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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경계 너머의 인간
작가 : 우아미
작품등록일 : 2017.12.18

종전 후, 7개 연합국은 순수 인간을 지키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협정을 맺고 벽을 세웠다. 그리고 매년 순수 인간의 기상을 높이기 위해 16세 청소년 중에서 '오니'를 뽑아 7개 지역을 다니며 종전을 기념했다. 올해는 연합국 중 최빈국이라 할 수 있는 퍼플에서 최초로 오니가 탄생해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 때 연합국 내에서 원인 모를 두 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대상이 모두 오니였다는 점에서 연합국의 동맹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총 수상인 로렌은 까칠하지만 수사 실력만큼은 최고인 강선을 불러들여 조용히 수사해 달라고 의뢰한다. 강선은 로렌이 사건을 의뢰하기 전부터 자신이 따로 쫓고 있던 사건과 연쇄 살인이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의뢰를 받아들인다. 선은 수사를 위해서, 초이는 최초의 퍼플 출신 오니인 자신의 투어를 해내기 위해서 함께 하기 시작하는데...

 
9. 역할 수업
작성일 : 17-12-21 14:26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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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오니 수업을 할 거예요.”

 

 초이의 늦잠은 깨운 것은 하이디였다. 초이는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싶었다. 마젠타에서 비행기를 탈 때까지만 해도 피곤한 줄 몰랐는데, 킹덤에 도착해 방에 들어오자마자 긴장이 풀리고 눈이 무거워졌다.

 

 오니에 관심도 없고 퍼플은 떠나본 적도 없었던 자신이 매일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익숙한 공간과 물건을 보자 긴장이 풀린 것이다.

 

 화이트에 갈 때까지 몇 일 여유가 있으니 그때까지 좀 쉬면서 오니가 된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었다. 이미 오니로 행동하고 말하고는 있지만, 자신이 오니가 된 것이 연합국과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자신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 할 여유가 없었다.

 

 일정이 없다고 일정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7 연합국의 상징인 오니에게는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더 배우고 익혀서 전통을 이어나가야 했다.

 

 “‘수업’이요?”

 “초이씨에게는 이제 평생 오니란 이름이 따라다닐텐데, 거기에 걸맞는 애티튜드를 지니셔야죠. 이 전 모든 오니들도 모두 거쳐간 수업이에요. 알려드린 건 수업이 없는 날에도 항상 외우고 연습하셔야 해요.”

 “뭘 배우게 되나요?”

 “여러가지요. 밥 먹고 차 마시고 옷 입는 법부터 말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까지 모든 것을 다 배우셔야 해요. 이제까지 초이씨가 하던 습관들이 사라지고 오니가 해야 하는 것들이 습관이 될 때까지 배우고 연습해야 해요.”

 

 초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배우는 게 싫은 건 아니었지만 이제까지의 초이가 사라져야 한다는 말이 서운했다.

 

 하이디는 초이의 반응은 신경쓸 겨를이 없다는 듯, 옷이 잔뜩 걸려있는 행거를 끌고 들어왔다.

 

 “옷은 TPO가 중요해요. T는 시간, P는 장소, O는 경우에요. 옷을 선택할 때는 항상 이 세가지를 기억하고 거기에 맞게 선택하면 돼요. 물론, 초이씨의 대부분의 의상은 항상 제가 준비할 거예요. 하지만 제가 없을 때나 오니 활동이 끝났을 때에도 항상 오니에 걸맞게 의상을 선택해 주세요.”

 

 하이디는 행거에 걸려있는 옷들을 하나씩 꺼내 옷들을 어떻게 언제 입어야 할 의상이며 어떻게 믹스매치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다 예쁜 옷들이었다. 하이디가 ‘홈웨어’ 라고 말하는 의상까지도 평소 초이가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들과는 다르게 예뻤다. 그런데 어쩐지 어색했다. 초이는 즐겨 입지 않는 화려한 색상과 치마 위주의 옷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이디는 옷 설명이 끝나자 어딘가로 전화 하더니 바로 준비해 달라고 했다. 곧 방으로 화려한 식기에 담긴 음식들이 카트에 실려 들어왔다. 카트는 곧 커다란 식탁으로 변신했다.

 

 “아직 식전이죠? 출출할 테니 먼저 식사부터 하죠.”

 

 하이디는 초이를 식탁 앞 의자에 앉혔다. 식탁 위에는 크기가 다른 여러 개의 포크와 나이프가 있었고, 유리잔도 여러 개가 있었다. 카트 밑에는 아직 여러 음식이 있었지만 식탁 위에는 스프와 빵 바구니만 올려져 있었다. 평소 같으면 아무 숟가락이나 들고 빵과 스프를 아무렇게나 먹겠지만, 오늘은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망설여졌다.

 

 “드세요. 맛있을 거예요.”

 “...... 뭐부터 먹어야 해요? 포크랑 나이프도 너무 여러갠데...”

 “집처럼 식탁에 한꺼번에 음식이 나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렇게 격식을 차려서 먹어야 하는 경우도 많을 거에요. 커틀러리는 바깥 쪽에서부터 안쪽으로 순서대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실수할 일이 없어요. 지금 식탁 위에 빵과 샐러드가 있잖아요. 빵은 먹을만큼 바구니에서 꺼내 작은 접시에 놓고 먹고, 샐러드는 바깥 쪽에 있는 작은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해서 먹으면 돼요.”

 

 좀 전까지는 분명 배가 고팠는데 긴장해서인지 식욕이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스프도 한 두 번, 빵도 한 두 번 먹었다. 뒤 이어 나오는 음식들도 하이디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했다.

