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
 1  2  3  4  5  6  7  8  9  >>
 
자유연재 > 현대물
은혈록
작가 : 실라인
작품등록일 : 2017.12.14

비일상적인 일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래. 내 일상은 그 누구도 부수지 못 한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었다.

어느 날. 평번하던 소년의 인생이 뒤바뀌어 버렸다.
세계의 그림자. 그 속에서 새로운 이레귤러가 된 소년은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37. 컴퍼니(1)
작성일 : 17-12-24 00:55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449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 왔어.”

 그렇게 말한 한소윤이 건물 지붕에서 뛰어내리자 나도 지붕에서 내려와 한소윤 옆에 착지해 눈앞에 있는 박물관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한라박물관이란 문패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정문 뒤로 회색으로 도장된 현대적인 디자인의 본관이 을씨년스럽게 서있었다.

 한소윤과 나는 가볍게 대문을 뛰어넘어 야자수와 잔디밭으로 꾸며진 작은 공원을 통해 천천히 박물관으로 접근했다.

 ‘이렇게 찾아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박물관은 스마트폰으로 검색했을 때 나온 사진과 똑같은 자태를 뽐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진은 낮이었고, 지금은 밤이라는 것 정도.

 사건이 일어난 원인이 이 장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 때문에 기적적으로 수학여행이 재개 되도 이곳 땅을 밟을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세상사 한치 앞도 알 수 없다니까.

 그런 상념에 빠진 나와 다르게 한소윤은 스마트워치의 라이트 기능을 켜고 주변에 있을 지원팀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 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더니 조명하나 켜지지 않은 본관 안으로 들어섰다.

 “가자.”

 그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던 내 자신이 괜히 민망해져서 나는 슬쩍 중얼거렸다.

 “잘도 안 도망치고 남아있네. 그 은혈귀.”

 나라면 일을 저질러버린 순간 바로 도망갔을 텐데.

 도망가도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진지를 구축하고 농성하는 건가?

 “결계를 펼치고 숨어있는 만큼 바깥 상황을 확인하지 못 하는 건 당연해. 아마 자기가 결계를 잘못 건드렸다는 사실도 모를 거야. 흩어져서 찾자.”

 그냥 바보라 이거군.

 나는 조금 허망해졌다. 은혈귀라고해서 내심 긴장하고 있었는데 상대가 이렇게 빈틈이 많은 존재일 줄이야.

 ‘아냐. 긴장을 너무 풀지는 말자.’

 교만은 가장 큰 적이다. 아무리 상대가 약하고 멍청하더라도 긴장을 놓는 순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한소윤이 걸어간 반대방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실험으로 알게 된 건데, 내가 갑옷을 입고 있으면 정신 계통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 물론 막아낼 때 은혈이 소모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덕분에 나는 환영 결계가 펼쳐져 있다는 본관을 아무런 패널티 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정말로 쉽게. 이 박물관에 있어선 안 될거라 생각되는 무언가를 발견해버렸다.

 “아무래도 이거지?”

 어딜 봐도 이건데?

 네온사인처럼 빛나고 있는 붉은색 문양이 그려진 정육면체의 거대한 상자. 요리저리 다각도로 생각해봐도 이 이질적인 물건이 박물관 2층 구석에 놓여있는 건 부자연스러웠다.

 ‘현대미술관이면 몰라도 이런 곳에 있을만한 물건은 아니야.’

 그렇게 결론을 낸 나는 상자를 조사하기로 했지만 혼잣말을 하며 상자 주위를 빙빙 돌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열어야 되지.”

 안을 확인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었다. 곧장 레이크로 베어버리거나 다운 레이로 날려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만약 이게 진짜 전시물이라면? 혼자 독박을 쓰는 거다.

 문득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상자의 한쪽 면을 노크하듯이 두들겼다.

 똑똑똑.

 누군가가 누구세요? 하고 나오면 사랑해요~ 하면서 노래를 불러줄 각오까지 했는데 역시나 상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여기선 역시 정석대로 한소윤을 불러 물어봐야겠지?

 어디서나 통용되는 말이지만, 모르는 걸 혼자 해결하려 들지 안 된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모를까,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맞다. 설령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나는 손목 부분의 갑옷을 해제해 스마트워치로 한소윤을 부르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상자의 중앙이 벌컥 하고 열리더니 누군가 슬며시 걸어 나왔다.

 자욱한 안개 속 희미했던 인영이 점점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자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레이크를 뽑아냈다.

