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60.키스 좀 해줘라.
작성일 : 17-12-25 18:57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884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60.키스 좀 해줘라.

 

 

 

  "오빠, 오빠는 어떤 색을 좋아해요?"

 

 함께 거리를 걷고 있던 제이가 철수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무슨 색깔 좋아하냐고?"

 

  "네."

 

  "그런 건 왜 물어보는 거야?"

 

  "그냥 궁금해서요."

 

 철수는 그녀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다가 피식 웃어버렸다. 아무래도 내 사랑스러운 그녀는 종잡을 수 없었다.

 

  "난 분홍색을 제일 좋아해."

 

  "정말요?"

 

  "응, 왜 놀라?"

 

  "그냥 오빠가 분홍색을 좋아한다니까 놀랐어요. 나랑 좋아하는 색이 똑같네요."

 

 제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철수를 바라보자 그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놀랄 것도 많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본 거야?"

 

  "오빠한테 선물하고 싶어서요."

 

  "선물? 무슨 선물?"

 

  "……음, 비밀."

 

 철수와 팔짱을 끼고 있던 제이가 찡긋하고 미간에 주름을 잡고는 먼저 앞으로 달려나갔다.

 

  "뭐야, 그러니까 아주 궁금하네."

 

  "절대 안 알려줄 거야."

 

 제이가 웃으면서 절대 알려주지 않겠다고 하자 궁금증이 폭발한 철수는 집요하게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뭐야, 뭔데 그래? 나한테 무슨 선물을 주려고?"

 

  "비밀이라니까."

 

  "궁금해, 빨리 지금 알려줘."

 

  "나 오빠가 좋아하는 색으로 털실 사려고. 오빠한테 선물로 목도리 만들어 주려고 해요."

 

  "목도리?"

 

  "응, 오빠 옷장에 보니까 코트 많던데 코트 위에 목도리 하면 예쁘지 않을까?"

 

 제이의 말에 철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은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여름이었다.

 

  "지금은 여름인데 왜 벌써 목도리를 짜려는 거야?"

 

  "오빠 몸에 둘둘 감을 수 있게 2m짜리 목도리 만들려면 지금부터 짜야 할 것 같아요."

 

 오늘 나오자고 한 이유가 이거였나. 철수는 그제야 제이가 왜 자신을 끌고 거기로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털실을 파는 가게로 들어간 제이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럴 때 그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지내 사랑은 알고 있을까.

 

  "오, 이거 예쁘다. 분홍색."

 

  "진짜 예쁘네, 목도리로 만들면 더 예쁘겠다."

 

  "어디, 잘 어울리나 보자…… 음."

 

 철수의 몸에 실을 대보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살피던 제이가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아니야, 분홍색은 오빠한테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럼 나한테는 뭐가 잘 어울려?"

 

  "검정이나 파란색?"

 

  "왜 분홍색도 괜찮은데."

 

  "아냐, 오빠는 카키색이 잘 어울려요."

 

 제이가 매장에 전시되어 있던 카키색 목도리를 철수에게 가져다 대었다.

 

 자신이 보기에도 분홍색 목도리보다는 카키색 목도리가 훨씬 잘 어울리는 것을 보고 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잘 어울리네."

 

  "그렇죠? 내 말 맞잖아요. 핑크톤은 나같이 피부 하얀 사람이 잘 어울려."

 

 조잘조잘 새처럼 떠드는 제이를 보면서 철수는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대바늘과 카키색 실을 산 제이는 철수의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왔다.

 

  "제이야,"

 

  "응?"

 

  "나 궁금한 게 있어."

 

  "뭔데요?"

 

  "내 청혼에 대한 대답은 뭐야?"

 

 앞뒤 가리지 않는 철수의 직설적인 질문에 제이는 놀란 듯이 눈을 깜박였다.

 

  ㅡ 제이야, 나랑 결혼하자. 영원히 너와 함께 있고 싶어.

 

 고민 끝에 던진 말이었지만 제이는 그의 청혼에 바로 답해주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는 동안 아무 대답이 없는 제이를 보고 철수는 조금 조급해져 있었다.

 

  "음, 나도 좋아요."

 

  "좋다고?"

 

  "네, 나도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요."

 

 자신을 바라보는 제이의 눈동자에는 흔들리는 빛이 보이지 않았다.

 

  "후우, 다행이다."

 

 철수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제이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왜 그래요? 설마 긴장한 거예요?"

 

  "그럼 긴장했지. 이대로 차이는 건가 싶었어."

 

  "아니에요. 그럴 리가."

