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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57.오빠, 미안한데 저 수건 좀 가져다주실래요?
작성일 : 17-12-21 20:21     조회 : 363     추천 : 0     분량 : 7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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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에 있는 태오와 영상 통화를 하면서 회사의 중요 사안을 토론하던 철수는 자꾸 새어 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피식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태오가 실없이 웃는 철수를 보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 형, 미쳤어? 왜 그렇게 실실 웃는 거야?

 

  "아니, 아니야. 계속해."

 

 철수는 다시 헛기침하면서 진지하게 태오의 PPT를 들으려고 했지만 끝내 웃음을 참지 못했다.

 

  - 형, 왜 그래? 설마 진짜 실성한 건 아니지?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제이 보면 볼수록 참 귀여워서."

 

  - 제이 씨?

 

  "응, 처음에는 날 어려워하고 내 앞에만 서면 긴장을 많이 해서 잘 몰랐는데 보면 볼수록 귀여워."

 

  - 뭐가 귀여운데?

 

  "글쎄 어제는 로라랑 나 사이를 질투하는 거 있지? 진짜 왜 그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

 

 그녀를 생각하면서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철수를 보고 태오는 무던한 표정으로 말했다.

 

  - 제이 씨가 귀여운 건 잘 모르겠는데 형이 제이 씨한테 푹 빠진 건 잘 알겠다.

 

  "제이는 웃는 것도 귀엽고, 질투해서 시무룩한 것도 귀엽고. 가끔 화내는 것도 귀엽고, 귀엽지 않은 데가 없어."

 

 제이는 어쩜 그렇게 사랑스러울까. 팔불출처럼 제이의 자랑을 늘어놓는 자신을 보고 태오는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 이래 가지곤 회의 제대로 못 하겠네. 잠깐 쉬었다 하자.

 의자에 기대어 따뜻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던 태오가 문득 할 이야기가 떠오른 듯 말문을 열었다.

 

  - 그런데 윤백룡 씨를 죽인 범인들을 추적하는 건 어떻게 됐어?

 

  "아아, 그거."

 

 심각한 표정의 철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손에 들려있는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태오에게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던 철수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내 생각보다 훨씬 일이 복잡한 것 같아."

 

  - 누가 했는지 대충 윤곽은 드러난 거야?

 

  "응, 유력한 용의자를 다시 재수사 해 달라고 검사한테 부탁했어."

 

  - 그랬구나.

 

 그늘진 표정의 태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 그런데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누구야?

 

  "이름은 김태춘, 전과가 13범인 놈이지. 죽기 전에 선생님과 자주 어울렸던 놈이라고 하더군."

 

  - 전과 13범이랑 잘 어울려?

 

  "응, 그래."

 

  - 이상하다. 내가 형한테 듣기로는 윤백룡 씨가 전과 13범이랑 어울릴 사람은 아닌 것 같았는데.

 

 의아하다는 듯이 태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철수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나도 사실 그게 제일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너한테 얘기했다시피 선생님은 밤에도 신호를 지키시던 분이셨거든."

 

 백룡의 사무실에서 하던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언제나 철수를 집으로 데려다줬던 선생님을 떠올리던 그는 잠시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 그래서?

 

  "그래서 더 자세히 알아봤지.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숨겨진 진실이 있나 싶어서……."

 

 백룡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던 철수는 장장 4개월 동안 그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처음에는 과연 이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결국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덤빈 결과 그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김태춘과 선생님 사이에는 유일한 공통점이 하나 있었지."

 

  - 그게 뭔데?

 

  "둘 다 하종석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이야."

 

  - 뭐? 정말?

 

 태오가 화들짝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묻자 철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선생님이 죽기 얼마 전에 김태춘이 선생님의 사무실로 찾아와서 크게 언성을 높이고 싸운 적이 있었다는 거야."

 

  - 세상에.

 

 태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그리고 김태춘과 하종석은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계속해서 만남을 지속하는 모양이야."

 

 철수의 말에 태오는 손으로 벌어진 입을 가리며 경악했다.

 

  - 그럼 혹시 두 사람이 짜고 윤백룡 씨의 차를 일부러 망가트린 건가?

 

 철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태오가 흠칫 놀라며 미간을 좁혔다.

 

 백룡이 죽은 후, 바로 다음 날 태춘과 종석이 만난 것을 본 목격자의 증언도 확보한 철수는 바로 검사를 찾아가 재수사를 요청했다.

 

  - 대체 범인들은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윤 백룡 씨를 사고로 위장해서 죽인 거지?

 

  "아마 '환상의 마술' 때문일 거야."

 

  - '환상의 마술'이라면 윤백룡 씨가 발명한 마술 트릭 아닌가?

 

  "맞아. 그걸 빼내기 위해서 선생님과 싸웠겠지."

