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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치이사이: 신의 복수
작가 : 누리봄늘봄
작품등록일 : 2017.12.15

‘이렇게 계속 작아지다가 없어지는 게 아닐까?’ 인류는 두려움에 떤다.
게다가 갑자기 나타난 원인모를 괴물, 치이사이.
온갖 좌절, 두려움, 부정적인 감정들에 못 견뎌 신을 부르짖는다.
그렇게 해서 세워진 것이, 신전.

정부는 시민들의 자식들을 신전에 ‘기부’하여 인류를 구원할 ‘영웅’이 될 ‘영웅의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들려오는 건 ‘신전에 들어간 아이는 적어도 5년 안에 죽는다.’라는 소문.
이유도 모른 채 사라진 많은 어린 아이들.
그리고 그곳의 진실을 파헤치려 하는 소년, 타이쇼.

 
25화. 치이사이: 신의 복수
작성일 : 17-12-24 23:04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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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건실했던 아이, 쿄진

 ***1

  쿄진은 아버지를 존경했다. 그는 매우 성실하고 건전했으며, 매사에 책임감이 강해 믿음직했다. 그런 그를 닮고 싶어 했다. 아버지처럼 머리를 반삭으로 깎았으나, 그것은 쿄진의 우락부락한 얼굴을 더 도드라지게 할 뿐이었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그가 읽었던 책들을 들춰보았으나, 쿄진이 이해하기엔, 아니, 본래 지닌 지능 자체가 작았다. 그들은 매우 달랐다.

 

  그러나,

 

  “우리 아들, 오늘은 어땠니?”

 

 

  그들은 아주 사이가 좋았다. 쿄진이 학교를 다녀오면 항상 그는 생활을 물었고, 사소한 기분 변화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았다. 쿄진 또한 대화거리가 없던 때라도 억지로 말을 붙일 만큼 그를 사랑했다.

 

  변화는 ‘그 날’부터 시작되었다.

 

 

 

 ***2

  “야야, 이거 네 이름 아냐?”

 

  멋쟁이처럼 왁스로 올린 머리를 한 친구가 핸드폰 속 무엇을 손짓하며 물었다. 어느 사이트였다. 쿄진은 그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이름: 쿄진.

 

  현재 키: 10센티.

 

  상태: 매우 건강함.(파일에 건강기록부 첨부.)]

 

  “……뭐야.”

 

 

  쿄진은 그것이 ‘코진’이라던가 ‘쿄잔’이라고 써진 게 아닌 지 연신 확인했다. 세상에 ‘동명이인’은 없다. 단 한사람은 단 하나의 이름을 가질 수 있다. 절대 겹쳐서는 안 된다. 결국 그는 그것이 자신의 이름이라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쿄진은 왜 그 글이 적혀있는 지 몰랐다. 그러나 왠지 불안했다. 저곳에 있는 것이 자신의 이름이 아니었으면 했다.

 

  괜히 머쓱하여 손톱을 매만지던 친구는 시선을 약간 붕 뜨게 한 채 말했다.

 

  “그, 이거 ‘임신 사이트’야. 그, 알잖아. 큰 아이 낳으려고 의뢰하는 거……. 아, 그, 나도 알바 좀 하려고 알아봤다가…내가 좀 크잖냐…, 근데 네 이름이 있어서…….”

 

 

  임신 사이트. 아이가 작아지면서 생긴 ‘돈 벌이’ 수단이다. 작은 아이를 낳는 걸 두려워한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어, ‘큰 아이’를 낳게 해준다는 홍보를 하고, 끝내 가정의 불화를 유도하는 사이트.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고용하여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낳은 아이의 이름과 신체 정보를 사이트에 적어, 더 많은 의뢰자들을 유혹한다. 정말로, 큰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그런 사이트에 쿄진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왜?’ 그는 답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닌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는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서………. 쿄진은 급히 입을 막았다. 구토가 치밀어 올랐다.

 

  항상 자신을 보며 안절부절 하던 어머니, 아버지에게 늘 죄 지은 것처럼 행동하던 그녀…….

 

  쿄진은 학교에서 뛰쳐나왔다. 온갖 감정이 휘몰아친 탓에 몸이 비틀거렸다. 친구에게 그런 사실을 들킨 것에 대한 부끄러움, 수치감, 어머니에 대한 실망감, 배신감……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

 

  쾅-!!

 

  몸집 좋은 쿄진은 현관문에 달려들었다. 집안에서는 달콤한 코코아 냄새가 진동했다. 부엌에 있던 어머니는 화들짝 놀라 거실로 나왔다.

 

  13살 소년, 쿄진은 씩씩거리며 소리 쳤다.

 

  “왜, 왜 그랬어!! 그럴 바엔 낳질 말던가!!”

 

  쨍그랑-!

 

  “아, 아….”

 

 

  그녀가 들고 있던 컵이 바닥에 추락했다. 날카로운 소음이 둘 사이를 지나갔다. 어머니는 손을 잘게 떨며 가만히 서있었다. 그녀는 상황을 이해한 듯 싶었다.