 상자 속에서 걸어 나온 그것은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대생과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경계하고 있는 나에게 그 여자는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떨더니 나를 향해 물었다.

 “누. 누구세요?”

 “예?”

 나는 당황한 나머지 의문을 던져버렸다.

 누구세요라니?

 은혈귀를 비롯한 위마는 사람이나 동물 같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면 그 즉시 죽이고 싶다는 파괴적인 충동에 사로잡힌다고 한다. 그 냉철한 한소윤이 날 처음 봤을 때 머뭇거렸던 이유도 내가 사람을 습격하지 않아서이다.

 위마가 생명체를 습격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바로 공격해 올 것이라 믿고 있었는데, 설마 진짜로 질문을 던지다니.

 나는 하도 황당해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덕분에 아까 농담처럼 짜놨던 플랜을 그대로 이행해버렸다.

 “그. 어. 사랑해요~?”

 “예?”

 우물쭈물하는 여자를 놔두고 나는 다른 가능성을 탐색했다. 그리고 찾아냈다.

 단 두 가지. 위마가 생명체를 앞에 두고도 파괴적인 충동에 사로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첫 번째는 본능을 억압할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이성을 보유했을 때.

 상급 위마 중 일부. 그리고 고위 은혈귀 대다수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들도 전투에 돌입하면 얄짤 없지만 말이다.

 하여튼 이번 은혈귀는 금성급이니 제외하고.

 남은 두 번째는 이미 파괴적인 충동을 어느 정도 해소했을 때. 즉 생명체를 죽인 직후다. 이 경우 위마는 다시 파괴 충동이 쌓일 때까지 도망가거나 환경에 동화하는 등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은폐한다. 마침 결계도 펼쳐놨고, 아마 이쪽일 가능성이 제일 높겠지만.

 ‘다른 희생자를 발견하지 못 했다고 했는데.’

 제주 지부 위마 조사팀이 조사한 은혈귀의 과거행적 분석결과에 따르면 박물관의 은혈귀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해친 건 약 일주일 전의 일이라고, 그 이후 사람을 습격한 흔적은 발견 못 했다고 말했다. 그건 이 박물관에서 와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원팀은 우리에게 오늘 은혈귀는 상당히 난폭할 가능성이 높으니 조심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그런데 앞에 있는 여성은 난폭하긴커녕 겁을 먹은 상태다.

 ‘혹시 일반인인가?’

 나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은혈귀는 흡혈귀의 아종. 사람의 피를 영양분으로 삼는다. 보통 때는 파괴본능을 해소할 때 해결한다지만 나중에 먹을 양식(?)으로 저장해 뒀을 가능성이 있다.

 “…아뇨. 잊어주시고. 그쪽은 누구세요? 왜 거기서 나온 거예요?”

 “그건. 흑. 흐아아아앙.”

 여자는 무엇이 그렇게 서러운 건지 눈물까지 보이며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 모습을 그냥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진짜 일반인인가? 그럼 보호해야 되나?’

 “…뭐해?”

 뒤쪽에서 한소윤의 힘빠진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한소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심하다는 듯, 혹은 별꼴이라는 듯 복잡한 감적이 얽힌 표정이었다.

 하긴. 민간인을 앞에 두고 이렇게 당황하고 있으니 얼마나 바보 같을까.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한소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나와 있으면 표정이 풍부해지는 걸 자랑삼아야 되는 건지 민망스러워 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

 “왔어? 아니 글쎄 이 사람이.”

 “은혈귀야.”

 “뭐? 하지만….”

 “그거. 은혈귀야.”

 내가 변론을 시작하려는 찰나 한소윤이 내 말을 끊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리고.

 “끼야아아아아아아악!”

 방금 전까지 넋놓고 울고 있던 여자가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것 같은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한소윤에게 달리가기 시작했다.

 “미친.”

 함몰된 눈동자. 허물어지는 피부. 길어진 코와 혀. 뾰족해지다 못해 송곳이 되어 버린 손발톱. 나는 끔찍하게 변한 은혈귀의 모습을 감당하지 못 하고 욕을 내뱉었다.

 그런 나와 다르게 한소윤은 그 모습을 품평하듯 훑어 본 다음 나직이 말했다.

 “자크 레인스의 권속.”

 한소윤이 말하는 자크 레인스는 일명 은혈귀의 한 분파다.

 최초의 은혈귀. 아드리안 티보르는 자신의 자식을 만들 때 여타 흡혈귀가 그러하듯 본인의 힘을 나눠주었다.