 

  - 근데 전과 13범 김태춘이 마술사야?

 

  "김태춘은 아니지만, 하종석은 마술사지."

 

  - 정말 이건 두고 보고 넘어갈 수가 없겠다. 마술 트릭을 도둑질하기 위해서 죄 없는 사람을 죽이다니…….

 

 철수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선생님을 생각하며 갑갑해진 가슴을 주먹으로 툭툭 쳤다.

 

  - 그럼 형 생각은 마술사 하종석 씨가 윤 백룡 씨의 마술 트릭을 빼내기 위해서 김태춘 씨를 시킨 거라 이거지?

 

  "그래, 분명해."

 

  - 그럼 이건 단순한 사고사가 아니라 청부 살인이잖아.

 

 철수가 흔들림 없이 강한 눈빛으로 태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들이 '환상의 마술'을 노리기 위해서 제이의 생명도 위협한 것 같아."

 

  - 정말? 제이 씨도 죽을 뻔한 적이 있었어?

 

 물이 가득 찬 수조에 잠겨있던 제이를 생각하면 철수는 지금도 아찔해져 왔다.

 

  - 진짜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제이 씨…… 정말 불쌍하다.

 

 태오의 말에 철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제이는 아직도 종석을 좋은 아저씨를 생각하고 있어서, 철수는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만약 이 일이 다 잘 해결된다면 난 제이와 결혼하고 싶어."

 

  - 그래, 그렇게 해. 형이랑 제이 시 정말 잘 어울려.

 

  "제이가 지금까지 못 누렸던 행복. 제이에 다 돌려주고 싶어."

 

 그동안 불행했던 만큼, 혼자 외로워했던 만큼, 아무에게도 기대지 못하고 쓸쓸했던 만큼 그녀를 보듬어주고 싶었고 곁에 있고 싶었다.

 

 절대로 제이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겠다고 맹세한 철수는 눈을 감고 손으로 십자를 그렸다.

 

 하늘에 있는 선생님에게 자신과 제이를 꼭 지켜봐달라고 기도한 철수는 조용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

 

 

 

 오늘은 집에서 일한 철수는 차가운 물을 마시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

 

  "오빠, 오빠, 오빠."

 

 제이의 앙증맞은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귀를 기울여 보니 욕실 안쪽이었다.

 

  "오빠, 미안한데 저 수건 좀 가져다주실래요?"

 

 평소답지 않게 야릇하게 귀를 자극하는 제이의 목소리에 철수는 우뚝 동작을 멈췄다.

 

  "수, 수건?"

 

  "네, 욕실에 수건이 하나도 없네요."

 

  "응, 그래. 알았어."

 

 철수는 건조대 위에 걸려있던 수건 하나를 제이에게 건네주었다.

 

 살짝 문을 열자 문틈으로 뿌연 수증기가 흘러나왔다.

 

  "고마워요. 오빠."

 

 제이가 인사를 하고 문을 닫았는데도 철수는 욕실 문 앞을 떠나가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진짜 욕실에 수건이 없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면서 목욕 가운을 입고 나오는 제이를 보고 그는 여전히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하얗고 투명한 피부, 물에 젖은 긴 머리카락, 붉은 장미를 머금은 듯한 입술. 부드럽게 휘어지는 가는 허리, 매끈한 라인이 돋보이는 다리.

 

 철수의 시선이 꽂힌 곳은 단연 볼륨감 있는 부드러운 그녀의 가슴이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슬립을 입고 있는 제이를 보고 철수는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설마 이게 또 꿈은 아니겠지?'

 

 꿈이라면 절대 깨고 싶지 않은 달콤한 꿈이었다.

 

 어쩐지 오늘 그녀의 음성은 섹시한 느낌이 들어서 철수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오빠?"

 

  "으……응?"

 

  "지금 무슨 생각해요?"

 

 제이가 눈꺼풀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그를 다시 한번 부르자, 철수는 정신을 번뜩 차리기로 고개를 돌렸다.

 

  "아, 아니야, 생각은 무슨…… 아무 생각 안 했어."

 

 당황한 철수가 시선을 피하자 제이거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다가오는 몇 초가 한없이 길게만 느껴져서 입안이 바짝 말랐다.

 

 살짝 입술을 혀로 핥은 제이를 보고 철수는 묘한 긴장감에 살짝 손가락을 떨었다.

 

 철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다가오는 제이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목욕 가운을 바닥으로 떨어트리자 슬립 아래로 하얗게 드러난 어깨와 목선이 소름 끼치게 아름다웠다.

 

 섹시하게 자신을 유혹하는 제이를 보자 철수는 피가 한 곳으로 모이는 기분이었다.

 

 철수는 순수한 그녀의 평소 모습과 상반된 모습에 진정되지 않았다.

