 확신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가능성’에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먼저… 이 바보 멍청이를 훈계해야지.

 

 “자,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

 

 저승사자는 잠시 눈을 감았다.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리고… 더 이상 다치지 않기 위해. 그러나 질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더 이상 맞을 생각도 없다. 그렇다고 스피카에게 거짓말을 해가면서 이 상황을 모면할 생각도 없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단 하나. 이기는 것뿐이다.

 

 “그래. 다시 시작해보지.”

 

 “…염안.”

 

 스피카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조금까지만 해도 옅은 연녹색이던 저승사자, 아니 ‘푸른 태양’의 눈동자가 이제 그 저주스러운 붉은 색으로 바뀌었다. 마치 눈 안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저 눈의 등장에 당황한 스피카는 곧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

 

 그녀가 다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려고 푸른 태양에게 다가갔다. 어차피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디 우르크라고 할지라도! 푸른 태양이라고 할지라도 마법을 사용하지 못 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

 

 퍼엉!

 

 “뭐라고?!”

 

 그러나 스피카는 얼른 몸을 굴려 피할 수밖에 없었다. 난데없이 자신의 눈앞에 불기둥이 솟구친 것이었다. 스피카는 당황했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그녀의 붉은 연기는 그대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솔직히 나도 도박이었어. 그런데… 이거야 원. 멋지개 성공했군.”

 

 “그게 무슨… 이럴 리가 없다!”

 

 그녀의 말에 푸른 태양은 대꾸도 하기 귀찮다는 듯 바닥에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아니 침이 섞인 피라고 해야 더 맞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검붉은 색의 액체였다. 푸른 태양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의 마법은 아주 훌륭해. 특히 그 마법… ‘자신의 마나를 연기로 바꾸어 상대의 피부에 달라붙게 하는 방식’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야.”

 

 스피카가 붙은 마법의 정식 명칭은 ‘마나의 감옥.’ 비수류와 더불어 그녀를 순식간에 세계 권력 기구, 최대 전력인 신관 직속 부하, 초신성의 자리에 오르게 한 마법이었다. 마법의 원리는 이랬다. 사람의 몸 안에서 마나가 생성되지만 결국 그 마나는 피부를 타고 흐르며 마법이라는 것은 피부를 타고 흐르는 마나를 때어내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만약 몸을 타고 흐르는 마나가 있더라도 그것을 가둘 수 있다면 마법은 사용하지 못하지 않을까? 아무리 강한 마법사라도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 무용지물이 된다.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마법사들은 피부에 타고 흐르는 흡철로 만든 구속구를 장착하게 된다. 그러면 아무리 강력한 마법사라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착안된 것이 마나의 감옥이었다. 스피카 자신의 마나를 연기로 바꾸어 자신의 몸에서 때어낸다. 그러면 그 연기는 자연스럽게 대기 중에 퍼진다. 물론 멀리 날아갈 수도 있지만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간’이라는 마법을 사용해 2중 감옥을 만든다.

 

 스피카가 전투 전 사용한 ‘공간’은 상대가 도망치게 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 사용한 점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그녀의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상대방의 몸에 연기가 더욱 잘 달라붙게 만들기 위해서 만든 것이었다.

 

 아무리 강한 마법사라도 상대방의 마나자체를 사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마나의 감옥은 점점 더 퍼져 자연스럽게 상대의 피부에 닿게되며 결국 모든 피부에 연기가 퍼졌을 때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푸른 태양은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어째서?!

 

 “크윽?!”

 

 “착각하는 모양인데. ‘우리’가 불의 마법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마나가 넘쳐서가 아니야. 마나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지. 물론 나도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확신할 수 있게 되었군.”

 

 아까와 정반대로 도망치기 바쁜 스피카에게 푸른 태양이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믿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완전 상황이 반전이 된 것이었다. 옛날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불의 마법사’는 절대 디 우르크를 이길 수 없다고. 왜냐하면 그들은… ‘불, 그 자체’이니까.