 

 제이는 그의 눈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면서 다시 한번 사랑스럽게 웃었다.

 

  "내가 오빠를 왜 차요. 이런 남자를 차면 내가 바보지."

 

  "그런데 왜 이렇게 대답을 오래 끈 거야?"

 

  "그냥 많이 심란해서 고민했어요."

 

 제이가 철수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오빠한테 좋은 아내, 내가 낳은 아이한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벌써 그런 고민을 했어?"

 

  "네. 사실 난 엄마가 없었잖아요. 그래서 난 좋은 아내가 어떤 건지 좋은 엄마가 어떤 건지 사실 잘 몰라요."

 

  "……."

 

  "그래서 더 망설여지고 고민됐어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던 철수가 제이의 몸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제이야, 그런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옆에서 많이 도와줄게."

 

  "……."

 

  "너라면 충분히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야. 나 믿지?"

 

  "네. 오빠가 옆에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이를 안고 있던 철수가 살짝 풀린 눈동자로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제이는 그의 눈빛을 보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요?"

 

  "……키스하고 싶어서."

 

 철수가 그녀를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자. 제이가 헛기침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의 시선이 살짝 풀려있는 그녀의 블라우스 안쪽으로 향하자 제이는 화들짝 놀라면서 그녀의 앞섶을 여미었다.

 

  "뭐예요.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아, 미안. 네가 잠시 이성을 잃었네. ……하하."

 

  "그러면서 왜 계속 키스할 것처럼 다가오는 거예요."

 

 성큼 가까이 다가간 철수가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려고 하자 제이는 손바닥으로 그의 입술을 밀어버렸다.

 

  "안 돼요. 여긴 사람이 많은 거리잖아요."

 

  "키스 좀 해줘라. 사흘 동안 너랑 키스 못 해서 죽을 것 같단 말이야."

 

 진지한 얼굴로 어리광을 피우는 철수를 보고 제이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철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제이의 입술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엄마야!"

 

 사람들이 많은 거리 한가운데서 갑자기 뽀뽀한 철수의 행동에 놀란 제이가 앞서가는 그의 등을 옆으로 흘겨보았다.

 

 철수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면서 화가 나서 주먹을 휘두르려는 그녀를 피해 앞걸음 쳤다.

 

  “오빠, 진짜 나빠요. 카키색 말고 검은색으로 오빠 목도리 떠줄 거예요.”

 

 제이의 경고에도 철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가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ㅡ 네, 저도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요.

 

 앞으로 그녀와 행복하고 고귀하게 살아갈 날만을 생각하면서 철수는 따스한 햇볕을 온몸으로 느꼈다.

 

 

 

 ***

 

 

 

  - 여보세요? 하종석 씨 맞으시죠?

 

  "네? ……네, 무슨 일이십니까?"

 

  - 저는 장지한 검사라고 합니다. 현재 하종석 씨가 윤백룡 씨 죽음에 관련해서 김태춘 씨를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계십니다.

 

 갑작스럽게 걸려온 장 검사의 전화를 받고 종석은 심장이 바닥으로 내팽개쳐지는 기분이었다.

 

 설마 검찰이 자신에게 연락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네? 근데 그 일은 벌써 3개월이나 넘은 일 아닙니까? 왜 인제 와서…….“

 

 공소시효가 지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종석에게 백룡의 죽음은 이미 머나먼 과거가 되어있었다.

 

  - 하종석 씨. 하종석 씨에게 이 일은 '3개월이나 지난 일'이겠지만, 윤백룡 씨의 따님에게는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일'입니다.

 

 장 검사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종석은 자신이 한 일이 들킨 것 같아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이, 인제 와서 뭘 어쩌시려는 생각입니까. 이미 윤백룡 씨는 죽었는데."

 

  - 현재 구속 상태인 김태춘 씨가 윤백룡 씨의 사망 배후로 하종석 씨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저는 김태춘이란 사람은 알지도 못합니다."

 

  - 김태춘 씨를 모르신다고요?

 

  "네, 그, 그렇습니다. 지금 처음 들어본 이름입니다. 김태춘이라는 분은 왜 가만히 있는 저를 끌고 들어가시는지 모르겠네요. 정말 왜 그러시는지……."

 

 아예 모르쇠 작전으로 나가기로 한 종석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 그렇군요. 하종석 씨는 이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시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 아마 무슨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다시 조사한 뒤에 하종석 씨에게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힘겹게 통화를 마친 후 패닉에 빠진 종석은 그대로 미끄러져서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김태춘을 죽여버리는 건데. ……그럴 리 없다고. 잡힐 리 없다고 하는 말에 안심하는 게 아, 아니었는데."

