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
 1  2  3  4  5  6  7  8  9  >>
 
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58.급발진 사고를 내가 낸 거라니까.
작성일 : 17-12-22 20:02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844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58.급발진 사고를 내가 낸 거라니까.

 

 

 

 어제는 순순히 호텔로 물러났지만, 오늘은 절대 물러날 생각이 없었던 로라는 날이 밝자마자 그의 집을 찾았다.

 

 딩동딩동.

 

 로라가 벨을 누르자 인터폰에서 약간 잠겨있는 철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 누구세요?

 

  "나야, 로라. 잠깐 할 얘기가 있으니까 문 좀 열어줘."

 

 로라는 다부진 음성으로 대답했다.

 

  - 그래, 알았어.

 

 삐.

 

 만약 그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준비한 말 폭탄을 쏟아내려고 했던 로라는 그가 순순히 문을 열어주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로라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제이가 밝은 목소리로 그녀를 반겼다.

 

  "어? 로라 씨 왔어요?"

 

 뭐야, 반응이 왜 이래? 자신의 예상과 한참을 빗겨난 두 사람의 반응 때문에 로라는 어리둥절했다.

 

  "오빠, 설거지하려는 거예요?"

 

  "응, 넌 소파에 가서 앉아 있어."

 

  "오빠, 오늘은 오빠가 아침 준비했잖아. 이번에는 내가 설거지할게요."

 

  "됐어. 많지도 않은데 나 혼자 해도 돼. 그리고 너 허리 아프잖아."

 

 철수의 만류에도 제이는 그의 옆에 서서 고무장갑을 꼈다.

 

  "흐음, 이게 뭐예요. 거품을 너무 많이 짰잖아."

 

  "왜 거품을 많이 해야지 깨끗하게 닦을 수 있잖아."

 

  "그래도 이건 너무 많아요. 세제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수질이 오염되잖아요."

 

  "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 역시 제이는 못 하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어."

 

  "오빠는 맨날 내 칭찬만 하는 것 같아. 쓴소리 할 거 있으면 쓴소리도 좀 해요."

 

  "칭찬할 것밖에 없는데 어떡해. 억지로 만들어서 쓴소리할 수는 없잖아."

 

 철수의 너스레에 웃음기 가득한 제이의 목소리가 널리 퍼져서 거실에 있는 로라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두 사람은 싱크대 앞에 나란히 서서 서로 몸을 부딪치면서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연신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제이가 핑크빛 기류로 물들어 가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면서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아오, 저게 뭐 하는 짓이야. 설거지는 식기세척기로 하면 되지. 둘이서 뭔 쇼를 하는 거야.'

 

 팔짱을 끼고 비스듬하게 벽에 기대서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로라는 불쾌한 얼굴로 고개를 휙휙 내저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로라의 눈으로 보기에도 두 사람은 정말 잘 어울렸다. 하지만 로라는 절대 철수를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아, 맞다. 로라 씨.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이에요?"

 

 제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로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잔잔하게 머물러 있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제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철수가 그녀의 이마에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놀란 제이가 팔로 툭 그를 밀자 철수는 그녀에게 밀리면서도 뭐가 좋은지 실실 미소를 머금었다.

 

 아, 진짜 강철수가 저런 캐릭터였어?

 

  '뭔가 둘 분위기가 이상해. 어제보다 훨씬 끈끈해진 느낌이잖아?'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로라는 마치 탐정이 된 것처럼 두 사람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커풀답게 조금 어색한 긴장감이 머물고 있던 어제와 달리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완벽하게 사라진 느낌이랄까.

 

  "씨이……."

 

 두 사람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로라의 입술 사이로 질투 섞인 음성이 새어 나왔다.

 

  '설마 어제 두 사람…… 잔 거야?'

 

 로라는 초초한 듯 손톱을 물어뜯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기어코 일이 벌어지고 말았구나.

 

  "로라, 다시 독일로 돌아가라고 했는데 여기는 또 어쩐 일이야."

 

 철수의 차가운 음성에 로라는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왔다. 오로지 철수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한국을 찾아왔는데, 고생에 대한 보상은 철수가 다른 여자와 함께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은 철수에게 그저 가르치던 학생 중 한 명에 불과한 것 같았지만, 로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철수, 근데 왜 철수는 회사에 안가?"

 

  "그건 네가 상관할 건 아닌 거 같은데."

 

  "내가 왜 상관할 게 아니야. 철수 회사에 우리 할아버지가 투자한 거 몰라? 만약 철수 회사가 망하면 우리 할아버지 돈도 다 잃는 거잖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내가 할 일은 잘 하고 있으니까."