 

 낯선 제이를 보고 철수는 다시 한번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냐, 진정하자. 당황해서는 안 돼. 분명 제이는 지금 나보다 훨씬 떨릴 거야.

 

 용기를 낸 철수가 제이의 손을 잡자 그녀가 흠칫하고 놀랐다.

 

 철수가 그런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철수는 제이의 풍만함이 넘치는 상체를 주시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제이는 바들바들 입술을 덜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저기, 처, 철수 오빠…… 우리 잠깐 차라도 한잔하실래요?"

 

  "아니, 싫어."

 

 철수가 빙긋 웃으며 대답하고는 그녀의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저기, 그러니까……."

 

  "제이."

 

  "네?"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당황해서 헛기침하는 제이를 보며 철수는 웃음을 머금은 채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그녀의 머리카락은 아직도 촉촉했다.

 

  "제이야, 나 너한테 받고 싶은 선물 있어."

 

  "선물이요?"

 

  "응, 달라고 하면 나한테 줄 거야?"

 

 철수가 떠보듯이 이야기하자 제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빠한테 줄 수 있는 선물이 나한텐 없는데."

 

  "아냐, 그건 오직 너만 나한테 줄 수 있는 선물이야."

 

  "그런 게 있어요?"

 

  "응, 뭘까? 맞춰봐."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이 분위기가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했던 철수는 야릇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현금이요?"

 

  "뭐, 뭐라고?"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린 철수는 그녀의 팔을 자신의 목으로 감기게 했다.

 

 도발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제이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내렸다.

 

 그녀가 지그시 눈꺼풀을 감는 것을 허락의 신호로 받아들인 철수가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겹쳤다.

 

 급하게 불어넣는 숨결에 제이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고자 철수는 능숙하게 그녀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철수는 공중에 떠 있던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허리에 감았다.

 

 서로 숨을 주고받던 철수가 살짝 입술을 떼고 얼굴이 붉어진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내가 갖고 싶은 선물은…… 바로 너야."

 

 철수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자, 제이는 그에게 밀려 조금 뒷걸음질 쳤다.

 

 여유만만한 척하고 있지만 미친 듯이 뛰어대는 심장 소리를 제이가 듣지 않길 바라면서 철수는 침대 위로 그녀를 풀썩 주저앉혔다.

 

  "빨리 대답해줘. 여기까지 왔는데 안 주겠다고 하면 나 무지 섭섭할 것 같다."

 

  "오빠가 바라는 선물이 나예요?"

 

 철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이가 눈꼬리를 휘며 미소를 지었다.

 

  "빨리 대답해줘, 줄 거야 말 거야?"

 

  "줄까 말까?"

 

 제이가 장난스럽게 웃음을 터트리자 철수의 한쪽 눈썹이 위로 추켜 올라갔다.

 

  "뭐?"

 

  "고민 중이에요. 오늘은 특별한 날도 아닌데 선물 같은 거 막 주면 나중에 버릇 나빠지는 거 아녜요?"

 

  "그런 걱정은 하지 마. 이미 나빠질 때로 나빠졌어."

 

 철수의 풍겨오는 그녀의 샴푸 냄새에 술에 취한 것처럼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나랑 자고 싶어요?"

 

  "응."

 

  "잘까 말까?"

 

  "자, 제이야, 나랑 같이 자자, ……응?"

 

 철수는 제이를 채근하면서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마주 대었다.

 

  "줄까 말까?"

 

  "줘, 줘라, 줘. 좀 주면 어떠냐?"

 

 철수의 말에 제이는 다시 한번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전에 나한테 선물 주겠다고 약속했잖아."

 

  "아, 그, 그랬나……."

 

  "그래, 신세 진 게 너무 많아서 꼭 은혜 갚겠다고, 조그마한 선물이라고 하겠다고 말했잖아. 그거 지금 주면 안 돼?"

 

  "원래 작은 선물 주기로 했는데 너무 큰 선물 주는 거 아녜요?"

 

 대화를 나누면서도 차근차근 진도를 나가고 있던 철수는 목덜미부터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깍지를 끼고 철수는 그녀의 쇄골에 코를 파묻었다.

 

 철수는 터질 듯이 뛰는 제이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잠시 그녀의 품에 안겨있었다.

 

  "큰 선물이지. 그런데 그동안 이자 붙어서 작은 선물이 큰 선물 됐어."

 

 제이가 방심한 사이 철수의 손은 천천히 그녀의 옷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이러는 게 싫어?"

 

 숨결과 함께 귓가로 들어오는 그의 애절한 목소리에 제이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옷 안쪽으로 들어와서 자신의 피부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철수의 손길은 유려했다.

 

 긴장감에 아랫입술을 살짝 문 제이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술을 열었다.

 

  "아니요. ……싫지 않아요."

 

 제이가 못 이기는 척 허락하자 철수가 훌러덩 웃옷을 벗었다.

