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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작가 : 지나다가
작품등록일 : 2017.10.30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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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을 앞둔 네트레시아를 방문하게된 현실의 주인공. 그의 귀환은 이 이상한 세계의 앞날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과연 주인공은 이 이상한 세상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32. 지혜의 서
작성일 : 17-12-21 17:42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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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도시의 새벽은 하늘에서 시작했다. 먼동이 희끄무레 밝아오고 있었지만 아스트리드의 좁은 골목들은 아직 어둠에 휩싸여있었다. 대도시의 골목들은 새벽부터 번잡했는데, 대부분 각자의 일터로 향하는 수공업자나 상공업자들이었고, 드문드문 주점에서 밤새도록 술을 퍼마시고 길바닥에 쓰러져 있다가 겨우 술이 깨 집으로 찾아 들어가는 주정뱅이들이나 길에서 밤을 새운 걸인들이 그 틈에 섞여 있었다.

 

 포도주 상자를 등에 진 베르나르는 발걸음이 한층 무거워졌음을 느꼈다. 등에 진 포도주 상자 때문인지 앞으로 접하게 될 진실의 무게 때문인지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앞서 가고 있는 포도주 배달꾼의 날렵한 걸음을 늙은 베르나르는 따라잡지 못했다. 배달꾼은 베르나르의 느린 걸음을 대놓고 비난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걷는 속도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걸음을 걸었다.

 

 - 이보게. 같이 가세.

 

 베르나르의 연이은 호소에 배달꾼은 겨우 뒤를 흘깃흘깃 쳐다 볼 뿐이었다. 그는 베르나르 때문에 자신의 아침 일이 늘어난 것이 오늘로 벌써 두 번째라 불만이 가득하였지만, 길드마스터인 드미트리의 지시로 하는 것이라 뭐라고 말은 하지 못하였다. 그가 지시받은 내용은 세바스찬 백작 공관의 포도주 배달에 베르나르를 한 번 더 데려가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공관을 먼저 간 이후 자신이 배달해야 할 저택들을 방문하게 되면 포도주 배달 동선이 꼬여 이동해야 할 거리가 갑절로 늘어나게 되었다.

 

 - 아니. 글쎄 제가 지고 간다니깐 왜 영감이 그걸 짊어진다고 하셔가지고.

 

 - 내 도와주려고 그런 것이 아니겠나.

 

 베르나르는 지난번과는 달리 그 배달꾼을 도와주려고 일부 짐을 나누어 진 것이 오히려 그 자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지금에 와서야 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간신히 내성으로 접어드는 오르막을 올라 한참을 다리를 후들거리며 걷고서야 공관이 보이는 언덕까지 갈 수 있었다.

 

 사실 베르나르가 굳이 포도주 배달꾼을 위장하여 세바스찬 백작 공관을 두 번이나 방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실버포트 빈실에서 키르테스가 새겨놓은 글귀를 본 프린 공작은 충격에 사로잡혀 곧바로 아스트리드로 내려갔지만, 베르나르는 서기관 다에몽이 실버포트에 불을 지른 자를 조사하는 그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서 잠시 더 실버포트에서 머무르며 뒷수습을 도왔다.

 

 은빛그림자회의 상당수가 참사로 목숨을 잃었지만 그들의 정보력은 아직 그대로 남아있었다. 프린 공작이 급하게 아스트리드로 내려간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수도사 두 명이 롤스이스트와 에리스 평원에서 각각 중요한 정보를 얻어서 돌아왔다. 한 수도사는 참사가 나기 며칠 전 에우더로프에서 오런트 용병과 왕실의 근위대로 보이는 기사 십 수 명이 무리를 이루어 북쪽으로 올라가는 것을 본 자가 있다고 하였고, 에리스 평원을 조사하던 수도사 또한 평원의 도적 떼 중 한명이 같은 무리로 보이는 자들이 실버포트로 향하는 것을 보았음을 확인하였다.

 

 이상한 것은 도적이 본 것이었는데, 먼발치에서 봤지만 그 무리에는 용병도 기사도 아닌 자가 그 무리의 주인행세를 하며 같이 갔다는 것이었다. 베르나르는 그 자가 필히 왕실 내무부의 발더그린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왕실의 근위대는 내무부의 소관이었고 메이와 준석의 이야기에 따르면 발더그린은 분명 에리스 평원의 남쪽에 있는 프린 공작의 저택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는 것이 베르나르의 확신에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발더그린을 의심하게 된 베르나르는 발더그린이 살고 있는 집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분명 에르윈 백작이나 프린 공작이 알게 되면 반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는 두 귀족에게는 말을 하지 않고 아스트리드로 돌아와 그의 오랜 친구 드미트리에게 부탁하였다. 한참을 고민하던 드미트리 또한 사태가 그렇게 작은 일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는지 베르나르가 발더그린의 처소를 확인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발더그린은 본래 메링거의 백작 세바스찬의 집사였기 때문에 거의 처소는 아스트리드에 있는 세바스찬 백작의 공관에 있었다. 그리고 발더그린이 저택에 없는 날을 골라야 했기에 베르나르는 며칠간을 또다시 파브리치 상회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가 찾아왔는데, 그것은 바로 세바스찬 백작의 죽음이었다. 백작의 장례식은 분명 그의 영지인 메링거에서 거행될 것이었고 발더그린은 분명 그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었다. 아스트리드에서 메링거 영지까지 왕복하기 위해선 넉넉잡아 적어도 일주일은 소요될 것이고 베르나르는 그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얻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발더그린이 메링거 영지로 떠난 바로 다음날 아침 베르나르는 포도주 배달원을 위장해서 그 저택을 방문하여 발더그린의 방을 찾아 들어갔다. 하지만 그 방은 아예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깨끗했다. 이상하게 여긴 베르나르는 실제 발더그린이 그 방에 살고 있는 지를 확인했지만 발더그린이 그 공관으로 온지 몇 년 동안 항상 그 방에서 살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베르나르는 드미트리와의 논의결과 발더그린이 그 방에 환영마법을 걸어놓았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안에서 어떠한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 할지라도 몇 년을 지낸 방이 그토록 깨끗할 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환영마법을 방에 걸어 놓았다면 외부 사람이 방으로 들어왔을 때는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이었다. 베르나르는 드미트리에게 부탁해서 환영마법을 뚫고 볼 수 있는 마법등불을 어렵게 구했다.