 

 철수의 옆에 있던 제이가 로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마 그녀는 철수에게 홀대를 당하는 자신을 보면서 고소해 하고 있을 것이다.

 

 제이의 시선을 느낀 로라가 고개를 돌려 가자미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왜요? 뭘 그렇게 봐요?"

 

  "아니, 저기…… 로라 씨 귀에서 피 나고 있어서요."

 

  "피요?"

 

 화들짝 놀란 로라가 거울을 꺼내 귀를 살피자 귀걸이 한 짝은 없어졌었고 귓불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귀걸이가 떨어지면서 조금 찢어졌나 봐요. 소독하고 연고 바르면 될 거예요."

 

 다정하게 말하는 제이의 음성을 들으면서도 로라는 험상궂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잠깐만요. 제가 약 가져올게요."

 

 약을 가지러 간 제이가 자리를 피하자 철수는 그녀에게 휴지를 건넸다.

 

  "이 사고뭉치야. 그러니까 얼른 독일로 가라고."

 

  "싫어. 난 철수랑 결혼하기 전까지 독일로 안 갈 거야."

 

  "으이구."

 

 철수가 주먹으로 아프지 않게 로라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오빠, 그만. 아무리 그래도 여자 머리를 때리면 어떡해요."

 

 구급상자를 들고 온 제이가 철수를 보고 살포시 미간을 찌푸렸다.

 

 철수를 가볍게 타박하고 다시 뒤돌아선 제이는 피를 흘리고 있는 로라의 상처를 소독하고 친절하게 연고를 발라주었다.

 

  "다 됐다."

 

 로라의 상처 치료를 끝낸 제이가 해사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앞으로 귀걸이는 짧은 거로 해요. 장식이 많고 긴 귀걸이가 잘못해서 다른 곳에 걸리면 귀에 상처가 날 수 있어요."

 

 제이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로라는 그녀의 눈을 마주치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태오에게 철수의 여자 친구 소식을 들었을 때 불같이 화낸 로라는 분명히 그를 꾄 여자가 여우 같은 여자일 그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자기 생각과는 전혀 다른 제이를 보면서 로라는 속으로 혼잣말했다.

 

  '……생각보다 그렇게 나쁜 사람 같지는 않네.‘

 

 

 

 ***

 

 

 

 로라가 한국에 온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다행히도 로라는 제이와 자신과의 사이를 예전만큼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았다.

 

 질투에 미친 로라가 혹시 제이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을까 진지하게 걱정했는데, 로라는 제이를 좋게 생각하는 듯했다.

 

 철수가 만나던 여자를 뒤에서 몰래 괴롭히던 로라가 제이에게 만큼은 친절하게 구는 것을 보고 그는 진심 놀라웠다.

 

 제이는 지루하다며 투덜거리는 로라와 함께 백화점으로 쇼핑을 하러 갔다.

 

 철수는 그녀의 안전을 위해서 자신이 그녀에 곁에 붙어있을 순 없을 땐 항상 사설 경호원을 그녀에게 붙였다.

 

 제이가 이 사살을 알면 불편해할 것 같아서 그녀에게 말은 해놓지 않았지만, 철수는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그녀를 보호하고 싶었다.

 

 백화점에 들어간 로라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쇼핑하며 제이를 여기저기 끌고 다녔다.

 

 로라와 함께 돌아다니는 제이도 그리 싫지 않은 듯 표정이 밝아서, 철수는 로라를 말리지 않고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로라와 제이가 쇼핑을 하는 것을 사설 경호원이 안전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철수는 미리 약속을 잡은 호텔을 향해 출발했다.

 

 Rrrrr.

 

  "여보세요?"

 

  - 네, 강 대표님. 장 검사입니다.

 

  "장 검사님, 안녕하십니까. 잘 되었군요. 지금 막 호텔로 들어가는 길이라서 장 검사님께 전화 드리려고 했습니다."

 

 철수는 긴장한 표정으로 장 검사의 전화를 받았다.

 

 스피커로 철수에게 오늘 계획을 설명하는 장 검사의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지금 김태춘이 호텔로 오기 위해서 출발한 것 같습니다.

 

  강 대표님께서 김태춘과 만나면 사복 경찰들이 옆에서 대화를 전부 듣고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아무래도 제가 먼저 호텔 카페에 도착해 있는 게 좋겠죠?"