 

 근육이 잘 자리 잡은 그의 몸매를 보고 제이는 눈앞이 아찔해지는 듯했다.

 

 철수의 목을 끌어안은 제이는 그와 몸을 밀착한 채로 그의 귓불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모두 기억하게 하려는 것처럼 철수는 천천히 제이의 아름다운 곡선 위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철수의 입술이 닳았던 곳이 붉은 열꽃이 피어오르자 제이는 달아오른 숨결을 내뱉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입술이 향한 곳은 바로 그녀의 입술 위였다.

 

 철수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제이를 침대 위에 눕혔다.

 

 잔뜩 긴장한 철수의 눈이 마주 처하자 제이는 흐음, 하는 웃음을 내뱉었다.

 

  "왜 웃어?"

 

  "……웃겨서요."

 

  "뭐가 웃기는데?"

 

  "오빠가 긴장하고 있는 게 웃겨요."

 

 제이의 말에 철수가 살짝 오른쪽 눈썹을 위로 추켜올렸다.

 

 심장박동이 고스란히 느껴질 만큼 밀착한 제이에게선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뛰고 있는 그의 심장이 느껴졌다.

 

  "오빠도 떨려요?'

 

  "……그럼 떨리지."

 

  "나는 나만 떨리는 줄 알았어."

 

  "나도 떨려."

 

 철수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는 듯 다시 한번 그녀와 입술을 겹쳤다.

 

 그녀의 입술을 음미하듯이 빨아올린 철수의 입술은 천천히 그녀의 목 아래로 내려갔다.

 

 말랑한 혀가 그녀의 쇄골을 지나가자 그녀는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의 입술이 몸에 닿을 때마다 숨결이 흐트러지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의 손길, 그의 숨결 하나하나에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철수의 입술 사이로 나온 말랑한 혀가 그녀의 몸 위로 붓처럼 미끄러졌다.

 

  "하앗……!"

 

 참았던 거친 숨결이 제이의 입술 사이로 튀어나오자 철수는 얄밉게 미소를 지었다.

 

 제이는 자신의 모든 것이 그의 아래에 누워있는 것 같아서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래?"

 

  "그냥 조금 분해서요."

 

  "뭐가 분한데?"

 

  "나만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아. 오빠는 아주 여유만만하잖아."

 

  "그게 뭐가 어때서, 귀엽기만 한데."

 

 그녀의 위에 올라선 철수가 다시 미소를 지으면서 강인하고 야한 손길로 그녀를 만졌다.

 

 철수의 몸 아래에서 신음을 내뱉으면서 몸을 움찔거리던 제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알려줄까?"

 

  "알려달라고 해도 안 알려 줄 거면서."

 

  "……어떻게 알았어? 역시 내 강아지는 천재야."

 

 마지막 말을 끝마친 철수는 그야말로 그녀의 위에서 날아다녔다.

 

 섬세하고 아기자기했던 그의 동작이 거친 몸짓으로 변했고, 제이는 온전히 그의 움직임에 따라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흔들리는 스탠드 조명을 바라보면서 제이는 소리를 참기 위해서 힘껏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괜찮아. 마음껏 소리 내도 돼. 어차피 여긴 우리 둘밖에 없잖아."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는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섹시하고 농염했다.

 

  "잠깐 그건 진짜 너무 하지 않아요?"

 

  "……아니, 아니야. 해보면 다를 거야. 내가 기분 좋게 해줄게."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의 손길을 거부할 수 없었던 제이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모든 것을 놓아버리게 되었다.

 

 제이의 가장 약한 곳을 집요하게 건드리는 그의 몸짓에 제이는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았다.

 

  “아, 정말…… 너무해.”

 

  “이제 내 마음대로 해도 돼?”

 

  “지금까지 오빠 마음대로 했으면서…… 아! 아,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오빠 마음대로 다해요.”

 

 저녁 무렵부터 시작했던 것은 새벽까지 계속되었고 마지막에는 제이는 제발 그만하자고 애원했던 것이 기억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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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나중에는 내가 너 구해줄게. 2017 / 11 / 24 259 0 8193   
43 43.제이가 내 사무실에는 어떻게……? 2017 / 11 / 24 256 0 8265   
42 42.미래의 남편이요? 2017 / 11 / 22 249 0 8823   
41 41.짝사랑하는 여자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법 2017 / 11 / 20 259 0 8481   
40 40.제이 씨, 우리 형이랑 사귀어요? 2017 / 11 / 17 238 0 8478   
39 39.품에 안긴 가녀린 몸 2017 / 11 / 16 237 0 7984   
38 38.내가 철수 씨를 좋아한다고? 2017 / 11 / 15 269 0 7784   
37 37.대표님, 제이 씨랑 데이트하세요. 2017 / 11 / 14 234 0 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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