 

  쿄진은 쿵쾅거리며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 그리고 눈으로 어머니의 얼굴을 훑었다. 자신은 검은 머리카락을 좋아했더랬다. 아버지와의 접점이 그것뿐이었으니까. 쿄진은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을 보며, 사이트에서 보았던 남성의 머리를 떠올렸다. 아니었다. 자신의 머리카락은 아버지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손을 위로 올려 검은색 뭉텅이를 꽉 쥐었다. 전부 다 뽑고 싶었다. 쿄진은,

 

  “으아아-!!”

 

  괴성을 질러대며 힘껏 잡아 당겼다.

 

  투둑-.

 

  몇 가닥의 실이 끊기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어머니는 울먹이며 소리쳤다.

 

  “그, 그만해-! 제발, 내가 잘못 했어…….”

 

 

  파리한 얼굴과 함께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쿄진은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아버지……. 그는 그의 아들이란 것이 자랑스러웠다. 괜히 어깨를 피고 다닌 것도 그것이 이유였다. 피가 흐르는 머리의 고통보다 가슴이 더 아팠다. 쿄진은 끊임없이 자신을 학대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미칠 것 같았다.

 

  어머니는 그의 팔에 매달리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다 잘못했어. 미안해, 미안해……. 하지만, 그런 말은 하지 마…. 응?”

 

 

  그녀는 문득 아래를 바라보며, 저 깨진 컵이 자신 같다고 생각했다. 새하얗던 컵은 진갈색으로 물들어 조각나있었다. 더럽다…….

 

  삐삐삐삐-. 삐빅-!

 

  그 소리에 두 사람은 몸을 굳혔다. 돌아왔다.

 

  “나 왔어, 여보~. 두고 온 게 있어서 말이야, 잠깐 왔어~.”

 

  경쾌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발, 두 발,….

 

  “……무슨 일이야!?”

 

 

  피가 흐르는 쿄진과 울고 있는 자신의 아내. 사랑하는 두 사람이 엉망인 모습으로 서있자, 그는 대충 신발을 벗고 다가갔다.

 

  “아, 잠깐.”

 

 

  아버지는 화장실에서 수건과 함께 거실 어딘 가에 있던 구급상자 또한 가져왔다. 이 상황에도 그는 냉철했다. 그는 일단 수건으로 쿄진의 머리를 지혈했다.

 

  “무슨 일이야?”

 

 

  이번엔 다정히 물었다. 지독히도 다정했다. 쿄진은 시선을 내려 그의 무릎만을 바라보았다. 다른 때처럼 그의 눈을 보지 못했다. 그 옆에 앉은 어머니는 불안한 듯 손을 주무르며 말을 피했다. 아버지는 쿄진의 치료가 끝나자 나직이 한숨을 쉬곤 일어났다. 그의 반응에 두 사람은 흠짓하며 몸을 떨었다.

 

 

  “나중엔, 꼭 말해 줘야 돼?”

 

  그는 정말로………다정했다.

 

 

 

 ***3

  “자네 아들인가?”

 

  “하하, 네. 좀 안 닮았죠? 저보다 잘 생긴 게, 애 엄마를 더 닮았나 봐요.”

 

 

  그는 활짝 웃으며 자랑스레 사진을 보였다. 바로 옆 자리에 있던 동료직원은 그런 그를 보다가 주변을 살짝 살피곤 속삭였다.

 

 

  “혹시 모르니까 확인해 봐.”

 

  “네?”

 

  “자네, 설마 모르나?”

 

  “무엇을…….”

 

  “임신 사이트 말이네! 험험.”

 

 

  그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반응을 보고 속으로 혀를 차던 동료직원은 핸드폰으로 어느 사이트를 찾아주었다.

 

 

  “여기 말일세.”

 

  “어……. 여긴, 무슨 사이트죠…?”

 

  대문짝하게 걸린 베너에 적힌 자신의 아들 이름을 보고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뭐긴, 뭐야-. 자네, 정말 건실하게 살았나 보구만. 큼큼, 그, 대신 임신 시켜주는 사이트지, 뭐. 흠, 이런 말 하긴 좀 미안하다만, 많이 안 닮았다면 확인해 보는 게 좋아. 자네 아들 이름이 적혀있을 지 누가 알겠나? 요즘엔, 자기 자식 아닌 것 같으면, 다 확인해 본다네.”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이름이 적혀있으면…….”

 

  “자네 아내가 다른 남자한테 애를 뱄다는 거지. 자네, 혹시 있는 건가? 응? 이름이 있어?”

 

  동료직원은 흥미롭게 웃으며 그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밀어내곤 말했다.

 

  “하하, 없습니다. 제 아내는 이런 사이트가 있다는 것도 모를 거예요.”

 

  “에이, 그래? 알겠네, 일 열심히 하게나.”

 

  동료직원은 김이 빠진다는 얼굴을 하며 자신의 책상에 의자를 당겨 앉았다.

 

  탁, 탁, 탁…….

 

  아버지는 천천히 타자를 쳤다.

 

  [쿄진]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내 아들이다. 아니, 아닌가. 내 아들이 아니지……. 그는 고개를 숙였다. 오늘따라 형광등의 불빛이 따가웠다.

 

 

 

 ***4

  “신전에 보내자.”

  “……네.”

  어느 새 지저분하게 자란 머리를 만지던 아버지가 잔인하게 말했다. 어머니는 순응했다. 그녀는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쿄진은 14살의 생일이 되기 하루 전에 신전에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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