 

 “그리고 ‘우리’가 강한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지.”

 

 그의 말을 들은 스피카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나머지 하나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디 우르크가 ‘최강’에 오를 수 있으며 세계를 다시 멸망시킬 수도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우리는 마법을 사용하는데 ‘제어를 할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우리는 불, 그 자체이니까.”

 

 “으아악?!”

 

 사방에서 날아오는 불길을 스피카는 완벽하게 피할 수가 없었고 곧 불길에 팔이 휩쓸렸다. 물론 곧 그것은 사라졌지만 통증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푸른 태양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길 수 없었다. 가령 수학 문제를 잘 푸는 두 사람이 있다고 치자. 두 사람 모두 100점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한 사람은 문제를 공식을 대입하며 열심히 풀었지만 다른 한 사람은… 문제를 풀지알고 답만 적어 풀었다. 그럼 누가 더 빨리 풀 수 있을까? 당연히 후자다. 그럼 이제 상황을 바꿔보자.

 

 지금 상황으로… 평상시의 저승사자라도 저렇게 공격할 수 있다. 수많은 불들을 저렇게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는 계산을 해야만 한다. 상대와의 거리, 사용되는 마나의 양, 외부 환경 등을. 빠르게 계산해야만 한다. 그렇다보니 아무리 빨리 해도 답을 적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푸른 태양’은 달랐다. 계산할 필요가 없다. 그냥 답이 보였다. 말 그대로 생각하는 대로 마법을 사용하면 그것이 답이 되는 것이었다. 자신이 답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답이 자신에게 다가온다.’ 이렇게 되니 아무리 강한 마법사라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디 우르크는 그들에게 계산할 틈도 제대로 주지 않으니까.

 

 그것이… 디 우르크가 불, 그 자체라고 불리는 이유였다.

 

 “노력을 안 해? 상관없다. 왜냐하면 할 필요가 없으니까! 왜냐하면 내가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재능이 나를 선택한 것이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멍청한 노력가들은 절대 천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줄 테니!”

 

 “…”

 

 푸른 태양이 절규하듯 소리쳤지만 스피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몸 곳곳이 그을려져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으니까.

 

 %%%%%

 

 한편 두 사람의 싸움이 끝난 것을 아직 확인하지 못 한 임파이니 황제는 가출 공주가 걱정이 되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유일한 혈육이며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이리야 황후의 피가 흐르는 유일한 아이였다.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아이였다.

 

 “황제 폐하! 황실 호위 기사단장이 알현을 청하옵니다. 들여도…”

 

 “어, 어서 들어오라고 하거라! 어서!”

 

 얼마나 당황을 했으면 체통에 맞지 않게 시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른 들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임파이니는 긴장을 하고 있었다. 문 밖에서 ‘그럼 들이겠나이다.’라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세이라… 내 딸… 다친 곳은 없느냐!”

 

 “아바마마…”

 

 세이라 공주가 들어온 것을 확인한 임파이니는 같이 들어온 루크와 다른 기사들은 신경도 쓰지 못하고 오로지 세이라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세이라는 말없이 임파이니의 가슴에 안겨 훌쩍이고 있었다. 그렇게 약 1분 정도 끌어안은 뒤 임파이니는 안심을 할 수 있었다. 황제는 세이라를 살짝 떼어낸 뒤 기사단장과 기사들에게 사과했다.

 

 “미안하구나. 너희들의 노고를 먼저 치하해야 했거늘… 짐이 체통을 지키지 못했군. 너그럽게 이해해주기를 바라네.”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폐하! 신경 쓰지 마시옵소서! 애초에 다 저희들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옵니다! 신들을 벌해 주시옵소서!”

 

 “벌해 주시옵소서!”

