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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은혈록
작가 : 실라인
작품등록일 : 2017.12.14

비일상적인 일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래. 내 일상은 그 누구도 부수지 못 한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었다.

어느 날. 평번하던 소년의 인생이 뒤바뀌어 버렸다.
세계의 그림자. 그 속에서 새로운 이레귤러가 된 소년은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38. 컴퍼니(2)
작성일 : 17-12-24 19:10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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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전부 끝났는데 뭘 마무리 하라는 거야?”

 “이번에 못 하면. 다음에도 못 해.”

 “윽.”

 능청스럽게 말하던 나는 정곡을 찔린 나머지 순간적으로 숨이 멎었다. 해결하고 싶지 않은 과제를 다음으로 미루려는 속내가 너무 쉽게 들통나버렸다.

 확실히 나는 지금 은혈귀를 상대하는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소윤의 말은 정론이다. 이번에 못 하면 다음에도 못 한다. 설령 하게 되더라도 오늘처럼 질질 끌게 분명하다. 만약 다음에 만나는 인간형 적이 강력한 위마라면, 그리고 인간 같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검에 주저함이 생겨 위험에 빠지게 된다면 그것보다 억울한 일은 없을 테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이미 제압된 은혈귀에게 터덜터덜 걸어갔다. 지금이 아니면 이렇게 여유롭게 고뇌할 틈도 없을 거고, 기회도 없겠지.

 전투 의지가 사라진 건지 은혈귀는 이미 아까 전 여대생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팔과 다리가 없다는 모습만 빼면 완벽한 인간이었다.

 ‘왜 하필.’

 차라리 아까처럼 괴물 같은 모습이었다면 조금이나마 더 편했을 텐데. 시간을 끌었더니 과제가 더 난해하게 바뀌었다.

 사람 모습이 되어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은혈귀를 차마 볼 수 없어서 눈을 감고 레이크를 번쩍 들어올리자 한소윤 말했다.

 “다운 레이는 쓰지 마.”

 “젠장.”

 조금이라도 거부감이 덜 드는 편법을 쓰려했는데. 원천에 차단해버리다니.

 인간의 모습을 한 은혈귀의 코앞에 도달한 나는 자기 최면을 걸며 계속해서 합리화했다.

 은혈귀를 사람으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애초에 저건 이미 사람이 아니니까. 그저 사람의 시체를 쓰고 다니는 괴물일 뿐이다.

 스걱-

 각오를 다진 나는 레이크의 예리한 칼날로 은혈귀의 기절해있는 목을 베어버렸다. 피륙과 살점을 가르는 느낌이 생생히 전달되었다. 도중 목뼈에 칼날이 걸려 끼익 거렸을 땐 절로 힘이 빠졌지만 어떻게든 은혈귀의 목을 몸통으로부터 떨어트리는 것에 성공했다.

 레이크를 불편하게 착용하고 있는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되는 날이 올 줄이야. 만약 평범하게 식칼 잡듯이 쥐고 있었다면 요리를 하는 등의 일로 칼을 잡을 때다 그 역겨운 감촉이 대뇌에서 재생됐겠지.

 은혈귀의 벌어진 살점과 혈관에서 피가 줄줄 새어나왔다. 그나마 사람의 피처럼 새빨갛지 않고 옅은 은색을 띄고 있다는 점이 가득이나 비현실적인 광경을 보다 한 차원 더 높여놔 반대로 거부감을 덜어주었다.

 그렇게 멘탈을 다잡고 있는데 은혈귀의 머리통이 옆으로 조금 구른 뒤 혀를 내민 상태로 멈춰섰다. 피로 염색한 머리카락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그 머리통을 보며 나는 토악질이 나올 뻔했지만 다행히 입이 막혀있어서 그런 불상사는 면할 수 있었다.

 “지원팀 부를 게.”

 한소윤은 심경이 복잡한 나에게 그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지 않고 어디까지나 사무적인 말투로 일의 진행을 알렸다. 나도 어쭙잖은 위로를 던지는 것보다 그렇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어필하는 게 더 마음에 닿았다.

