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석 복도를 일정하게 울리던 구두 소리가 어느 순간 멈춰있었다.
주위 기척들을 여러 차례 살피던 로렌은 가슴께를 부여잡으며 더운 숨을 수십 차례 내뱉었다. 심장이..
“후..”
좀처럼 속 안에서 요동치는 흥분을 막을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절대로 나서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아니, 오히려 반긴다면 반겨야 할 상황 아닌가?
제국이 혼란에 휩쌓이고 ‘그’가 성공적으로 제위에 오르도록 돕는 게 자신의 소명이었다.
물론, 어제까지만.
지금은 존경해마지 않았던 ‘그’에 대한 알 수 없는 증오와 살기의 파편들이 뒤죽박죽 머릿속을 찌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커티슨 마을을 가겠다니?
“미친건가..?”
로렌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느리게 쓸었다.
더 어이없는 것은 커티슨이라는 소리에 미친 듯이 흥분해서 앞뒤도 안보고 달려들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당장 뛰쳐나가고픈 몸을 이성으로 짓누르느라 미칠 지경이었다. 정황하게는 그 ‘물’로 달라가고픈..
“휴..”
생각을 멈추고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쉰 로렌은 서둘러 연무장을 지나 집무실에 들어갔다. 서류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고 오늘까지 결재인 것들이 반이었지만, 로렌은 그것들을 지나쳐 여행용 가방을 꺼내들었다.
‘황제가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
대충대충 짐을 챙기면서도 필수품들은 빼놓지 않고 넣던 로렌은 어느새 가방을 둘러매고 입구로 향했다. 그녀의 손이 문고리에 닿기도 직전, 키가 훤칠한 미남형의 기사가 들이 닥쳤다.
“로렌 경!”
“메이슨. 내가 함부로 문 열지 말라고 -”
“아니, 아니 ”
그녀의 잔소리를 끊고 메이슨이 다급한 손길로 그녀의 손을 부여잡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 커티슨 마을에 간다며? 소문 다 났어. 너 -”
메이슨의 말은 이어지지 못하고 머리가 저만치 밀려났다.
“대가리 치워. 똥 냄새나.”
“무슨 소리야! 나 어제 저녁에 이 닦았다고!”
로렌은 이미 별이 보이는 하늘과 손에 입김을 불며 찌푸린 얼굴로 냄새를 맡는 메이슨을 험악하게 바라보았다.
“다시는 그 더러운 주둥이 들이밀지 마라.”
꼴에 상처 받은 얼굴을 한 메이슨을 방에 가두고 로렌은 바쁘게 황실 마굿간으로 향했다. 뒤에서 메이슨같은 목소리가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다. 하지만 그녀는 저-만치 걸어가 사라진지 오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