 

 간신히 공관 저택에 도착한 둘에게 저택을 지키는 경비병이 귀찮다는 둘을 다시 들여보내 주었다.

 

 - 후딱 정리하고들 나오시게.

 

 저택의 뒷문으로 들어간 베르나르는 포도주 짐은 배달꾼에게 맡기고 마법등불을 들고 부리나케 2층의 발더그린의 방으로 올라갔다. 워낙 새벽이었고 하인의 상당수가 백작의 장례식에 참석한다고 메링거 영지로 떠났기 때문에 저택은 한산했다.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이라 어둑한 발더그린의 방으로 들어간 베르나르는 마법등불에 불을 붙였다. 등불의 녹색 불빛이 방을 비추니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던 것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벽 아래쪽으로 마법과 관련 있어 보이는 약초나 약병들 그리고 처음 보는 해괴한 것들이 가득했다.

 

 … 역시. 발더그린은 마법사였구먼.

 

 방에 있는 잡다한 물건들 중 베르나르의 시선을 끄는 것은 한쪽 벽 귀퉁이의 책상위에 놓여 있는 책이었다. 등불을 비추기전에는 그 책상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 책은 붉은 색의 겉장으로 둘러싸여져 있었고, 얼핏 보기에는 얇은 가죽에 내용을 적고 그것을 묶어서 책으로 만들어 낸 것처럼 보였다. 붉은 색 겉장은 오랫동안의 세월을 겪어온 것을 말해주듯이 군데군데 검은색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그 책이 베르나르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그 책에서 발산되는 알 수 없는 무게감 때문이었다.

 

 한 평생을 은빛그림자회에서 책을 필사하고 정리하며 보낸 베르나르의 눈에도 그 책은 보기 드문 고서로 보였다. 책장(冊張)을 가죽으로 만든 책은 잘 찢어지지도 물에 넣어도 젖지 않아 내용을 보존하는 데에는 더없이 유리했지만, 얇은 가죽이 워낙에 고가이기 때문에 구하기 힘들고 또한 가죽에 글씨를 새겨 넣는 일에 엄청난 노력이 들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사항을 기록하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베르나르는 이런 식의 가죽 책장은 두루마리에서만 간혹 보았을 뿐 책 한권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은 평생 동안 한두 권 정도만 보았을 뿐이었다.

 

 뭐에 끌렸던지 베르나르는 그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겉장에는 희미하게 ‘지혜의 서’라는 책 제목이 고대 가르시아어로 적혀 있었다. 내용이 궁금해진 베르나르는 그 책의 첫 장을 펼쳤다. 그 책 속은 베르나르도 처음 보는 구불구불한 문자들로 꽉 채워져 있었는데, 베르나르에게는 그 문자들이 마치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것으로 보였다.

 

 그 꿈틀거리는 문자들이 베르나르의 눈에 비치는 순간 그는 그 문자들이 형언하기 어려운 어둠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보는 문자를 해독할 수 없음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어떤 의미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일반적인 문자가 아니라 그 형태만으로도 사람에게 어떠한 사실을 전달하는, 즉 그림이나 상징에 더욱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형언하기 어려운 어둠속에서 베르나르는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의 모습과 그 동굴 속에서 움츠리고 있는 검은 형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은 형체가 고통과 절망에 울부짖는 비명소리를 들었고, 자신의 영혼이 빼앗을 것만 같은 강렬한 붉은 빛을 뿜어내는 한 쌍의 눈빛을 보았다.

 

 깜짝 놀란 베르나르는 땅바닥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베르나르는 그 검은 형체의 비명소리와 붉은 두 눈이 영원히 자신의 머릿속을 울리고 자신의 눈을 통해 다른 것들을 바라보며 자신을 노예로 삼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암서(暗書)였구나.

 

 베르나르는 아무 생각 없이 책장을 넘긴 것을 후회하였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린 것이었다. 멍하게 앉아있던 베르나르는 벌떡 일어나 저택의 밖으로 나갔다. 한참 동안을 밖에서 조마조마해하며 기다린 배달꾼이 그에게 뭐라고 욕설을 지껄였지만 베르나르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베르나르는 저택을 나서며 이젠 아무도 만나서는 안 되며 누구에게 어떠한 말을 해도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을 하기 위해서 다시 은빛그림자회가 있는 실버포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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