 

 루크의 말에 다른 기사들도 얼른 고개 숙여 임파이니에게 말했다. 임파이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그것이 어찌 그대들의 잘못이겠는가. 다… 그 망할 저승사자의 잘못이지.”

 

 “폐하!”

 

 “어?”

 

 난데없이 끼어든 사람은 다름 아닌 세이라 공주였다. 자신의 딸이 갑자기 부르자 임파이니는 세이라를 바라보았다. 세이라 역시 당황한 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러나 방금 기분이 분명히 나빴다. 저승사자는… 그 사람은 최선을 다했는데…

 

 “그게… 저승사자님이 잘 지켜줬어요. 그 사람 잘못 아니에요.”

 

 “그, 그래? 그렇다면 알았다.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임파이니는 무언가 의아했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어쨌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세이라 공주가 다친 곳이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때 다시 문 밖에서 시종이 기사 한 명이 알현을 청하고 있다고 말했고 임파이니는 얼른 들어오라고 말했다.

 

 들어온 기사는 온 몸이 땀과 비로 흠뻑 젖어 있었다.

 

 “보, 보고 드리옵니다! 조금 전! 염랑, 스피카 카오스 라오스와 저승사자, 시크릿의 전투가 끝났사옵니다! 저승사자가 염랑을 제압했사오나 그 역시 전투 직후 쓰러졌기에 일단 두 사람을 병원으로 옮기고 있사옵니다.”

 

 “뭐라고요?!”

 

 이번에도 말한 사람은 세이라였다. 황제가 말하기 전에 끼어들었기에 몹시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지금 그녀에게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다짜고짜 기사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 어디가 다쳤는데요! 많이 다쳤대요?!”

 

 “고, 공주 전하. 그, 그게…”

 

 “공주는 경거망동하지 말고 기다리거라!”

 

 당황하는 세이라를 황제가 말렸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세이라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임파이니는 세이라를 잠시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쉰 뒤 기사에게 말했다.

 

 “황궁에서 싸운 것은 괘씸하기는 하지만 일단 한 사람은 손님이고 한 사람은 공주의 경호원이다. 또한 두 사람 다 신관 직속 부하이니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세계 권력 기구를 적으로 돌려야 하느니라. 황실 기사단장.”

 

 “예, 폐하!”

 

 “그대가 직접 담당 의사에게 가서 무조건 두 사람을 살리라고 말하라. 두 사람 다 치료나 수술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결코 안 되느니라. 알았나.”

 

 “예, 폐하! 그럼 바로 떠나겠사옵니다! 자, 가자!”

 

 “예, 기사단장님!”

 

 루크가 황제의 집무실에 있는 모든 기사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방에는 황제와 세이라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임파이니는 잠자코 세이라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비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르겠구나. 그래, 다친 곳은 없느냐.”

 

 “예, 황제 폐하…”

 

 “세이라. 너는 차기 황제란다. 신하들 앞에서는 체통을 지켜야하지. 하지만… 후후후. 나조차도 쉽지 않더구나. 하지만… 그래도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하거라.”

 

 “예…”

 

 세이라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임파이니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얼마나 놀랐을까… 얼마나 겁을 먹었을까… 최근 2달 사이에 벌써 그녀가 놀랄 사건이 3번이나 일어났다. 임파이니는 그런 세이라가 안쓰러웠다. 그래서 내일부로 근신과 반성문은 풀어줄 생각이었다. 세이라가 너무나도 가여웠던 것이다.

 

 “…”

 

 한편 세이라 공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계셨다. 그녀는 지금 반성문이든 근신이든, 심지어 조금 전 일어난 위험했던 상황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오로지… 단 한 사람이 걱정될 뿐이었다.

 

 ‘다치지 않기로… 약속했으면서… 거짓말쟁이!’

 

 저승사자와 마찬가지로… 공주님도 서서히 변하고 계셨다.

 

 그것이… 두 사람의 운명을 끊임없이 뒤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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