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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스테
작가 : time stop
작품등록일 : 2017.12.24

실수로 일으킨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마왕, 그런 마왕을 죽이고자 하는 인간들. 점점 마모되어 가는 마왕을 지켜보며, 그녀는 무의미한 전쟁을 계속해 나간다.

 
무의미한 전쟁
작성일 : 17-12-24 20:03     조회 : 320     추천 : 0     분량 : 3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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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게 펼쳐진 자색의 하늘 아래로 매캐한 연기가 타올랐다. 그 사이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에 그녀는 코를 틀어막았다. 이제 세 번째 맡는 냄새지만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

  넓은 대지 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바람에 떠밀려 일어나는 자욱한 흙먼지들이 그곳을 가득 채울 뿐. 그 어떤 생명도 방금까지 전장이었던 곳에 두 발로 서 있지 않았다.

  전쟁.

  어느 한쪽이 죽거나, 자멸해야만 끝나는 것. 허나 이 무의미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분명 저 황야도 곧 수십만의 인간 병사들로 가득 채워지리라.

  그렇게 된다면 이쪽에서는 또 악마들을 투입시켜야 할 거고, 또 시체들이 생겨나고. 그것들이 쌓여서 부패하는 걸 막기 위해 태우거나 묻어버리고……그리고 지금처럼 다시 코를 틀어막을 거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맴돌고 있는 이 상황을 타개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적들의 접근을 살피는 역할을 맡은 그녀는 입술을 살짝 씹었다.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존재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그의 옆에 가서 말을 걸어주고, 차가운 손을 붙잡아주고 싶었다. 허나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어린아이 같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에스테.”

  작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하늘과 같은 진한 자색의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린 소레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조금 지친건지 졸린 눈을 하고 있었다.

  “탐지 마법의 갱신이 끝났어. 이제 쉬어도 상관없어.”

  쉰다고 해도 고작 두 시간이 최대였다. 이 전쟁에서는 누구도 쉴 수 없다. 진지에, 땅에 누운 이들도, 졸음을 참으며 어둠을 주시해야할 보초들도.

  그렇지만 다른 아닌 그녀, 에스테에게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약 두 시간은 그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으니까.

  “고마워 소레아. 다른 분들은?”

  몇 시간 동안 들고 있었던 작은 망원경을 그녀에게 반납하며 에스테는 다른 두 사람의 상황을 물었다. 아무리 체력이 좋다고 해도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되었다. 지치지 않는 게 이상하다.

  “글렌디아는 적 정찰로를 확인하러, 그리고 르디아는 현재 병력 검토 중이야. 꽤 장시간 전투했으니까, 우리 측 악마들도 많이 지친 거 같아.”

  그 말에 에스테는 슬쩍, 악마들이 머무르고 있는 진지를 바라보았다. 지쳤다고 하기엔, 그것들은 무척이나 광분해 지금이라도 피를 보고 싶어 하고 있었다.

  “……크로웰은 저런 걸 지쳤다고 하지.”

  에스테의 시선이 어디로 향했는지 눈치를 챈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에스테에게 말했다. 에스테는 그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크로……아니, 마왕님은?”

  “중앙에. 또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모양이야. 네가 한 번 가봐.”

  “……응.”

  에스테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뒤쪽에 있는 작은 움막 같은 것을 바라보았다. 이 전쟁의 주도자인 마왕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무척이나 지친 상태였다. 특히 정신적으로는, 지금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는 게, 마왕군 간부 중 한 명인 르디아의 말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왕을 만나게 되는 매 순간 만큼은 지쳐서 힘든 얼굴이 아닌, 조금은 밝은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해야지 그의 부담이 덜어질 테니까.

  작게 심호흡을 한 에스테는 이내 소레아의 옆에서 바라보았던 움막의 앞에 도착해있었다. 그 안에서는 쉴 새 없이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마왕님, 에스테에요.”

  천을 살짝 들춰내자 어두운 내부에 빛이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코를 저리게 하는 강한 마취제 냄새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조금 어수선해, 그냥 들어와.”

  내부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그의 목소리에 에스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부로 발을 내딛었다. 어두운 안, 그곳에서 흑발의 사내가 지도를 펼치고 앉아 있었다.

  “마왕님……?”

  그의 팔뚝에서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피가 흐른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듯, 피는 굳지 않은 채로 그의 손목까지 내려와 있었다.

  덜그럭.

  놀라서 그에게 다가가려 하자 발끝에 무언가가 걸렸다. 자신의 발가락 끝이 건드린 무언가를 바라본 그녀는 사색이 되어 그것을 재빠르게 집어 들었다. 끝에 붉은 피가 맺혀져 있는 작은 칼날이었다.

  “마왕님, 설마.”

  “아니 그냥. 조금……그랬었지.”

  얼버무리며 대충 넘어가려는 그의 모습에 조금 화가 나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그가 어느 상태가 얼마나 불안하진 잘 알고 있는데. 그녀는 그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지도가 있는 탁자 위를 훑었다. 먼지가 가득 낀 붕대가 하나 보였다.

  “또 거부 현상인가요?”

  “응.”

  그의 즉답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붕대를 길게 풀었다. 마왕의 이상 현상 중 하나. 가학이다.

  마왕 본인이 자괴감에 너무 깊이 빠져 자신의 몸을 상처 입히는 등의 가학적인 짓을 하는 동시에 마왕의 힘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상태. 어째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건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입고 있는 옷의 소매 부분으로 마왕의 팔뚝에 묻어 있는 붉은 피를 닦아낸 그녀는 그 위에 붕대를 감았다. 마왕이 자신의 힘을 거부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면 그는 일반적인 인간과 다를 게 없었다.

  “미칠 것 같으면 말해주세요.”

  마왕은 주기적으로 미쳐버릴 때가 있다. 완전히 미쳐 마구 날뛰는 게 아닌, 조용히 내면적으로 미치는 때. 그때는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히거나 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며 안쪽, 그의 내면을 좀먹는다.

  “고마워 에스테. 너 없었으면, 나 미쳐버렸을지도.”

  “……그런 소리, 하지마세요. 마왕님은 멀쩡하니까요.”

  “그래, 그랬으면 좋겠어.”

  그는 손을 뻗어 타오르고 있는 약초의 불을 꺼 버렸다. 아마 마왕 본인도 자신이 이상하게 변해버릴 거라는 걸 알고 미리 마취향을 내보내는 약초를 태운 것 같았다.

  지독한 마취향이 사라지자 숨을 쉬는 게 한결 편해졌다. 그녀는 붕대를 감고, 그 끝 부분을 마법으로 고정시켰다. 소레아 만큼은 아니어도 기초의 기초의 기초 마법 정도는 사용할 수 있었다.

  “끝났어요.”

  그녀는 마왕의 손을 뗐다. 그는 자신의 팔을 몇 번 흔들었다. 그리고 붕대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는 걸 깨닫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언제나 고맙다.”

  미치지 않은 상태의 마왕. 그는 언제나 활짝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에 다른 누군가를 걱정시키지 않게 하기 위한 웃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웃음은 그 어떤 웃음보다 슬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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