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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여우는 사악하지 않다.
작가 : 나흘째곰탕만
작품등록일 : 2017.12.2

하디레님과의 공동창작소설입니다. 주 내용은 과거가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사미호 연화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공모전 기간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6
작성일 : 17-12-25 01:27     조회 : 233     추천 : 1     분량 : 4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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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벽이 그 앞을 가로막을 제, 이어 붙인 희망이 그 길이 되리. 그의 태양이 마음속을 끓였다면 추락한 이카루스도 후회는 아니 하였으리.

 

  용기는 사람의 날개가 되리….

 

 ::6

 

  전화가 끊긴지 얼마 되지 않아 나래가 연화의 집 앞으로 도착했다. 나래를 먼저 발견한 것은 연화였다.

 

 “나래야!”

 

  연화가 얼른 뛰어가 나래를 반겼다. 나래도 뛰어온 연화에게 친숙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잘 있었어?”

 “잘 있었긴.”

 

  그리운 친구와 인사를 나눈 연화는 다시 뾰로통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두 뺨에 불만이 가득 들어찼을까.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볼이 마치 풍선껌 같았다.

 

 “어째서 1달 동안 일이 많았던 거야? 그동안 밖에 나오는 걸 가렸던 나는 네가 우리 집에 오지 않아서 속상했단 말이야.”

 “에이, 미안, 미안~ 나도 나 나름대로 할 일이 많았어.”

 

  연화가 투정을 부리자 나래가 안쓰러운 미소를 지었다. 나래야 밖을 나다니며 인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연화는 얼마나 쓸쓸했을까. 마음을 통할 상대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괴로운 일이다.

 

 “한 달 전, 오미호가 된 후로 꼬리를 더 얻는 방법을 찾아다니느라 그만. 꼬리를 더 얻으려고 그동안 얼마나 많이 인간 남자들과 만나봤는지 알아? 근데 내 마음에 쏙 드는 남자는 없더라.”

 

  나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간 만났던 남자들의 이름을 읊었다. 그리고 이 남자는 센스가 엉망이었고, 저 남자는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둥 구시렁거리기 시작했다. 나래의 과거회상이 끝이 없을 듯 하자, 결국 연화는 이를 단칼에 잘라내고 본론으로 들어섰다.

 

 “근데 아까 소개팅 했다는 남자는? 마음에 들었어? 어때?”

 

  나래는 연화가 말을 꺼내길 기다렸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동시에 두 손으로 뺨을 감싸고 눈망울은 상상 속에 젖어 들어갔다.

 

 “응, 완전 마음에 들었어! 무슨 남자가 그렇게 생겼니? 잘생긴데다가 품위까지 있고, 절도 있는 행동! 마음에 들어! 또 얼마나 멋있는지….”

 

  자그마한 질문 하나에 반색하는 친구를 보며 연화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래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필요 이상으로 보이고 있었다. 마치 그를 찬양하는 것처럼.

 

 ‘사랑이 그렇게 중요한 감정인가.’ 

 

  기억 속의 옥유는 어린 여우들을 자주 불러모았다. 옥유의 긴 꼬리는 둥글게 여우들을 감싸 안았다. 부드러운 옥유의 꼬리털이 목덜미를 간질이면 까르르 터지고 했던 웃음보따리. 그 속에서 짐짓 엄하게 옥유는 입을 열었다.

 

 ‘사랑이란 속임수다. 사랑에 눈이 먼 자는 항상 속기 마련이다. 사랑이란 감정은 아지랑이와 같아 순식간에 사라지니 그를 믿으려 해선 아니 된다. 사랑하는 마음이 클수록 상대의 거짓을 믿기 십상이니 늘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옥유의 입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담기는 날에는 늘 언덕 위에 번개가 내리쳤다. 연화는 번뜩이는 번개가 무서워 꼬리로 눈을 가렸다. 조심스레 꼬리를 내리면 번개의 빛과 대조되는 검은 그림자가 눈을 번뜩이며 어린 여우들을 내리보고 있었다.

 

 ‘옥유님은 어째서 이리도 사랑에 냉혹하셨을까?’

 

  호기심 많은 연화는 문득 든 궁금증에 잠식되어갔다.

 

 ‘혹 전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그 사람에게 배신감을 갖기라도 한 건가?’

 

  연화가 이런저런 상상을 펼쳐갈 즈음에도 나래는 소개팅남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공부도 잘 하고, 학벌도 좋고, 센스도 있고….”

 

  계속되는 나래의 찬양 아닌 찬양에 연화는 지루함을 느끼고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나래야.”

 “성격도 진짜…. 응?”

 

  갑자기 말을 끊는 연화를 나래가 쳐다보았다. 긴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이런 적은 없었다. 항상 자신의 말을 참을성 있게 끝까지 들어주던 그녀가 먼저 말을 끊는 건 처음이었다. 

 

 “…많이 달라졌구나, 연화야.”

 

  친구의 낯선 모습을 발견한 나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참, 여기서 대화하지 말고 커피숍 같은 데에 가서 얘기하자. 어차피 우리 둘 다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어때?” 