 

 “식사 중에 너무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예의 없는 거지만, 이렇게 말을 아예 안하는 것도 안돼요. 이런 식사 자리는 배를 채우는 게 목표가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를 쌓는 게 목표거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해요?”

 “네가 말을 주도할 필욘 없으니까, 질문에 적당히 잘 대답하면 돼. 솔직하게 말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듣는 사람이 편하게 말하는 게 목표야. 그리고 이런 식사자리에서 많이 하는 대화 주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천천히 하나씩 배워나갈 거야. 그림이나 음악 같은 거 말야.”

 “어려워요. 언제쯤 저도 매니저님처럼 자연스럽게 다 잘하게 될까요?”

 “방금처럼 하면 돼. 초이씨 본인은 모르지만 재능이 있다니까. 방금도 자연스럽게 내 기분이 좋게 말해주고 있잖아.”

 “전 그냥 제비뽑기처럼 뽑힌 건데, 아무나 오니가 되는 건 아닌 가 봐요.”

 “될 만한 사람이니까 원이 뽑은 거야. 아무나 뽑지 않아. 내가 16살이었을 때를 생각하면, 난 초이씨 반만큼도 못했을 거야.”

 “고마워요, 매니저님. 저도 노력해 볼게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만 해요. 화이트에 간다고 생각하니 빨리 이것저것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이디는 초이에게 연합국 역사에 관한 책을 한 권 건네주고는 방을 나갔다. 책을 건네받은 초이는 하이디의 꼼꼼함과 배려에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연합국의 역사는 학교 수업때도 배우긴 했지만, 웬지 다시 잘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렌은 초이와 강선이 돌아왔다는 보고를 받고, 당장이라도 만나러 가고 싶었다. 강선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일들을 처리해 낸 초이를 북돋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

 

 사실 로렌이야 말로 좀 쉬어야 했다. 몇일 째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이어지는 회의와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런 로렌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 타키였다.

 

 “초이는 뭐하고 있어?”

 “하이디와 수업 중일 겁니다.”

 “보러 가야 하는데, 휴...”

 “그보다는 눈을 좀 붙이시는 게...”

 “그런다고 마음 편히 쉴 수 있겠어? 정말 비상상황이잖아, 지금.”

 “그렇지만, 이렇게 무리하시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 자리를 비우시면, 그땐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집니다.”

 “지금은 아프고 싶어도 아플 수 없을 것 같아. 어쩜 모든 일이 이렇게 한꺼번에 터지는지...”

 “어떤 게 가장 마음에 걸리십니까?”

 “마음에 걸리지 않는 게 어딨겠어? 나도 다 처음 보는 일들 투성인데.”

 “연합국 역사에서도 처음 있는 일들입니다. 혼자서 다 감당하시려고 애쓰지 마세요.”

 “원의 선택이나 오니의 행보나 연합국들의 알력 관계는 그래도 어떻게든 처리가 될 것도 같은데... 오니들 피살 사건때문에 화이트에서 보통 불안해 하고 있는 게 아니라서, 아무리 방어에 힘쓰고 있다고 해도 달래지지가 않아. 다른 지역과의 교류를 끊고 자체 방어막을 사용하겠다고 하니까.”

 “화이트가 가장 마음에 걸리시는군요?”

 “지금의 7 연합국을 만드는 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들이 있었는지 알잖아.”

 “지피 전 수상님께서 정말 고생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내 자리도 아빠가 만들어준 자리지. 난 유지만 하면 되는데, 그것도 못한다는 게 참...”

 “자책하실 필요 없습니다. 7인회에서는 변함없이 수상님을 지지하고 계십니다.”

 “내가 아니라 아빠를 지지하고 있는 거겠지. 이럴 때 아빠라면 어떻게 할까? 그 땐 아버지 뒤를 잇는게 너무 뿌듯하고 사명감도 느껴지고 그랬는데, 지금은 부담만 돼.”

 “지금도 잘 하고 계십니다.”

 

 타키는 로렌에게 비서실장 이상의 사람이었다. 로렌이 짊어지고 있는 짐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집무실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다급한 노크 소리였다. 잠시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던 로렌이 깰까봐, 더 노크 소리가 나지 않게 타키가 얼른 문 밖으로 나갔다. 잠시 뒤 타키가 심각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타키?”

 “일어나셨습니까?”

 “노크 소리가 이미 심각한 일이라고 말하던데?”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무슨 일인데 그렇게 심각해?”

 “시안에서 또 한 명의 오니가...”

 “뭐라고?”

 

 로렌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잠이고 뭐고 다 달아날만큼 충격이 셌다. 설마 하면 역시나 였다.

 

 “하필 시안이라니... 화이트 바로 옆이 시안인데... 이게 알려진다면 화이트에서 정말 방어막을 가동하겠다고 하겠군. 어떻게 하지, 타키?”

 “지금 바로 TF를 구성하겠습니다.”

 “회의 하기 전에 강선을 좀 불러 줘. 수사는 얼마만큼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봐야겠어.”

 “마젠타에서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쓸모 없는 일에만 열중 하던데, 수사를 할 겨를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보다 조심히 제대로 수사해 줄 사람이야. 혹시 타키의 걱정처럼 수사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 얼른 그만두게 해야지. 그러기 위해서라도 물어봐야 할 것 같아.”

 “알겠습니다.”

 

 타키는 대부분 사람에게 너그러운 편이지만, 선에 대해서만은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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