 

 예고 없이 찾아온 태춘의 구속 소식에 종석은 이가 부딪칠 정도로 덜덜 떨고 있었다.

 

 억울하게 죽은 백룡에 대해 조금의 미안함도 없었던 종석이지만 제 안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몸을 떨며 불안해했다.

 

 초조한 눈빛으로 방을 서성이던 종석은 이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마술용품을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비, 빌어먹을!"

 

 두려움이 분노로 바뀐 종석의 표정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분명히 사고사로 결론이 났는데, 검찰은 이 사건에 관심도 없는 것 같았는데, 왜, 왜 갑자기 다시 수사를 시작한 거야, 대체 왜!"

 

 연주와 같이 살고 있던 종석은 차마 큰소리로 화를 내지 못하고 중도 어린 음성을 탁하게 내뱉었다.

 

  "이건 분명히 강철수 짓일 거야."

 

 설마 했던 일들이 점점 현실로 변하고 있었다.

 

 소기의 목적이었던 백룡의 마술 트릭을 알아내지도 못했는데 잘못하면 자신이 구속될 판이었다.

 

 태춘이 얼마 전에 뒤를 캐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을 때, 종석은 철수에 대해서 나름대로 철저히 조사했지만, 세계적인 기업 철수의 신상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종석이 알아낼 수 있었던 건 오직 그의 사진 한 장밖에 없었다.

 

 처음 그의 사진에서 봤을 때, 철수의 눈빛이 종석의 가슴을 비수처럼 찔러댔던 것이 떠올랐다.

 

 종석이 철수의 사진을 봤을 때부터 그가 자신에게 엄청난 불행을 가져올 사람이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자신에게 당신이 숨겨놓았던 진실을 꼭 밝히고야 말겠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괜히 불편했다.

 

 종석의 입술 사이로 노기 어린 신믕이 새어 나왔다.

 

  "강철수가 윤백룡의 제자라고? 윤백룡은 죽어서까지 나를 방해하는구먼. 결국에는 다 자기 잇속 챙기려다가 죽은 인간인데 그런 인간 하나 죽이는 게 뭐가 어떻다고. 이런 …… 젠장!"

 

 죽어서까지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백룡의 망령이 그의 주변을 떠도는 듯했다.

 

 윤백룡은 자신의 인생 최대의 걸림돌이자 방해꾼이었다.

 

 종석에게선 백룡과 제이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장 검사의 전화가 자신의 몰락을 알리는 전화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고, 막다른 골목으로 내쫓긴 종석의 눈에는 뵈는 것이 없었다.

 

 분명히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방법을 찾으면 하늘이 자신의 노력에 감명하여 이 위기를 빠져나갈 수 있는 동아줄을 내려줄 것이다.

 

 멍한 표정으로 허공만 주시하고 있던 종석이 지갑 안에 보관해두었던 명함을 꺼냈다.

 

 명함에 적혀진 전화번호를 누른 종석은 상대가 전 화를 받자마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하종석입니다.”

 

 

 

 ***

 

 

 

 타닥타닥.

 

 컴퓨터로 급한 일을 처리하던 철수가 피곤한 듯 손가락으로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밤늦은 시각이었지만 밀렸던 일을 처리하느라 철수의 손은 쉼 없이 움직였다.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리고 허리를 편 철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네, 강 대표님. 저 장 검사 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 강 대표님께 좋은 소식 알려드리기 위해서 전화했습니다. 김태춘에게 구속 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장 검사의 말에 철수는 피곤을 잊은 듯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다행이군요. 하긴 그렇게까지 증거가 있는데 영장이 발부되지 않을 리가 없지요."

 

  - 도주의 위험이 의심되는 놈이라서 불구속 대신 구속했습니다.

 

  "장 검사님, 정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 그런데 하종석에게도 연락했지만, 그는 자신의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장 검사의 말에 철수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그렇습니까?"

 

  - 네, 일단은 하종석과 대면 조사를 해야 자세히 알겠지만, 워낙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펄 뛰어서.

 

  "……."

 

  - 하종석은 아예 김태춘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허!'

 

 어이가 없어진 철수는 입술 사이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자신에게 태운과 어울리는 종석이 찍힌 사진이 증거로 있는데도 태춘을 모르는 척을 하다니.

 

 철수는 미꾸라치처럼 빠져나가려는 종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까 가만히 고민했다.

 

  - 같은 고등학교에 나온 것도 몰랐다면서 펄펄 뛰더군요.