 그래. 이건 아무 일도 아니다. 그냥 여타 다른 위마를 정화했을 때처럼 인류의 공익을 위해, 그리고 내 미래를 위해 평상시의 업무처럼 일을 해결한 거다.

 이 시체의 원래 주인도 자신의 몸을 이용한 괴물이 다른 사람들을 해치고 다니는 걸 원치 않았을 거라 믿으며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은혈귀가 죽었으므로 환영 결계든 뭐든 위험이 될 만한 건 남아있지 않을 거라 판단해 갑옷을 해제하며 한소윤에게 물었다.

 “후. 이제 어떻게 해?”

 “은혈귀의 사체를 수거하는 것까지만 확인하고 돌아갈 거야.”

 한소윤은 내가 마음을 다잡은 걸 눈치 챘는지 담담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읊었다. 사실 계획이랄 것도 없었다. 지원팀이 현장의 흔적을 모두 정리하고 은혈귀의 사체를 회수해갈 때까지 예기치 못 한 상황을 대비해 이곳을 사수하고만 있으면 된다.

 은혈귀의 심장은, 정확하게 은혈귀의 심장 옆에 있는 코어는 은혈과 은장도를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 자재다. 은혈귀부터가 금성급이라 고등급의 은장도는 만들지 못 하겠지만 은장도는 은장도. 소홀히 관리할 수는 없다.

 “왔나보네.”

 얼마 후 발걸음소리가 들리자 나는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뒤 몇 몇의 사람이 이곳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어이 꼬맹이들. 우리 사냥감한테서 손때시지?”

 협회의 모든 지원팀은 예기치 못한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언제나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다닌다. 옷이나 장신구에 가려지 않도록 잘 보이게. 하지만 우리에게 반말을 찍찍 내뱉으며 걸어오는 거한은 사원증은 고사하고 두꺼운 가슴 털을 자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상의에 사원증은 고사하고 그 무엇도 걸치지 않았다.

 이어 선두의 남자를 기준으로 양 옆에 커리어 웨어를 입은 두 사람의 남녀가 나란히 서더니 롱 헤어의 여자 쪽에서 입을 열었다.

 “다행이 안 늦었군요. 대장.”

 “그래. 하마터면 전리품을 뺏길 뻔 했잖아?”

 대장이라 불린 상의 탈의의 사내는 마치 삼국지의 장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부풀린 근육들과 온 몸에 자글자글하게 나있는 짙은 털들과 성게 같은 수염 등 그야말로 마초남의 표본 같은 사내다.

 “누구야?”

 나는 한소윤을 향해 작게 물었다. 은혈귀는 아니다. 은혈귀었다면 은혈귀의 시체를 가리키면서 사냥감이니 전리품이니 칭할 리가 없다.

 음. 그럼 혹시 제주 지부 사람들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저렇게 적대적일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게 궁금해하던 나의 의문을 한소윤은 간단하게 풀어주었다.

 “레이드 컴퍼니.”

 “아. 저 사람들이?”

 레이드 컴퍼니. 협회에 소속되지 않고 이른바 영리 목적으로 은혈귀와 같은 위마를 정화하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과거. 협회가 존재하기 이전에도 생존을 위해, 사익을 위해, 명예를 위해 위마와 싸워온 사람들이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협회가 발족한 건 고작 수백 년 전이니까. 어쨌든 협회가 등장한 난 이후. 그 사람들은 협회에 종속되거나 독자적인 노선을 택했다.

 그 중 독자적인 노선을 택한 사람들의 대표 격이 바로 레이드 컴퍼니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어디까지나 공익을 위해 위험도와 발생시점을 분석해 만든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위마를 정화하는 협회에 비해 컴퍼니는 사람들의 의뢰를 통해서만 위마를 정화한다.

 이 나라의, 전 세계의 고위층이라면 대부분 위마의 존재를 알고 있다. 알 수밖에 없다. 그들의 협력이 없다면 위마의 존재를 은폐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그런 고위층 중에 가끔 이런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주변에 위험물이 있다면, 그게 아직 안전하고 폭발 직전에 처리 할 걸 알고 있더라도 미리 웃돈을 주고서라도 위험을 제거하는 사람들.