 그 중 자크 레인스는 아드리안 티보르의 육체 변형 능력을 가장 강하게 이어 받았는데, 그래서인지 자크 레인스의 자식들은 자신들의 육체를 어느 정도 상황에 걸맞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저 여자 은혈귀의 온 몸이 바뀐 것도 그 능력 때문이다. 움푹 들어간 눈은 약점을 보호하기 위해서. 길어진 코와

  혀는 좁아진 시야 대신 적을 색적하기 위해 전투적으로 바꾼 거겠지.

 송곳같이 자라난 손톱이야 뭐, 공격용이지 않을까.

 다른 분파라고 해서 육체 변형을 사용하지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금성급이라는 지표를 가지고 와보면 자크 레인스의 권속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저 정도의 육체 변형을 부가적인 능력으로 사용한다면 필시 화성급은 될 테니까.

 “끙.”

 한소윤이 은혈귀의 팔을 자르는 모습을 보며 나는 배가 아픈 아이처럼 신음소리를 냈다.

 은혈귀는 사람이 아니다. 생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지만 이미 의지와 이성은 예전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다. 심지어 새로 덧칠된 본능까지 있으니 완전히 별개의 생명체라고 보는 게 맞다. 이건 몇 번의 실험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괜히 한소윤이 은혈귀를 문답무용으로 공격하고 있는 게 아니다.

 말을 나누긴 했어도 짤막하게 몇 마디를 주고받았을 뿐이고, 마침 외형도 인간이라고 보긴 어렵게 바뀌었으니 배제하는데 있어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들지 않아야 되는데 말이지.

 방금 전의 대화로 나는 아무래도 저 은혈귀를 사람이라고 인식해버린 것 같다. 검을 들고 달려가고 싶은데 망설임이 가로막고 있다.

 “마무리 해.”

 그런 내게 한소윤이 머리와 몸통만 남은 채로 버둥거리는 은혈귀를 가리키며 부추겼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9 48. 적의 품 안에서(2) 2018 / 1 / 18 283 0 3745   
48 47. 적의 품 안에서(1) 2018 / 1 / 15 265 0 4450   
47 46. 선택(4) 2018 / 1 / 12 281 0 4401   
46 45. 선택(3) 2018 / 1 / 10 256 0 4010   
45 44. 선택(2) 2018 / 1 / 7 270 0 4911   
44 43. 선택(1) 2018 / 1 / 5 255 0 4135   
43 42. 협회원입니다(2) 2018 / 1 / 3 259 0 3853   
42 41. 협회원입니다.(1) 2018 / 1 / 1 261 0 4876   
41 40. 컴퍼니(4) 2017 / 12 / 30 262 0 4253   
40 39. 컴퍼니(3) 2017 / 12 / 28 276 0 4786   
39 38. 컴퍼니(2) 2017 / 12 / 24 285 0 4712   
38 37. 컴퍼니(1) 2017 / 12 / 24 286 0 4492   
37 36. 수학여행에서 일어난 일(2) 2017 / 12 / 22 253 0 5289   
36 35. 수학여행에서 일어난 일(1) 2017 / 12 / 21 260 0 4800   
35 34. 회식(2) 2017 / 12 / 21 277 0 4916   
34 33. 회식(1) 2017 / 12 / 20 266 0 4280   
33 32. 왜 왔어? 2017 / 12 / 19 256 0 4701   
32 31. 백화점(2) 2017 / 12 / 18 254 0 4325   
31 30. 백화점(1) 2017 / 12 / 18 261 0 3997   
30 29. 마무리(3) 2017 / 12 / 17 279 0 4577   
29 28. 마무리(2) 2017 / 12 / 17 261 0 3576   
28 27. 마무리(1) 2017 / 12 / 17 263 0 5374   
27 26. 성지순례(12) 2017 / 12 / 17 262 0 5377   
26 25. 성지순례(11) 2017 / 12 / 16 266 0 4283   
25 24. 성지순례(10) 2017 / 12 / 16 269 0 3784   
24 23. 성지순례(9) 2017 / 12 / 16 269 0 4439   
23 22. 성지순례(8) 2017 / 12 / 16 265 0 4428   
22 21. 성지순례(7) 2017 / 12 / 16 256 0 4427   
21 20. 성지순례(6) 2017 / 12 / 16 264 0 4020   
20 19. 성지순례(5) 2017 / 12 / 16 266 0 4955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