 

  - 아무래도 그런 편이 좋겠죠. 김태춘이 눈치가 빠른 녀석이라서 여차하면 눈치채고 도망갈지도 모릅니다.

 

  "최대한 속도를 내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철수는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속도를 높였다.

 

  - 원래 저희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인데, 강 대표님께 김태춘을 유인할 계획에 협조해주실 것을 부탁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태춘을 잡아 들일 결정적인 단서가 부족했던 장 검사는 철수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 김태춘을 잡을 수 있는 계획에 협조를 부탁했다.

 

  - 김태춘의 입에서 윤백룡 씨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나오게 하는 게 김태춘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강 대표님이 김태춘에게 청부 살인을 부탁하면서 윤 선생님의 죽음에 대해서도 자세히 물어본다면 자기 행동을 떠벌리기 좋아하는 김태춘이 자기 입으로 모든 것을 털어놓을지도 모릅니다.

 

  "……."

 

  - 강 대표님, 떨지 않고 하실 수 있으시겠지요?

 

  "물론입니다."

 

 걱정이 가득한 장 검사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철수의 목소리는 여유롭기만 했다.

 

 철수가 지금 하는 생각은 혹여나 자신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김태춘의 얼굴에 주먹을 내려 꽂아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뿐이었다.

 

 철수는 김태춘의 구속 계획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어디, 한 번 몰러 나가 볼까?

 

  "장 검사님 정말 감각이 있으시군요. 범인이 스스로 범행을 털어놓는 계획을 생각해 내시다니."

 

  - 센스라뇨. 그건 아닙니다. 다 제 직속 선배들한테서 배운 겁니다.

 

  "그렇습니까?"

 

  - 네, 김태춘이 생각보다 훨씬 입이 가벼운 인물이라고 하더군요. 평소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윤백룡을 내가 죽였다고 자랑하듯이 말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철수가 주먹을 불끈 쥐며 운전대를 잡았다. 아직 분노를 터트리기에는 너무 빨랐다.

 

  -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한테 부탁하신 한 말입니다.

 

  "얼마 전에 레스토랑에서 제가 부탁한 사람의 뒷조사 말입니까?"

 

  - 네, 죄송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선 왜 조사해달라고 부탁하신 겁니까?

 

  "아마 그자가 몇 달 전에 있었던 수조 탈출 마술 사건과 연관이 있을 그거로 생각해서입니다."

 

  - 수조 탈출 마술 사건이라면…….

 

  "제이가 수조 탈출하는 마술을 하다가 문이 안 열려서 죽을 뻔한 적이 있습니다."

 

  - 아, 그렇죠. 생각해보니 예전에 기사로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수조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제이의 주변 인물밖에 없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범인으로 유력하게 의심되는 자의 뒷조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 그렇군요.

 

  "네."

 

 약속한 호텔에 가까이 다가오자 철수는 주차장으로 가서 빠르게 주차했다.

 

  - 의외네요. 사진으로 봤을 땐 그런 일을 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끼이익.

 

 주차장 한쪽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끈 철수는 핸드폰을 손에 들고 덤덤하게 말했다.

 

  "장 검사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우물 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는 거."

 

 김태춘을 잡기 위해 호텔 카페 안으로 들어서기 전 철수의 마음은 오히려 차분하고 고요했다.

 

  "장 검사님, 그럼 지금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

 

 

 약속된 시간보다 10분 빨리 안으로 들어선 철수는 태연하게 카페 정중앙 자리에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과연 장 검사가 말했던 대로 평범한 직장인으로 분장한 사복 경찰들이 보였다.

 

 조용히 앉아서 태춘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안녕하십니까, 강 대표님."

 

 뒤에서 모자를 쓰고 앉아 신문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남자는 사복 경찰이 아니라 바로 김태춘이었다.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

 

  “일찍 일찍 다녀야죠.”

 

 조금의 말실수라도 했다간 모든 계획이 흐트러질 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철수의 목덜미에 소름이 오도도 돌았다.

 

  "김태춘 씨, 안녕하십니까."

 

  "네, 강 대표님. 조금 늦으셨군요."

 

 철수가 힐끗 자신의 손목에 차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지만, 약속 시각보다 5분이 남은 시각이었다.

 

  "그럼 여기서 이야기할까요? 아니면 자리를 옮길까요?"

 

  "……여기서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태춘과 철수의 대화는 서로 마주 보지 않고 등을 대고 있는 자세로 진행이 되었다.

 

  "저한테 부탁하실 것이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여기선 좀…… 카페 말고 호텔 방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떻습니까?"