 컴퍼니는 그런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먹고 산다. 협회의 우선순위 아래에 있지만 고위층의 활동영역 근처에 발생한 성지를 정화하면서 말이다.

 협회의 입장에서 컴퍼니는 계륵 같은 존재다. 위마의 존재를 알지만 통제할 수 없는 천덕꾸러기 같은 단체.

 흡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힘을 써서 해체시키자니 명분도 없고 점조직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완전히 뿌리 뽑기도 어렵다. 거기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협회가 정화 못 하고 있는 성지를 정화해버리는 등 쓸모가 아주 없지는 않기에 내버려두고 있다.

 컴퍼니 입장에서도 협회와 얽혀서 좋은 건 없다고 한다. 돈 벌이도 안 되는데 굳이 부딪치면 전력에서 밀리는 컴퍼니 쪽만 손해를 입으니까.

 은혈전쟁으로 협회가 휘청거리자 세를 넓힌히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직도 협회와 컴퍼니는 서로를 소 닭 보듯 군다…. 고 알고 있는데?

 서로 있는 듯 없는 듯 애써 무시하며 충돌이 나는 걸 최대한 자제한다더니, 사냥감에서 손때라는 등 꼬맹이라는 등 왜 깔보면서 시비를 걸고 있는 거야?

 “사냥감이라니,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나중에 책잡힐까 우리를 깔보고 있는 중앙의 사내를 향해 최대한 정중하게 물었다.

 “무슨 일? 무슨 일이냐고? 허. 이새끼들이 아직도 일의 중요성을 모르는 모양인데?”

 “참으십쇼. 대장. 어린 애들이 뭘 알겠습니까.”

 으르렁대는 사내를 옆에 있던 작은 키의 남자가 말렸지만 오히려 화만 부추긴 듯 사내는 더욱 성내며 외쳤다.

 “어려도 그렇지. 어? 세상의 정도가 있는 법이야! 어려도 알 건 알아야지!”

 “어휴. 백 번 지당한 말씀이지만 어쩔 수 있습니까. 조금 모자라는 모양이니 어른인 저희가 참아야죠.”

 두 사람은 이러쿵저러쿵 떠들더니 나를 향해 명령조로 말했다.

 “쯧. 어이. 긴 말 안 할 테니 그 은혈귀 놓고 꺼져.”

 저들의 말을 나는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 했다.

 은혈귀를 놓고 꺼지라는 재수없는 말투는 둘째 치고 컴퍼니에서 왜 은혈귀를 노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은혈귀를 은장도와 은혈로 가공할 기술이 있는 건 협회뿐. 위마의 시체를 박제해 수집하는 공감 못 할 취미가 있지 않는 이상 컴퍼니에게 있어서 은혈귀의 시체는 무가치하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위마의 사체는 위마를 정화한 자들의 소유라고 협약되었을 텐데요?”

 컴퍼니와 협회는 서로가 충돌하는 일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조약을 맺었다. 위마의 정체를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을 것 등이 적혀있는 그 조약 안에는 위마의 부산물로 인한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몇 가지 기준이 상세한 사례와 함께 기술되어있다.

 과거. 이지인 누나와 함께했던 3주간의 교육은 나로 하여금 그 사례 전부 기억하게 만드는 지옥을 선사했었다.

 나는 순간 밀려오는 트라우마를 억지로 밀어내고 몇 가지 사례를 더 노하며 사내를 설득하려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지 남자가 손가락을 꺾으면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조장했다.

 “시끄럽구만. 그 은혈귀는 우리가 쫒고 있던 놈이라고. 생판 모르는 애송이 녀석들이 냅다 채갈려 하는 걸 배포 있게 봐줬더니 뭐? 소유? 협약? 건방진 새끼들이.”

 남자가 억지를 부리며 말하자 양 옆의 남녀 또한 우리를 노려보면서 살기를 분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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