 

  나래는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말했다. 나래의 말에 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기 때문인지, 변화 때문인지 몰라도 연화는 자신이 조금 우울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연화는 생각했다. 우울함으로 가득 찬 자신의 세상을 뒤집어놓을 만한 일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 

 

  원목으로 된 문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커피숍은 몇 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다. 창문과 울타리 사이에는 싱그러운 풀잎들이 손을 내뻗고 있었다.

 

  연화가 거리의 이질적인 풍경에 어색해하는 사이, 나래는 자연스럽게 주변에 녹아들었다. 나래는 아무렇지도 않게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에 달린 종이 손님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듯 ‘딸랑’이는 소리를 내었다.

 

  연화는 신기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웃고 떠들며 커피나 차 등을 마시고 있었다. 혼자서 노트북을 하거나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사람도 몇 있었다.

 

  사람들 중에서는 연화와 나래를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아마도 머리 위에 솟은 연화의 귀 때문이리라. 그러나 사람들은 연화의 귀를 보고 머리띠나 장식이라 생각했는지 크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흥미를 잃은 사람들은 곧 제각기 하던 일로 시선을 돌렸다.

  

  연화는 사람들의 시선에 털이 쭈뼛 곤두섰다. 이렇게 인간들이 많은 곳에는 와본 적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롭고 부담스러웠다. 나래는 잔뜩 긴장한 연화를 창가 쪽에 있는 자리로 이끌었다. 착석한 나래는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뭐 마시고 싶어?”

 “음…. 네가 마시는 거.”

 “그러면 코코넛주스 두 잔 주문해야 되겠다! 그리고 디저트로 핫케이크 하나 주문해야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봐!”

 

  나래는 콧노래를 부르며 계산대로 향했다. 연화는 나래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래가 능숙하게 음식을 주문하고 진동벨을 받았다. 연화는 그런 친구가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이종족의 세계에 있을 때에는 항상 자신이 나래를 챙겨주어서 그녀가 동생처럼 느껴졌는데, 인간계에서 오랜만에 만나자 오히려 나래가 자신의 언니처럼 다가왔다.

 

  어느새 주문을 마치고 진동벨을 들고 온 나래가 연화에게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눈동자를 은하수처럼 빛내며 연화의 눈동자를 마주 바라보았다.

  

 “있잖아, 내가 널 만나고 싶다고 한 게….” 

 

  눈을 빛내는 나래를 볼 때부터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더니 역시였나 보다. 나래는 앞뒤 다 잘라먹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연화는 나오는 대로 이야기하는 친구의 말을 그냥 들어 주었다.

 

 “사실은…. 그 소개팅을 한 사람이 ‘승빈’이라는 사람이야. 근데 승빈이 나에게 데이트신청을 하더라고. 그래서 두말할 거 없이 그냥 승낙했지.”

 “그래, 그렇구나.”

 

  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일이었다. 친구가 인간의 사랑을 얻어가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근데 나더러 친한 친구가 있냐고 물어보는 거야. 그래서 그렇다고 대답했거든? 근데 그 친구가 남친이 없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했어. 그랬더니 친한 친구랑 같이 오라는 거야. 자신의 친한 친구와 만나게 해 준다나 뭐래나. 그래서 나는 좋다고 했는데, 너는 어때?” 

 

  연화는 친구의 장단에 맞추어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마지막 한 마디에 살짝 귀를 움찔였다.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아까 전에 소개팅을 한 걸 자랑하려고 하는 줄 알았더니, 자신의 의견을 물어보다니.

 

  사귐성 좋은 나래와는 달리 연화는 무척이나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친구도 나래 한 명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내 고민하다가 나래의 말을 거절하기로 결심했다. 다른 일도 아니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니, 당연히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나래야, 미안하지만 나….”

 

  연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래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정중하게 거절하려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그 때 연화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문장이 있었다. 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었다. 꼬리 세 개를 얻는 방법, 바로 ‘인간의 사랑을 얻는 것’이었다.

 

 ‘어, 어떡하지….’

 

  아무래도 낯을 가리는 성격이니 사람을 만나 사랑을 얻기는 힘들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사미호로 남을 것이었다. 아무리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지만 평생 죽을 때까지 사미호로 남는 것은 너무 억울했다. 여우라는 종족으로 태어나서 꼬리 아홉 개는 얻은 다음 죽고 싶었다.

 

  연화는 열었던 입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입술을 살짝 이빨로 깨물었다. 하려던 말이 입 안에서 쓰게 녹아 사라졌다.

 

 “응? 역시 안 되려나?”

 “아니, 나래야, 나…. 만날래. 만나서 꼭 인간의 사랑을 얻고 싶어.” 

 

  연화의 얼굴에 결연한 빛이 차올랐다. 굳게 빛나는 두 눈빛에서 의지를 읽어낸 나래는 잠시 놀란 듯 하더니 이내 생긋 웃었다.

 

 “그래, 그러자. 그럼 내가 연락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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