 

 태춘이 피식 웃음을 터트리더니 벌떡 일어나서 철수의 앞으로 와 앉았다.

 

  "굳이 옮기실 필요 있습니까. 여기서 얘기해도 충분합니다."

 

 사복 경찰은 어디에 있지?

 

 철수는 재빨리 눈알을 돌려서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사복 경찰로 보이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 제가 요즘 제 일에 방해가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게 누구십니까?"

 

  "……하종석이라고요."

 

 철수의 말에 음침한 눈길의 태춘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지 못했다.

 

  "하종석이요?"

 

  "네."

 

  "하종석을 왜 죽이려고 하는 건지……."

 

  "글쎄요. 제가 이유까지 말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철수는 생긋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원하는 금액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까 하종석을 죽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전직 PD였다고 지금은 마술사로 활동하고 있는 하종석입니다. 하연주 씨의 아버지죠."

 

 철수의 말에 태춘이 잔뜩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하종석이 뭘 잘못했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럼 왜 죽여달라는 겁니까?"

 

 태춘의 질문에 철수는 다시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요."

 

 간단명료한 대답에 아무 말 없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태춘이 품 안에 있던 담배를 꺼내 들어 물었다.

 

  "손님, 죄송하지만 호텔 실내에선 흡연이 불가능하십니다."

 

 멀리서 태춘의 담배 연기를 보고 달려온 종업원이 정중하게 말했다.

 

  "……후우."

 

 담배를 길게 빨아올리고 내뱉은 태춘이 비릿한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담배를 비벼껐다.

 

  "왜 망설이시는 것입니까. 금액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태춘을 감옥으로 집어넣을 수 있다면 수십억을 써도 아깝지 않았다.

 

  "그게 사실은…… 하종석이 나랑 친구입니다."

 

  "그렇습니까?"

 

 철수는 처음 듣는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며 되물었다.

 

  "그런데 사실 그 친구랑 나랑 금전 문제가 좀 있거든요. ……뭐, 내가 그 사람한테 빚을 진 건 아니고 하종석이 나한테 줄 돈이 좀 있죠."

 

  "흐음."

 

 철수는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팔짱을 꼈다.

 

  "나보다 어린 것 같으니까 반말 좀 할게."

 

  "……그러시지요."

 

 태춘의 뒤로 사복 경찰들이 와서 앉는 것이 보였다.

 

 지금 철수의 양복 안주머니에 들어있는 녹음기에 태춘의 목소리가 녹음되어서 실시간으로 사복 경찰들에게 전송되는 중이었다.

 

  "사실 내가 그 친구 부탁을 받아서 한 마리를 죽였어요."

 

  "……누구를 말입니까?"

 

 철수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서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곽 쥐었다.

 

  "윤백룡."

 

  "……."

 

  "알죠? 왜, 막 동전 가지고 숨기고 빼내고, 막 타짜처럼 그랬던 사람 말이야."

 

  "……윤백룡 씨를 어떻게 했습니까?"

 

  "그거야 내가 죽였지."

 

 태춘의 말에 철수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정말입니까? 제가 알기론 윤백룡 씨는 자동차 사고로 안타깝게 돌아가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러니까 급발진 사고를 내가 낸 거라니까."

 

 태춘은 철수의 앞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무용담 털어놓듯이 이야기를 떠벌렸다.

 

  "내가 윤백룡의 자동차 고압 펌프를 일부러 고장 냈어."

 

  "일부러요?"

 

  "그래, 사실 그 사람 차는 상태가 좋았어. 뽑은 자 얼마 안 돼서 매우 깨끗한 상태였지."

 

  "상태가 좋은 차를 일부러 고장 낸 겁니까?"

 

  "네."

 

  "왜요?"

 

  "그거야 하종석이 부탁해서지."

 

  "……."

 

  "사실 그 사람이 좀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더구먼."

 

 철수는 입안 쪽 살을 깨물면서 간신히 화를 꾹꾹 눌러 담았다.

 

  "윤백룡 씨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군요."

 

  "나도 몰랐어. 사람이 여유가 있어야지 말이야."

 

  "……."

 

  "처음에는 나도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는데 윤백룡이가 죽을 만한 짓을 하더라고."

 

  "무슨 짓이요?"

 

 주위를 두리번거린 태춘이 목소리를 낮추면서 소근거렸다.

 

  "마술 트릭 좀 알려주면 어떻다고. 그걸 꼭 가지고 있어봤자 뭐가 나온다고."

