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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명
작가 : 성소은
작품등록일 : 2017.11.24

남들의 죽음을 볼 수 있는 한 여자의 지독한 운명과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다룬 판타지 소설.

 
21
작성일 : 17-12-20 01:51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5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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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주가 환의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 평지에 붙어 있는 반 지하 창문 밖으로는 빛이 환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하루 사이에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나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태환의 죽음과 관련된 현서의 고백, 환과 영의 인연까지. 복잡한 생각은 정리되기는커녕 끊임없이 태주의 머릿속에 무겁게 쌓여만 갈 뿐이었다. 태주가 차에서 내렸다. 빌라 입구로 걸어가는데 알 수 없는 위화감이 태주를 덮쳐왔다. 태주가 우뚝 멈춰 섰다. 사실 하루 종일 이 위화감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영과 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봤을 때부터 그랬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림이라서 그런 거겠지 태주가 애써 호흡을 가다듬고 빌라로 들어갔다. 집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태주가 초인종을 눌렀다. 곧 환이 금방 문을 열어주었다. 영은 방 한 가운데에 누워 잠에 들어 있었다. 태주가 서서 그런 영을 내려다보다가 짧은 한숨을 내쉬곤 그 옆에 앉았다.

 

 “언제부터 잔거야?”

 “얼마 안됐어. 어제 하루 종일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고….”

 

 태주가 환을 뚫어져라 봤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하기 에는 환의 말투에 어쩐지 영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는 느낌이었다. 무안하게 서있던 환도 조심스레 태주의 맞은편에 앉았다. 가끔 집을 지나쳐 가는 대학생들의 소리만 들려올 뿐 집은 조용했다.

 

 “이사는 언제 간다고 그랬지?”

 “2주 좀 안 지나서.”

 “그래. 준비 잘 하고….”

 

 태주가 영혼 없이 허공을 보며 말했다. 환이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듯 몸을 들썩거렸다. 환은 태주에게 묻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지금은 태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별안간 태주가 먼저 말했다.

 

 “엄마는 다녀갔었니?”

 

 환이 마른침을 삼켰다. 감추려고 했지만 분한 마음이 다시 피어올랐다. 환의 숨소리가 조금 커졌다.

 

 “삼촌이 알려 준거야?”

 “응.”

 “왜?”

 

 태주가 고개를 숙이고 나지막하게 웃었다. 환이 미간을 찌푸렸다. 태주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엄마를 어느 정도로 증오하고 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자꾸만 현서와 자신을 엮으려고 하는 것이 너무도 괘씸하고 미웠다. 차라리 원래 그랬던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배신감을 느끼지도 않았을 텐데 원래의 태주는 환의 가족 관계에 관심이 없었다. 태주에게 환은 ‘조카’ 라는 개념보다도 ‘형의 아들’이라는 개념이 컸다. 현서도 마찬가지였다. 죽은 형의 전 아내일 뿐이었던 현서를 요즘 들어 자꾸만 현서를 형수로 대하는 듯 했다. 바닥을 보고 있던 태주가 고개를 들고 환을 바라봤다.

 

 “너무 불쌍해보여서. 동정심에 그랬어.”

 

 환이 태주의 시선을 피했다. 멱살이라도 잡고 왜 그랬냐고 따져 묻고 싶었는데 불쌍했다는 그 한마디에 환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환도 알고 있었다. 그 찰나의 순간, 눈앞에 있는 현서가 미워 죽겠으면서도 예전에 봤던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아주 잠깐 동요했다. 현서가 어떻게 살았는지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용서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녀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든 자신보다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다시는 그러지마.”

 “환아….”

 

 환이 다시 태주를 쳐다봤다. 태주의 눈 주변이 빨갰다.

 

 “전에 나한테 그랬지. 엄마가 아팠었다고…. 치료 할 수 없는 병에 걸린 것 같다고.”

 

 환은 대답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태주가 천천히 말했다.

 

 “어떻게 아팠던 거야?”

 “말하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떠올리기 싫어.”

 

 환이 단호하게 말했다. 태주가 환의 손을 잡았다. 예상 못하고 있던 환의 몸이 움찔하고 흔들렸다. 태주의 눈에 간절함이 가득 차있었다. 당황한 환이 입을 꾹 다물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태주의 그런 얼굴은 환의 마음을 조금 아프게 했다.

 

 “네가 힘들 거라는 거 잘 알지만…. 꼭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왜 그래 삼촌, 어디 아파?”

 

 태주에게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목소리와 손, 발까지 떨고 있는 태주를 환이 걱정스레 바라봤다. 태주는 인자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처럼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자고 있는 영이 계속된 말소리에 몸을 뒤척였다. 환은 망설이고 있었다. 태주는 더 이상 닦달하지 않고 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환은 왠지 울컥했다. 그동안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아픔. 그것을 왠지 태주에게 털어놓으면 완전히 놓아버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다. 환이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말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아빠가 죽은 게 자기 때문이라고 했어.”

 

 태주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내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환을 바라봤다. 환은 할 말을 정리하는 듯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말을 이었다.

 

 “아빠가 죽는 걸 알고 있었는데 지키지 못했다고. 나한테 너무 미안하다면서 며칠 동안을 울기만 했어.”