 

  "정말 어이가 없군요. 분명히 내가 사람을 붙여서 하종석과 김태춘이 같이 술을 마시는 사진을 찍었는데도 거짓말을 하다니."

 

  - 아마 사진이 찍힌 줄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골치가 아파진 철수는 눈썹을 매만지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 아마 끝까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잡아뗄 생각인 것 같습니다.

 

  "분명히 선생님의 죽음에 배후는 하종석이 틀림없습니다."

 

  - 그런데 이미 대형법무법인 변호사 10명을 선입했더군요.

 

  "……."

 

  - 생각보다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신음 섞인 장 검사의 목소리를 들고 철수는 살포시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움직임이 그들에게 들어간 건지 종석은 발 빠르게 엄청난 돈을 써서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한 모양이었다.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마술사라고 불리지만 유명 PD였던 종석에게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릴만한 돈은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일이었다.

 

 철수는 돈으로 죄를 덮으려는 괘씸한 종석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장 검사님, 하종석이 선임한 변호사들이 어디 법률사무소 소속인지 알아낼 수 있으십니까?"

 

  - 네, 그렇습니다. 모두 우리나라 TOP 10안에 드는 법률사무소 소속의 변호사들 입니다.

  "변호사 명단 좀 저에게 보내주십시오."

 

  - 강 대표님, 무슨 일을 하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그들에게 돈이 아니라 정의를 쫓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그럽니다.

 “

 철수는 장 검사에게 변호사 명단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고 통화를 마쳤다.

 

 전화를 끊은 뒤에도 철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매만지며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

 

 

 

 간단한 쇼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겨울맞이 목도리 뜨기에 한창이었던 제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진짜 생각보다 쉽지 않네."

 

 서툰 솜씨로 목도리를 짜다가 실이 엉켜서 몇 번이나 다시 풀어야 했던 제이는 아직 반도 뜨지 않은 목도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남들은 2~3일이면 된다고 하던데."

 

 철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서 노력했던 것이었는데 결과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제이에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지는 않았지만 제이는 아버지의 죽음과 관계된 사람들이 하나둘씩 검찰에 구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이미 사고사로 종결된 것이었는데, 철수가 그 수사를 재수사시키기 위해 뒤에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지 않아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자신이 그에게 엄청난 도움을 받고 있지만, 나중에는 꼭 그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제이는 굳게 다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야."

 

 철수의 목소리에 들고 있던 목도리를 고이 접어 다시 쇼핑백에 넣은 제이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응. 오빠, 무슨 일이예요?"

 

  "안에 있었네. 혹시 마술 연습하고 있었어?"

 

  "아니, 오빠 목도리 짜고 있었지."

 

  "그래?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한 게 아니었구나."

 

  "그럼요, 난 한다면 하는 여자예요."

 

 자신을 바라보는 철수의 눈동자에서 왠지 모를 근심과 걱정이 어려있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야, 무슨 일 없어."

 

 성큼 가까이 다가간 제이가 살며시 철수의 품에 안겼다.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제이가 머리를 기대고 안겨있었지만, 이것은 제이가 철수를 위로해주는 둘만의 방법이었다.

 

 철수가 제이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자 귓가로 그의 낮은 한숨이 들려왔다.

 

  "무슨 일 없었으면서 표정이 왜 그렇게 침울해."

 

  "넌 역시 천재야. 어떻게 이렇게 내 마음을 잘 아는 거야."

 

  "그거야 물론 내가 오빠를 사랑하니까 그렇죠."

 

 철수가 고개를 들어 사랑스러운 눈길로 제이를 내려봤다.

 

  "나 좀 안아줘."

 

  "응, 꼭 안아줄게."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철수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리 많이 가라앉아있었다.

 

 제이는 그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주고 싶어서 그의 손길을 거절하지 않고 그녀도 그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철수는 제이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그녀와 몸이 밀착되게 가까이 안았다.

 

 달콤한 제이의 몸 냄새를 맡으려는 듯 철수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네 품에 안겨서 네 향기를 맡을 때마다 불안감이 싹 가시는 것 같아."

 

 철수의 심장이 불안하게 미친 듯이 뛰어대다가 천천히 제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을 느낀 제이도 안심한 듯 표정을 풀었다.

 

  "오빠."

 

  "응?"

 

  "많이 힘들면 아빠의 죽음에 대해서 그만 파헤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의아한 표정의 철수가 갈라지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피곤함이 가득 묻어 나오자 제이는 두 팔에 힘을 주어 그의 허리를 안고 등을 토닥였다.