 

  "마술 트릭 때문에 윤백룡 씨를 죽였군요."

 

  "그래, 사실 나도 말로 잘 해보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

 

  "……그랬군요."

 

  "그래, 사람이 말이 잘 통해야지. 말 안 통하는 것들은 그냥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낫지."

 

 태춘의 마지막 말을 듣고 철수는 벌떡 일어나서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퍽-!!!!!!

 

  "야, 이 개자식이!“

 

  "크흑!"

 

 다시 한번 태춘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려치려고 하자 주변에 있던 사복 경찰들이 달려와서 철수의 팔다리를 붙잡았다.

 

  "강 대표님, 진정하십시오."

 

  "이러시면 저희가 강 대표님도 끌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놈은 저희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사복 경찰들이 철수를 말리느라 혈안이 되어있는 사이에 모든 상황을 눈치챈 태춘이 입가에 묻어 있는 피를 닦으면서 도망쳤다.

 

  "김태춘! 넌 당장 이리와."

 

 다른 곳에 숨어 있던 장 검사가 나타나 도망가는 태춘에게 발을 걸어 넘어트렸다.

 

  "너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변호사가 대신 말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돈이 없다면, 국선 변호사가 널 도와줄 거다. 알겠냐?"

 

 장 검사에게 팔이 꺾인 태춘은 도망가기 위해 그의 밑에서 버둥거리다가, 사복 경찰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도망갈 곳이 없어지자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철수는 분노가 담긴 눈동자로 태춘을 바라보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사회가 아니라 차가운 감옥 안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66 66.나랑 결혼해 줄래? (完) 2017 / 12 / 30 261 0 8640   
65 65.제이야, 생일 축하해 2017 / 12 / 30 264 0 8226   
64 64.진짜 죽여버리고 싶어 2017 / 12 / 29 308 0 8243   
63 63.알았어, 오늘은 키스만 할게. 2017 / 12 / 29 275 0 7807   
62 62.너 없으면 못 살아. 2017 / 12 / 28 251 0 8284   
61 61.윤제이 납치 계획 2017 / 12 / 28 284 0 8258   
60 60.키스 좀 해줘라. 2017 / 12 / 25 273 0 8841   
59 59.침대로 갈까? 2017 / 12 / 23 278 0 8348   
58 58.급발진 사고를 내가 낸 거라니까. 2017 / 12 / 22 266 0 8445   
57 57.오빠, 미안한데 저 수건 좀 가져다주실래요 2017 / 12 / 21 365 0 7726   
56 56.그럼 둘이 언제 잤어요? 2017 / 12 / 20 269 0 8352   
55 55.정말로 미치도록 귀엽다 2017 / 12 / 11 252 0 8486   
54 54.절대 내 품에서 안 놔줄 거야 2017 / 12 / 9 262 0 8422   
53 53.나도 철수 씨를 좋아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2017 / 12 / 7 253 0 8814   
52 52.원래 독일에서는 인사 대신 목에 키스하는 … 2017 / 12 / 5 240 0 8764   
51 51. 개미지옥에 빠진 불쌍한 개미 2017 / 12 / 4 273 0 8102   
50 50.당신들한테 제안할 게 있어요. 2017 / 12 / 3 241 0 7987   
49 49.영원히 그와 함께 하고 싶어. 2017 / 12 / 2 252 0 7901   
48 48.철수 씨가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2017 / 12 / 1 248 0 8611   
47 47.무릎과 무릎 사이에 2017 / 11 / 29 628 0 8123   
46 46.제이는 철수를 좋아해? 2017 / 11 / 27 277 0 8107   
45 45.슬프면 슬프다고 말해요 2017 / 11 / 26 259 0 8563   
44 44.나중에는 내가 너 구해줄게. 2017 / 11 / 24 260 0 8193   
43 43.제이가 내 사무실에는 어떻게……? 2017 / 11 / 24 257 0 8265   
42 42.미래의 남편이요? 2017 / 11 / 22 250 0 8823   
41 41.짝사랑하는 여자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법 2017 / 11 / 20 260 0 8481   
40 40.제이 씨, 우리 형이랑 사귀어요? 2017 / 11 / 17 239 0 8478   
39 39.품에 안긴 가녀린 몸 2017 / 11 / 16 238 0 7984   
38 38.내가 철수 씨를 좋아한다고? 2017 / 11 / 15 270 0 7784   
37 37.대표님, 제이 씨랑 데이트하세요. 2017 / 11 / 14 235 0 7619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사장님이 보고
카렌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