 

 현서가 이야기하는 태환의 죽음은 이미 환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너무 어렸고 엄마가 하는 말을 환이 이해할 리가 없었다. 죽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받아들일 수도 없는 어린 아이였다. 아빠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었고 마음이 아팠지만 환은 엄마가 있음으로서 모든 것이 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엄마만 내 옆에 있으면 돼. 그러나 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이랑 관련해서 엄마가 또 한 말은 없었어?”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태주가 처음으로 질문을 던졌다. 조금 힘들었는지 환이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랬어. 아빠가 죽기 전부터 엄마는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할 때가 있었는데 매일 힘들어했고 아파했어. 그래도…. 나한테만큼은 좋은 엄마였어.”

 

 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이 한 번 더 뒤척였다. 눈치 채지 못한 환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나한테까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어.”

 “어떻게….”

 “내가 죽을 거라고 나를 방에다가 가뒀어.”

 

 믿을 수 없는 사실에 태주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충격 받은 태주만큼 환도 힘든지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말 그대로였다. 환은 한 동안 현서에 의해 감금당했다. 현서는 태환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큰 트라 우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기억은 아픔이 되어 현서에게 박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서는 환의 죽음을 보았다. 그것은 단순한 사고였다. 한 차례 가족을 지키지 못한 적이 있는 현서는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 환이 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런 부모로서의 사명감은 점차 광적으로 변했고 스스로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은 환이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도록 집 안에 가둬버리는 것 말고는 없었다. 죽음을 막으려고 노력할수록 사람들은 자신을 미친 사람 취급했고 멀리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게 보여 지는 게 싫어 애써 모른 척하고 무시하며 살았다. 그래서 현서는 남편을 잃었다. 하지만 아들만큼은 그렇게 보낼 수 없었다. 진짜 정신병자가 되어 병원에 갇히는 한이 있더라도 환을 지켜야만 했다.

 

 “무슨 그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태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환이 담고 있었을 아픔은 너무나 컸으며 그것을 건드려버린 자신이 너무나 죄스러웠다.

 

 “미안해, 환아 그만 해도 돼.”

 “괜찮아. 끝까지 말하는 게 나아….”

 

 환이 한 번 더 물을 마셨다.

 

 “사실 있잖아…. 어쩌면 난 나를 가두는 엄마를 그때는 이해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무슨 소리야?”

 “그래서 그냥 그 방에 갇혀 있었던 거야. 언제라도…. 창문을 열고 나갈 수 있었지만 그러면…. 엄마를 다시는 못 볼 거 같았거든.”

 

 환은 어렴풋 아빠를 지키지 못해 너무나 힘들어했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였다. 엄마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지키려고 하는 이유는 또 한 명의 가족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그만큼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 거라며 이해하려 노력했고 이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계속된 감금에 시간이 지날수록 환은 점차 지쳐갔다. 그제야 영원히 갇혀 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그것은 이미 엄마 현서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게 사랑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한 번 들기 시작하니까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더라.”

 “그래서 집을 나온 거야?”

 

 계속 잘 말하던 환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환의 손이 급격히 떨리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기억을 억제 (suppression) 하던 환자들이 그 기억을 떠올렸을 때 보이는 흔한 증상이었다. 태주가 환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 충분해….”

 

 태주는 더 이상 환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환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게 아니야.”

 

 환의 온 몸에 뻣뻣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완전하게 놓아버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 기억을 이겨내야 했다. 환의 의지는 강했다. 태주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환의 마음이 너무도 아프게 와 닿았다.

 

 “정확히는 그때 집에서 도망치긴 했지만…. 금방 알아차린 엄마가 날 쫓아왔어. 정말 그때만큼은 너무 도망치고 싶어서 계속해서 달렸어…. 그러다…. 내 눈앞에서 사고가 난거야.”

 

 태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말을 하던 환은 눈을 감아버렸다.

 

 “근데 있잖아….”

 

 감은 환의 눈에서 끝내 눈물이 떨어졌다.

 

 “엄마가 그러더라. 그 사람이…. 나대신 죽은 거라고. 엄마가 결국은…. 널 살려냈다고.”

 

 급격히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 태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환은 그동안 자신을 짓눌러오던 응어리를 모조리 뿜어내는 듯 서럽게 울며 말했다.

 

 “삼촌, 그 아줌마한테도 딸이 있었는데.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어. 내가…. 내가 있잖아 삼촌…. 사람을 죽인 거라고.”

 

 환이 끝내 무너져 내렸다. 태주가 자고 있는 영과 환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부디 아니기를. 태주의 위화감이 잘못된 것이기를. 태주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그 때 누워있던 영이 몸을 일으켰다. 태주의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아닐 거라고 부정하면서도 그 순간 영이 모든 것을 들어 버렸을까봐 두려웠다. 영이 환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태주를 향해 말했다.

 

 “왜…. 울어요?”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영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태주가 다급히 대답했다. 태주가 다시 한 번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아무것도 아냐…. 영이 너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거야.”

 

 태주가 겨우 벽에 기대 몸을 지탱했다. 엄청 높은 절벽에 환과 영이 매달린 줄을 붙잡고 버티는 기분이 들었다. 놓치면 안 돼. 태주의 온 몸이 파르르 떨렸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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