 

  "오빠가 너무 힘들어하는 거 보면 나도 아프고 힘들어서 그래."

 

  "나 안 힘들어."

 

  "힘들면서 또 안 힘든 척."

 

  "……."

 

  "우리 아빠도 오빠가 이만큼 노력했다는 거 알면 굳이 범인을 잡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할 거야."

 

  "……."

 

  "우리 아빠는 오빠나 내가 복수 같은 쓸데없는 거에 매달리고 있으면서 괴로워하는 거 보고 싶지 않을 거야."

 

  "……그러실까."

 

  "응, 그럼. 당연하지. 설마 내가 우리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

 

 제이가 웃으면서 철수의 등을 팡팡 치자, 그의 입에서도 작게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가만히 그녀와 눈을 마주하고 있던 철수가 천천히 그녀의 입술 위로 가볍게 입을 맞췄다.

 

  "오늘 종일 그 생각 하고 있었어요. 오빠가 햄들어 하는 모습 보기 싫었거든."

 

  "괜찮아. 너만 내 옆에 있으면 난 절대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

 

  "응. 너무 영원히 내 곁에 있다면."

 

 철수의 부드러운 음성에 제이는 그를 위로하듯 부드럽게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철수의 진심 어린 고백에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을 길게 마주쳤다.

 

 철수의 품에 안긴 채 그의 불타오르는 열정을 모두 받아낸 제이는 어느새 그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어있었다.

 

 제이는 오늘따라 약해져 있는 철수를 품에 안으며 오로지 그를 위한 기둥이 되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66 66.나랑 결혼해 줄래? (完) 2017 / 12 / 30 261 0 8640   
65 65.제이야, 생일 축하해 2017 / 12 / 30 264 0 8226   
64 64.진짜 죽여버리고 싶어 2017 / 12 / 29 306 0 8243   
63 63.알았어, 오늘은 키스만 할게. 2017 / 12 / 29 274 0 7807   
62 62.너 없으면 못 살아. 2017 / 12 / 28 251 0 8284   
61 61.윤제이 납치 계획 2017 / 12 / 28 284 0 8258   
60 60.키스 좀 해줘라. 2017 / 12 / 25 272 0 8841   
59 59.침대로 갈까? 2017 / 12 / 23 276 0 8348   
58 58.급발진 사고를 내가 낸 거라니까. 2017 / 12 / 22 265 0 8445   
57 57.오빠, 미안한데 저 수건 좀 가져다주실래요 2017 / 12 / 21 364 0 7726   
56 56.그럼 둘이 언제 잤어요? 2017 / 12 / 20 268 0 8352   
55 55.정말로 미치도록 귀엽다 2017 / 12 / 11 252 0 8486   
54 54.절대 내 품에서 안 놔줄 거야 2017 / 12 / 9 261 0 8422   
53 53.나도 철수 씨를 좋아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2017 / 12 / 7 253 0 8814   
52 52.원래 독일에서는 인사 대신 목에 키스하는 … 2017 / 12 / 5 238 0 8764   
51 51. 개미지옥에 빠진 불쌍한 개미 2017 / 12 / 4 272 0 8102   
50 50.당신들한테 제안할 게 있어요. 2017 / 12 / 3 240 0 7987   
49 49.영원히 그와 함께 하고 싶어. 2017 / 12 / 2 252 0 7901   
48 48.철수 씨가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2017 / 12 / 1 247 0 8611   
47 47.무릎과 무릎 사이에 2017 / 11 / 29 628 0 8123   
46 46.제이는 철수를 좋아해? 2017 / 11 / 27 277 0 8107   
45 45.슬프면 슬프다고 말해요 2017 / 11 / 26 257 0 8563   
44 44.나중에는 내가 너 구해줄게. 2017 / 11 / 24 259 0 8193   
43 43.제이가 내 사무실에는 어떻게……? 2017 / 11 / 24 257 0 8265   
42 42.미래의 남편이요? 2017 / 11 / 22 249 0 8823   
41 41.짝사랑하는 여자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법 2017 / 11 / 20 259 0 8481   
40 40.제이 씨, 우리 형이랑 사귀어요? 2017 / 11 / 17 238 0 8478   
39 39.품에 안긴 가녀린 몸 2017 / 11 / 16 237 0 7984   
38 38.내가 철수 씨를 좋아한다고? 2017 / 11 / 15 269 0 7784   
37 37.대표님, 제이 씨랑 데이트하세요. 2017 / 11 / 14 235 0 7619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사장님이 보고
카렌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